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기사] 마크롱 “프랑스는 강한 유럽에, 유럽은 강한 프랑스에 의존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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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11-14 13:58 | Read | 1,508 |
본문
“프랑스는 강한 유럽에 의존하고, 강력 유럽은 프랑스의 능력에 의존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독일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강한 유럽”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치적 영웅주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소프트타깃’ 테러의 거점이 된 유럽은 외부와 높은 벽을 세워 맞서려는 극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서 “주권, 통합, 민주주의”라는 유럽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강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13일(현시시간) 영문판 온라인에 개제된 이번 인터뷰 내용 중 부유세 폐지와 초강력 대테러법 등으로 구체화된 프랑스의 ‘마크롱 정책’들의 배경이 담긴 부분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슈피겔 : 지난달 파리 소르본대 연설에서 “유럽연합(EU)을 다시 세우고 싶다”는 구상을 밝혔다.
마크롱 : 유럽에 대한 폭넓은 대화는 언제나 존재한다. 내 구상에 몇가지 새로운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이미 나왔던 제안의 반복이다. 프랑스는 2005년 네델란드와 유럽헌법에 반대했고, EU를 위한 계획을 발전시키지도 않았다.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과 요슈카 피셔 전 외교장관의 유럽 구상을 깨뜨렸을 뿐이다. 그런 일들을 멈추고 싶다(는 의미)다.
1981년부터 1995년까지 재임한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을 언급한 그는 “진정한 유럽을 형성시키기 원했던 미테랑의 길을 따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영웅주의도 강조했다. 현대 정치에서도 ‘상징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크롱: 유럽은 애초에 정치적인 프로젝트였다. 전문가, 외교관에게 맡겼다면 EU는 나올 수 없었다. 유럽의 꿈을 새롭게 구상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야망을 다시 일깨우고 싶다. 전문가, 법률가들이 유럽을 두고 논쟁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젊은이들이 왜 극단주의에 빠지게 되는가. 현대 민주주의는 시민이 꿈꾸는 것을 왜 허용하지 않을까. 민주적 영웅주의를 찾는 것이 우리의 임무일 수도 있다. 21세기에 맞는 것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슈피겔: 어떤 유럽을 그리고 있나.
마크롱 : 유럽의 구성하는 세가지 요소는 주권, 통합, 민주주의다. 영구적인 평화의 보장과 번영, 자유라는 목표를 위한 것이다. 유럽의 가치 공동체는 독특하다. 시장경제를 가진 민주주의, 사회정의를 가진 개인 자유와 같이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는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 이주민, 테러 문제도 중요하지만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전환도 준비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로 가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슈피겔 : 단합된 유럽을 말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프랑스로 초청하는 사안이나 이라크·쿠르드 중재를 제안하는 사안 등에 대해 일방적 결정을 내린다는 인상도 있다.
마크롱 : 모든 국가는 각자의 외교를 한다. (프랑스는) 유럽의 일부이지만 독립성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27개 회원국보다 더 큰 야망을 가지는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정체된다. 나는 터키 대통령과도 대화하는데 그럴 땐 유럽의 입장을 말한다. (이것이) 회원국들이 해야 할 일이다. 독일이 총선을 치르기 전엔 의도적으로 연설을 하지 않았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선거 전날에도 대화하며 긴밀하게 협조했다. (소르본) 연설 전 연설문을 먼저 보내기도 했다.
슈피겔 : 메르켈 총리가 본 이후 연설문이 수정됐나.
마크롱 : 몇가지 고려를 하기는 했다. 우리는 본질적인 공감대가 있다. 연설에서 강조한 목표와 방향에 대해 의견이 같았다. 나에게는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 내 연설로 인해 메르켈 총리가 독일 내에서 논쟁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점도 중요하다. 긴밀한 협의와 협조로 이런 문제는 피할 수 있었다.
슈피겔 : ‘프랑스가 유럽이 자유진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겸손하게 들리지 않는다.
마크롱 : 야망은 절대 겸손하지 않다. 프랑스의 위치는 특별하다. 핵보유국이며 유엔의 상임이사국다. 이런 역할들은 프랑스가 EU 회원국일 때 가능한 것이다. 프랑스의 국제적인 역할은 강력한 유럽에 의존하고, 강력한 유럽은 독일 등 다른 나라들과 리더십을 공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능력에 의존한다. 프랑스가 경제적으로 취약해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세계 무대에서 유럽의 위치도 약화될 것이다. 프랑스는 강력한 독일을 원하며 독일 역시 강력한 프랑스를 필요하다.
특히 이번 인터뷰에서 마크롱은 메르켈과 일주일에 적어도 1~2번 대화를 나누며 생각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메르켈을 “매우 존경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꼼꼼하고 디테일을 무척 좋아하며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사안들을 파고드는 스타일”이라는 점도 소개했다. 또 그는 “정상회의를 할 때 메모하는 정부 수반은 우리 둘 뿐이다. 내 열정을 제지하려고 하지 않는 점도 높게 산다”고 밝혔다.
슈피겔 : (메르켈과) 사랑에 빠진 것 같이 들린다.
마크롱 : 메르켈이 핵심적인 부분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소르본 대학에서의 연설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20세기 독일의 운명을 구현했다. 내가 평가를 할만한 위치는 아니지만 메르켈은 독일과 유럽을 화해시킨 총리라고 본다. 난민 문제를 다룬 방식은 용기있는 선택이었다. ‘화해의 총리’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치른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4연임에 성공했지만 그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CDU·CSU)은 최악의 득표율을 보이며 연정 구성을 위한 고민에 빠져있다. 극우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선전하며 제3당의 자리에 오른 것도 부담이다. 슈피겔은 메르켈이 친기업인 자유민주당(FDP),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한 경우 독일과 협력이 어떻게 달라질지, AfD의 부상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에 대해 물었다. 마크롱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마크롱 : 극단적인 우파에 대응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무시하는 것인데 프랑스에서 여러 차례 그랬으나 통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극우파의 뒤따르는 것이다. 마지막은 진정한 적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이번 프랑스 대선이 그랬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은 AfD보다도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나는 유럽, 개방형 사회 등 나의 가치를 지켰고 국민전선은 현재 상당히 세력이 줄어들었다. 이제는 과감해질 때다. 유일한 AfD 대응법은 용기와 야망이다.
슈피겔 : AfD를 지지한 이들은 유럽, 세계화의 위협을 받는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마크롱 : 유럽이 시민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관건이다. 프랑스의 전통 정당을 포함해 유럽의 많은 정당들이 지지율을 잃었다. 연정을 앞둔 메르켈 총리도 의지와 야망을 갖고 있을거라고 본다. 독일의 녹색당과 FDP 모두 유럽에 대해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2015년 11월 파리 테러 이후 2년간 지속된 국가비상사태를 대체하기 위해 더 강력한 대테러 정책을 도입한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프랑스 의회는 18일 국가안전 및 대테러전 강화법을 통과시켰는데 경찰 및 무장경찰 1만명 늘리고 ‘일상보안경찰(PSQ)’을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극단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 중에 하나로 서민들의 주거지역에서 시민들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슈피겔 : 프랑스 좌파 진영에선 대통령(마크롱)이 자신이 속한 계급만 대변하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한다고 주장한다.
마크롱 : 극좌 진영에선 공적자금 분배가 그들을 도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는 착각이다. 내가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생 교육과 직업 훈련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프랑스인들을 위한 진정한 지원이라고 본다.
특히 마크롱은 이 같은 논쟁의 핵심인 부유세 폐지에 대해 “이 결정이 전적으로 자신이 추진한 것”이라고도 밝혔다.
마크롱 : 부유세는 시민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 유럽 어느 국가에도 없는 세목으며 전임 대통령은 부유하고 성공한 이들에게 이례적으로 높은 세율을 부과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나. 그들은 떠났다. 그 결과는 또 어떤가. 실업률이 떨었졌는가. 아니다.
슈피겔 : 정부가 이를 폐지했다는 상징성이 있지 않나.
마크롱: 나는 정치나 금융 엘리트 출신이 아니다. 파리 중산층의 가정에서 자랐다. 누군가가 ‘성공이 나쁘다’고 했다면 이 자리에 있지 못할 것이다.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가정에서든, 예술이든, 창업이든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업이 없다면 일자리는 만들 수 없다. 국가가 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는 없다. 프랑스는 천주교와 교회가 지배한 수직적인 사회였고 이런 구조는 지금도 남아 있다. (이런 말이)충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나를 왕이라 생각하지 않다. 프랑스의 역사가 유럽에서도 독특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국왕을 죽인 왕정주의 국가다. 역설적이다. 국왕을 뽑고 싶어하지만 원하면 끌어내리려고도 한다. 대통령실도 보통의 사무실은 아니다. (이곳에 있으려면) 공격을 받거나, 모욕을 당하고, 놀림을 받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게 프랑스다.
슈피겔 : 미국과 관계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크롱: 대서양 관계는 강력하며 강하게 유지돼야 한다. 미국은 자유진영의 동맹국이자 이라크·시리아·아프리카에서 안보·군사적으로 긴밀하게 얽혀있다. 이란, 북한 전략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기후변화도 그렇게 때문에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한)트럼프 대통령과 가능한 협력해야 한다.
슈피겔 : 트럼프 대통령을 우려하는가.
마크롱: (슈피겔은 마크롱이 답변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세계의 수장이다. 상충하기도 하지만 동의하는 관점도 있다. 계속 협조할 것이다.
슈피겔 : 대학 때 독일 철학자 헤겔의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의 나폴레옹을 ‘말을 탄 세계정신(Weltgeist)’이라고 했다. 개인이 역사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마크롱 : 아니다. 헤겔은 훨씬 위대한 도구로 ‘위대한 사람들’을 그렸다. 헤겔은 역사가 개인을 뛰어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겔은 개인이 ‘시대정신(Zeitgeist)’을 잠시 담을 수 있다고 봤지만 개인은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위대한 일은 혼자 할 수 없다. ‘프랑스에 용기를 불어 넣어 변화하고 발전되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지만 이는 집단적으로 해야만 가능하다.
마크롱은 이날 인터뷰 도중 곁으로 온 자신의 반려견 네모도 소개했다. 앞선 ‘퍼스트 독’과 달리 순종이 아니라 라브라도-그리폰이 섞인 잡종이라고도 강조했다.
슈피겔 : 엘리제궁에 들어온 지 5개월이 지났다. 이 곳의 생활은 어떤가.
마크롱 :여기(엘리제궁)는 역사로 가득찬 곳이다. 나폴레옹 1세와 나폴레옹 3세도 시간을 보낸 장소이며 제4공화국 때는 권력을 가지지 못한 대통령들이 있었다. 제5공화국 샤를 드 골 때만(권력이) 돌아왔다. 혁명 이후 수세기의 권력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일부가 돼 역사를 이어가는 것이다.
슈피겔 : 부인 브리지트와 아이들, 7명의 손자들을 위한 방도 엘리제궁에 있는가.
마크롱 : 그렇다. 아이들과 손자들이 자주 방문한다. 어린 아이들은 처음엔 궁이라는 곳에 대해 겁을 냈지만 이젠 편하게 지낸다. 사람들이 실제로 궁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17-10-20 15:10 경향신문 "마크롱 “프랑스는 강한 유럽에, 유럽은 강한 프랑스에 의존한다”" 원문 기사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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