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활동보고서 - 유라시아 트랙] 아르만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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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3-22 12:53 | Read | 3,891 |
본문
Traditional game experience
장소에 큰 구애를 받지 않으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들을 사용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전통 놀이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저희는 고무줄을 이용한 고무줄놀이와 돌을 이용한 비석치기를 선정했습니다. 고무줄놀이와 비석치기는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전통놀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우리나라만의 방식으로 변형되었고 우리에게 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유년기의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마르잔과 함께 전통놀이를 하는 전날 저희 팀원들은 고무줄놀이를 연습하기 위해 따로 모였습니다. 고무줄놀이 자체는 저희 세대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영상들을 찾아 연습할 때는 발동작들이 너무 어려워 애를 먹었지만 연습하면 할수록 고무줄놀이 특유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다음날 마르잔에게 저희가 연습한 고무줄놀이를 가르쳐줄 생각에 매우 뿌듯했습니다.
전통놀이 체험 당일 저희가 마르잔에게 고무줄놀이를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마르잔이 카자흐스탄에도 똑같은 놀이가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나라 고무줄놀이가 다양한 동요를 부르면서 하는 것이라면 카자흐스탄의 고무줄놀이는 함께 부르는 노래가 따로 없고 “Пе-ше-хо-ды (피노키오)”로 시작하는 구호와 함께 하는 놀이였습니다. 우리나라 고무줄놀이는 음악의 리듬과 박자에 맞춰 부드럽게 이어지는 동작이 특징이라면, 카자흐스탄의 고무줄놀이는 구호에 맞춰 동작이 정확하게 끊어지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카자흐스탄 모두 줄의 높이가 높아지면서 단계가 올라간다는 것이 공통점이었습니다.
고무줄놀이를 진행하면서 우리나라와 카자흐스탄의 공통된 전통놀이가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무줄놀이는 1764년 숙종 때 청나라 사신이 고무줄을 들여온 후 아이들 사이에서 생겨나게 된 놀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카자흐스탄에서는 고무줄놀이의 유래가 매우 다양하다고 합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설이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고무줄놀이가 과거 소련 시절 중국에서부터 시작하여 인도차이나반도를 거쳐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체코의 개척자들이 크림반도로 들어오면서 그 아이들이 하던 놀이가 건너왔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고무줄놀이가 처음에는 ‘Чешские прыгалки (체코의 줄넘기)’라고 불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Резиночка’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고무줄놀이와 또 다른 차이점은 놀이의 역사가 훨씬 짧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와 다르게 마르잔은 어렸을 때 친구들과 ‘Резиночка’를 즐겨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비석치기를 함께 해보았습니다. 우리가 비석치기의 규칙에 대해서 마르잔에게 설명해주자 이와 비슷한 놀이가 카자흐스탄에 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습니다. 카자흐스탄에는 ‘Aсық (무릎 뼈, 카작 전통놀이)’, 혹은 ‘Aту (총을 쏘다)’라고 부르는 놀이가 있는데 이 놀이는 양의 뼈를 일렬로 세워놓고 뼈를 던져 상대방의 뼈를 맞추는 게임이라고 합니다. 마르잔은 비석치기의 규칙을 매우 흥미로워했습니다. ‘Aсық’이 단순히 뼈를 던져 상대방의 뼈를 맞추는 것이라면 비석치기는 돌을 발등, 무릎, 어깨 등 신체의 다양한 부위에 올리고 옮겨서 상대방의 돌을 맞추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Aсық’은 고무줄놀이와는 다르게 역사가 오래된 놀이여서 마르잔의 부모님 세대가 즐겨했던 놀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비석치기를 진행하기 위해 팀을 나누는 과정에서는 ‘팀을 나누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마다 팀을 나누는 구호가 다르듯이 카자흐스탄에도 지역마다 다양한 구호들을 사용하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Алма кетті домалап (사과는 굴러갔다) Көше бойын жағалап. (거리를 따라 움직이며) Кім алманы табады. (누군가가 사과를 찾으면) Сол ойыннан шығады. (이 게임에서 나가게 될 것이다)” 입니다. 이 구호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평소에 러시아어를 많이 사용하는 카작인들도 친구들과 놀 때는 러시아어로 된 구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구호를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처음에 구호를 들었을 때는 무엇보다 '사과'가 주된 단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과는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를 대표하는 과일로 알마티의 옛 명칭이 'Алма-ата'인 것만 보아도 그 관계성이 매우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데덴찌'와 같은 경우에는 일본어에서 따온 말이고 거의 의성어처럼 사용되는데 카자흐스탄의 구호는 카자흐스탄 고유의 느낌을 잘 살린 짧은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통놀이를 하면서 마르잔이 팀원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마르잔뿐만 아니라 우리 팀원들 모두 매우 즐겁고 뜻 깊은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보통 '전통'이라고 하면 다소 지루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고, 또 저희 팀원들도 과연 우리나라 전통놀이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설명하고 즐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전통놀이를 시작하고 나니 고무줄과 돌 몇 개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전통놀이'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서 언급했듯이 카자흐스탄에도 고무줄놀이, 비석치기와 비슷한 전통놀이가 있다는 사실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큰 틀은 비슷하지만 그 안에서 각자 고유의 가치관이나 전통적인 요소들을 통해 만들어진 규칙들, 그리고 그 놀이가 가진 의미들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것도 지금까지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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