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활동보고서 - 마그레브트랙] 쌍수중 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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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8-10-10 15:52 | Read | 3,021 |
본문
In-depth Research Project
저희 조는, 현지인 학생이 한국으로 초청되어 한국인 학생 3명과 함께 4인 1조로 조를 꾸려 주제에 대한 탐구를 진행하는 로컬리티 썸머스쿨은, 그 취지를 외국인 학생과의 문화적 교류를 통한 주제 탐구에 두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는 한국인 호스트로서 마그레브 지역에서 올 외국인 학생과 함께 주제에 대한 탐구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떠오른 것이 유사한 역사입니다. 모로코를 포함한 알제리, 튀니지는 모두 프랑스에 의해 지배당한 역사가 있습니다. 이는 1900년대 초반, 일제강점기를 겪은 한국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중 모로코는 약 40년간 프랑스의 지배를 당해, 35년간 일제의 지배를 당한 한국과 그 기간이 가장 유사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뼈아픈 역사를 바탕으로 하여, 각 국의 역사를 주제로 하는 사회참여예술에 대해 연구해 보는 것으로 초기 주제를 설정하였습니다. 지원 당시 저희는 마그레브 지역의 사회참여예술을 알아보며,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세 국가 중 알제리에 존재하는 라이(Raï) 음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라이 음악은 알제리의 거울과 같이 알제리의 과거를 잘 반영하고 있는 음악이며, 현재는 알제리, 마그레브 지역을 벗어나서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조사가 연구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 선발 이후, 1차 오리엔테이션에서 저희 조는 모로코 학생을 배정 받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연락망 구축 이후 주제에 대한 토의 중 모로코 학생인 Omaima 학우는 알제리의 사회참여예술이 아닌 모로코의 사회참여예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받았습니다. 그 후 저희는 미리 알아보았던 라이 음악이 아닌, 모로코의 음악인 그나와(Gnouwa)음악으로 탐구 주제를 전환하였습니다. 그나와 음악은 과거 모로코에 존재하였던 흑인 노예제도를 주제로 하는 하나의 음악 장르이므로 이 또한 사회참여예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나와 음악 또한 세계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매년 세계인이 찾는 축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Omaima 학우의 모로코에서의 전공인 국제경영과 주제를 연관 짓기 위해 최종적으로 IRP 주제를 《사회참여예술을 통한 마케팅》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나와 음악은 음악 그 자체뿐만이 아닌, 매년 진행하는 축제를 위한 마케팅 또한 여러 방면으로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한국 또한 현재 일제강점기를 역사적 배경으로 하여 발생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혹은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아왔던 故 윤동주 시인과 같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추모와 기억의 의미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 중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과거를 재조명하여 그를 기억하는 한편,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대로 내어놓고 있지 않은 일본 정부에게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과거의 재조명을 위해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한 분 한 분을 만나 뵙고 그 분들의 삶의 발자취를 함께 되짚어, 그 특성에 따라 각 할머니께 당신과 가장 잘 어울릴 꽃을 선정합니다. 또한 각 꽃들로 만든 에코백, 손거울, 텀블러, 엽서, 학용품 등 굿즈 판매로 올린 수익을 기부하고, 문제 해결 캠페인을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이렇듯 그와나 뮤직 페스티벌과 ‘마리몬드’, 각 토픽에 대한 역사적 배경의 비교를 통하여, 저희 조는 궁극적으로 모로코에서 진행할 수 있을 사회참여예술을 통한 마케팅을 고안해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Omaima 학우와 한국인 조원들이 각각 미리 조사해온 Focus on Locality에 대한 탐구를 발전시켜 모로코에서 진행할 수 있을 사회참여예술의 마케팅을 도출해 내기 위해, 저희는 조사해온 자료와 덧붙여 세부적인 자료의 공유를 통해 각 국 역사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 첫 번째 목표마저 정말 이루가기 힘든 것이었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근본적으로 Omaima 학우는 ‘기억해야 한다’에서 시작하여 ‘과거를 알아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과거를 알아야 발전하여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더해서 과거를 기억하는 사회참여예술을 진행하고, 그를 마케팅을 해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모로코 국민들에게 사회참여예술의 마케팅은 실현될 수 없을 거라 단언했습니다.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문화적 차이가 크다는 것을 실감했을 때, 처음에는 마치 답이 없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주일 중 고작 몇 시간 동안 진행되는 IRP 시간 내로 설정했던 목표 도출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이 내어지고 저희는 잠시 당혹감에 휩싸였으나, 모로코에서 진행할 수 있는 사회참여예술의 마케팅을 고안해내는 것이 아닌, 역으로 어떠한 이유에서 모로코에서는 역사를 기반으로 한 사회참여예술의 마케팅이 불가할 것인지에 대한 탐구를 진행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여러 요인 중 첫 번째는 교육 시스템의 차이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보았습니다. 한국은 남북전쟁 이후, 다양한 방면에 있어 선조들에 의해 빠르게 발전하였습니다. 교육 제도 또한 과거에 비해 발전하여, 모든 국민은 그의 경제적 능력과 무관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기회 균등 사상에 입각하여 초등학교 무상 의무교육에 이어, 2001년부터 현재까지는 모든 국민이 중학교까지 무상으로, 그리고 의무적으로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반면 모로코는 한국에 비해 아직 의무 교육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역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여 과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또한 아직은 부족한 것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와 그 정도의 차이 뿐 아니라, 또한 어느 과목에 더 비중을 두는 지에서 한국과 모로코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역사를 정식 과목으로 배우기 시작하며, 모든 역사 교과서의 구성은 한국사-세계사의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더해서 그 비중 또한 한국사가 교과서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사는 상대적으로 한국사보다 훨씬 방대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중과 중요도는 한국사에 비해 덜합니다. 한국사와 세계사의 인식 면에서도, 한국사는 상식이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알아야 할 당연한 정보로 여겨지지만, 그에 비해 세계사를 상식으로 여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러한 정서를 반영하여, 한국은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한국사 과목을 절대평가로나마 필수 응시 과목으로 채택하였습니다. 모로코 역시 정규 수업에서 역사를 정식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고 배우지만, 모로코사에 비해 세계사의 비중이 훨씬 더 크며 두 과목을 완전히 따로 취급하기 보다는 세계 속의 모로코, 세계와 관계하는 모로코의 역사에 대해 배운다고 합니다.
한국에 비해 모로코의 역사를 상식으로 간주하는 인식도 덜한 것도 한 몫 하지 않을까 예측했습니다. 위인들 이름과 역사적 사건을 비롯한, 국경일로 지정된 날짜와 그 이유를 아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과 반대로, 모로코인들은 해당 역사에 대한 국경일도 많지 않을뿐더러, 그 날짜를 기억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로코 역시 고등학교 3학년 막바지에 프랑스와 같은, 그리고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유사한 바칼로레아(Baccalauréat)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역사 과목은 응시 과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고등학교 2학년 때 이후로 역사를 공부할 일이 없다고 합니다. 깊은 대화를 통한 탐구 끝에, 저희는 각 국의 인식에서 비롯된 교육 시스템의 차이로 인해 정말로 유사한 식민 지배의 역사를 겪었으나 그에 대한 너무나도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10,000km나 떨어진 대한민국과 모로코는 ‘식민지’라는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일본으로부터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6년 동안, 모로코는 프랑스로부터 1912년부터 1956년까지 45년 동안, 이렇듯 양 국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기간의 식민 지배를 당했던 역사적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두 나라이기에 식민지에 대해 한국과 비슷한 인식과 태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였지만, 모로코는 역사관, 특히 식민지역사에 대해 한국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은 역사적 문제로 인해 일본과 종종 충돌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체결 당시 과거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이나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돈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당시 일본정부의 태도는 한일 일본군 ‘위안부’합의에 대해 국민적 반감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피해 당사자의 요구와 동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합의를 진행했던 한국정부역시 국민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또한 당시 피해를 없는 역사로 왜곡하고,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이 자진한 것이라는 등 잘못된 내용으로 교과서를 편찬하고 가르치고 있는 일본의 태도는 양국 간 정서적 관계를 악화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식민지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인식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문장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일 것입니다. 식민지 역사에 대하여 한국은 아프고 힘든 기억이라 할지라도 그 내용을 사실대로 배우고 다시는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 식민지배 당시 피해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이끌어 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민지당시 상황과 피해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영화는 국민의 노력과 후원으로 상영관이 늘어나기도 하고, 흥행에 이르기도 합니다. 또한 매주 수요일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 주한일본 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수요집회는 이번 주로 1343차를 맞았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식민지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과 태도의 반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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