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1기] [브라질 중남미] - 반데이란치스 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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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6-03-25 12:28 | Read | 2,675 |
본문
탐사테마
‘신은 브라질사림일 것이다.’ 라는 말이 있을 만큼 넓은 땅, 풍부한 자원을 가진 브라질은 수십 년 전에도, 지금도 개발도상국으로 남아있다. 이런 브라질 성장의 발목을 잡는 원인 중 하나로 대표적인 것이 ‘브라질 코스트’이다. 브라질 코스트란 일반적인 기업 활동비용 이외에 높은 세제부담, 물류비용, 공무원들의 부패, 강성노조 및 잦은 파업 등으로 발생하는 추가 부담금이다. 이는 브라질에 진출하는 여러 회사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높은 비용부담을 초래하고 있으며 브라질 진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브라질 코스트라는 개념을 수업시간에 접했는데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하고 로컬리티 챌린지 탐사 테마로 정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브라질 코스트에는 열악한 운송·통신 인프라, 높은 금리, 지나친 관료주의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우리는 운송 인프라 중에서도 지하철·철도 인프라를 주제로 정했다.
지하철·철도 인프라를 주제로 정하게 된 배경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 분야의 규제와 관련해서 친환경운송수단인 철도가 수송효율성, 안정성, 친환경성 등의 장점 덕에 역할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화물 백만 톤을 1km 운송하는데 도로 수송에는 9,520 TOE(석유환산톤)이 소비되는데 반해 철도로 운송할시 971 TOE만 소비된다. 철도는 단위 km당 에너지 소비량이 영업용 트럭의 10.2%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교통수단이다. 이런 높은 효율성 덕에 철도 수송부담률이 1% 증가할 때마다 5,595억 원의 에너지 소비가 절약된다. 또 적은 온실가스 배출도 철도의 장점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승용차의 6분의 1, 화물자동차의 8분의 1 수준으로 적다.
두 번째는 브라질 코스트를 발생시키는 열약한 철도 인프라이다. 2007년 세계은행에 따르면 브라질의 물류비용은 OECD 국가의 평균보다 두 배 가량 높을 정도로 열악하다. 이는 브라질 화물 수송의 65% 가량이 도로 수송에 치우쳐있고, 도로 수송보다 비용이 적게 발생하는 수로나 철도 수송 비율은 각각 20%와 15%에 그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브라질과 같은 거대한 영토를 가진 대륙 국가들은 철도와 수로 수송비율이 더 높은데 미국의 경우 철도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한다. 브라질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고 수송 인프라 개선을 위해 전국 철도 부설 계획(Plano Nacional de Viação)을 수립했다. 이 계획을 통해 브라질 정부는 2025년까지 철도 수송 능력을 브라질 전체 화물 수송의 32%까지 끌어 올리고자 한다.
세 번째는 이런 브라질의 철도 산업 인프라 확충에 관심을 보이는 우리나라의 움직임 때문이다. 브라질의 철도 산업 인프라 확충에 우리나라 기업도 발을 딛었는데 대표적인 곳이 ‘현대로템(Hynudai Rotem)’이다. 현대로템은 종합 중공업체로 철도 사업, 방위사업, 플랜트 사업을 주로 하는 기업인데 2007년 브라질 상파울로 4호선을 수주한 이후로 꾸준히 브라질 철도시작을 공략해왔다. 이런 노력 끝에 현대로템은 2015년 3월 2일 브라질 São Paulo주(州) Araraquara시(市)에 브라질 현지 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이 공장이 본격 가동에 돌입하면 총 계약가의 60% 이상을 현지에서 구매 또는 제작해야 한다는 브라질 공공 조달법에 따른 현지화 조건을 충족하게 되고, 이에 따라 계속 진행 중인 전국 철도 부설 계획 입찰에서 우위를 점 할 수 있는 입지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런 현대로템의 행보를 뒷받침해줄 만한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 계획도 발표되었다. 2015년 3월 26일 부산에서 중남미 주요국의 장·차관 등 고위 관료, 기업인, 국제기구 대표 등 3000여명이 참여한 ‘2015년 IDB 연차총회’에서 정부는 중남미 인프라 건설에 총 1조 2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공표했다. 중남미 지역에 인프라가 확충되어 경제성장이 촉진돼 교역과 투자가 활성화 되면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브라질의 지하철·철도 인프라에 초점을 맞춰서 탐방을 할 예정인데, 현재 브라질 지하철·철도 인프라 현황을 가장 큰 주제로 잡고, 이 분야가 더 성장하였을 때 어떤 파급효과가 생길지도 탐사 해보고자한다. 그리고 그 파급효과에 따라 우리나라의 어떤 기업들이 브라질에 진출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탐사목표
이번 탐사의 목표는 브라질의 지하철, 철도 인프라 현황을 조사하고, 인프라가 확충되어가는 과정과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진출 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데에 있다. 브라질의 철도 인프라 시장을 특정하여 조사하는 목적은 첫째, 현재 브라질에서 현대로템이라는 한국 전동차 회사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둘째, 브라질은 세계 5위에 달하는 광활한 국토를 소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물자운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 철도 인프라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인프라에 대한 탐사로 지하철 시설, 서비스 현황, 지하철 주 이용층, 붐비는 시간대, 주변 상권 조사 그리고 지하철 근무자 인터뷰를 계획하고 있다. 이 탐사를 통해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한국과 브라질 지하철의 차이점, 지하철 역 주변 상권 발달 여부, 지하철 부문 발전에 따른 앞으로의 변화 등이 있다. 또한 이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어떤 사업부문을 수출할 수 있을지 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철도 인프라에 대한 탐사로는 철도 인프라 현황, 브라질 정부의 향후 발전 계획, 현대로템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우리나라 기업이기 때문에 인터뷰하기 용이할 것으로 예상되고 오랜 시간 브라질 시장을 공략해왔기 때문에 실무전선에서는 브라질 철도 인프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파악하는데 좋은 시각을 제공해 주리라 예상한다. 이 탐사들을 통해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은 철도 인프라의 확충이 브라질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이다.
브라질 코스트란 높은 세제부담, 물류비용, 공무원들의 부패, 강성노조 및 잦은 파업 등으로 발생하는 추가 부담금 중 하나로 브라질에 진출하는 여러 회사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높은 비용부담을 초래하고 있으며 브라질 진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탐사 주제를 정하면서 우리는 브라질 코스트의 원인으로 철도 인프라를 꼽았다. 철도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면 브라질 코스트가 얼마나 해소될 수 있을지 그 결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브라질에 진출할 때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상하는 것은 우리가 이 탐사를 하는 최종적인 목표이다.
브라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남미 국가들이 지하철. 철도 인프라가 취약한 상황이다. 최근 브라질 공장 설립을 한 현대로템도 이러한 이유를 바탕으로 페루, 칠레, 콜롬비아 등 중남미 각국의 철도차량 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현재 추진 중이다. 우리도 이번 로컬리티 챌린지를 통해 얻은 결과들을 브라질에 국한시키지 않고 중남미 각국에 적용하여 향후 중남미 지역에 진출할 때 어떤 방식으로 진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표로 삼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탐사내용
우리가 이번 로컬리티 챌린지를 통해 알아볼 것은 브라질 전동차 시장과 브라질 문화이다. 브라질 전동차 시장에서는 브라질 철도 인프라의 경제적 가치와 그 전망 그리고 관련된 한국 회사의 브라질 진출 가능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철도 인프라 중에서도 범위를 좁혀 ‘지하철’이라는 요소에 중점을 두었는데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부분과 관련 회사와의 만남을 통해 알아 볼 수 있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부분으로는 한국의 지하철과의 차이점, 상파울루 출·퇴근 시간의 혼잡함의 실태,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한 점 등 이고 관련 회사를 통해 알아 볼 수 있는 부분으로는 현재 브라질 지하철 인프라 상황, 브라질 고속철도(TAV)와 관련된 계획, 지하철 역 주변 상권 등이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알아보는 것이 아닌 관련된 회사와의 만남을 통해 보다 사실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브라질 문화 부분에서는 최대한 현지의 특색이 드러난 장소를 방문하고 그 속에 어떠한 문화가 담겨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축구와 관련된 장소로는 Rio de Janeiro에 Maracanã경기장, 대학교와 관련해서는 São Paulo에 USP가 있고 그 외에도 Avenida Paulista, Cristo Redentor등 이 있다. 문화는 한 사회 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정신적, 물질적 가치를 일컫는다. 이러한 문화는 한 개인이 특정한 사회를 이해하고 살아감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 로컬리티 챌린지를 통해서 얻은 정보들이 향후 실용성을 띄려면 현지의 문화를 바탕으로 그 지역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브라질의 지역적 특성에 대해서 조사를 했을 뿐만이 아니라 버스·지하철 탑승과 같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공권력의 부패와 치안상황과 같은 전반적인 사회 문제까지도 다루기로 하였다.
Ⅰ. 브라질 전동차 시장
1-1. Via Quatro
브라질 지하철 인프라를 알아보기 위해 탐방할 수 있는 회사는 여러 곳이 있지만 우리가 한국에서 연락을 주고받은 회사는 Metro São Paulo, Via Quatro, Metrô Rio de Janeiro 그리고 현대로템이 있다. 그 중에서 상파울루에 지점을 두고 있는 회사는 Metro São Paulo, Via Quatro, 현대로템인데 만남이 가능하다고 최종적으로 답변을 받은 곳은 Via Quatro와 현대로템 두 곳 뿐이었다. 두 회사 모두 브라질 지하철과 관련된 회사이지만 우리가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알아볼 내용은 확연히 다르다. Via Quatro를 통해서는 브라질의 지하철 시장 현황, 현지 사람들이 느끼는 문제점 등 ‘브라질’에 더 초점을 맞춘다면 현대로템과의 만남을 통해서는 외국 기업으로서 브라질에 진출 했을 때 느꼈던 어려움, 브라질과 한국 시장의 차이점과 같이 ‘한국’이라는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두 회사 중 약속 날짜가 먼저 잡힌 곳은 Via Quatro이다. Via Quatro는 São Paulo 4호선을 책임지고 운영·유지하는 회사이고 브라질에서 최초로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계약한 회사이다. 4억 5천만 달러를 시스템, 장비 그리고 전동차에 투자했으며 담당하고 있는 4호선은 총 6개의 열차로 운행이 되는데 각 열차는 14개의 전동차로 이루어져 있다 (총 84개의 전동차). 한 열차마다 약 1,50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현재 Via Quatro는 추가로 15개의 전동차, 즉 총 90개의 전동차의 제작을 시도하고 있고, 20억 달러 이상을 더 투자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은 Edivaldo Wagner Martins라는 분인데 4호선의 시스템과 전동차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분이다. 준비한 질문들을 하기 전 먼저 상파울루의 교통수단 체계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상파울루의 교통수단 체계는 지하철(Subway), 지역 간 열차(Regional Trains), 버스(Bus) 3가지로 분류되고 지하철 체계는 Metro São Paulo와 Via Quatro 두 회사로 나뉜다. 지역 간 열차(CPTM; Companhia Paulista de Trens Metropolitanos))는 상파울루 주(州) 내에 있는 São Paulo, Guarulhos, Campinas 등 10개의 도시를 이어주는 열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버스(EMTU; Empresa Metropolitana de Transportes Urbanos)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버스보다 좀 더 넓은 의미의 버스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CPTM처럼 여러 도시를 오가는 한국의 시외버스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브라질의 면적은 세계 5위 수준이고 상파울루 주(州) 만해도 한국의 약 5배 크기이므로 CPTM·EMTU같은 도시 간 교통수단이 생긴 것 같았고 이런 교통수단의 존재가 매우 신기했다.
상파울루의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총 13개의 라인이 있고 그 중 Metrô가 5개(Linha 1,2,3,5,15), CPTM가 7개(Linha 7,8,9,10,11,11-Leste,12), Via Quatro가 1개(Linha 4)의 호선을 담당해서 운영 중이다. Via Quatro는 앞서 간략한 회사 소개에서 말했듯이 최초로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계약한 회사, 즉 사기업이라고 볼 수 있고 나머지 회사들은 공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사기업이라고 해서 초기 제작단계부터 정부의 개입이 아예 없던 것이 아니라 정부가 Linha 4를 만든 후 나중에 기업이 이 노선을 구입해서 최종적으로 선발된 기업이 전반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형태이다. 또 하나 Via Quatro의 특이한 점은 무인으로 운행된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신분당선이 사기업이 운영하고 국내최초로 무인운전을 도입했는데 우리도 비슷한 지하철 노선이 있다고 하니 반가워하며 한국의 실정은 어떠한지 궁금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분당선은 일반 지하철 요금보다 비싸고 훨씬 빠른데 Linha 4도 그러한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무인운전이라는 점을 빼면 다른 노선의 지하철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하였다. 요금 부분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 놀라웠는데 여기서 브라질 지하철의 특징이 나타난다. 브라질의 지하철은 길이에 따른 추가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즉, 환승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 처음에 지하철을 탈 때 3.5reais(real/헤알=브라질 화폐 단위)를 내면 2번을 환승하던, 4번을 환승하던 최종적으로 내는 요금은 누구나 3.5reais인 것이다. 승객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투자한 만큼 수익을 많이 내야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같은 요금을 받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회사의 수익은 어떤지 조심스럽게 여쭤보았다.
Via Quatro는 이용객 수에 따라 정부가 돈을 지급하는 구조이다. 100% Linha 4를 이용하는 승객이 낸 금액은(4호선 안에서만 이동하는 승객) 100% Via Quatro가 가져가지만 Linha 4를 통해 다른 호선으로 갈아타는 승객(4호선을 타고 다른 호선으로 가는 승객 혹은 다른 호선을 타고 4호선에 내리는 승객)이 낸 요금은 50:50으로 정부와 Via Quatro가 나눠 가진다고 한다. 하지만 Linha 4를 이용하는 승객의 90%가 환승객인데 이용하는 승객의 수만큼 수익을 가져갈 수 없는 것에 대해 회사는 불만이 있는 것 같았고 만일 회사가 예상한 승객보다 더 많은 승객이 이용할 경우 그 추가 금액을 정부에 지급해야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용한 승객의 통계를 내서 정부에 제출을 하면 배당금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돈 이야기가 나오자 Martins는 약간 흥분된 어조로 브라질 정부의 무능함·답답함과 다른 지하철 회사인 Metrô São Paulo의 재정 상황을 말해 주었다.
상파울루의 지하철을 운영하는 또 하나의 회사인 Metrô São Paulo의 재정 상황은 안타까웠는데 일단 그곳은 직원이 약 100만명이고 Via Quatro는 직원이 약 1만명으로 직원 수가 100배정도 차이가 난다. Via Quatro는 다른 호선에 비해 광고가 많고 사기업이라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데 상대적으로 큰 부담이 없지만 Metrô São Paulo는 Via Quatro와 비슷하거나 적은 수익을 내고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서 더 많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해야 하다 보니 작년에 적자를 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를 정부도 알고 있는지 수익이 많이 나지 않는 호선은 하나씩 사기업에게 매각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5호선이 있는데 5호선은 다른 노선에 비해 길이가 짧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지역에 위치한 노선으로 우리가 방문하기 바로 전날 사기업에게 매각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6호선이 곧 지어질 것이라고 했는데 6호선은 4호선과 달리 초기 제작단계부터 전적으로 사기업에게 맡기는 형태로 브라질 지하철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고 사업을 진행하는 데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말을 하였다.
브라질 정부의 무능함을 말한 부분은 늦은 일처리였는데 역 하나를 지으려고 건설 허가를 내면 한참 걸린다고 하였다. 따라서 Linha 4의 모든 역을 짓는 것을 2018 년에 끝내려 했는데 내년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매우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Linha 4에는 9개의 역이 있는데 추가로 2~3개의 역을 더 지을 계획이라고 하였다.) 심지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정부의 결정이 늦어져서 일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불만을 토로한 부분은 모노레일과 공항철도였다. 현재 상파울루 지하철 노선 중 Vila Prudente와 Oratório를 잇는 15호선이 모노레일인데 이용하는 사람도 없고 딱히 필요 있는 교통수단도 아닌데 왜 만들었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한다고 했다. 모노레일 얘기를 하면서 정말 놀라웠던 점은 지난 달 Via Quatro직원이 모노레일을 탐사하러 한국에 방문했었다는 이야기였다. 용인 경전철을 보러 왔던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제작 초기에 한국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았다고 했더니 왜 그런 모노레일을 자기네들도 지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공항철도는 우리가 상파울루에 도착해서 Rogerio집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서 건설 현장을 보았기 때문에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었는데 표면적으로는 도심에서 공항까지 갈 수 있는 전철이라 굉장히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문제가 많았다. 공항 철도라고 하면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속도가 빠르고 지나가는 역이 최소화 되어야 하는데 일반 전동차와 같은 크기에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없고 심지어 환승을 여러 번 해야 된다며 설계를 잘 못 했다고 이것 또한 정부가 잘못한 것이라고 쓴 소리를 하였다.
한 바탕 속 풀이 시간이 지나간 후 다시 Via Quatro만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전동차 얘기를 했는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탐사의 핵심이자 우리의 주제인 현대로템이 브라질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에서 지금보다 더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Via Quatro가 현대로템으로부터 14대의 전동차를 구입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Martins의 말에 따르면 현대로템을 전동차 구입 회사로 선정하기까지 꽤나 많은 사람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당연했다. 2007년 브라질 전동차 시장에서 현대로템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이후 지금까지 눈부신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브라질 전동차 시장에 영향력을 끼치는 나라는 스페인과 프랑스이다. 예전부터 브라질과 일을 해온 두 나라와 달리 현대로템은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되었고 두 나라에 비해 아는 것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중요한 일을 맡기려니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같이 일을 해보니 매우 만족스러웠고 반대했던 사람들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앞으로 15대의 전동차를 더 구매할 예정이라는 말을 덧붙였는데 한국 사람으로서 매우 뿌듯해지고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회사 운영, 수익 구조, 전동차 등 무거운 주제의 얘기를 하고 난 후에는 고객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는지, 지하철 치안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등 상대적으로 가볍고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주제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먼저 우리나라의 ‘고객의 소리함’처럼 불만 사항을 건의할 수 있는 곳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역마다 건의함이 있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회사 사이트와 Facebook이라고 하였다. 어떤 불만사항들이 주로 접수되는지 궁금했는데 에어컨이 너무 세요, 너무 약해요, 지하철이 왜 이렇게 안 오나요 등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이었다. 정말 회사에게 도움이 되는 불만들은 접수가 안 되는 것인지 물어보았는데 종종 귀담아 들을만한 내용들이 접수 된다고 하였다. 그런 내용이 건의함에 올라올 때는 회의를 거쳐 개선하거나 바로 시행하기가 어려울 경우에는 건의한 승객에게 바로 개선할 수 없는 회사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시키는 등 항상 승객들의 모든 불만을 수렴하고 개선하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세가 매우 보기 좋았다. 지하철 치안 문제는 CCTV로 항상 지켜보고 있다며 안심시켜주었는데 사실 직접 지하철을 타보면 그런 치안 문제에 대한 걱정이 조금을 사라진다. 지하철 중간 중간에 보안요원이 함께 탑승해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물어본 것은 정말 궁금한 부분이었던 지하상가였다. 한국은 강남, 종로 등 지하쇼핑센터가 많지만 브라질은 지하철 역 주변이 우리나라처럼 상권이 활발하지도 않을뿐더러 지하쇼핑센터가 발달한 것 같지 않았다. 그 이유는 꽤나 단순했는데 브라질 사람들은 지하철은 지하철의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하철역에 굳이 쇼핑센터가 같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듯 했고 꼭 쇼핑센터가 필요하다면 지하철 역 입구와 쇼핑센터 입구를 가깝게 만드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정말 단순한 이유이지만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내에서 길고 긴 인터뷰를 마치고 난 후에는 밖으로 나와 회사 탐방을 하였다. 전동차가 만들어지는 곳, 고장 난 전동차가 수리되는 곳, 새로 지어지는 역과 연결되는 철로의 모습 등을 구경하였는데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이용하는 지하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식으로 수리 과정을 거치는지 보고 나니 신기하기도 하고 앞으로 지하철을 탈 때 오늘 들은 내용을 토대로 관심 있게 살펴볼 것 같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통제실이었다. 한국에서도 지하철 통제실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는데 굉장히 신기한 모습이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화면을 둘로 나눠 한쪽은 모든 지하철 노선의 지하철들이 잘 운행되고 있는지 나타내고 있었고 나머지 한 쪽은 4호선 내의 모든 CCTV를 볼 수 있었다. 다른 노선의 지하철 상황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였는데 혹시라도 문제가 생겨서 전동차 간의 거리나 배차 간격을 조정해야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제실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각각 담당하시는 일이 달랐는데 어떤 분이 어떤 일을 담당하시는 지 일일이 한 분씩 소개를 시켜주셨다. 통제실을 나와서 전동차 앞에서 Andre씨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우리의 Via Quatro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얼굴도 모르는 한국 학생들이 메일로 방문해도 되냐고 다소 뜬금없는 부탁을 했어도 흔쾌히 와도 된다고 허락해주신 Via Quatro의 모든 관계자 분들과 바쁘실 텐데 두서없고 많은 양의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대답해주신 Andre씨에게 너무나 감사했다.
1-2. 현대로템
도입부분에서 설명하였듯이 현대로템과의 만남을 통해서는 외국 기업으로서 브라질에 진출 했을 때 느꼈던 어려움, 브라질과 한국 시장의 차이점과 같이 ‘한국’이라는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현대로템은 1977년 창립한 후 철도사업에서부터 방위사업, 플랜트 및 환경사업을 통해 세계적인 위상을 다져가고 있는 국내 기업이다. 다양한 사업 부문 중에서 특히 철도사업은 국내뿐만이 아니라 시장을 세계로 넓혀가고 있는데 35개국에 전동차, 고속전철, 경전철, 디젤동차, 기관차 등 다양한 차종의 철도차량을 공급하고 있으며 철도차량의 핵심부품을 독자기술로 국산화하여 추진제어장치, 열차종합제어관리장치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2003년 11월 브라질 Salvador 1호선 전동차 사업을 통해서 브라질에 처음으로 진출하였다. 그 후 2013년 전동차 업계 최강자인 프랑스의 알스톰을 제치고 최종 사업자로 선출 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5년 4월 브라질 남부의 São Paulo주(州) Araraquara시(市)에 현지 공장 착공식을 가지며 브라질에서의 입지를 더 견고히 다질 뿐만이 아니라 남미 전체로 시장을 넓혀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Via Quatro와는 달리 의사소통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사전에 조사하던 중 궁금해 했던 모든 것을 질문할 수 있었다. 먼저 현대로템이 정확히 어떤 회사인지 설명을 들었다. 현대로템은 일반 기업과는 조금 다른 사업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LG, 삼성 같은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고 시장에 판매하는 일을 하지만 현대로템은 판매가 아닌 수주·입찰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한다고 하였다. 즉, 수출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는 오직 전동차 차량을 납품하는 데에 그 사업영역이 머물러 있지만, 향후 지하철 역사나 철로 등 철도사업의 기간시설 또는 실질적인 민영 철도사업에 직접적인 시장진출이 아닌 일부를 출자하여 주주로 경영권에 참여 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회사의 주력사업은 앞으로도 계속 차량제조 및 납품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자 중요한 질문인 ‘왜 브라질을 선택하였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현재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은 여러 곳이 있지만, 북미, 아시아, 유럽은 철도시장이 앞서 진출한 외국의 대기업들에 의해 이미 포화상태라 진입장벽이 높고, 설령 진출한다고 해도 그 성장 가능성이 적다. 이러한 조건을 따져서 앞의 세 곳을 제외하면 인도, 터키, 남미, 미국이 진출하여 성공적인 사업을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평가되는데, 그 중 브라질은 면적이 크고 남미에서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남미 공략거점’으로 브라질을 선택했다고 한다. 또한 브라질에서 국가 차원으로 진행 중인 여러 철도사업과 현대로템의 계획이 일치한 것도 브라질로 진출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진출 가능성이 높고 그 수익성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나라에 진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며, 많은 애로사항이 존재한다. 그 중 브라질에서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지연·학연 같은 ‘인맥’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브라질도 ‘제이찡뉴(Jeitinho)'라고 하는 지연·학연·혈연적 요소가 비즈니스 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며, 같은 품질, 같은 가격이여도 자신과 제이찡뉴가 있는 사람의 것을 더 선호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 현지의 인맥을 꾸준하고 탄탄히 형성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현대로템은 한국인이나 교포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현지인을 채용한다고 하는 방법으로 극복하였다. 현지인을 채용하면 인맥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현지 기업문화 또는 관행을 가장 잘 알고 있기에 사업을 진행 하는 데에 있어서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현대로템의 기업 현지화로 인하여 현재 짓고 있는 아라라꽈라의 공장 직원까지 합해 총 50명의 현지인과 10명의 한국인을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인도, 러시아와 더불어 브라질은 사업하기 힘든 대표적인 나라로 꼽히는데, 이는 복잡한 세금 구조와 강력한 노동법, 그리고 뿌리 깊은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노동법에 관해서는 사업자에게 매우 불리한데, 높은 임금, 임금의 약 85%를 복지비용으로 추가 지급하기 때문이다. 가히 노동자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좋은 근무 환경을 제공하여 사업의 어려움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점들은 사업자들이 사업을 진행할 때에 있어서 예상한 사업비용보다 훨씬 많은 부대비용을 지출하게 만드는데, 이를 ’브라질 코스트‘라고 부른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직원의 생산성인데, 브라질 사람들은 천성이 여유롭고 낙천적인데다 노동법이 이 여유로움을 법적으로 보호하여 회사에서 브라질 코스트로 인한 높은 비용을 직원에게 지불하는 만큼의 생산성이 나오지 않아 매우 곤란하다고 한다. 이러한 저조한 생산성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시로 한국 학생들을 인턴으로 채용할 경우, 두~세 명에 불과한 그들이 인턴 기간 동안 일한 것이 브라질 정 직원 2~30명들이 일한 것보다 양적, 물적 측면에서 훨씬 만족스럽다고 한다.
앞서 브라질은 노동자의 천국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브라질의 노동법에서 비롯된 것이다. 브라질은 노동법이 매우 발달한 나라인데, 현대로템에 현지인이 5:1로 한국인 직원비율보다 월등히 높은 것도 인맥을 형성하기 위함도 있지만 노동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현지인 고용의무’라고 하는데 브라질에 등록된 모든 법인은 의무적으로 현지 인력을 고용해야 하며, 이러한 현지 인력이 사원 전체의 2/3 이상이 되어야 하고, 총임금의 2/3가 이 현지 인력들에게 지급되어야 한다.
노동법 이외에도 브라질에서 직원들을 관리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으로 앞서 말한 추가 부담금과 엄청난 양의 노동소송이 있다. 브라질에 진출한 외국기업 전체의 94%가 노동소송에 휘말리는데, 그 양이 너무나 많아 노동 대법원에 계류 된 소송 중 절반도 안 되는 약 40%만이 판결이 되었다. 더 큰 문제점은 소송이 진행될 경우 법원은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뿐만이 아니라 패소 할 경우 노동자에게 엄청난 양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고를 겪는다. 물론 한국 기업들도 노동 소송을 많이 겪었는데, 삼성이 대표적이다.
최근 2013년도에 브라질 아마조나스(Amazonas)주(州) 마나우스(Manaus)시(市)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을 브라질 정부가 노동법 위반을 이유로 고발하여 120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해 검찰이 조사에 착수했었다. 대부분 한국 기업이 노동 소송에 걸리는 이유는 현지 사정을 잘 모르고 한국과 같이 잦은 야근과 강압적인 사내 분위기, 그리고 신속한 일처리를 바라는 기업 문화를 그대로 현지 에 적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현대로템 측에서는 브라질에 진출한 지 오래 되지 않았고 미리 현지의 문화를 잘 숙지하고 사업을 시작해서 아직까지는 노동소송에 휘말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 하였듯이, 현지 문화와 브라질의 국민성, 그리고 강력한 노동법 때문에 비롯되는 브라질 코스트는 한국 기업의 진출을 막고, 현지에서의 사업 난이도를 매우 어렵게 만든다. 우리가 조사한 현대로템의 경우도 평균 400일에 달하는 긴 사업허가 대기시간부터 복잡한 세법, 임금 구조가 한국과 많이 달라 사전조사를 하고 왔어도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현대로템은 어느 정도 브라질 코스트에 대해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자부한다. 바로 브라질 코스트를 추가적인 비용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브라질에서 사업을 하려면 불가피한 것이기에 이를 하나의 비용으로 처음부터 계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업 계획을 구상할 때, 브라질 코스트를 염두에 두고 예산 책정을 하면, 예상 밖의 지출이 생길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고, 이로 인한 경영 악화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 5월 중국이 브라질과 함께 530억 달러 규모의 남미 횡단철도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남미횡단철도는 안데스 횡단 철도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브라질 Rio de Janeiro주(州) Porto do Aço에서 시작해 브라질 대서양 연안과 페루 태평양 연안의 약 5천300㎞를 잇는 범국가적 프로젝트이며, 중국의 관영 기업들이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려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의 산물이다. 이는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거치지 않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대두(大豆)와 철광석을 보다 쉽고 빠르게 태평양 연안으로 운송할 수 있게 되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함에 따라 중국에 수백만 달러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또한 남미 국가들에게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대한 편리한 접근성을 제공하여 양 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사업이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 현대로템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할 당시, 남미 횡단철도 공개입찰에 중국 관영기업과 현대로템이 참여했지만 최종적으로 중국이 입찰에서 이겼다는 기사를 보고 협상력이나 기술 측면에서 한국기업보다 중국기업이 우수하다는 판단을 내렸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현대로템 측에 이것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패배의 원인을 묻는 과정에서 그 판단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먼저 결론을 말하자면, 현대로템은 입찰 경쟁에서 패배한 것이 아니라, 이길 생각이 없었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브라질의 철도에 대한 대략적인 개념이 잡혀있어야 한다.
먼저 철도는 여객철도와 화물철도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되는데, 여객철도는 무궁화호, KTX, 지하철과 같이 우리가 흔히 보는 사람을 태우기 위한 용도의 철도이고 화물철도는 오직 자원만을 수송하기 위한 철도이다. 여기서 남미횡단철도는 회물 철도에 포함되는데, 화물 철도는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부가가치가 낮고 수입이 크지 않아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사업을 진행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중국은 화물철도를 건설함으로써 얻게 되는 국가적 이익이 상당하다. 결국 중국 측에서는 이 사업을 진행해야 할 불가피한 이유가 있는 것이고, 현대로템 측에서는 굳이 이길 생각 없이 입찰에 참여했던 것이다.
이러한 남미횡단철도와 그 입찰에 대한 설명과 함께 브라질 철도 인프라에 대한 정보를 담당자로부터 들었다. 브라질 철도 인프라의 특징은 첫 번째로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철도인 간선형 철도가 없고 도시 내 철도밖에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러한 도시 내 철도 기간시설의 90%이상이 São Paulo와 Rio de Janerio에 있어 도시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광물을 운송해하기 위한 화물철도가 상대적으로 여객철도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넓은 국토와 2억이 넘는 인구수를 고려할 때 이는 비정상적인 특성이며, 이는 브라질 철도사업의 ‘잃어버린 30년’에서 비롯된 것이다. 브라질은 1968에서 1973년까지 정부의 개발정책에 의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브라질의 기적’을 일구어 냈다. 이 당시에는 철도사업이 모두 국영으로 운영되며 도시 간선형 여객철도와 화물철도를 공공의 필요성에 의해 그 공급을 책정·운영하였다. 하지만 브라질에 군사 독재정치가 시작되면서 철도사업을 모두 민영화 시키고 고속도로 사업에만 투자를 집중하여 철도에 대한 개발이 멈추게 되었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개발과 투자가 필요한 대부분의 여객철도 기간시설은 소홀한 관리와 시설 노후화 대책의 부재 탓에 그 수가 많이 줄어들었고, 별다른 투자와 기술개발이 필요하지 않은 화물철도만 지속적으로 운영되어 오늘날과 같은 비정상적인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는데, 이렇게 철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끊긴 시기를 ‘잃어버린 30년’이라고 업계에서는 표현한다.
최근에 들어서 브라질 정부는 이러한 ‘잃어버린 30년’을 만회하고자 5년 전부터 도시 간 여객철도망의 확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정부의 철도사업 계획은 브라질 특유의 느린 행정 처리와 경직된 관료주의의 폐해로 위기를 겪어 수번에 걸쳐 백지화가 되는 위기를 거쳤으나 현 대통령인 Dilma Rousseff(지우마 호세프) 정권의 출범 이후 주요 공약으로써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도시 간 간선형 철도사업은 ‘브라질 고속철도(TAV; Trem Alta Velocidade)라는 이름으로 이에 쓰일 전동차 차량을 수주하는 것이 현대로템의 최종목표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브라질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인해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매우 높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철도가 놓아지면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KTX 경부선이 건설되면서 전국 1일 생활권 시대가 왔고,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의 연결을 통하여 균형 있는 경제개발과 국토개발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늘어난 지하철 유동인구 덕분에 역 주변 상권이 활성화 되고, 지역의 경제가 활발해지는 효과도 얻었다. 이처럼 브라질 고속철도로 인하여 얻게 될 파급효과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파급효과가 향후 진출할 한국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조사해 보았다. 브라질에 도시 간선형 고속철도가 생길 시 기대할 수 있는 파급효과는 두 개인데, 첫 번째는 지하철 역사와 같은 철도 기간시설 내의 상가와 철도 주변 지역의 경제 활성화이다. 철도가 더 넓은 범위로 확장될수록 이를 이용하는 하루 평균 철도 이용인구는 급증할 것이고, 더불어 역세권의 유동인구도 더불어 불어날 것이다. 하지만 본디 이러한 유동인구의 확대로 인한 주변상권의 확대 및 발전이 있으리라 예상하였지만, 아쉽게도 조사 결과, 브라질 현지에서는 그러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유로는 브라질 사람들의 철도에 대한 인식과, 브라질의 교통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것이다. 먼저 브라질 사람들의 철도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그들은 철도와 그 부대시설들을 단순한 교통시설, 그 이상 혹은 그 이하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에 특별한 이유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문화적 차이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판단된다. 그 다음으로 브라질의 교통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것인데, 이는 브라질의 물류와 여객수송의 대부분을 현재 도로로 처리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가능하다‘의 의미가 ’원활하다‘의 의미를 지니지 않는데, 대도시의 경우 교통체증이 매우 심각하여 그 시간이 많이 걸리곤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정량의 운송이 철도를 통해 해결 될 수도 있자만, 그 증가량은 예상만큼 클 것으로 기대되지 않으며, 고작해야 몇몇 지역에 새로운 지하철역이 생기는 것에 그칠 전망이다.
두 번째로 예상되는 파급효과로는 운송 상태 개선을 통한 유통구조의 단순화와 비용절감이다. 현재 브라질 운송의 대부분은 도로시설이 감당하고 있으나, 그 과정이 복잡하여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독점 운송기업으로 인해 중간 유통과정에서 지출하게 되는 비용이 커져 기업이나 소비자 측면에서는 모두 가격상승이라는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이러한 중간유통 구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철도 운송이다. 항공, 해양운송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그 유지비용이 매우 커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철도 운송 같은 경우, 화물철도는 딱히 개발이 필요한 부문이 아니고 유지비용도 상대적으로 매우 적으며 크게 지을수록 오히려 이윤이 많이 남아서 국토의 규모가 크고 도시간의 거리가 먼 브라질에 딱 알맞기 때문이다. 결국, 브라질의 철도는 정부나 기업 또는 민간 측면에서도 필수 불가결하게 진행되어야 할 사업이며, 향후 한국 기업이 이와 관련한 사업을 수주받는다면, 매우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1-3. 조사를 통한 한국 기업 진출 전망
브라질에서 현지기업인 Via Quatro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 현대로템을 조사한 결과, 한국 기업이 브라질에 진출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브라질 코스트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러한 브라질 코스트에는 앞서 말한 느린 일처리, 복잡한 세법, 관료주의,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노동법 등등이 있는데, 이는 한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 기업뿐 만이 아니라 자국 기업들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러한 브라질 코스트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지만, 현지기업과의 탄탄한 비즈니스 관계구축이나 현지인력 고용과도 같은 방법으로 그 어려움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브라질 코스트를 극복하더라도, 한국 기업이 브라질에 진출하려면 또 다른 큰 산을 넘어야 하는데, 바로 브라질에 진출한 다른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현재 브라질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유럽계 회사들은 한국 기업들보다 수십 년 전에 이미 현지에 진출하여 탄탄한 기반과 비즈니스 망을 보유하고 있어 그들의 텃세를 이기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오래된 만큼 현지 기업문화에 동화되었고, 느린 일처리나 빈약한 사후관리 시스템 등 현지 기업이 가진 단점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서비스 측면에서는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노린 현대로템의 경우, 한국 기업만의 빠른 일처리와 정확한 기한 준수, 친절한 응대 그리고 확실한 사후관리 서비스 등으로 원래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던 기업들을 밀어내고 철도시장의 선두에 서게 되었다. 이와 같이 향후 브라질에 진출하게 될 한국 기업은, 브라질이 가지지 못한 한국 기업만의 장점으로 승부를 보아야 하며, 그 것은 분명하게 통할 것이다.
‘No risk, No return' 이라는 말이 있다. 분명 브라질은 그 리스크가 엄청나며, 진출에 실패 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브라질은 엄청난 가능성이 있으며, BRICS의 일원으로써 미래에 세계시장을 선도 할 수 있는 나라로 평가된다. 한국 기업 또는 중국이 그러한 것처럼 국가 차원에서 브라질에 투자를 한다면, 마치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을 다듬는 것처럼 조금 느릴지라도 미래에 분명히 그 빛을 보게 될 것이다.
1-4. 지하철 시설
브라질에 있는 동안 최대한 지하철을 많이 타보고 마침 우리가 머무는 세 도시 모두 지하철이 있어서 각 도시별로 특징을 비교해 보려고 했는데 Porto Alegre에서는 치안 문제 때문에 타 볼 기회가 없었고 São Paulo와 Rio de Janeiro에서만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먼저 두 도시의 공통점을 말하자면 길이에 따른 추가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했듯 브라질 지하철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차이점은 요금이다. 1회권 기준으로 São Paulo는 3.5reais, Rio de Janerio는 3.7reais인데 관광도시라서 그런지 요금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Rio de Janerio가 São Paulo보다 물가가 높다. 그리고 São Paulo에서 1회용 탑승권을 사면 예전에 한국에서 쓰던 것과 같은 종이로 된 표를 주는 반면 Rio de Janerio는 교통카드같이 생긴 카드를 준다. 종이로 된 탑승권과 카드로 된 탑승권 모두 정해진 위치에 집어넣으면 되지만 카드로 된 탑승권은 개찰구에 인식할 수 있는 카드의 종류들이 색깔로 구분되어 나와 있다. 따라서 1회용 탑승권이 그려져 않은 개찰구에 탑승권을 넣으려고 하면 들어가지 않는다. 요금 외에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이자 Rio de Janeiro 지하철만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지하철 플랫폼을 두 개의 지하철 노선이 같이 쓴다는 것이다. 환승역의 개념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Botafogo역에서 부터 Central역까지 1호선과 2호선이 모두 들어오고 Central역에서 각 호선의 종착역으로 갈라지는 형식이다. 각 노선은 색깔로 구분되는데 플랫폼 전광판과 지하철 옆면 전광판에 현재 들어오는 지하철이 몇 호선인지 색깔이 표시된다. 처음에는 이런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서 환승할 때 헷갈렸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브라질과 한국 지하철의 차이점 중 대표적인 것은 탑승권의 종류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용카드와 교통카드를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창구에 가서 표를 끊는 일이 없고 심지어는 지하철 표도 기계를 이용해서 끊는 상황인데 브라질은 여전히 창구에 가서 표를 끊고 탑승권의 종류가 많은 편이다. 지하철 탑승권에 종류가 이렇게 까지 많아야 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São Paulo는 크게 7개, Rio de Janeiro는 3개로 나뉘고 그 안에서도 세부적으로 또 나눠진다. 사실 한국에서 지하철 이용권을 알아볼 때 1회권이 아닌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구입할 생각이었는데 현지에 가서 알아보니 우리가 구입하려고 하는 카드는 브라질 국민만을 위한 카드이고 설령 외국인이 발급받는다고 하더라도 절차가 매우 까다로웠다.
브라질에서 지하철을 타보기 전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인터넷에 나오는 이야기들 때문에 위험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타보니 여느 지하철과 다르지 않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Via Quatro에서 만난 Martins씨와 São Paulo에서 홈스테이를 시켜준 Rogerio의 말처럼 지하철역이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경험이 어떠하든 내가 직접 느껴보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과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Ⅱ. 브라질 문화
2-1. 음식
브라질의 음식은 자극적인 편이다. 모든 음식은 대체적으로 매우 짜고 군것질거리와 식당에서 제공하는 후식들은 사탕수수 생산량 1위인 나라답게 매우 달아서 음식을 먹을 땐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물로는 가시지 않는 자극적인 맛에 나중에는 탄산음료를 더 많이 찾게 되는데 자극적인 맛과 탄산음료 때문에 비만률이 높아진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이다. 만약 짠 음식을 먹기 불편하다면 음식을 주문할 때 종업원에게 Sem sal, por favor! (소금 빼 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음식이 자극적임에도 맛이 좋으면 다행일텐데 안타깝게도 브라질 음식은 그다지 맛있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브라질의 고기는 최고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에서 특 등급 한우 정도의 육질을 가진 고기가 동네마트에만 가도 널려있고, 가격도 1kg에 한화로 5천원이 넘지 않는다. 그리고 신기한 점은 브라질과 한국의 도축 방식이 달라서 우리와는 고기의 부위를 나누는 방식이 다르다. 그 중 소의 등에 낙타처럼 붙어있는 혹 부분을 꾸삥(Cupim) 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브라질의 소를 시간과 양에 관계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고기 부페가 브라질의 아주 보편적인 식당 중 하나인데, 이것을 슈하스까리아(Churrascaria)라고 부른다. Churrascaria에서는 소의 다양한 부위, 닭고기, 소세지 등을 커다란 쇠꼬챙이에 통째로 꼽아서 구운 뒤, 웨이터가 이것을 들고 식당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손님에게 고기를 즉석에서 케밥을 썰 듯 썰어주는데, 이 쇠꼬챙이에 끼워 구운 고기를 슈하스코(Churrasco), 영어로는 바비큐라고 부른다. 여기서 아주 독특한 부위도 파는데, 바로 닭의 심장(Coraçao de Galinha)이다. 맛은 한국의 닭똥집과 매우 흡사한데, 더 부드럽고, 그 맛이 뛰어나다.
또 다른 브라질의 특이한 식당종류로는 낄로(Killo)가 있다. 이 또한 브라질에서 보편적인 식당 종류로써, 여러 음식들이 구비되어 있는 바(Bar)에서 각자 먹고 싶은 만큼 음식을 덜고, 그 무게에 따라서 값을 지불하는 형식이다. 이곳에서는 각자의 양에 맞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먹을 수 있고, 여러 가지 브라질의 전통음식과 고기들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
브라질의 식사예절은 일반적인 서양의 예절과 비슷하며 기본적인 매너만 지키면 큰 걱정 없이 현지인들과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만약 상대방을 식사나 파티에 초대할 때 음료수나 기타 음식을 가져오라고 부탁하는 것, 제 시간에 맞추어 오라고 하는 것, 몇 시에 끝날 것인지 사전에 알리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한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상대방과 식사를 할 경우, 바로 비즈니스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매우 싫어하며, 브라질 사람들이 좋아할 축구 이야기나 자신의 브라질 생활, 혹은 그 이외의 가벼운 주제를 먼저 꺼내는 것이 좋다고 한다.
2-2. 명소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도 그 나라 또는 도시를 대변하는 랜드마크(land mark)가 있기 마련이다. 브라질의 경우 각 도시마다 그 특색이 뚜렷해서 도시마다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Rio de Janeiro같은 경우는 브라질 내에서도 문화적으로 제일 잘 발달되어 있어 도시의 상품가치가 높고 이러한 이유로 관광객들이 많아 성수기는 물론이고 비수기에도 도시의 유명한 곳은 사람들로 가득 찬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명성에 걸맞게 브라질의 랜드마크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두 가지가 Rio de Janeiro에 몰려있다. Pão de Açucar와 Cristo Redentor이다. 두 가지 모두 직접 가보았는데 브라질 정부에서 관리를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에 비해 상태가 양호했다.
두 명소 중 특별했던 경험을 한 곳은 Cristo Redentor이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이곳에 올라가려면 트램을 타야 하는데 가는 길에 Favela라고 하는 빈민촌을 지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기차가 잠시 정차하면 관광객들에게 물 한 병, 과자 한 봉지라도 더 파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과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의 모습을 보며 괜시리 숙연해지고 빈부격차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Pão de Açucar와 Cristo Redentor 모두 높은 산 위에 자리하고 있어 도시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 위에서 야경을 보고 있으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야경을 두고 브라질에서는 참담한 현실을 나타내는 구절이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예쁜 불빛이지만 다른 가난한 누군가 에게는 살기 위한 발버둥이다’.
이처럼 분명 그 도시의 대표적인 장소들은 세상 어디를 가도 없을 아름다운 풍경들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 장소로 가는 길, 그리고 그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 볼 때 마냥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사회의 아픔이 보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2-3. 축구
브라질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바로 축구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브라질=축구’라는 공식을 세워도 될 만큼 브라질 사람들 속에 스며든 축구의 열기는 그야말로 대단한데, 남자아이들의 가장 큰 꿈이 축구선수이며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각 가정마다 하나의 축구팀을 열정적으로 응원하며 경기장에 가는 것을 즐긴다. 이러한 열기를 대변해 주는 것이 어디를 가도 축구 이야기뿐 이라는 것인데, 지하철 벽면에 달린 스크린을 보아도 브라질 축구리그 순위표가 뜨고, 택시에 타서 라디오를 들어도 축구에 관한 논평들이 그 내용의 주를 이룬다. 그리고 길거리 혹은 자그마한 운동장에서 풋살을 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남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한 외국에 나가서 브라질 사람을 구별하려면 그가 축구 유니폼을 입고 있는지의 여부를 알면 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평소에도 축구 유니폼을 즐겨 입는다. 이렇게 축구에 미친 브라질 사람들에게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장소가 있는데, 바로 축구의 성지라고 불리는 마라카낭(Maracanã)경기장이다.
이 경기장은 최대 2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경기장이며 ‘마라카낭의 비극’이 일어났던 장소이기도 하다. 경기장 안에 들어가서 그 거대함을 보고 있으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라운드 위를 갈망하는지 알게 된다.
그러나 축구선수가 브라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 된 이유는 그다지 좋지 않은데. 바로 그 길만이 가난에서 가장 빠르고, 멀리 벗어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브라질의 직업 선호도를 조사하면 언제나 남자아이는 축구선수, 여자아이는 모델이다. 보통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회적 제도로 흔히 거론되는 것이 교육이지만, 브라질은 빈민층에게 교육지원을 거의 해주고 있지 않아서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은 불가능하다. 결국 브라질의 축구 열기는 망가져버린 사회시스템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2-4. 교통
우리의 탐사주제는 브라질의 철도시장이다. 그리고 더 넓은 범주로 나아가자면 교통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의 교통 체계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시내버스의 경우 이명박 서울시장이 브라질의 Curitiba라는 도시의 환승 제도와 정류장 시스템을 벤치마킹 해 올 정도로 그 제도의 기반이 잘 닦여져 있는 편이다. 그리고 시외버스 또한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다. 다만 에어컨을 계속 틀어 놓는 것이 손님에 대한 최고의 대우라 생각하여 에어컨을 최대로 틀고 끄거나 줄이지를 않아 추울 수가 있어서 담요를 가져가야 한다. 지하철은 우리나라의 지하철보다 노후하였지만 이용하는데 있어서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을 정도이다. 항공 부문에서 국제선·국내선 모두 양호한 편이지만 국내선 같은 경우는 버스·지하철과는 달리 실내에 에어컨도 잘 틀어주지 않고, 탑승동과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공항이 있어서 탑승동으로 이동하려면 오래 기다려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내선 비행기가 한 두 시간 정도 연착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흔한 일이다. ‘남미사람들은 맡은 일은 시간 내에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확인시켜 줄 정도로 공항 내 일 처리는 매우 답답하며, 무엇보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에게 여유로움과 인내심을 많이 요구한다.
누군가는 이러한 것을 여유로운 문화라고 볼 수 도 있겠지만 이러한 여유로움을 게으름으로 생각한다면 이것이 브라질의 발전 속도를 더디게 하고, 브라질 코스트의 한 부분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5. 인간관계
브라질에서의 인간관계를 말하기 전에 그들의 국민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라질이라는 국가는 오랜 세월동안 여러 나라의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며 그 다양성을 이어받아 그 안에서 그들만의 독특함과 창의성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브라질 국민들은 외부인과 외부 문화에 대해 높은 친화력과 흡수력을 가지고 있고 때로는 지나칠 만큼 외국인에 대해 호의적이며,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아낌없이 호의를 베푸는 편이다. 다만 브라질 사람들은 호의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이상으로 관계 발전을 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두터운 관계를 한 번 맺으면 10년 이상 그 사람과의 사업만 고집할 정도로 우직한 면모가 있기에 이러한 신뢰관계를 만드는 것은 브라질에서의 비즈니스 수행에 큰 지름길이 될 것이다. 브라질 사람과 비즈니스를 할 때에는 한국과 비슷하게 친인척을 포함한 혈연과 경제·사회·교육적 배경이 상당히 중시되며, 사업상으로는 외국인에 대해 다소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어서 상대방의 지인 혹은 친인척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 사업을 진행할 때 만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을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다.
만약 브라질 사람들에게 선물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비싼 선물을 줘야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10달러 내외의 물건으로 선물하여 주는 것이 좋다. 그들은 선물의 가격보다는 마음을 중시하기에 가격이 싸도 진심이 담겨있으면 매우 좋아하며, 기꺼이 받는다. 너무 비싼 선물을 상대방에게 주게 되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
2-6. 따봉(Tá Bom)!
1989년도에 한국에서 델몬트 회사는 브라질의 오렌지농장을 배경으로 광고를 만들어 방송하였다. 광고의 한 장면 중 농장에 근무하던 농부가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따 봉(Tá Bom)!‘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광고가 한국에서 대히트를 치며 따봉 이라는 말 또한 유행어로써 멀리 퍼졌다. 하지만 따봉이 무슨 뜻인지, 어느 나라 말인지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따 봉’은 Está Bom을 줄여서 말하는 것이고 포르투갈어로 ‘좋다, 충분하다’라는 뜻을 가졌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외치면 된다.
‘따 봉‘은 브라질에서 정말 많이 사용되는데, 조금 과장된 말로 엄지손가락만 있으면 브라질에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기분이 좋을 때, 고마움을 표시할 때, 부탁을 하거나 부탁을 들어줄 때 등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용이 가능한데, 이 엄지손가락에는 관용과 포용정신, 존중, 그리고 브라질 사람들의 낙천적이며 개방적인 성격이 모두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정이 흐르는 사회이고 프랑스는 똘레랑스(Tolerance)가 존재하는 사회라 할 수 있다면, 브라질은 따 봉(Tá Bom)이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2-7. 치안
브라질의 치안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한국에서도 심각성을 알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브라질의 모든 도시에는 파벨라(Favela) 라고 불리는 빈민촌들이 도시 곳곳에 혼재되어 있다. 이런 파벨라들은 주로 갱들에 의해 통치되며, 갱들은 총, 칼, 또는 더 강한 무기들을 소지하고 있어 한번 들어가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우스갯 소리도 들려온다. 또한 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거리 곳곳에 많은 부랑자들이 배회하는데, 이들은 언제든지 위협적인 강도로 돌변할 수 있어서 위험하다. 브라질에 머무는 동안 항상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수칙 세 개만 지키면 웬만한 위험요소는 피할 수 있는데, 브라질의 가정에서도 이 수칙들을 자녀들에게 교육시킨다고 한다.
첫 번째 ‘소지품을 되도록이면 꺼내지 말 것’이다. 이는 강도들이 내 물건에 눈독을 들일 여지를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두 번째 ‘밤 9~10시 이후에는 절대 돌아다니지 말 것’이다. 이는 현지인들도 꼭 지키는 수칙인데 밤이 되면 순식간에 길거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없어지며, 그 만큼 강도를 당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 ‘강도를 만났을 시, 절대 다투거나 강도의 기분을 상하게 할 행동을 하지 말 것’ 이다. 세 번째 수칙은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지켜지지 않는 수칙이기도 하다. 누군가 나를 공격하면 사람은 누구나 나를 방어하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강도를 스스로 이겨보려는 마음을 대부분 갖게 되는데 그들은 칼 또는 총과 같은 흉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다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우리도 Rio de Janeiro에서 대략 오후 6시 반 경, 해변에서 마트를 가는 중에 사람 없는 한산한 골목에서 강도를 당하였다. 이로 인해 약 250헤알, 한화로 약 10만원 상당을 갈취 당하였다. 여기서 강도를 당한 원인은 총 두 가지였다. 첫째는 그 동안 안전하게 탐사를 진행해서 경계심이 조금 늦춰진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골목인지 모르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브라질에서의 치안은 어딜 가든 항상 조심해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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