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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기사] IS에 밀린 알카에다, 테러로 ‘존재의 과시’
Writer 관리자 Date 15-11-20 13:41 Read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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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를 통해 한동안 시야에서 사라진 듯했던 알카에다는 다시 뉴스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미 CNN방송은 14일 “파리 공격은 IS에 밀리지 않기 위한 알카에다의 필사적인 시도였다”고 보도했다.

알카에다의 부활인가.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프랑스 파리 ‘샤를리 에브도’ 주간지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알카에다가 주장했다. 예멘에 근거지를 둔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는 파리 테러를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명령에 따라” 감행했다고 밝힌 동영상을 14일 인터넷에 올렸다. 아직 테러공격의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간 경쟁 속에 일어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알카에다와 IS, 갈등과 경쟁의 역사
AQAP 지도자 나스르 알 안시는 웹사이트에 ‘파리의 축복받은 전투에 관한 메시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리고, 자와히리의 명령에 따라 공격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범 셰리프 쿠아치, 사이드 쿠아치 형제도 스스로 AQAP 조직원이라 밝힌 바 있다. AQAP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에서 활동하던 무장조직들이 합쳐져 2009년 결성됐다. 당초 사우디 왕가에 반대하는 극단주의자들의 조직이었으나 사우디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서자 예멘으로 근거지를 옮겨 세력을 확장했다. 조직원 수는 수백명 규모로 추정된다. 쿠아치 형제는 예멘의 알카에다 캠프에서 테러 훈련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시야에서 사라진 듯했던 알카에다는 파리 공격을 통해 다시 뉴스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최근 몇 년 새 서방권에서 일어난 테러공격은 이른바 ‘외로운 늑대’들의 돌발 범행이 대부분이었으나, 샤를리 에브도 사건은 9·11을 떠올리게 하는 조직적이고 치밀하고 위력적인 범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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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빈라덴. IS의 전신, 이라크 알카에다의 지도자였던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 ‘이슬람 국가’(IS) 설립을 선포하고 스스로 ‘칼리프’를 자처한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번 사건을 알려면 세계를 이슬람화하고 이슬람 성법(샤리아) 세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지하디스트 조직들의 역학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그 핵심에 알카에다와 IS의 치열한 경쟁이 있다. IS를 이해하기 위해 그 전신인 ‘이라크 알카에다’(IQI)와 오사마 빈라덴이 이끌던 ‘원조’ 알카에다의 관계부터 보자. 미국의 침공 뒤 기승을 부린 이라크 알카에다는 빈라덴의 알카에다와 협력하면서도 동시에 갈등 관계에 있었다. 빈라덴은 잘 알려진 대로 사우디아라비아 갑부 아들이다. 빈라덴 사후 1인자가 된 자와히리는 이집트 중상류층 가정 출신으로, 카이로대학을 졸업한 의사였다. 이들은 미국과 사우디 왕가 등 ‘이슬람의 적’을 명확히 규정하고, 세계 각지의 무장조직들에게 재정·기술 지원을 하며 프랜차이즈식으로 운영했다.

이라크 알카에다를 만든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는 범죄 경력도 있고 교육수준도 높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알카에다 캠프에서 훈련받았고, 1999년 빈라덴과 만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미 아프간 시절부터 자신만의 지하디스트 캠프를 따로 꾸리는 등 지도부와 거리를 뒀다. 이라크로 돌아간 자르카위는 전쟁이 시작되자 반년 만에 무장세력의 지도자로 떠올랐다. 미 워싱턴근동연구소 아론 젤린의 지난해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자르카위는 전쟁 중인 이라크야말로 가장 중요한 곳이라는 관점을 굽히지 않았고, 아프간 지도부의 지시를 거부했다. 자르카위의 조직은 참수 등 잔혹행위를 저지르기 시작했으며 시아파 사원들을 공격하고 같은 수니파 민간인들도 살해했다.

특히 자르카위는 빈라덴의 오른팔이던 자와히리와 생각 차이가 컸다. 자와히리는 무슬림을 공격하는 것에 반대했다. 2005년 자와히리는 이라크로 서한을 보내, “지하디스트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장기적으로 해가 되는 무슬림 내부의 충돌과 폭력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이듬해 자르카위는 미군의 폭격에 사망했고 이라크 알카에다의 후신인 ‘이라크 이슬람국가’(ISI)가 만들어졌다. ISI는 빈라덴에게 ‘바야’(충성서약)를 하고 승인을 요청했으나 빈라덴은 끝내 답신을 해주지 않았다. 2010년 자르카위의 조직에서 활동했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ISI의 지도자가 됐다. 빈라덴은 이듬해 미군에 사살됐고 자와히리는 알카에다의 수장이 됐다.

ISI가 바그다드 서부 안바르주 등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을 무렵 시리아 내전이 격화됐다. 2013년 4월, 이제는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된 조직을 이끄는 알바그다디는 시리아 내전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동시에 알카에다와의 갈등이 물 위로 떠올랐다. ISIS는 예상됐던 대로 시리아에서 잔혹행위를 일삼았으며 시리아 독재정권에 맞선 싸움을 ‘극단주의 성전’으로 변질시켰다. 2014년 6월 알바그다디는 시리아와 이라크 일부 지역에 ‘이슬람 국가’(IS)의 수립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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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와히리에 충성하는 예멘 알카에다
자와히리는 지난해 9월 조직원들에게 무차별 공격 대신 이슬람을 전파하는 데에 힘쓰라는 ‘지하드 지침’을 내려보냈으며, 점령지역에서 무차별 학살을 저지르는 IS와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러 군소 지하디스트 조직들이 IS 지지를 선언하고 무슬림 청년들이 대거 IS에 자원하는 등 ‘대세’는 알카에다가 아닌 IS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알카에다 계열 조직들 중 규모가 큰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는 지난해 4월 자와히리와 알카에다에 대한 충성을 확인했으나 IS와 알카에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예멘의 AQAP는 줄곧 자와히리에게 충성해왔다. 예멘 알카에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소말리아 극단조직 알샤바브도 지난해 5월 자와히리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파리 테러는 이런 구도 속에서 알카에다가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 CNN방송은 14일 “파리 공격은 IS에 밀리지 않기 위한 알카에다의 필사적인 시도였다”고 보도했다. 예멘 알카에다는 12분짜리 동영상에서 빈라덴의 이름을 수차례 언급했고, “자와히리의 지시”임을 강조했다. 스스로를 IS 조직원이라고 밝힌 아메디 쿨리발리의 유대인 식료품점 인질극은 ‘운 좋게 같은 시점에 일어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식료품점 인질극이 연관돼 있는지, 알카에다와 IS가 공모했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을 안시가 풀어준 셈이다.

물론 아직 의문은 많이 남아 있다. 미 정보당국은 안시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샤를리 에브도 테러범 쿠아치 형제를 알카에다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했는지 등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해당 원문의 저작권 및 모든 권한은 경향신문에 있음을 밝힙니다.

원작자 및 출처

원문: 구정은 국제부 기자 , 2015.01.27 기사, IS에 밀린 알카에다, 테러로 ‘존재의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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