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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기사] '2015 노벨상, 그 주인공을 살펴보다' 평화상 - 튀니지 국민 4자 대화기구
Writer 관리자 Date 15-11-19 15:01 Read 1,385

본문

 

‘튀니지 국민 4자 대화기구(Tunisian National Dialogue Quartet)’가 201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튀니지 국민 4자 대화기구는 지난 2013년 ‘튀니지 노동연맹(UGTT)’,‘튀니지 산업, 무역, 수공업 연맹(UTICA)’, ‘튀니지 인권연맹(LTDH)’, ‘튀니지 변호사회’ 등 4개의 핵심 시민사회조직으로 결성된 기구이다. 이들은 지난 2011년 독재정권에 저항하며 시작된 자스민 혁명 이후 혼란스럽던 튀니지 사회를 다독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튀니지와 주변국에 큰 영향을 미친 ‘아랍의 봄’ 이후 튀니지 국민 4자 대화기구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아프리카에는 검은 눈물이 흐른다

‘튀니지 국민 4자 대화기구’가 노벨상을 받은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의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 대륙은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두 지역의 정치, 종교, 경졔적 수준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등이 포함되는 북아프리카는 많은 수가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아랍권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북아프리카의 많은 정치인들은 영국, 프랑스 등의 국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는다. 일례로 전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는 리비아에서 42년간 권력을 유지한 카다피에게서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되고 있다. 이집트의 무라바크는 이슬람 문화권의 반감에도 친미, 친이스라엘 태도를 보였다. 북아프리카의 독재정권들은 이같은 방식으로 서구 열강의 지지를 받아 장기독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독재정권의 정치적 노선은 국민정서와 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다. 독재와 서구 열강의 압박에서 벗어나 무슬림 국가를 설립하고자 하는 ‘이슬람 형제단’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적 불안감은 심화되어갔다.

독재정권이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악화되었다. 대부분의 국가가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막대한 채무를 졌지만, 국가 채무는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여기에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급격하게 물가가 상승했다. 경제적 위기를 타개할 능력이 없는 무능하고 부패한 독재정권에 대한 민중들의 반감이 쌓여가고 있었다.

 

자스민 꽃이 피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 그리고 오랜 독재정권을 견디며 튀니지 국민의 상황은 악화되었다. 많은 사람이 학위를 받고도 취직을 하지 못해 노점상을 전전했다. 2010년 12월, 한 청년이 이러한 현실에 분개하며 분신자살했다. 국내 언론에서는 ‘튀니지의 전태일’이라 보도한 이 사건을 계기로 튀니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시작되었다. ‘위키리크스’가 밝힌 문서에서 정부 지도층이 부정부패로 막대한 부를 쌓아온 사실이 드러나며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전국적인 항쟁 끝에 23년 동안 철권통치를 한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이 하야했다. 튀니지의 국화인 자스민의 이름을 따 ‘자스민 혁명’ 혹은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민주화 운동의 시작이었다.

SNS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자스민 혁명’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왔다.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알려지는 튀니지의 소식에 세계인들은 지지를 보냈고, 주변국에서도 부정선거와 부패한 정부를 규탄하며 민주화 물결이 일었다.

‘아랍의 봄’은 튀니지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집트는 무바라크를 쫓아냈고, 리비아의 카다피도 정권에서 물러났다. 이후 가봉, 스와질란드, 카메룬, 에티오피아, 세네갈, 지부티, 짐바브웨, 수단, 부르키나파소, 말라위, 우간다, 모리타니, 르완다, 적도기니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10여 개국에서도 크고 작은 반정부 시위가 분출했다.

민주화의 물결은 대륙을 건너서 이어졌다. 2011년 2월, 자스민 혁명에 고무된 중국 청년들이 북경과 상하이에서 민주화 시위를 벌였다. 중국 정부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집회를 진압하고 주동자를 체포한 것은 물론, ‘1자스민’, ‘이집트’ 등 시위와 관련된 검색어도 차단했다.

 

짧은 봄이 끝나고, 다시 겨울

장기 집권하던 지도층을 쫓아내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끝나지 않는 내전과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들로 아랍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권력의 공백은 오히려 더 큰 불안의 요소가 되었다.

이집트에서는 2012년에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했다. ‘이슬람 형제단’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주축이 되어 세워진 정부는 이슬람주의를 강조하는 정책을 폈지만, 많은 반발 끝에 1년도 안 돼서 무너졌다. 이어서 권력을 잡은 군부는 ‘이슬람 형제단’을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쫓겨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리비아는 카다피 축출 이후 권력 공백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셰일 오일 혁명으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중동의 수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관련기사 본지 403호 <쏟아져 나오는 석유 자원, 세계 경제에 변화 가져올까>)자칫 아랍권 전체가 정치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변화하는 튀니지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튀니지 4자 대화기구’의 활동으로, 튀니지는 유일하게 혁명이 성공한 국가로 분류된다. 자스민 혁명 이후 2011년 10월, 튀니지에서 자유선거가 치러졌다. 하지만 폭력 시위가 계속되고 야당 지도자가 잇달아 암살되는 등 사회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높은 물가상승률과 경기 침체로 독재정권의 회귀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튀니지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4개 단체가 모여 ‘국민 4자 대화기구’가 결성됐다. 이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적 성향의 집권 ‘엔나흐다’와 세속주의 성향의 야권을 중재하며 사회 혼란을 잠재우려 애썼다.

또한 이 단체는 성(性), 종교, 정치적 견해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 평등한 기본권을 부여한다는 헌법을 제정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튀니지는 이를 바탕으로 2014년 12월 평화적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데 성공했다. 노벨위원회는 “시민사회 기구와 조직이 민주화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튀니지에는 여전히 고학력 실업문제, 부패, 지역 간의 불균형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번 총선에서 독재정권 시절의 정치인들이 정계로 복귀한 점도 우려된다. 튀니지로 유입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IS)이 계속해서 테러를 벌이는 것도 사회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튀니지가 올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 국제 사회가 아랍의 평화적인 민주화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평도 있다. 튀니지, 그리고 아랍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직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해당 원문의 저작권 및 모든 권한은 카이스트신문 에 있음을 밝힙니다.

원작자 및 출처

원문: 우윤지 기자, 2015년 11월 17일 기사 '[2015 노벨상, 그 주인공을 살펴보다] 평화상 - 튀니지 국민 4자 대화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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