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3기] [유라시아] - 벌써 세번째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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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3-16 15:33 | Read | 1,688 |
본문
주제와 벗어난 사항이지만 이에 대해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같은 중앙아시아 범주에서 우즈베키스탄은 문양과 같은 전통적인 요소가 자주 사용되고 카자흐스탄은 그렇지 않은 것일까. 두 나라간의 큰 차이는 경제력이다. 삶이 현대화되고 윤택해 질수록 전통에 소홀해 지는 현상 때문일까. 카자흐스탄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의외의 결과를 뒤로하고 간단한 저녁식사를 했다
이후 National Archives of Kazakhstan 박물관을 방문했다. 우리 팀의 방문과 동시에 현지 초등학생들의 행렬이 줄을 지었다. 결국 초등학생 무리들과 박물관을 관람하게 되었다. 또 한가지 애로사항이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했는데 돈을 내고도 찍을 수 없는 구역이 있었다. 하지만 우즈벡에서와 마찬가지로 의외의 장소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박물관 책자를 구매하기 위해 기념품 상점을 들렀다. 기념품 상점인 만큼 문양이 들어간 상품들이 많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점원 아주머니에게 문양에 대해 질문했고, 얼마 안가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아주머니의 설명 중 흥미로웠던 것은 비슷해 보이는 문양이라도 의미가 다른 것이 존재했다. 고추로 보이는 문양은 고추가 아니라 ‘인간’을 상징한다. 또한 덩굴로 보이는 문양은 삶의 길, 즉 인생을 의미한다. 이렇듯 차이점이 있는가 하면 강렬한 공통점도 있었다. 바로 양의 뿔 문양이다. 가게에 있던 모든 장식물이나 카펫, 조그마한 식탁보에도 공통적으로 양의 뿔 문양이 들어가 있었다. 의미 또한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부(富)’이다. 문양 중에서도 양의 뿔 문양을 선호하는 것에 대해 질문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양의 뿔은 카자흐스탄의 주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였다.
이후 진행된 일정에서는 중앙아시아의 문양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다. 잘 쓰이지도 않고 이미 현대화가 많이 진행되어있기 때문이다. 사마르칸트와 아스타나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의 독특한 예술성에 대해 정리해보자.
민족의 전통문화는 사람들의 창의적인 업적과 민족의 역사, 철학 그리고 민족의식과 세계관의 독특함을 반영한다, 이를 통해 자연과 외부환경 아래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민족의 정체성을 알 수 있다. 한 나라의 예술에는 자국의 정체성의 특징을 지닌 문화적 특성들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앙아시아 예술의 독특성은 지배, 피지배 유목민들의 경제와 목축문화의 특색을 중심으로 영향을 받았다.
중앙아시아의 문양 또한 마찬가지이다. 고급 예술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양모(羊毛)는 중앙아시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양의 뿔이 펠트제작에 쓰이는 문양에 자주 쓰이게 된다. 양의 뿔 문양은 아름다울뿐더러 자연적 특성(가볍고 따듯하고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목생산품들은 인간들이 자연과 조화롭게 지냈던 생활들을 잘 드러낸다. 양의 뿔과 같은 문양들은 과거의 중앙아시아 민족의 유목민족 특색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중앙아시아 문양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어떠한 배경(전제: 특수한 의도)없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즉 문양을 그렸을 때 여러 가지 이미지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칙은 수자니나 카펫과 같은 펠트 장식품에 적용되어 중앙아시아 장식품의 특색이 된다. 하지만 드물게 배경(전제)이 강조된 문양이 있기도 하다. 이러한 문양의 상징은 고대, 중세의 이념, 전통, 의식과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고유한 의미를 잃고 새로운 관련성을 토대로 재해석 되었다. 대표적으로 상기한 오일렘프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다음으로는 종교와의 연관성이다. 과거 이슬람을 받아들였던 중앙아시아에서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묘사하는 것이 금기시 되었었다. 하지만 당시 예술가들은 문양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해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하기에 이른다. 따라서 펠트 장식물에는 사람, 새, 동물의 일부(양의 뿔)로 장식되었고 현대에 와서도 유행하게 된다. 이러한 문양예술은 실제 사물의 재해석과 재현을 발전시켰다. 중앙아시아 인들의 철학적, 심미적 인식을 표출하는 문양은 그들의 민속학으로 여겨지게 된다.
문양은 단순히 미적인 기능뿐 아니라 그와 동시에 읽고 해석할 수 있는 글과 부호였다. 문양은 추상적인 생각을 표현하기 적합했던 ‘언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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