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4기] [유라시아] - 티타임 팀 (1) [차(Tea)를 통해 알아보는 중앙아시아의 문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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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11-06 11:38 | Read | 2,545 |
본문
중앙아시아는 예로부터 실크로드를 통한 유라시아 교역의 중심지였다. 이 교역로를 통해 수많은 물건과 문명이 중앙아시아인들에 의해 이동 및 전파되었으며 인류가 즐겨 마시는 차(tea)도 같은 방식으로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지리적 위치로 봤을 때, 중앙아시아는 문화를 전파하기도 했지만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자신들만의 특색 있는 문화를 만들었다. 러시아, 영국, 터키와 같은 나라들도 차를 즐겨 마시지만 중앙아시아인들이 중국으로부터 차를 접하고 유목민들이 지속적으로 이동하면서 차 문화를 전파하는 매개자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중앙아시아를 택하였다.
단순히 차를 맛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차의 다양한 역할과 의미를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탐사를 진행하였다. 인접해있는 나라임에도 즐겨 마시는 차와 차를 마시는 모습 등이 다른데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부터 생겨났을까” 라는 의문점을 가지고 인터뷰 진행도 하고 직접 마셔보기도 하였다. 또한 이러한 차이뿐만 아니라 무더위가 지속되는데 뜨거운 차를 마시는 이유, 생활전반에서 차의 역할, 음식에서 역할,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형성의 역할과 같이 차라는 매개체가 중앙아시아에서 얼마나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차가 쓰여 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찻집 및 카페, 음식점과 같이 차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을 중점적으로 탐사했다.
우리 팀이 조사한 알마티와 타슈켄트 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외부 문화가 많이 유입되어 있어서 전통 찻집이 아닌 현대적 퓨전카페들이 많이 위치해 있었다. 단순히 홍차, 녹차뿐이 아니라 여러 가지 과일, 채소 등을 혼합해 만든 차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전통 찻집을 접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현대화가 되었더라도 차의 종류가 다양해진 것이지 전통 차의 중요성이 낮아진 것은 아니기에 탐사를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해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정확한 답을 주지 못한 질문이 있었다. 막연한 질문일수도 있지만 “차를 왜 마시는지”라는 질문인데 우리가 쌀을 먹는 것처럼 이 분들도 옛 조상부터 차를 즐겨왔고 그것이 당연시 되었기에 답변을 해주는데 난감해 하였던 것 같다. 인터뷰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차를 대하고 마시는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보면서 우리의 생각과 연결시키며 다양한 방면으로 추측하기도 하였다.
외부적으로는 퍼져 있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널리 퍼져있는 중앙아시아의 변화무쌍한 차의 모습 및 역할과 사람들의 생각, 시선, 태도, 관습 등 알면 알수록 다양한 모습을 가진 차에 흥미를 느껴 과연 어디까지 다가갈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탐사를 진행하였다.
탐사목표
우리는 탐사 전 최종 계획서에서 중앙아시아에서 차의 의미를 탐사할 것이라 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국가별 차 문화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고, 관계를 맺는데 차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탐사한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우리 팀의 목표는 ‘차’라는 프리즘을 통하여 중앙아시아 국가의 여러 방면을 보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조사한 것과 지도 교수님과의 면담으로 3가지 측면을 중심으로 탐사하기로 하였다. 첫째, 근대화이다. 차 문화의 정수를 알기 위해선 마할라(전통마을)의 차이하나(찻집)을 가야한다. 그러나 교수님이 수학하실 당시에도 차이하나는 사라지는 추세였다. 특히 수도는 근대화 속도가 빨라 찾기 힘들 것이라 말씀하셨다. 그래서 식당이나 카페에 잔재하거나 변형된 형태로 존재하는 차 문화를 발견해야 한다. 카페와 식당을 중심으로 각 나라의 변화된 트렌드를 조사하고자 한다. 둘째, 건강과 영양의 측면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듯 중앙아시아인들이 차를 그토록 즐겨 마시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차는 필연적으로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왜 차를 마시는지, 차를 이용해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는지 조사하면 뿌리 깊게 내린 차 문화를 이해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중앙아시아 지역의 기후를 직접 느끼며 조사하다 보면 우리 역시 그들의 차 문화에 동화되어 차 문화를 이해하는데 빠를 것이다. 인터넷 조사로도 찾을 수 있는 내용이나 우리는 현지에 가서 현지인과 마주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려 한다. 마지막 측면은 국가별 차이점이다. 중앙아시아의 축을 이루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과거의 카자흐스탄은 유목국가였고 우즈베키스탄은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한 교역 중심의 정주국가였다. 위 두 국가의 생활방식은 다를 수 밖에 없고 이는 각자 고유의 문화를 자리 잡게 하였다. 일례로 카자흐스탄은 차를 조금씩 자주 따른다. 반대로 우즈베키스탄은 한 번에 많은 양의 차를 따른다. 유목민족과 정주민의 생활, 사고방식의 차이에 기인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두 국가의 차 문화는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무늬가 다름을 알 수 있다. 11일 동안 중앙아시아 국가를 탐사하며 이를 캐치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종합하면 11일의 여정을 통해 중앙아시아에서 차가 왜 주류문화로 자리 잡았는지 알고 현재 그 문화는 어떤 형태를 띠고 있으며 나라별로 어떤 차이점을 띠는지를 알아 오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탐사내용
우리 티타임은 수차례 회의와 전공 교수님과의 면담을 통해 최종적으로 우리가 이번 탐방을 통해 무엇을 보고 탐사해올지 정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중앙아시아에서의 차의 의미란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만약 한 가지만으로 정의될 수 없다면 각각 분야별(의식주 등) 차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보고오자! 라고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 티타임의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무사히 다녀오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7월 7일
우리는 모두 들뜬 마음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모였다. 약속 시간에 늦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발권부터 수화물 등록까지 아무 일 없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우리는 이것이 초심자의 행운으로 끝날지 아니면 여행 내내 계속해서 행운이 함께할 징조인지 몰랐지만 후자이길 바라며 약11일 간의 여행 일정을 최종 점검했다. 이후 당분간 먹지 못할 한국음식을 생각하며 때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면세점에서 아이쇼핑을 즐긴 후 탑승시간이 되어 우리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 안은 많은 우즈베키스탄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떤 우즈베키스탄 사람은 우리에게 우즈베키스탄에 가는 이유를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묻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가 낯선 외국인일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거리낌 없이 우리에게 친구가 되기를 원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우리의 탐사 주제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좋은 정보도 얻었다.
“우리는 차를 진짜 많이 마셔요. 한국에서도 많이 마시고요. 차랑 문화 알려면 차이하나(우즈베키스탄의 전통 찻집을 일컫는 말) 꼭 가야해요. 시간 되면 나랑 내일 같이 갈 수 있어요. “
- 드미트리 -
그러던 중 마침 기내식과 함께 차가 제공되었다. 음료수나 주스도 제공되었지만 승객들 중 많은 현지인들이 홍차나 녹차를 선택했다. 승무원분들이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우리는 간단한 질문을 요청했다. 오늘 항공기 내에서 어떤 종류의 차가 선호도가 높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승무원은 친절하게 우즈베키스탄으로 가는 항공편에 자주 탑승하지는 않지만 오늘은 홍차가 제일 인기가 높았고 더불어 홍차에 설탕과 레몬을 넣어 마시기를 선호한다고 답해주었다.
“이분들은 녹차도 좋아하시지만 홍차를 훨씬 더 선호하세요. 그리고 설탕을 정말 많이 넣어 드시더라고요. 가끔 우유랑 섞어 드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아시아나항공 A330 이x정 승무원님-
여정 첫 날부터 우리가 얻은 정보는 꽤나 유용했다. 현지인들은 어떤 차를 어떻게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더불어 그들의 정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비행기는 타슈켄트 공항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공항 밖으로 나왔고 빠르게 숙소로 이동하여 다음날 있을 여정을 준비했다.
7월8일
우리가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바로 미로보드 바자르(시장)였다. 미로보드 바자르에 도착해서 입구를 지나자 군인이 우리를 수색했다. 간단한 절차였지만 겁도 나고 현지인들은 검사를 하지 않아 불쾌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우리는 이곳의 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환전을 하고 현지인들에게 인근에 위치한 찻집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많은 이들이 ‘터미널’이라는 찻집을 소개시켜주었다. 가는 길도 상세히 알려주었고 우리가 혹시나 못 찾을까봐 어떤 노인 분은 우리에게 따라오라며 친절히 찻집 앞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더불어 ‘터미널’ 사장님께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니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해주셨다. 얼떨결에 바로 사라지셔서 여쭤보지는 못했지만 외향으로 봤을 때 아마 고려인으로 우리는 예측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터미널'이라는 찻집에 들리게 되었다. 중앙아시아에서의 첫 찻집이었다. 그렇지만 이곳은 우리가 생각하는 찻집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차나 음료만을 파는 곳이 아니라 음식 또한 같이 파는 곳이었고 우리에게는 식당이라는 개념에 더 가까운 곳이었다. 그러나 현지인(특히나 어르신 분들)에게는 식당이나 찻집의 구별은 뚜렷하지 않아보였다. 물론 현대식 카페 또한 현지에 많이 들어섰지만 그것은 주로 젊은 계층의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찻집이란 예로부터 차뿐만 아니라 음식과 같이 먹는 장소를 떠올렸다고 우리는 판단했다. 찻집에 앉아 메뉴판을 받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몇의 현지인 손님들이 이미 차와 음식을 먹고 있었다.
특히 그곳 사장님은 음식을 포장해 가려는 손님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손님에게 차를 내주었다. 잠시 후에는 두 분이 같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식당 내부에는 TV가 있었고 뉴스가 방송 중이었다. 사장님은 손님과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으나 TV를 보며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차가 빠지지 않았다. 우리는 이 모습을 지켜보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처음으로 인터뷰를 시도하려 했지만 마침 때가 점심시간에 이르러 식당이 갑자기 분주해졌기 때문에 실례가 될 것 같아 포기하였다.
다음으로 우리는 BON카페로 이동하였다. BON카페에서 종업원은 젊은 편이어서 우리와 쉽게 이야기가 통했다. 주문과 동시에 우리의 탐사주제를 종업원에게 소개했다. 그러자 종업원은 잠시 후 우리가 주문한 음료와 함께 우리 테이블에 앉아 같이 담소를 나누었다. 종업원은 자신의 이름은 ‘모하메드’이며 나이는 우리 또래인 25세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우리에게 왜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차를 선호하고 어떤 차를 즐겨 마시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는 많은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차를 즐겨 마시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시사해주었다. 그러나 그는 카페에서 일하는 만큼 차보다는 커피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자신은 카페에서 일하고 있고 커피가 밤에 자신에게 힘을 준다고(카페인에 의한 각성효과)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은 커피 또한 차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보면 자신도 차를 즐겨 마시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뜨거운 여름에도 끓인 차를 마실 정도로 차를 사랑해요. 그리고 차는 우리의 전통입니다. 왜 그런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옛날부터 그래왔거든요.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 BON카페 종업원. 모하메드. 25세 -
인터뷰가 끝난 후 다 같이 사진 촬영을 부탁했으나 그는 독실한 무슬림이기 때문에 같이 사진을 찍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카페 내부 전체가 사진촬영 금지 구역이었다. 우리에겐 사진이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의 규칙을 어길 수는 없었다. 아쉽게도 어렵사리 카페 입구만 사진 찍는 것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슬슬 우리는 배가 고파졌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우리는 식사를 위해 주변의 식당을 찾았다. 많은 현지 음식점들이 있었으나 우리는 근처 한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현지에서 무작정 인터뷰를 하는 것에는 무리(이슬람 국가 특성상)가 있다고 판단하여 현실적인 조언을 얻고 식사도 할 겸 한식당으로 정한 것이었다. 한식당의 사장님은 신기하게도 우리 학과 선배도 알고 있었고 심지어 우리 대학교의 노어과 선배이자 동문이셨다. 여러 가지 조언과 함께 다음 날 있을 현지인들의 결혼식에도 초청해주셨으나 결혼식장이 매우 멀어서(차로 편도 6시간 정도) 만약에 결혼식에 가게 되면 우리의 사전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한식당 사장님은 우리의 탐사목표를 들으시고는 이런 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식당에서 일하는 현지인들은 우리가 현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서빙하는 직원이 주방에 가서 다른 직원도 불러올 정도였다. 우리는 그들과 간단한 대화와 함께 우리의 탐사주제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우즈베키스탄에서 일하고 있지만 카자흐스탄 출신인 딜리야씨가 대답해주었다.
“우리는 집에 손님이 방문하면 반드시 차를 대접해요. 만약에 내가 그 손님을 싫어하더라도 차를 대접해줘야 해요. 그건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더운 날씨에 뜨거운 차를 마시는 게 이상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밖이 더워도 뜨거운 차는 몸 건강에 아주 좋아요. 뜨거운 차는 특히 배를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 한식당 종업원 딜리야씨 -
그리고 딜리야씨는 아무래도 카자흐스탄 민족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민족 대부분이 육류 위주의 식탁이 구성되다 보니 아무래도 기름진 속을 달래기 위해 차를 마시기도 한다며 이는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요즘 젊은이들은 차 대신 콜라로 속을 달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딜리야씨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중국에서도 기름진 음식들을 먹은 후 차를 마시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딜리야씨가 말해준 내용을 듣다가 우리는 우리의 이열치열 문화가 떠올랐다. 우리는 음식으로 이들은 차로 각자만의 여름을 극복하고 있었다. 즉, 이들에게 있어서 차란 여름을 나는 하나의 방법이자 문화인 것이다.
딜리야씨와 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눈 뒤 사장님은 우리에게 인근에 위치한 ‘철수 바자르’를 추천해주셨다. 아침에 갔었던 미로보드 바자르와는 규모가 다른 곳이라며 가는 길을 지도에 친절히 그려주시기까지 하셨다. 철수 바자르는 우리 또한 사전조사를 통해 방문할 예정지였기 때문에 감사 인사를 드리고 바로 다음 장소인 철수 바자르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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