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기사] 우즈벡 장기집권자 카리모프 '중병'...중앙아시아 철권통치 변화 올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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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6-08-31 10:24 | Read | 4,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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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세력에 대한 무차별 탄압으로 악명 높은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78)이 뇌출혈로 쓰러져 집중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뉴스포털 페르가나는 “지난 27일 입원 치료를 받던 카리모프 대통령이 29일 오후 3시35분 숨졌다”고 보도했으나 대통령실은 30일(현지시간) 이를 부인했다. 중앙아시아의 대표적인 독재자 카리모프의 건강이 악화되자 마침내 정권교체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카리모프의 건강 상태는 차녀 롤라 카리모바 틸리예바가 29일 인스타그램에 그의 뇌출혈 사실을 알리면서 공개됐다. 틸리예바는 “아버지의 상태는 안정됐다”면서 “예단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정부도 이례적으로 카리모프가 위중하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나 병명이나 상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최근 공식 석상에서 카리모프가 종적을 감추면서 그의 건강 악화는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뇌졸중 소문도 파다했지만 정부의 철권통치에 질린 국민들은 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카리모프는 1990년 구소련 시절 우즈베키스탄 공화국 대통령에 오른 뒤 26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다. 1999년 AFP통신 인터뷰에서 그는 “국가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200명의 목을 자를 수도 있다”고 했다.
카리모프의 공포정치는 악명 높다. 2014년 9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 1만명에 달하는 정치범들이 수감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전기고문과 구타를 당하거나 성폭행 위협까지 받고 있다. ‘안디잔 학살’은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례다. 안디잔에서 이슬람 세력을 중심으로 반정부 움직임이 일자 정부는 이들을 테러세력으로 규정하고 2005년 학살을 저질렀다. 15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상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현재로서는 카리모프 이후 우즈벡의 정치 구도는 안갯속이다. 카리모프는 한때 장녀 굴나라 카리모바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싶어했으나 굴나라는 2014년 2월 가택연금을 당하면서 권력 순위에서 멀어졌다. 굴나라는 온갖 부패의혹에 휩싸이면서 아버지 눈밖에 났고, 사업 동료이자 남자친구인 루스탐 마두마로프를 비롯해 측근들이 줄줄이 횡령·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차녀 틸라예바의 남편인 사업가 티무르 틸라예프가 차기 후계자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카리모프가 후계자를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적이 없고 조금이라고 비판적인 세력은 씨를 말려 후계구도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친 러시아 성향의 샤브카프 미르지요예프 총리와 루스탐 아지모프 부총리를 그나마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온라인 매체 유라시아넷은 2006년 투르크메니스탄 독재자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가 사망했을 때 전혀 후계자로 거론된 적 없던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부총리가 떠올라 집권했듯이, 제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서방 국가들은 유독 중앙아시아의 독재에는 침묵했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다. 우즈벡은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과 이어져 있고 북쪽으로는 러시아, 동쪽으로는 중국에 가깝다. 이웃한 카자흐스탄과 타지키스탄도 우즈벡 못잖은 언론탄압·인권유린 국가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1990년부터 권력을 쥐고 있다. 1995년 국민투표로 임기를 연장했고, 1999년과 2005년 선거에서 재선, 3선에 성공했다. 사회단체를 통제하고 반정부 인사들을 투옥하며, 개인 스마트폰 대화 내용까지 감시한다.
2013년 대선에서 4연임에 성공한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도 뒤지지 않는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는 기사 삭제를 명령하고 벌금을 매긴다. 지난해 8월에는 정부를 비판한 언론인에게 여권상 생일과 실제 생일이 다르다는 이유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반정부 단체와 이슬람 성향의 야당은 테러단체로 규정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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