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5기] [유라시아] - 백만송이장미 팀 (1) [루스끼들의 예술 사랑: 삶에 녹아든 아름다움을 찾아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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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8-11-30 11:55 | Read | 1,500 |
본문
탐사테마
오늘날 러시아는 척박한 자연환경을 이겨냄과 동시에 그들만이 가지는 독특한 정서와 사상을 문화 예술로 발전시켜 왔다. 러시아 사람들의 문화 예술 및 공연에 대한 사랑은 실로 대단하다. 구소련 붕괴 후 어려워진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겼으며, 극장과 전시관에는 남녀노소, 빈부 구별도 없는 열성적인 관객들이 늘 붐비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유별난 예술사랑은 어디에서 왔을까? 무엇이 러시아인들을 예술에 매혹되게 만들었으며, 이는 어떻게 유지되어지고 있을까? 러시아의 문화적 저력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우리 백만송이 장미 팀은, 러시아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이러한 사회적 풍토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배경을 탐구하고자 했다.
러시아가 예술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문화 시설을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러시아의 문화 인프라 접근성에 대해 다양한 장치, 시설들을 경험, 방문하였다. 러시아 연방 문화부의 ‘문화 민주화’ 정책 기조에 맞게 인프라는 훌륭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트 플랫폼’이라는 공간이었다. ‘아트 플랫폼’은, 간단히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러시아의 아트 플랫폼은 서구의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러시아 문화 산업 정책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과거 소비에트 시절, 러시아 국민들은 정부에서 무상으로, 하지만 반강제적으로 제공되었던 문화 산물을 여과 없이 수용해야 되는 환경에 놓여있었다. 또한 전통적으로 ‘문화’와 ‘경제’가 양립 불가능 하다는 고전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 소비에트 시기에 이르러 ‘문화’로 경제적 이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담론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 때의 “문화 역시 비즈니스다. 빵이 팔려나가듯 콘서트도 팔려야 한다”는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발언은 ‘문화’룰 순수 예술이나 창작과 연관 짓던 생각에서 벗어나 ‘문화의 경제적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는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
소비에트 시기 문화 사원 지원 자금은 정부가 지급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문화에 대한 지원과 보조금 비율이 현저히 감소했고, 그마저 선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민간 차원의 다양한 후원과 투자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국가문화정책 전략 2030>에 따르면, 민간의 후원과 투자 유치를 위하여, 후원자와 투자자들에게 조세 특혜를 주고 있다. 또한 사용하지 않지만 보존 상태가 좋지 않은 문화재를 장기 임대 경매를 통해 기업의 문화재 수리를 통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복합문화예술공간, 즉 아트 플랫폼은 예술가에게는 최적의 환경에서 창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를, 시민들에게는 예술문화를 좀 더 손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지역적 문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예술의 벽과 경계를 허물며 문화 활성화를 이끈다. 상이한 예술 활동 간의 적극적인 대화를 이끌어내 융 복합적인 효과를 창출하는 기회를 만들며, 결과적으로 문화예술의 발전과 확산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 백만송이 장미팀은, 이러한 러시아의 사례를 우리나라의 문화 산업과 비교 분석하여 구현 방식과 효율성, 그 의의에 대해 탐구함을 이 탐사의 주제로 삼게 되었다.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트 두 개의 도시를 선정하였는데, 이 도시들 내의 아트 플랫폼을 직접 방문하여 이러한 문화가 구현되어지는 방식을 탐구해 보고, 이를 발전시키고 향유해 나가는 자세 역시 면밀히 조사한 후 한국에 적용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이는 어떻게 하면 예술을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들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의 답에 가까워질 수 있는 뜻 깊은 과정이 될 것이다.
탐사목표
오늘날 우리에게 문화는 일부의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문화 콘텐츠 접근성 증가되었고, 다양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콘서트, 연극, 뮤지컬, 오페라, 전시회 등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이 낮아졌으며, 여가 시간이 이전에 비해 증가되는 등 여러 요인으로 사람들은 문화를 가깝게 여길 수 있었고, 앞으로 문화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지언정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즐기면서, 일반적인 전시로는 사람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사람들이 문화 소비 주체에서 창조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예술 공간의 필요해졌다. 예술가들도 단순한 문화의 공급에서 벗어나 문화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예술 공간을 필요로 했고,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하 아트 플랫폼)’이 등장하였다.
아트 플랫폼에서는 휴게 공간, 공연장, 창작 스튜디오, 갤러리, 교육 공간 등이 한 데 모여 있어 방문자들이 다양한 문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예술가들에게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예술가들이 안정적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은 서로 교류하거나, 전시회나 공연을 통해 자신을 내보이기도 한다. 아트플랫폼 보유 지역에서는 관광 사업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지역 문화 예술 거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는 사전 조사를 통해 러시아에 자발적 투자로 조성된 대표적인 민간 문화 산업 시설로 ‘아트 플랫폼’을 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점이 우리나라의 정부 주도형 아트 플랫폼과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모스크바의 아트플레이(Art play), 빈자보드(Винзавод), 아르마(Арма), 플라콘(Flacon),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트 플레이(Art play), Пушкинская10, Лофт этаж, ARTMUZA 등을 방문하여 러시아 아트 플랫폼이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정부주도와 민간주도의 차이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등을 알아보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트 플랫폼인 아트 플랫폼과 비교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아트 플랫폼에 대한 후기 및 자국문화에 대한 태도 또한 알아보려 한다.
탐사일정
7/10 인천 공항 -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 - 숙소
7/11 숙소 이동 - 메뜨로폴리스 쇼핑몰 - 볼쇼이 극장 - 붉은 광장 - 숙소
7/12 숙소 - 돔끄니기 - 빈자보드 - 숙소
7/13 숙소 - 아르바트 거리 - 숙소
7/14 숙소 -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 숙소
7/15 숙소 - 모스크바 아트플레이 - 아르마 - 숙소
7/16 숙소 - 고리키 공원 (가라쥐 아트 센터) - 붉은 광장 - 숙소
7/17 숙소 - 붉은 광장 (상크트바실리 대성당) - 플라콘 디자인 팩토리 - 숙소
7/18 숙소 -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 공항 - 상크페테르부르크 폴코보 국제공항 - 숙소
7/19 숙소 - 냅스키 대로 - 알렉산드르스키 극장 - 숙소
7/20 숙소 - 에따쥐 아트 플랫폼 - 상크페테르부르크 아트플레이 - 감정박물관 - 숙소
7/21 숙소 - 마린스키극장 - 숙소
7/22 숙소 - 국립 에르미타주 미술관 - 숙소
7/23 숙소 - 갤러리 - 푸시킨스카야-10 - 아트 무자 - 돔 끄니기 - 숙소
7/23 숙소 - 상크페테르부르크 기차역- 냅스키 대로 - 상크페테르부르크 폴코보 국제공항
7/24 러시아 상크페테르부르크 - 대한민국 인천
탐사내용
2018. 7. 10 화
2018 년 7월 10일, 우리 백만송이 장미 팀은 러시아에서의 약 14일 간의 탐사를 위해 출국 3시간 전 인천 공항에 집합했다. 출국 심사를 빠르게 마친 뒤, 식사를 하며 일정을 확인하고 탐사 전 결의를 다졌다. 무엇보다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 또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자고 거듭 약속하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약 열 시간의 비행 끝에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모스크바와 한국의 시차는 6시간으로, 입국 심사를 마친 후 공항 밖으로 나갔을 때는 러시아 시각으로 대략 오후 6시 30분 쯤 되었다. 높은 위도에 위치한 러시아는 여름에는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아직 날이 밝았지만, 장거리 비행으로 모두가 지쳐있는데다 짐도 많아 숙소까지 택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택시 안에서 처음 만난 러시아의 모습은 생각보다 현대적이고 생기발랄한 모습이었다. 큼직큼직한 건물들을 지나쳐 기본이 8차선, 12차선인 도로를 달리고 있자니 새삼 대륙에 온 것이 실감났다. 도심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화려한 양식의 성당들과, 클래식함을 잔뜩 풍기는 웅장하고 절도 있는 건물들이 반가웠다.
당시 모스크바는 2018 월드컵 기간이었는지라, 정해진 예산으로 적당한 숙소를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때문에 한 숙소에 오래 머무르며 체력과 시간을 아끼자는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숙소인 도심 중앙에 위치한 호스텔에 도착하여 짐을 푼 다음, 근처 번화가로 나가 저녁식사를 한 후 앞으로의 탐사에 대한 세부계획을 체크하며 그날의 일정을 마쳤다.
2018. 7. 11 수
7월 11일 일정 두 번째 날, 오전에 첫 번째 숙소를 체크아웃한 후 짐을 챙겨 두 번째 숙소로 이동했다. 체크인을 마친 후, 근처의 쇼핑몰에서 환전과 점심식사를 하며 본격적인 탐사를 준비했다.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은 러시아 공연 예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Большо́й теа́тр(볼쇼이 극장)이었다. 볼쇼이 극장의 정식명칭은 ‘러시아 국립 아카데미 대극장’으로, 예카테리나 2세의 명으로 1776년 건립되었다. 몇 번의 소실, 재건 후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확장 증축되었고, 기술적 수준이 높은 오페라단과 발레단 그리고 부속학교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쉽게도 예산 문제로 공연을 직접 관람하진 못하고 외관을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담장 없이 대로변 바로 앞 확 트인 곳에 위치해 있었다는 것과, 또 본관 앞 광장을 분수와 식물로 정원처럼 꾸며놓았다는 점이었다.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광장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는데, 실제로 옆을 지나가다 잠시 둘러보며 쉬어도 좋을 정도로 공간이 개방되어 있었다.
허나 정원과는 대조되게 건물은 무척 웅장하고 위압감을 주었고 경비 역시 삼엄했다. 또한 공연 표가 없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일반 관광객들이나 시민들은 내부를 구경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내부를 볼 수 없는 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관객의 공연 관람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이러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한국에서는 공연극장이라 하더라도 항상 현대적인 양식의 건물만 보아왔기에, 이렇게 클래식한 외관의 극장을 보며 러시아 예술의 역사와 정통성이 느껴지는 것 같아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 올 때는 꼭 당당히 티켓을 사서 입성하리라 마음먹은 후,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 장소는 붉은 광장이었다. 볼쇼이 극장에서 대로변 하나만 건너면 위치해 있었기에 관광 차 잠시 둘러볼 요량이었다. 붉은 광장은 상크트바실리 대성당, 크렘린과 레닌의 묘, 굼 백화점, 역사박물관 등 아름다운 역사적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 곳으로, 모스크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장소이다. 광장 안은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시기에 맞춰 월드컵 관련 부스와 축구 팬들이 모여 한껏 들뜬 분위기였고, 화려한 건축물들이 그 뒤를 둘러싸며 광장을 지키고 있었다. 다들 붉은 광장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며, 잠시 흥겨운 분위기에 젖어 러시아에 온 기분을 만끽했다.
2018. 7. 12 목
일정 세 번째 날, 빠르게 식사를 하고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Московский Дом Книги(서점)로 향했다. 서점 및 관련 상점의 비율과 퀼리티가, 예술 문화가 일상생활에 얼마나 잘 녹아들어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문한 서점에는 예술 분야 코너가 탁 트인 중앙에 위치해 있었고, 음악, 미술, 공연 등 그 종류가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입문자를 위한 간단한 종류에서부터 전문성 높은 책까지, 구비되어 있는 스펙트럼의 정도가 매우 넓었으며 가격이나 퀼리티적인 면에서도 훌륭했다. 특히 음악 서적 전문이 아닌 일반 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찾을 수 없는 튜바, 심벌즈 같은 악기의 교재와 잡지, 음반도 함께 구비되어 있는 것을 보고 크게 감탄했다. 러시아 학교에서 실제 쓰이고 있는 음악교과서 역시 살펴봤는데, 학생들이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게끔 예쁜 삽화와 참고 사진이 가득해 동화책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다음은 Винзавод(빈자보드)로 향했다. Винзавод는 19세기에 지어진 포도주 양조장을 개조해 만든 예술 복합 공간으로, 2007년 문을 열었으며 현재는 모스크바에서 가장 큰 현대 미술 공간이다. 3개의 직영 갤러리를 포함한 12개의 화랑을 포함해, 전시, 축제, 미술관, 강의 프로그램, 연극, 영화관, 콘서트홀, 패션 편집숍, 작가 작업실과 카페 들을 갖추고 있다. 제일 먼저 안내소에서 지도를 받았는데, 이곳을 둘러볼 수 있는 몇 가지 코스가 소개되어 있어 그 중 하나를 택해 둘러보기로 했다. 외관은 낡았지만 거기에서 풍겨오는 멋이 있었고, 내부는 리모델링해 세련되고 현대적이었다.
전시장 내부의 관람 동선이 깔끔하게 짜여 있었고, 주로 현대 미술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색달랐다. 보통 ‘러시아 예술’ 하면 과거 궁정시대 때의 클래식한 공연이나 음악, 작품들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 공간에서만큼은 복작복작하게 발전하고 있는 현대 예술의 한가운데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관람자들의 해석을 존중하기 위해서인지, 옆에 따로 설명이 없고 달랑 작품만 전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유추하기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규모에 비해 카페나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관람 도중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돔 끄니기와 빈자보드 방문 후 서로의 감상을 나누며, 이날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복귀했다.
2018. 7. 13 금
13일에는 아르바트 거리로 향했다.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는 도심 내의 번화가 거리를 지칭하며, 거리의 화가와 관광객 대상의 상점이 가득한 곳이다. 번화가 내의 문화 시설을 살피는 것으로 사전 탐사를 종료하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 탐사 방향에 대한 토의를 했다. 이틀 간 거리를 돌아다니며 러시아에서 예술 문화가 대중화 되어 있다고 느꼈던 점을 정리해보자면,
1) 길거리에 발레, 오페라, 심포니, 서커스, 콘서트 등 공연 홍보 안내판과 매표소인 ‘Касса(까싸)’ 가 굉장히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2) 극장과 공연장 역시 곧잘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공연 예술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접근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였다.
3) 또한 일반 서점에도 여러 예술 분야의 서적과 음반들이 구비되어 있었으며, 종류의 다양성과 가격, 퀼리티 적인 면에서 굉장히 훌륭했다.
4) 이곳의 음악 교과서를 살펴보았을 때 러시아 자체의 예술과 그 역사에 대한 내용의 비중이 매우 컸으며, 어린 아이들도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게끔 예쁜 삽화와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5) 또한 버스킹을 하는 경우가 눈에 많이 띄었는데, 그 종류가 가요부터 중창단,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관현악단에 이르기까지 쉽사리 보지 못했던 구성과 악기들도 많이 보였다.
6) 이 같은 버스킹은 지하철역이나 지하 도보 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 역 안에는 시 자체에서 공연 무대를 지정해 표시를 따로 해 놓았던 점이 색달랐다.
7) 마지막으로 예술 복합 공간이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었는데, 낡고 오래된 건물을 새로 리모델링해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도시 재생과 예술 문화 발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젊은 층의 시민들에게도 여가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이 같은 점들을 살펴보았을 때 예술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높고, 자연히 이에 대한 시민들의 흥미도 역시 높을 수밖에 없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는 예술 문화를 즐기는 일이 다양한 분야에 이르러 일상 구석구석에까지 녹아 있는 것이다. 허나 일정과 예산, 언어 장벽 등등의 문제를 따져봤을 때 이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조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때껏 탐사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주제를 더욱 구체화 시킬 필요를 느꼈다.
여러 의견이 오간 끝에, 우리 팀이 선정한 주제는 예술 복합 공간인 ‘아트플랫폼’ 이었다. 한국에도 최근에 이르러 전시/공연과 쇼핑, 휴식 공간이 한 데 모여 있는 복합 공간이 많이 생겼지만, 이는 상업적 목적과 여가활동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예술가들에게 작업실과 생활공간을 제공하며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한 공간에서 그 창작물들을 발표해 시민들과 만나게 하는 것. 굉장히 효율적이고 많은 효과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시스템이라 생각되었다. 때문에 아트 플랫폼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조사를 하는 것으로 방향을 확정짓곤, 다시 숙소로 복귀했다.
2018. 7. 14 토
긴 일정 동안 적절한 체력 배분을 위해 7월 14일은 여유일로 정해놓았다. 아침에 일어나 먼저 체크아웃을 한 후, 세 번째 숙소로 이동했다. 체크인 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중심지로 이동, 식사를 한 후 세 명 모두 가고 싶어 했던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을 가기로 하였다. 우리 팀은 팀원 모두가 무교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건축 양식과 성당 내부를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모든 것을 초월한 존재에 대한 인류의 열망이 이토록 훌륭한 예술품을 남겼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탐사에 대한 중압감은 잠시 내려놓고 마음 편히 웃고 떠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즐겁게 관람을 마치곤, 일찍 숙소로 복귀해 일정을 새로 짜고 정리한 후 휴식을 취했다.
2018. 7. 15 일
15일은 구체화 시킨 주제에 맞춰 아트 플랫폼 답사를 계획, 미술/디자인 계통의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Art play(아트 플레이)로 이동했다. 아트플레이는 폐공장 단지를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약 200개의 상점과 쇼룸, 워크샵, 예술 및 디자인 스튜디오, 전시실과 콘서트 홀, 영화관, 서점, 바와 카페가 있는 복합 예술 단지이다. 가는 도중 똑같은 이름의 가구 판매점과 잠시 헷갈리기도 했지만, 직원의 도움으로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일 처음 들어간 건물에서 반 고흐 전시가 진행되는 것을 보곤 표를 구입해 관람을 시작했다. 전시 제일 처음에는 관람자들이 흥미를 느끼게끔 스크린 영상을 이용한 포토 스팟을 설치해 놓았고, 그 곳을 통과하면 본격적인 전시가 펼쳐지는 식이었다. 전시 작품의 수에 비해 공간이 굉장히 넓었으며, 가벽의 색이 작품과 어우러지도록 칠해져 있는 등 공간 자체에도 신경을 쓴 태가 났다. 중간 중간 관람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의자와 책상, 그림 그리는 도구가 마련되어 있어 그 곳에서 서로의 얼굴을 그려주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전시 마지막에는 360° 스크린이 설치된 넓은 방이 있었는데, 의자에 앉아 반 고흐의 일생과 그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작품과 함께 볼 수 있었다. 러시아는 전시도 마냥 클래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관람자들의 흥미를 돋우는 갖가지 기술과 현대적인 전시 방식에 재밌어했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단지 내에 있던 햄버거 카페에서 식사를 한 후, 본격적으로 아트 플레이를 둘러보았다. 건물은 낡고 오래됐지만 외벽에 갖가지 조형물과 벽화로 변화를 주었고, 특히 저마다 통통 튀는 색깔로 벽을 칠해놓아 각 건물의 개성이 돋보였다. 안은 역시나 리모델링을 통해 현대적으로 변신해 있었으며, 인테리어 사무실, 갤러리, 소품샵, 카페 등 언뜻 보기에도 다양한 공간이 있었다. 특히 이곳에는 구 소련시절 때 만들어진 많은 수의 벙커들이 있었는데, 벙커를 개조해 직접 채소를 길러 판매하는 채식 카페가 있는 등 재미있는 아이디어의 가게들이 돋보였다. 또한 어른들을 위한 공간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어린이 방문객들을 위해 교육 및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스튜디오도 갖추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 했던 때에도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으며, 단지 내에서 어린이들의 자전거 경주 시합이 개최되고 있어 즐거워하는 가족들 틈에 섞여 잠시 어린이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아트 플레이는 예술가들이 생기를 불어넣어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분위기를 가득 풍기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건물과 버려진 부지를 이렇게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재구성 했다는 점에 모두가 감탄했다.
다음은 근처의 Арма(아르마)로 이동했다. 아르마 역시 다양한 상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부지의 규모가 아트플레이 보다 넓었다. 아트플레이처럼 버려진 부지를 재탄생 시킨 곳은 아니라서 건물이 현대적이었으며, 각각이 좀 더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건물 모두 붉은 벽돌을 사용하는 등 통일감을 주어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아트플레이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으며, 전체적으로 예술 그 자체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좀 더 편의 시설과 상업적 목적에 초점을 맞춘 곳이었다. 스튜디오나 갤러리로 보이는 공간은 아쉽게도 대부분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거리 곳곳에 있는 조형물과 외벽에 전시된 그림들밖에 관람하지 못했다. 곳곳에 헤어샵, 네일샵, 옷가게 등의 가게가 있었으며 은행과 프랜차이즈 식당들도 많이 보였는데, 특이했던 점이라면 쇼핑과 유흥을 위한 공간이라기에는 전체적으로 공원 같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의 번화가는 거리 양쪽으로 상점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었는데, 이곳은 마치 대학 캠퍼스처럼 건물이 여기 저기 분포되어 있었으며 잘 관리된 잔디밭과 나무들, 벤치로 가득했다. 공간을 여유롭게 사용하는 러시아의 특성이 묻어나는 장소였다.
탐사 끝에 체력이 고갈된 우리는 얼른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날은 마침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던 날이어서, 아르마 내의 카페에 들어가 식사를 하며 경기를 보기로 했다. 덕분에 현지인들 사이에서 함께 응원하며 경기를 관람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결국 프랑스의 승리로 월드컵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복귀해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8. 7. 16 월
16일은 Центральный парк культуры и отдыха им. Горького (모스크바 센트럴 파크-고리키)로 향했다. 고리키 공원은 세로 길이가 3㎞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며, 모스크바 시민들의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는 공원이다. 겨울에 개인적으로 방문했을 때는 꽁꽁 얼어 시민들의 스케이트장으로 쓰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공연장, 소규모 놀이공원, 인공 풀장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곳곳의 나무 그늘 아래에는 누워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대형 쿠션이 마련되어 있었고, 연주회와 야외 공연 등의 행사가 열리고 있어 가족, 친구, 연인들과 발 가는 대로 놀러와 다양한 활동을 즐기기 좋은 곳이었다. 도심 한가운데에 이런 대규모의 휴식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고리키 공원 내에 위치한 ГАРАЖ(가라쥐) 아트 센터였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이지만, 현지 내에서는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전시장이다. 1층에는 티켓 창구와 라커룸, 카페가 있으며, 표를 구매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시즌별로 다른 전시가 개최되는 식인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현대 미술과 음악을 결합한 처음 보는 형식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장 안에는 현지 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관람을 하고 있었고, 곳곳에 경비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처음부터 미술관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아니다보니 관람 동선이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벽면 한 쪽을 모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긴 쇼파로 사용하는 등 공간 활용이 돋보였다. 또한 전시를 끝내고 나오면 이곳을 방문한 관람객들의 통계를 볼 수 있었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관광객이 잘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방문객들이 이곳을 다녀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정을 마치곤 시간이 조금 남아, 붉은 광장을 한 번 더 보고 싶어 다시 광장으로 향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숙소로 돌아갔다.
2018. 7. 17 화
17일은 전날 시간이 늦어 가지 못했던 성 바실리 성당 내부를 빠르게 관람한 후, 점심식사를 하고 Флакон дизайн завод (플라콘 디자인 팩토리)로 향했다. 플라콘은 한 때 향수와 유리 제품 등을 생산하던 대규모 공장이었으나, 지금은 예술 클러스터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부지가 넓진 않았지만 역시 다양한 벽화와 조형물로 각 건물의 개성이 돋보였으며, 쇼룸, 워크샵, 레스토랑, 아트 카페 등 다양한 공간을 보유하고 있었다. "원하는 대로 만드십시오!" 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예술 크리에이티브들의 창작 활동 지원을 가장 큰 목적으로 삼고 있고 있었고, 실제로 작업실과 생활공간을 제공하며 워크샵, 교육 및 마스터 클래스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예술가들의 대규모 실험실이라는 별명이 걸 맞는 공간이었다. 그렇다고 또 창작 스튜디오에만 국한된 공간도 아닌 것이, 방문객들을 위한 다양한 포토 스팟과 상점, 카페 등의 휴식공간이 눈에 띄었고 야외 공연과 자잘한 이벤트까지 열리고 있었다. 또한 출판사와 광고 대행사, 전시실 등도 보유하고 있어 예술가들의 창작물이 다양한 형태로 발표되고 있었으며, 소비자들은 그 장소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실제로 방문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으며, 특히 젊은 층이 많아 현대적이고 활기찬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조사한 내용과 방문 느낌을 정리하며 플라콘 탐방을 끝내고, 저녁식사 후 숙소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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