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3기] [유라시아] - 친구들 팀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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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3-16 15:19 | Read | 1,5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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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주제 선정의 출발점은 카자흐스탄의 초콜릿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우연히 얻은 중앙아시아산 초콜릿 포장지에는 중앙아시아에서 볼 수 있는 정교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전통문양은 존재한다. 하지만 초콜릿 포장지에도 문양을 쓸 만큼 실생활에 자주 사용되지 않는다. 여기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문양이 중앙아시아 인들의 실생활 속에서 얼마나 쓰이는지, 문양이 실생활에 자주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인지와 더불어 문양에 담긴 의미, 문양으로 알 수 있는 중앙아시아의 독특한 예술성과 문양의 기원을 알아봄으로써 문양에 대한 중앙아시아 인들의 가치관과 의식에 대한 탐구를 하기로 했다. 따라서 중앙아시아 현지, 그 중에서도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탐사하기로 했다.
1월 18일 선배들이 있는 타슈켄트에 도착하고 난 뒤, 하룻밤을 자고 19일에 탐사를 시작했다. Mirabad bazzar에서 달러를 우즈베키스탄 화폐인 솜으로 환전했다. 환율과 물가 때문에 환전했을 때 받은 지폐의 양이 인상적이었다. 환전뒤, 우즈베키스탄의 가장 큰 전통시장인 초르수 바자르를 방문했다. 초르수 바자르에는 과일과 채소를 포함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지만 우리는 그 중에서 카펫과 옷시장을 방문했다. 내리자마자 우즈벡 현지인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우즈벡어로 대답을 해주니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즈베키스탄어를 하는 한국인이 신기해서인지 계속된 질문에 답해주어야 했다. 계속된 질문을 뒤로하고 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대형 시장답게 카펫시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카펫들이 즐비했다. 워낙에 종류가 다양해 어떤 문양이 중앙아시아의 전통문양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관찰을 통해 많은 카펫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양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왼쪽 사진을 통해 공통으로 ‘고추’와 비슷한 문양이 빼곡히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포도덩굴, 양의 뿔 모양을 상징하는 것 같은 문양들이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대한 의미를 알아보고자 상인들에게 문양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물어보았지만 상인들의 상업적인 태도에 정보를 얻기에 실패하고 말았다. 다른 상인들도 같은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더 이상의 특징이나 정보는 얻지 못하고 시장을 떠났다.
시장을 떠나 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에는 14세기부터 20세기까지 우즈베키스탄의 유물들을 전시했다. 탐사 자료수집 차 사진을 찍으려하자 박물관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내야한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조금은 불쾌했지만 그 금액 또한 만만치 않아서 여러모로 놀라웠다.
관람하던 중 유물에 있는 문양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초르수 바자르에서와 마찬가지로 카펫 문양에 꽃과 고추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문양에는 공통적으로 쓰이는 문양이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박물관 직원에게 문양의 의미와 문양에 쓰인 색이 상징하는 의미에 대해 물어봤으나 직원들도 문양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었다. 더 이상의 정보는 얻기 힘들 것 같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박물관을 나왔다.
박물관을 뒤로하고 식당으로 가는 길에 한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의 측면을 뒤덮은 문양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길가의 간판, 화장실 벽면, 타일에도 모두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 중에는 중앙아시아의 문양이 아닌 연꽃을 나타내는 듯한 불교문양의 문양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중앙아시아의 전통 문양의 특징이 나타나는 문양들이었다.
식당에 도착해 우즈베키스탄의 음식인 팔로브, 만티, 케밥을 먹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현대에는 문양이 어떻게 쓰이는지, 사용된다면 어느 범위까지 쓰이는 지 알아보고자 백화점의 옷가게를 방문했다. 그리고 곧 그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아래의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옷에 빼곡하게 고추를 상징하는 문양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맨투맨 티셔츠엔 카펫이나 식기에서도 볼 수 있었던 양의 뿔과 같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한국에서는 태극문양이나 우리나라의 전통 문양이 들어간 옷을 대중적으로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다.
19일 일정을 마치고 20일, 타슈켄트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위해 응용 미술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 정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수만은 문양이 그려진 박물관의 외관을 볼 수 있었다.
전에 보았던 문양들과 마찬가지로 덩굴과 꽃문양이 새겨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눈에 띄는점이 한가지 더 있었다. 문의 양쪽에 새겨진 이슬람풍의 별 문양이 그것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이 8세기 아랍의 침략을 받은 후, 이슬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박물관에 입장하기 직전에 외국인 여성분 둘이서 말을 걸어왔다. 그 분들은 우즈베키스탄의 문화에 대하여 공부하기위해 우즈베키스탄에 오신 분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도움을 요청했고 그분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박물관에 있는 문양들은 여러 가지 색들로 꾸며져 있었지만 초록색, 파란색과 금색이 주로 쓰임을 알 수 있었다. 질문을 통해 초록색은 이슬람을 상징하는 색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문양에 쓰인 파란색은 물이 귀했던 중앙아시아지역의 환경을 반영한 듯 ‘물’을 상징했다. 마지막으로 금색은 일반적인 의미인 부와 풍요를 상징한다. 오른쪽의 천장사진을 보았을 때 낯설지가 않았다. 색상과 문양이 우리나라 불교의 것과 유사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에 대해 질문하짐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으로 왼쪽 사진에서 뿐만이 아니라 카펫이나 옷에서도 볼 수 있었던 덩굴문양 또한 볼 수 있었다. 이 덩굴 문양은 비잔티움 제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비잔틴 양식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식을 찾아볼 수 있었다.
꽃문양은 종교적인 요소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슬람에서는 특수한 상황이나 특수한 사람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사람을 묘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는 벽화나 문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 대신 꽃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자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여지껏 봐왔던 카펫이나 작은 손수건, 식탁보 같은 것 들을 '수자니'라고 한다. 'Suzani'에서 Suza는 바늘을 의미한다. 즉 바늘로 짠 것들을 일컫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수자니는 소녀들이 결혼식 준비를 위해 직접 바늘로 자신들의 드레스를 짠 것으로 부터 유래되었다. 이 수자니에 대한 설명은 사마르칸트에서 더욱 심도있게 알 수 있었다.
20일 기차를 타고 사마르칸트에 도착했다. 다음날인 21일 사마르칸트의 명소인 레그스톤 광장을 방문했다. 3개의 주 건물 모두 세심하고 복잡한 문양으로 뒤덮혀 있었다. 여지껏 봐왔던 문양 뿐 아니라 아랍어된 문양과 호랑이와 사람의 얼굴, 사슴이 그려진 문양이 있었다.
광장을 돌아다니던중 우리에게 옛 이슬람 스승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을 보여주겠다며 우리를 이끌었다. 그를 따라 들어가니 벽과 천장을 가득 메운 수자니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수자니에 대한 그의 열성적인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그 가게에는 시대별로 구분되어 수자니가 진열되어 있었다. 크게 중앙아시아에 이슬람이 들어오기 전 조로아스터교를 믿던 시대와 이슬람이 들어왔던 시기를 기점으로 설명했다. 이슬람이 들어오기 전, 배화교인 조로아스터교에는 불 땅 물 공기라는 4대 요소가 있다. 이는 그 당시 만들어진 수자니에도 잘 나타나 있었다. 주로 오일렘프과 전갈 딱정벌레, 뱀, 파리, 전갈과 개구리 등이 있다. 배화교인 조로아스터교에서 불을 피우는 오일램프는 종교의식에 사용됨으써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건이었으나 이슬람이 들어오면서 그 의미가 사라졌다. 따라서 그 의미도 찻잔의 의미로 변질되고 만다. 전갈, 딱정벌레, 뱀, 파리와 같은 문양도 쓰였는데 이러한 것들은 주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소유자의 정신을 보호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이 들어옴에 따라 서서히 사라져 간다.
이 시기 이후부터 우리가 늘상 봐왔던 문양들을 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석류, 꽃, 양의 뿔, 새의 날개와 고추가 그것들이다. 석류는 껍질을 까보면 안에 무수히 많은 과즙이 들어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인지 다산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쓰인다. 꽃은 ‘행복’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젊은 여자를 의미한다. 그리고 가장 많이 봐왔던 고추는 ‘나쁜 것들로 부터의 보호’를 상징한다. 또한 새의 날개는 성공과 행운을 상징한다. 문양 뿐만 아니라 채색에서도 의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검은색과 흰색이 반복되는 문양의 수자니가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속담 중 하나인 ‘새옹지마’와 비슷하게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 또한 있을 것’ 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러 문양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흔한 문양이 있었다. 바로 ‘양의 뿔’문양이다. 우즈베키스탄은 과거부터 유목민족이었다. 드넓은 초원에서 가축을 기르며 이동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양이나 염소같은 가축들은 식량이자 부(富)이다. 마찬가지로 양의 뿔과 같은 소용돌이 문양은 부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 문양은 우즈베키스탄만의 특징은 아니다. 양의 뿔 문양은 우즈베키스탄 뿐 아니라 유목 생활을 했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도 널리 쓰였다.
우리나라도 우리나라만의 전통 문양이 존재한다. 하지만 간판, 옷, 건물 외벽에 문양을 그려넣을 정도로 실생활에서 문양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우즈베키스탄은 왜 이렇게 문양에 집착하는 것일까. 상인의 말에 의하면 우즈베키스탄은 그들의 전통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만약 문양을 쓰지 않는다면 사라질 것이고 그것은 선조들에게 크나큰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그 자체로도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련으로 부터의 독립 이후 현대화 과정을 겪음에도 그들의 전통과 역사를 중요시 하는 우즈벡인들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었다.
사마르칸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1월 23일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 도착했다. 따듯했던 우즈베키스탄과 달리 아스타나에서는 살을 애는 듯한 추위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바람이 활동에 제약을 줄만큼 매서웠다. 23일 저녁. 현지에서 일을 하는 선배와 간단한 저녁식사 후 다음날 일정을 위해 숙소에서 잠을 잤다.
본격적인 활동은 24일부터였다. 먼저 아스타나에 있는 카자흐스탄 국립 박물관을 방문했다. 국립 박물관답게 박물관의 규모가 굉장했다. 역사에 흐름에 따라 전시한 유물들을 보며 문양이 언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카자흐스탄의 초기 철기시대 때는 전통 문양의 형태를 갖추지 않은 간단한 선과 도형으로 이루어진 문양을 사용했다.
13~14세기부터 꽃문양, 동물문양이 생기기 시작했다. 16세기에는 건물의 외벽에 아랍어와 함께 이슬람풍의 문양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봐왔던 문양의 형식은 17세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문양은 우즈베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의보, 무기, 식기와 카펫 등 다양한 사물에 그려졌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문양의 종류가 다소 한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새의 날개, 덩굴, 석류, 고추 등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문양이 있었던 반면 카자흐스탄의 문양은 양의 뿔 문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추가로 정보를 얻기 위해 박물관 직원에게 문의했지만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실패했다. 이후 박물관을 나와 이슬람 사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선 이슬람 문화에 따른 어떤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결국 입장을 포기하고 내일 일정을 위해 숙소로 돌아가 하루 일정을 정리했다.
다음 날 1월 25일 현대 카자흐스탄의 문양 사용실태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번화가인 ‘칸샤트르’를 방문했다. 이 곳에서 또한 우즈베키스탄과 뚜렷한 차이를 느꼈다. 우즈베키스탄의 백화점에서는 문양을 적극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 문양이 새겨진 옷, 이불, 휴지통과 같은 상품도 있었고, 모든 장식은 문양을 사용하여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칸샤트르에서는 문양을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었다. 모든 자리에 외국계 상점이 가득 들어차 있었고 흡사 우리나라 번화가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칸샤트르에서 목격한 문양 : 전형적인 양의 뿔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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