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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기사] “서방-IS, 서로 ‘넌 악마야’ 여기면 절대 해결 안된다”
Writer 관리자 Date 15-12-02 11:10 Read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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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선스의 한 호텔에서 오슬로대·베를린대 교수를 지낸 요한 갈퉁(왼쪽) 교수와 조지아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인 박한식 교수가 프랑스 파리 테러와 국제평화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선스의 한 호텔에서 오슬로대·베를린대 교수를 지낸 요한 갈퉁(왼쪽) 교수와 조지아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인 박한식 교수가 프랑스 파리 테러와 국제평화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요한 갈퉁-박한식 교수 대담
‘파리 테러’ 원인과 해결 방안
 
프랑스 파리 테러가 발생한 지 나흘 뒤인 지난 17일(현지시각) ‘평화학’의 두 대가가 만났다. 오슬로대·베를린대 교수를 지낸 뒤 지금은 세계 곳곳을 돌
 
며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는 요한 갈퉁 교수와, 한반도 평화 정착에 평생을 바쳐온 미국 조지아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인 박한식 교수가 ‘적극적 평화
 
에 관한 대화’라는 제목의 공개 대담 행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갈퉁 교수는 2010년 ‘디엠제트(DMZ) 평화상’을, 박한식 교수는 같은 해 ‘간디·킹·이케다
 
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공개 대담을 하루 앞둔 16일, 두 교수는 조지아대 근처 한 호텔에서 별도의 대담을 가졌다. 대담은 자연스럽게 파리 테러에 초
 
점을 맞추게 됐다.

 

 

 

박한식(이하 박)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 행위에 대해 먼저 얘기를 시작하자. 오랫동안 중동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전문가로서, 테러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묻고 싶다.

 

 

 

요한 갈퉁 전 오슬로·베를린대 교수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보복
칼리프 제도 재건 못막아…협상을
프랑스 군사력, 사람 보호하는 데 써야

 

 

요한 갈퉁  전 오슬로·베를린대 교수
요한 갈퉁 전 오슬로·베를린대 교수
 
 
요한 갈퉁(이하 갈퉁) 프랑스가 아프리카 이슬람 세계의 대부분 지역을 식민지로 지배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마그레브, 모로코,
 
알제리 등 아프리카 북쪽 지역은 대부분 무슬림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말리다. 말리는 프랑스의 야만적인 공격을 받았고, 식민
 
지를 벗어난 뒤에도 프랑스가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군대를 주둔시켰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이론 중의 하나는 ‘복수’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테러 행위를 자신들이 했다고 즉각 선언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보복의 측면, 특히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보복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엄청나게 야만적이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보다 10배나 넘는 인명을 살상했다.

 

 

 

또 하나의 측면은 이라크와 시리아를 해방하겠다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두 나라는, 아직도 언어를 포함해 영국과 프랑스의 유산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16년 체결된 사이크스-피코 협정(영국 대표 마크 사이크스와 프랑스 대표 조르주 피코가 아랍의 세력 범위
 
를 확정한 비밀 협정)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오스만튀르크 제국에 맞서 아랍이 봉기했다. 아랍은 자유를 얻어야 했으나, 영·프의 식민지가 됐
 
다. 아랍 세계에 있는 어린애들도 내가 방금 말한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전혀 그것을 모르고 있다.

 

 

 

이슬람국가의 마지막 측면은 수니파의 칼리프 제도를 재건하려는 것이다. 수니 칼리프 제도는 1924년 터키의 아타튀르크 케말 장군에 의해 폐지됐다.
 
내가 그쪽 사람들과 얘기해 보면, 그쪽 사람들은 칼리프 재건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따라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이
 
슬람국가는 악이고, 이것은 전쟁행위라고 선언한다면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박한식 미 조지아대 국제문제연구소장

 

파리 ‘서구 문명’ 상징…향락주의 공격
상대를 악마화하면 죽이고 싶어질 뿐
북-미 평화협상도 미 방향 전환때 가능

 

 

박한식  미 조지아대 국제문제연구소장
박한식 미 조지아대 국제문제연구소장
 
 
프랑스의 과거 식민정책을 통한 역사적 접근뿐 아니라, 파리가 갖는 서구 문명에서의 상징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파리에서 공격 대상이 된 장
 
소들을 보면 공연장과 경기장 등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이른바 여가 및 향락의 공간이다. 이슬람 문명의 시각에서 보면, 이번 공격은 이런 향락주의에
 
대한 공격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슬람권 내의 주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명분이 되고, 잠재적으로는 새로운 이슬람국가 대원 모집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본다.

 

 

 

아울러,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이슬람국가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것 때문에
 
그들은 보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랍 쪽에서 반 미국 정서가 만연해 있다는 뜻이다.

 

 

 

갈퉁 맞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서쪽에 있는 도시) 팔루자가 아마도 그 연결 고리의 핵심일 것이다. (이라크 전쟁 때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도시
 
중의 하나인) 팔루자에서 보인 미국의 잔혹성 말이다. 이슬람국가의 많은 사람들이 팔루자에서 왔다.

 

 

 

이슬람국가의 원리나 신념, 교리 등에 대해 서구 사람들, 특히 미국인들은 이해를 잘 못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새로운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이라기보다는 보복이다. 보복은 불교나 유교 문명에서는 중요하지 않게 여겨질 수 있지만 이슬람 문명에선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갈퉁 그런 점에서 이슬람과 기독교가 아주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이슬람과 기독교는 ‘이러이러해서 넌 악마야’라고 선언하고 상대방이 악마
 
라는 증명서를 재빨리 유포시킨다. 다른 문명들은 두 문명에 비하면 상당히 온건한 편이다. 다른 문명들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할지언정, 상대방을
 
사탄이나 신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이 세계에서 신의 존재를 믿는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가운데 3위이다. 그런데 사탄의 존재를
 
믿는 비율은 85%로 가장 높다. 성경을 보면, 사탄은 다른 옷을 입고 있으며, 도처에 존재한다고 돼 있다. 아마도 사탄의 존재를 그렇게 많이 믿으면,
 
사탄은 어디서든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미국 정치가 돌아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 점은 아주 중요하다. 무슬림은 사탄의 존재를 그 정도로 많
 
이 믿지 않는다.

 

 

 

상대방을 한번 악마화하면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죽이고 싶어질 뿐이다. 이슬람국가에 대해서도 악의 세력이라고 일단 규정하게 되면
 
더이상 얘기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미국을 악이라고 정의하면 미국과 얘기하고 싶지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을 악마화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대화와 의견을 교환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악마라는 개념은 사전에서, 그리고 평화학이나 세계질서, 외교 등에서 완전히 없애야 한
 
다.

 

 

 

갈퉁 맞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수용할 필요는 없지만 이해해야 한다. 무슬림들이 ‘맞아, 그게 내가 믿고 있는 거야’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
 
다. 여기서 평화를 옹호하는 정치인들, 평화활동가들은 분쟁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해야 한다. 우선, 사람들을 죽이는 데 군
 
사력을 쓰지 말고 보호하는 데 쓰라고 프랑스에 권고하고 싶다. 이슬람국가는 잔혹스럽다. 그들은 소수자들과 작은 집단들을 공격하고 있다. 군대와
 
무기를 낙하산으로 이들 주변에 내려보내 보호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두번째로, 그들은 칼리프 제도를 재건할 것이고 서구는 이를 멈추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칼리프 제도가 어떤 것인지 그들에게 물어보고, 그 다음엔 협상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기독교도 아주 근본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이분법적 관점과 선민주의적 생각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북한을 기독교와 하느님으로부터 멀
 
리 떨어져 있고, 따라서 악마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대화가 없기 때문에 오해와 상호 악마화가 생기고, 오직 다툼만 있을 뿐이다. 몇달전 남북 사이에
 
정말로 긴장된 상황이 있었다. 나는 또다른 전쟁이 있을 것으로 정말로 생각했다. 우리는 더 이상 그런 상황에 가슴 졸여서는 안 된다. 북한과 미국 사
 
이에,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든 평화협정이나 평화조약이 필요하다. 평화협정이 없으면 평화가 없을 것이다.

 

 

 

갈퉁 평화협정과 관계정상화는 평화에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미국이 단순히 방향 전환만 하면, 평화조약과 관계정상화를 통해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정서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인 ‘한’이라고 할까, 자부심 같은 게 굉장히 강하다. 그것이 북한 이데올로기의 상당부분을 차
 
지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고위급 인사들은 그런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북한은 공산주의자라는 생각에만 너무 사로잡혀 있다. 다만, 내가 박 교수
 
와 약간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 것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부분이다. 나는 당분간, 전쟁도 평화도 없는 상황이 한반도에서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
 
다.

 

 

 
 

해당 원문의 저작권 및 모든 권한은 한겨레 에 있음을 밝힙니다.

원작자 및 출처

원문: 이용인 특파원, 2015년 11월 24일 기사  “서방-IS, 서로 ‘넌 악마야’ 여기면 절대 해결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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