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5기] [유라시아] - 피땀눈물 팀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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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8-11-29 16:04 | Read | 1,474 |
본문
*기차 안 러시아
1. 시베리아 횡단열차
1) 소개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약 7일간의 여정으로 광활한 러시아 영토를 가로지른다. 항공기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일본과 유럽을 잇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었으며 군사적, 무역 등의 용도로 이용되었다. 현재는 관광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으며, 이 모든 횡단열차는 한국의 코레일과 비슷한 러시아 철도공사 (RZD)가 관리한다. 러시아 철도공사 (RZD)는 러시아 연방 정부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이다. 러시아 전역에 있는 공항철도를 관리하며 국가 간 철도산업 발전을 위한 상호협력도 계획하며 2015년에는 한,러 수교 25주년을 기념으로 러시아철도공사(RZD)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하여 부산역-블라디보스톡역과 서울역-야로슬라브역을 자매결연 및 파트너십을 맺기도 하였다. 각 대표 역에는 이를 상징하는 현판을 걸고 앞으로의 철도산업 발전을 위한 상호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하였다.
2) 도시별 횡단열차 상징물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모스크바에서 출발하여 블라디보스톡 역까지 수많은 정차역을 지난다. 열차의 상징성이 강한 지역에서는 역내 또는 도시 곳곳에 이를 기념하는 동상이 있다. 모스크바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출발역으로써의 의미가 깊은 곳이다. 그리고 모스크바 붉은 광장 앞에는 ‘제로킬로미터’라는 러시아 도로의 기준점을 상징하는 청동으로 된 원이 있다. 러시아의 모든 도로의 거리는 이곳을 출발점으로 하여 계산된다. 또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총 관리하는 러시아철도공사 (RZD) 본사가 모스크바에 있기 때문에 이를 상징하는 의미로 모스크바 야로슬라브 역 앞에는 거리에 철도공사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건설에 기어한 인물인 ‘알렉산드르 3세’ 동상을 도시 공원에 세워두었으며 블라디보스톡은 9288km에 달하는 기나긴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정의 종착역으로 러시아를 상징하는 쌍두독수리와 함께한 동상이 역내에 설치되어 있다. 이 외에도 도시들마다 철도와 관련된 인물 또는 다양한 상징물들이 설치되어 있기에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하며 이러한 상징물을 찾아 소소한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3) 열차 숫자 의미
각 열차는 001부터 900번 대까지 번호가 매겨지며 번호로 그 열차의 용도를 구분할 수 있다. 열차 001~698번까지는 일반 여객열차이며 그 중 450~598번은 비정기운행 여객열차라고 한다. 700번대 이상은 고속열차이며 900번대는 관광(상업)열차로 사용된다고 한다. 또한 열차가 최신식이며 청결도가 좋을수록, 기차여정 시간이 적을수록 번호는 001에 가깝다고 하니 보다 쾌적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열차를 예매할 때 열차편명에 주의를 기을여 애매를 해야 할 것이다.
탐사기간 중 이에 얽힌 재미난 일화도 있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르쿠츠크까지의 횡단열차를 001로 예매를 하였는데 막상 당일 열차를 타러가니 017열차여서 당황한 기억이 있다. 상황을 들어보니, 올 7월 러시아 월드컵으로 경기장이 설치된 각 대도시마다 많은 해외관광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였고 국가이미지를 위해 전국에 있는 모든 001 기차를 가져와 해당 지역들을 지나는 특히,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노선의 노후화된 열차와 교체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잘못된 열차를 탄 줄 알고 크게 당황했는데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었다. 덕분에 001열차만이 아닌 다른 번호의 열차도 체험해볼 수 있어 우리에게는 새로웠다.
4) 열차노선
우리는 흔히 러시아 영토 안에서만 횡단열차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횡단열차는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가는 열차 말고도 ‘그림1’과 같이 중국과 몽골에서부터 출발하여 모스크바까지 도착하는 여러 노선이 존재한다. 몽골 횡단열차 길이는 7,620km로 약 6일 만에 시베리아 스텝 지대인 타이가와 몽골 사막 지대를 가로지르며, 만주 횡단 열차는 9,050km 길이로 하얼빈 지역을 통하여, 러시아 횡단열차는 9,288km로 러시아 대륙을 횡단한다. 서로 다른 나라로부터 출발한 열차지만 어느 지점부터는 모스크바로 가는 철도를 같이 이용하게 된다. 위 ‘사진1’은 좌(左) 몽골열차 (울란바토르-모스크바행) 및 우(右) 러시아열차 (블라디보스톡-모스크바행)가 함께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이처럼 러시아에서 기차 정류장마다 중국과 몽골로부터 오는 열차를 만나기도 하며 정차시간을 이용하여 여러 외국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5) 구성
객실은 총 3가지 종류로 나뉜다. 1등석(Luxury)은 2인 1실이며 도난과 위협으로부터 가장 안전하다. 2등석(Compartment)은 4인 1실로 2층 침대 구조이며 1등석과 같이 방 안에서 문을 걸어 잠글 수 있다는 장점으로 주로 가족 또는 지인 단위가 많이 이용한다. 3등석(Reserved Seat)은 개방형 2층 침대 구조로 안전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비용이 저렴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주어진다. 반면, 열차가 이동할 때에는 휴대폰 통신이 잘 안되기 때문에 1등석과 2등석의 경우 무료함을 달래주는 TV가 설치되어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가격은 유동적이다. 성수기이거나, 운행일자가 가까워지고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열차 칸의 경우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사전에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열차를 예매하는 것을 권장하며 에어컨이 없거나, 화장실이 없는 열차 칸도 있기에 주의를 기우리며 표를 애매하여야한다.
6) 생활
열차 안 부대시설 : 식당, 화장실, 샤워실
화장실은 각 열차 칸마다 있으며 차장이 자주 청소를 해주시기 때문에 비교적 쾌적하다. 샤워실은 지정된 열차 칸 한 곳에만 있어 장기간의 열차여행으로 청결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샤워실이 있는 열차 칸과 가까운 곳으로 표를 예매하는 것이 좋다. 샤워실은 150루블을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으며 온수가 잘 나오기에 4계절 모두 따뜻하게 이용가능하다. 식당의 경우 유로로 이용가능 하지만,
음식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의 승객의 경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직접 준비해서 오는 편이다.
간이매점과 급탕기는 각 열차 통로에, 전자레인지는 차장님 방에 비치되어 있어 간단하게 음식을 해먹을 수 있다. 우리는 기차여행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기차 안에 전자레인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또한 열차 탑승 기간 동안 차를 우려먹을 수 있는 컵도 제공된다. 컵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문양이 멋있게 그려져 있기 때문에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사람의 경우 기념품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
7) 정차역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수십 개의 역에서 정차하여 짧게는 2-3분, 길게는 30-40분가량 정차한다. 2-3분가량 정차하는 역에서는 승하차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으며, 열차 문조차 개방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우리들은 15분 이상 정차하는 거의 모든 역에서 내려서 각 역들마다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15분 이상 정차하는 역에서는 간단히 먹을 음식들을 사는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함께 담배를 피우는 모습, 바깥공기를 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또한 횡단열차에는 러시아 우체국 소유의 우편화물칸이 있어 매 역에 정차할 때마다 다른 지역으로 운송 될 우편물을 적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정차하는 역마다 승무원이 그간 열차에 쌓인 쓰레기들을 버려주어 쾌적한 열차여행을 할 수 있었으며, 횡단열차는 장기간 운행되기 때문에 역마다 대기하고 있던 정비사들이 열차가 도착하면 열차에 이상이 없는 지 꼼꼼히 확인해주셔서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2. 열차안 사람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서로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탑승한다. 여행으로, 가족을 만나러,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또는 일하러 가기 위해 각자의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다양한 사람들도 열차에서 만날 수 있다.
1) 시베리아횡단열차 차장 인터뷰
Q1. 열차에서 맡으신 업무는 무엇인가요?
A1. 열차 관리자입니다. 승객들의 편의 및 안전을 위해 노력하며 열차의 위생을 책임집니다.
Q2. 업무 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A2. 한 칸의 열차를 두 명에서 담당하며 12시간 씩 교대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중간 역마다 역무원이 교체되는 시스템이 아닌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7일 간의 여정을 책임집니다. 그리고 쉬지 않고 다시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7일간의 여정을 달리며 총 14일을 근무합니다. 그 후 8일 간의 휴식기간이 주어집니다.
Q3. 열차에서 휴식은 어떻게 하시나요?
A3. 관리자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편하게 쉴 수 있습니다. 방에는 침대도 있어 취침장소로도 쓰입니다.
Q4. 러시아에서 러시아 철도공사에 대한 직업 선호도는 어떤가요?
A4. 러시아 철도공사에 종사하고 싶어하는 직업 선호도는 매우 높습니다. 또한 도시들마다 철도와 관련된 교육기관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배움의 기회가 많이 주어집니다.
Q5. 열차 안에서 식사는 주로 어떻게 해결하나요?
A5. 열차에 식당이 있지만 저희는 잘 이용하지 않습니다. 전자레인지, 냉장고, 포트기 등이 다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간편하게 음식을 조리해서 직접 먹을 수 있습니다.
Q6. 횡단열차 시작역인 블라디보스톡에서 종착역인 모스크바까지 중간에 쉬지 않고 한 번에 가려는 사람들이 많나요? 있다면 주로 외국인 인가요? 내국인(러시아인)인가요?
A6.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이지 않을까 하지만 내국인(러시아인)입니다.
Q7. 주로 어떤 일로 사람들이 열차를 타나요?
A7. 여행일 수도 있고, 가족을 만나러 갈 수도 있고, 직장 업무 상 등 각각의 이유로 사람들이 여정을 떠납니다. 하지만 주로 가족을 만나러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Q8. 열차 일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8. 집에 돌아갈 때입니다. 14일 만에 가족을 볼 수 있기에 기쁩니다.
2)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 만난 러시아인 인터뷰
Q1. 러시아가 유럽과 아시아 중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1. 여긴(블라디보스톡 인근) 아시아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Q1-1.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A1-1. 한국, 중국과 더 많은 교류가 오가기 때문이다.
Q2. 러시아 서쪽 지역과 비교하여 러시아 동쪽 지역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2. 숲도 파괴되지 않았고 강도 깨끗하며 물고기도 있고 바다도 좋다. 서쪽 지역은 이런 깨끗한 강이 없다. 거긴 이젠 수영도 못하고 강물도 마실 수가 없다. 우린(동쪽은) 강을 따라 가면 물고기도 있고 강물도 바로 마실 수 있다.
Q3. 만약 당신에게 시간도 있고 돈이 있으며, 열차로 한국까지 갈 수 있다고 할 때 가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A3. 가고 싶다. 하지만 지금 우리 열차는 북한을 지나 한국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힘들다. 지금은 한국까지 배나 비행기를 이용하여 갈 수 있다. 언젠가 열차가 이어진다면, 아내가 비행기 타는 것을 무서워하기에, 그녀와 열차를 타고 가는 방법밖에 없다.
Q4. 이 횡단열차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A4. 직업이다. 이번 달도 4번이나 (다른 지역으로 일을 하러 가기 위해) 탔다.
이 밖에도 위 승객과의 이야기를 통하여 러시아 동쪽은 서쪽과 비교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아시아 국가와의 교류가 많기 때문에 블라디보스톡 교육기관에서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를 배우는 수업 과정이 있다고 하며 야쿠츠크의 경우도 한국과의 많은 교류 영향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의 종류가 다양하다고 했다. 또한 위 승객은 철도를 만드는 직군에 종사하며 러시아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또한 북한에서도 철도를 설치하는 작업을 한적이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했던 경험은 본인에게 있어 잊지 못할 기억이라며 북한사람도 일을 하기위해 러시아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주로 그들은 횡단열차를 타고 지역을 이동하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횡단열차에서 북한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거라고 알려주었다.
3)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만난 한국인 인터뷰
Q1. 어떤 계기로 횡단열차를 타게 되셨나요?
A1. 지금 세계여행을 여행하려고 하는데 그 중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Q2. 편한 비행기가 아닌 힘들 수 있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 이유는 무엇인가요?
A2. 일단은 경유지가 저희들이 이르쿠츠크였고,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는 그래도 우리가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대한 책, 사람, 블로그를 통해서 많이 접해봤기 때문에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Q3. (열차를) 타시면서 제일 힘든 점은 어떤 점이 있었나요?
A3. 힘들었던 점은... 저희들이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여기 이르쿠츠크 올 때 1박 2일 열차를 탔는데 거기를 타다보니까 (횡단열차가) 그렇게 크게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었고), 시설적인 측면에서 이게 훨씬 나았던 것 같아요.
Q4. 식사나 씻는 게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A4. 식사는 한정적인 것이 많으니까... 3박 4일 중에서 4번이나 라면을 먹게 되었고 그런 부분은 좀 그런데 힘든 것보다는 재밌는 일이 더 많았고.
Q5. 침대는 안 불편하셨나요?
A5. (몽골 기차보다) 훨씬 좋았죠.
Q6. 타시면서 횡단열차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6. 시간적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생각할 시간을 좀 가질 수 있고 우리가 일상에서 가질 수 있는 시간은 아니니까 그런 부분에서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Q7. 이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토대로 어떤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나요?
A7.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쉬고 싶은 사람. 아무 생각을 갖고 싶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을까요.
이르쿠츠크에서 만난 한국인 가정으로, 몽골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여 러시아를 거쳐 세계여행을 계획한다고 한다. 교통은 횡단열차로 이루어지며 이번 기회를 통해 보다 도전적이며 삶 속의 느긋함을 배우고자 하셨다. 또한 위 한국가정 외에도 중국 가정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 역시 중국에서부터 모스크바로 연결 된 횡단열차로 여행 중에 있다고 하였다. 이는 그동안 횡단열차라고 하면 러시아 영토 내에서만 이동하는 단순한 열차만을 생각한 우리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으며 훗날 한국도 횡단열차가 연결되어 중국과 러시아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기 편한 날이 오기를 인터뷰를 통해 생각했다.
3. 기차 안 우리들의 소감
1) 만난 사람들
우리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르쿠츠크까지는 2등석 열차를,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까지는 3등석 열차를 탔다. 이르쿠츠크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가 2등석 열차 안에서 만난 사람은 싸샤 아저씨와 지마였다.
싸샤 아저씨는 우리가 처음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탔을 때 먼저 열차 안에서 우리를 반겨주셨다. 말수가 적고 과묵하신 분이시지만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챙겨주시는 다정함이 느껴지는 분이라 짧은 시간에 정이 들었다. 싸샤 아저씨는 철도 짓는 일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일을 하러 가기 위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다고 하셨다. 저녁시간에 출발했는데, 싸샤 아저씨의 저녁식사는 ‘도시락 라면’과 소시지였다. 특이하게 뜨거운 물을 부은 컵라면 안에 칼로 소시지를 얇게 썰어 넣어 부대찌개처럼 드셨고 러시아인들은 주로 이렇게 먹는다고 말씀하셨다.
싸샤 아저씨가 내리고 난 저녁, 한 젊은 러시아 남자가 방에 들어왔다. 지마라는 친구였다. 과묵했던 싸샤 아저씨와 달리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우리를 대하는 그는 철도 관련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직업이 꽤나 자랑스러운 모양인지 지마는 우리에게 사원증까지 보여주었다. 싸샤 아저씨도, 지마도 철도 건설 관련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통해 러시아인들이 얼마나 철도 관련 직업에 높은 흥미를 보이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가져간 컵라면과 과자를 선물로 주었다. 그러자 지마는 나무젓가락도 줄 수 있냐며 젓가락질 하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심지어는 라면을 먹은 뒤에도 나무젓가락을 소중히 챙겨가는 모습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두 번째 여정인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는 지난번과는 달리 우리는 3등석 칸에 타서 싸샤 아저씨와 지마처럼 룸메이트처럼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2등석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옆자리에 타는 사람들도 시시각각 계속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객실 분위기가 더 조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차장 아주머니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항상 객실에 들어오시면 “친애하는 승객여러분!!”으로 시작해서 밝은 미소로 객실 내의 승객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셨다. 그런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매번 정차하는 역도 미리 말씀해주시고, 우리에 대해서, 또 한국에 대해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질문도 많이 하셨다.
열차에서 일을 하시는 분인지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모스크바에서 내리기 전에는 우리들이 궁금했던 것들을 인터뷰하고, 함께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소박하지만 한국에서 가져간 과자와 라면을 선물로 드리고 그렇게 작별인사를 했다. 이제 다시 뵙게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아주머니는 3일이라는 시간동안 순간순간 우리에게 아주 따뜻한 시간들을 선물해주셨다. 지나고 보니 싸샤 아저씨도, 지마도, 차장 아주머니도, 모두가 우리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소중한 인연이었다는 것을 느낀다.
2) 에피소드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르쿠츠크까지 약 3일,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약 4일 우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의식주를 해결해야 했다. 팀원들이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먹는 것과 씻는 것과 안전 문제였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는 열차 내에서 편안하게 잘 지냈다. 우선 먹는 것은 열차를 타기 전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본 음식들로 해결했다. 대단한 음식을 해먹는다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흑빵에 여러 가지 잼과 치즈를 발라먹기도 하고, 물만 부어 즉석으로 먹을 수 있는 감자 퓨레와 감자스프, 도시락라면, 한국에서 사간 햇반과 김자반 등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매일 같은 메뉴가 질릴 때쯤, 우리는 열차 내의 식당 칸에 가보았다. 사전 조사 중에 식당 칸의 음식이 별로라는 후기를 본 적이 있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식당 칸의 음식은 비싸긴 하지만 맛은 나름 괜찮았다.
탐사 전 사전 조사 중에 샤워실을 사용하지 못했다는 후기들도 있었기 때문에 거의 못 씻는다는 각오로 물티슈와 휴지, 종이비누 등 온갖 위생용품이란 위생용품은 전부 챙겨갔다. 하지만 생각보다 열차 안에서의 생활은 그리 열악하지 않았다. 우리가 탄 열차는 아주 최신식 열차는 아니지만 비교적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샤워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고, 150루블을 지불하면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열차 안에서 깨끗하고 쾌적하게 잘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열차 안이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최상의 편리함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화장실의 세면대 물도 그렇고, 샤워실의 샤워기도 그렇고 일정시간 짧게 나오다가 멈추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이용 상의 번거로움은 있다. 그리고 샤워실의 온수는 짧게 10분정도만 나오는데, 처음 샤워실을 이용했을 때에는 갑자기 온수가 끊겨 당황스러웠지만, 여행 후반부에는 샤워를 먼저 하고 머리를 감는 등 나름의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르기 전 우리는 초긴장상태였다. 주변에서도 안전문제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열차에 올랐다. 하지만 생각보다 2등석은 안전한 편이었다. 2등석은 4인 1실로, 우리가 3명이라 그런지 비교적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객실이 좁은 감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만족스럽게 생활했다. 3등석 열차를 탈 때에는 열차 칸 한 칸이 뻥 뚫려있기 때문에 2등석에서 생활할 때보다는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더 조심스럽게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키가 큰 남자가 자기에는 침대가 조금 좁은 감이 있어서, 통로 쪽을 보면 키가 큰 사람들의 발이 침대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팀원인 김태호 학우 역시 통로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계속 발을 치고 지나가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이 함께 탔는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2등석이나 3등석이나 우리가 체감하기에는 비슷비슷했다. 2등석은 팀원들끼리 편안하게 생활하는 방의 느낌이었다면, 3등석은 같은 칸 승객들과 함께 생활하는 게스트하우스 같은 느낌이었다.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각각을 경험해보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탐험 속 우리들의 소감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르기 전, 우리 모두는 그 어떠한 심정보다 긴장되고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우리는 눈에 띄기 쉬운 이방인임을 이미 스스로 지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열차 안이 폐쇄된 공간이라는 점도 우리를 두렵게 한 하나의 요소였다. 열차에서 생활하기 직전까지, 우리는 여러 가지 발생 가능한 위험한 상황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보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러나 우리가 열차 안에서 보낸 7일은 그 두려움의 지속이 아닌 폭넓은 생각과 경험을 하는 귀한 시간으로 남았다.
지금 당장 코앞에 놓인 열차 안에서의 생활에 대한 단순한 고민부터 개인적으로도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귀한 시간들과 여유가 허락되었다. 3명의 팀원이 한 공간에서 함께 도전했던 과정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함께 생활하며 보냈던 매 순간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인연으로 남았고, 열차 안에서의 하루하루는 매순간 새롭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평소에 생활하면서는 느낄 수 없었던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의 삶의 너비를 한 폭 더 확장시키는 많은 전환점과 계기를 마련하는 시간이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적이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삶을 잠시 멈추고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누렸던 색다른 ‘쉼’을 통해 우리는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고, 열차에서 내릴 즈음에는 우리에게 주어졌던 7일이라는 시간이 어느새 우리 삶 속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에게 있어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러시아 극동지역부터 서부지역까지 각 지역별로 탐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큰 의미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에 비해 영토가 작기에 각 지역별 특색이 뚜렷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러시아의 경우 각 지역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느낌에서 더 확연하고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거리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이며, 왠지 한국에 온 것만 같은 블라디보스톡, 유럽적인 색채를 띠지만 고유의 토속적 문화가 함께 어울려져 있는 이르쿠츠크, 현대 문학, 문화가 녹아내려져있는 모스크바, 이국적이고 유럽적인 분위기를 짙게 풍기며 어쩌면 18,19세기에 머물러있는 느낌을 주는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사람 사는 모습이야 전부 비슷하겠지만, 각각의 지역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적 특색은 그 지역들만의 고유한 가치를 말해주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이렇게 상이한 도시를 경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베리아횡단열차라는 수단 덕분이었다.
14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의 동, 중, 서부를 가로지르며 각 지역을 둘러볼 수 있었던 우리 팀의 탐사는 열차 안과 밖, 그 과정의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매 순간이 새롭고 알찬 시간이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정차하는 모든 지역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정차하는 역마다 내려 지도를 확인하며 우리의 위치와 방향을 확인했던 매 ‘쉼표’ 역시, 탐사를 끝낸 지금에는 그 과정의 의미를 느끼게 해준다. ‘쉼표’를 찍어가며 결코 평범하지 않은 ‘쉼’을 누렸던 우리의 러시아 탐사는 앞으로의 우리의 삶과 배움의 현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는 잊지 못할 경험이자,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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