Title | [기사] 중앙아시아 국가들, 부인·가족에 '권력세습' 잇달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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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3-27 09:38 | Read | 4,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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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카자흐·타지키·투르크 4개국 개헌 통해 국가를 "가족 사업화"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앙아시아와 캅카스지역의 자원이 풍부한 옛 소련 국가들에서 부인과 자식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국가의 '패밀리 비즈니스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지 4반세기 가까이 지났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국민의 폭넓은 정치참여나 언론자유 등 민주주의 축적보다는 국가안정을 우선하는 권위주의적 통치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은 지난달 21일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55)이 부인인 메흐리반(53)을 제1 부통령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작년에 이뤄진 헌법개정에 따라 신설된 부통령은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될 경우 대통령직을 대행한다.
뛰어난 미모로 화제가 된 적도 있는 퍼스트레이디 메흐리반은 유네스코 친선대사와 기금재단의 수장을 역임했지만 행정 수완은 미지수다. 대통령이 자기 부인을 정권의 2인자 자리에 앉힌 것은 연고주의가 강한 옛 소련권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알리예프 대통령이 대통령 자리를 장남에게 원활하게 물려주기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내외[AFP=연합뉴스]
강권 통치로 미국과 유럽의 비판을 받아온 아제르바이잔은 독집 직후인 1993년부터 부자가 2대에 걸쳐 대통령직을 독점해 왔다. 작년 9월에 실시된 국민투표에서는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고 부통령직을 신설하는 개헌안이 통과됐다. 개헌안에는 35세 이상으로 돼 있던 대통령 출마 연령제한을 아예 없애는 내용도 들어있다. 알리예프 대통령의 장남은 아직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을 부통령에 앉힘으로써 3대 권력승계의 장애요소를 미리 없앤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작년 9월 4반세기 동안 독재체제를 유지해온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사망했다. 오랫동안 재임해온 각국 지도자들은 자기 권력 기반을 다지는 한편으로 세대교체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카자흐스탄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76)이 옛 소련 시대부터 권력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는 작년 9월 중순 맏딸 다리가(53)를 상원의 요직에 앉혔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대통령이 사망할 경우 상원의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장녀를 상원 요직에 기용한 것은 장차 상원의장으로 앉혀 대통령직을 물려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금년 2월 알마티에서 비공식적으로 회동한 푸틴(왼쪽)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카자스탄 대통령궁=연합뉴스 자료사진]
타지키스탄의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64)도 작년 5월 국민투표에서 자신에 한해 중임제한을 철폐하는 한편 대통령 피선거권을 35세에서 30세로 낮췄다. 장남에게 세습하기 위한 준비로 보인다.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이 2015년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투르크메니스탄의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59)도 종신대통령의 꿈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작년 9월에 70세를 상한으로 규정한 대통령선거 출마 연령제한을 폐지했다. 올해 2월에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는 선관위 발표로 97%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이들 국가에서 국가의 사유화라고 할 수 있는 결정들이 통하는 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과 언론통제를 통해 국민의 불만을 억누르면서 풍부한 자원수입을 재원으로 공공요금을 무료화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교묘하게 구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원자재가 하락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 국민의 불만을 언제까지 억누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국의 압력이 약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 큰 영향력을 가진 러시아는 그 자신이 강권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판 실크로드 계획인 "일대일로"의 경로로 중앙아시아를 중시하는 중국도 이들 국가의 정치체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한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대테러전쟁을 위해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에 진출했었으나 이미 철수해 버려 이 지역에 대한 외국의 관여는 거의 없는 셈이다.
이해영 기자 lhy5018@yna.co.kr
2017/03/27 09:39 연합뉴스 "중앙아시아 국가들, 부인·가족에 '권력세습' 잇달아" 원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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