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Title [기사] ‘물·전기 공유 시스템’ 무너진 중앙아시아 5개국...자원 분쟁으로 더 큰 갈등 가능성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10-27 16:04 Read 4,743

본문

e8d16c10f71c23f22f57be85d845354a_1477551
사진출처=/BBC 방송 캡쳐

 

 

아시아투데이 김지수 기자 =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소비에트연방(USSR·이하 소련) 치하에서 사용하던 물·전기 공유 시스템이 무너지며 국가간 자원 분쟁으로 더 큰 갈등이 싹틀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영국 BBC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련 시절 이들 중앙아시아 5개국은 상호간에 물과 에너지자원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사용해왔다. 하류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은 에너지 자원이 많고 상류 고산지대에 위치한 타지키스탄·키르키즈스탄은 수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나라간 협력을 통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다.

 

물론 크고 작은 분쟁의 소지는 당시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항상 러시아의 중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문제는 1991년 소련이 무너지면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부국들이 에너지를 이웃국가에 공급하는 것보다 외국에 팔아버리는 것이 더 큰 이윤이 남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결국 2009년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물·전기 공유시스템에서 빠져나와 이웃국가 아프가니스탄에 전기를 팔기 시작했다. 공유시스템이 깨지자 타지키스탄과 키르키즈스탄은 풍부한 수자원을 발전에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됐고, 이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공급되던 농업용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결과적으로 중앙아시아 국민들은 물과 전기가 모두 부족한 사태에 놓이게 됐다.

 

키르키즈스탄에서 농업용수를 공급 받아 사탕무를 재배하던 남부 카자흐스탄은 꽤 부유한 지역에 속했으나 2009년 이후 키르키즈스탄으로부터 용수 공급이 끊기면서 완전히 황폐화 돼버렸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 지역을 떠났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보어홀(깊이 30m 이상의 우물)에서 퍼 올린 물로 겨우 생활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40년 이상 살아온 아시마 달란베이도 결국은 이 곳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다른 선택이 없다”며 “물이 없이는 이 지역에서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밝혔다.

 

타지키스탄 국민들은 만성적인 전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타지키스탄 동부 타지마할 마을에 사는 네 아이의 아버지 쇼드몽 콜로프는 겨울에 대비해 소똥을 모아 조개탄을 만든다. 쇼드몽은 “겨울엔 (하루) 2~3시간 밖에 전기가 안들어온다”며 “우리는 소똥을 모아 집을 데우는데 쓰고 있다. 보통 오전에 조개탄 8개, 오후에 8개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모순적이게도 그의 집은 타지키스탄의 가장 큰 수력발전소인 뉴렉 발전소에서 겨우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1961년 건설된 뉴렉 발전소는 타지키스탄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3분의 2를 생산하지만 국민들의 전력 수요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타지키스탄과 키르키즈스탄은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다. 최근 가장 주목되는 개발계획은 남부 타지키스탄의 산자락에 건설 예정인 로건 수력 발전소 프로젝트다. 만약 투자가들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댐(335m)이 건설될 예정이다. 이 수력발전소가 건설될 경우 타지키스탄도 지역 내 에너지 강자로 부상할 수 있으며, 만성적인 단전 사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사망한 우즈베키스탄의 철권통치자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 로건 수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공공연히 반대한 바 있다. 그는 2012년 연설에서 “하류에 위치한 나라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그들이 강에다 댐을 짓는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의 물을 갖게될까? 이것은 지역적 분쟁 뿐만 아니라 전쟁까지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에너지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조차도 정부가 자원을 다 해외로 팔아버리는 탓에 정작 국민들은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작은 마을에는 하루에 전기가 몇시간 밖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스 공급은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페르가나 벨리에 사는 한 교사는 자신의 고향인 리쉬탄에서는 사람들이 다 목재를 연료로 사용하는 바람에 남아있는 나무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학교에도 연료가 없어 매일 학생들이 순번을 정해 교실에 불을 피울 목재를 집에서 가져온다”며 “정부가 가스를 외국에 내다 파는 동안 국민들은 겨울에 연료가 없어 얼어죽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들 5개국 중 어디에서든 물과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갈등이 불거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카자흐스탄의 정치학자인 라술 주말리는 “언제 무슨 종류의 폭발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밝혔다. 중앙아시아 정부들의 악행과 부패, 인권 남용, 높은 물가, 늘어나는 이민자들 등의 불안요소에다 많은 이 지역 젊은이들이 극단주의 테러단체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나란히 할 만큼 가깝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BBC는 전망했다.

 

 

 

 

김지수 기자 jisu.kim@asiatoday.co.kr

 

2016/10/26 14:25​ 아시아투데이 ‘물·전기 공유 시스템’ 무너진 중앙아시아 5개국...자원 분쟁으로 더 큰 갈등 가능성 원문스크랩

 

해당 기사의 저작권 및 모든 권한은 전적으로 아시아투데이에 음을 밝힙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외대로 81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교양관 213-1호
031-330-4593~4 / localitycenter@hufs.ac.kr
Copyright (c) 2024 한국외국어대학교 로컬리티 사업단.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