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2기] [유라시아] - 고운 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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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6-03-25 14:53 | Read | 2,8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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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테마
탐사주제: 러시아인들이 선호하는 화장품의 특성과 국내 화장품의 인지도 조사 및 홍보
러시아는 유라시아 북부에 위치해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나라로, 세계 최대 수준의 풍부한 자원이 매장되어있고 그에 상응하는 다양한 개발 잠재력을 보유한 나라입니다. 또한 1억4천2백 여 명의 엄청난 인구가 거주하고 있고, 지리적인 관점으로 보아도 우리나라와 굉장히 가깝게 위치해있고 통일이 된다면 육로로 왕래가 가능합니다. 이에 더불어 최근 성행하는 한류열풍을 고려한다면 러시아는 한국 기업의 진출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코스메틱 분야이어야 할까요? 세계 화장품 시장은 2012년을 기준으로 약 180억 유로의 규모로 전년대비 4.6% 증가하였으며, 점점 그 증가의 폭은 커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침체이후 2012년 유로존의 재정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분야이며, 향후 성장률이 지속되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 경향 증가와 여성 경제활동인구 증가,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신조어)의 등장으로 인한 남성 화장품 소비계층의 확대로 인해 글로벌 경제위기와 불황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시장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국내 화장품업계사이의 불모지였습니다.
1990년대 러시아 경제의 자유화 이후 러시아 화장품 시장은 많은 변화와 지속적이고 역동적인 성장을 거쳐 왔습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루블 폭락으로 러시아 소비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화장품 및 향수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고, 그 규모는 점차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전망은 러시아인들의 소득수준 향상, 여성들의 높은 화장품 구매율, 다양한 브랜드별 상품 공급과 잘 구축된 유통망, 유명메이커의 현지 공장 진출 등에서 기인합니다. 실제로 러시아 연구기관 COMCON에 따르면 러시아 여성들은 전체 소득의 12%이상을 화장품 구매에 소비하고 있다고 하고, 세계적인 정보 분석 기업 AC Nielsen사는 러시아 여성의 1인당 연간 화장품 소비 비용은 240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며, 이 수치는 러시아 경제 여건 개선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러시아 화장품 시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6년간 러시아 여성들의 화장품 소비는 급격한 증가추세에 있지만 많은 상품을 해외에서 수입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러시아 화장품‧향수 시장에서 수입의 비중은 88%이상이며, 프랑스 정통브랜드 L'Oreal (로레알), Dior (디올)과 같은 외국 업체와 170년 전통의 Svoboda (스바보다)와 Kalina (칼리나) 등 자국(러시아)업체 간의 경쟁은 존재하나, 뚜렷한 Brand Identity와 막대한 마케팅 능력이 월등히 앞선 외국 명품 브랜드들에게 주도권을 내어준 상황입니다. 러시아가 화장품을 수입하고 있는 국가들은 프랑스(26.7%), 미국(10.65%), 이탈리아(10.14%), 폴란드(9.89%) 등의 순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도 산업 전반에 불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코스메틱 시장은 꾸준한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올해(2015년)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약 7% 성장한 12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국내 업계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 10위의 기록으로 5년 사이 20% 넘게 성장한 수치입니다. 또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80% 가까이 늘어난 13억 9233만 달러에 달합니다. 내수 불황에도 이처럼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바로 해외 시장 매출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을 필두로 미샤, 토니모리 등 일명 ‘로드샵’ 브랜드의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이미 ‘K-Beauty'라는 이름 아래 중국과 일본, 미국에서 좋은 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질 좋은 로드샵 브랜드들이 상당한 수준으로 대거 발전해있는 상태이고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 화장품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수출만이 살 길 이지만 아직 해외매출의 거의 절반 이상이 중국 시장에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 된다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세계시장 진출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므로 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무한한 가능성의 땅, 러시아로의 화장품시장 개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생각됩니다. 이번 로컬리티 챌린지 탐사를 통해 국내 화장품이 본격적으로 러시아로 진출하기에 앞서 러시아인들은 어떤 기능(종류)의 화장품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얻어오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 화장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어떤 브랜드를 알고 있는지 인지도를 조사하고, 우리나라 화장품에 대해 알리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탐사목표
유라시아 대륙의 나라, 러시아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아시아와 유럽의 모습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적 요소를 온전히 느껴보기 위해 러시아인들의 삶과 그들의 문화 및 생활 양식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탐사하고자 하였고 저희 ‘고운’ 팀은 러시아의 화장품 시장을 주제로 정했습니다. 화장품은 단순히 꾸밈의 목적을 뛰어넘어 화장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주변 환경과 피부 타입 등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화장품은 현재 러시아에서 인터참(러시아 최대의 미용 박람회)의 분석 자료나 연예인들의 한국화장품에 대한 애정 등에서 알 수 있듯 한국화장품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러시아 화장품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현지 사람들의 선호도 등을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아시아적 분위기가 더 느껴지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유럽적 분위기가 더 강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 공통분모와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현재 러시아 진출 국내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토니모리와 미샤를 꼽을 수 있습니다. 토니모리는 러시아 진출 국내 화장품 브랜드샵 중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고 짧은 기간 동안 꽤나 큰 성과를 올리며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부터 러시아시장에 진출해 러시아 수입 화장품 시장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로레알과 비교해 볼 때 토니모리는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브랜드지만 해외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이 아직 부족한 상태로 보입니다. 러시아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영국, 말레이시아 등의 전세계 국가에서 한국 컨텐츠에 대한 관심 고조와 컨텐츠 범위의 다양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시대적 흐름을 잘 파악하며 세계가 요구하는 바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에서 발표한 2015 해외한류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한국 문화컨텐츠 소비량 자료분석결과에 의하면 ‘패션, 뷰티’가 2위를 차지했고 50대 여성을 중심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번 탐사를 통해 한국 뷰티가 러시아 화장품시장에서 좀 더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지리적 요인에 따른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3개의 도시를 선정했습니다. 부랴트 공화국의 수도로서 아시아적 러시아의 면모가 나타나며 토니모리 진출의 시작지점인 Улан-Удэ(울란우데), 러시아의 수도이자 러시아의 유럽적 면모가 잘 나타나는 Москва(모스크바), 아시아와 유럽의 모습이 섞여 있을 Новосибирск(노보시비르스크)입니다.
울란우데 - 노보시비르스크 - 모스크바 사이의 도시 간 이동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하게 됩니다. 저희 팀 탐사 주제의 특성상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설문조사를 실시해야하는데 러시아의 겨울은 상당한 추위로 유명합니다. 따라서 추운 거리에서 설문조사를 실행하는 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지만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이동하는 과정 속에 러시아 문화를 체험하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조사를 진행하는데 보다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차로 5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도 상당히 지루하다고 느껴지는데, 총 대략 90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기차로 이동하는 것은 아마 탐사만큼 중요하고 값진 경험이고 도전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유럽으로 통할 관문이 되는, 글로만 보고 듣던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몸소 체험한다면, 무한한 가능성의 땅, 러시아에 대해 전공하는 우리의 앞길에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탐사내용
많은 것을 보고 느낀 12일간의 탐사 내용을 크게 탐사주제, 러시아 문화체험, 러시아에서의 생활 3가지 파트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먼저 탐사 주제와 관련되어, 탐사는 크게 조사와 홍보, 두 가지의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현지조사는 탐사지로 선정된 각각의 도시에서 한국화장품을 판매하는 매장과 러시아인들이 주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매장, 러시아 자국 브랜드 화장품 세 가지를 조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이루어졌습니다.
한국화장품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러시아 진출에 가장 성공한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TONYMOLY (토니모리)입니다. 토니모리는 2006년에 설립된 대표적인 국내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과 같은 대기업 계열 브랜드에게 순위에서 조금 밀려나있지만 단독 브랜드로서는 굉장히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희 고운팀은 울란우데의 ‘갤럭시몰’, ‘삐아녜르’, 노보시비르스크의 ‘갤러리아’, 모스크바의 ‘아트리움’, ‘롯데백화점’, ‘베가스몰’에서 토니모리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토니모리에 방문하여 직접 매장을 둘러보고 매장 직원들과 방문한 손님들에게, 매장에 러시아인들이 자주 방문하는지,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어떤 것인지, 러시아 남자들도 매장을 방문하는지 등 탐사에 필요한 질문들을 해본 결과, 모든 매장에서 공통적으로 스킨케어와 팩 제품을 선호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춥고 건조한 기후 탓에 러시아 여성들이 특히 겨울철에는 스킨케어에 더욱 신경을 쓰고, 그래서 스킨케어 제품이 압도적으로 높은 소비선호도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러시아인들에게 토니모리의 스킨케어 제품들 중에서도 다른 제품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에 있지만, 고보습 · 고영양으로 유명한 스네일 라인이나 산양유 라인이 가장 선호된다고 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팩들 또한 스킨케어 제품들에 뒤를 이어 많이 선호된다고 하는데, 이것을 러시아인들의 스킨케어제품 선호에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또 다른 매력요인은 귀엽고 재미있는 컨셉의 디자인과 패키지입니다. 예를 들어 계란의 성분을 이용한 모공관리에 도움이 되는 에그 포어 라인의 팩들은 달걀모양의 패키지, 토마토의 성분을 이용해 맑고 깨끗한 피부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토마톡스 매직 마사지 팩은 토마토 모양의 패키지에 팩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FUN' 컨셉의 패키지를 통해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를 이루어내고, 러시아의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꾸준한 판매를 기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화장품들의 경우,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립 제품과 아이섀도우 같은 색조제품들 위주로 발달되어 있습니다. 토니모리도 국내 매장에서는 다양한 색조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지만, 러시아 매장들에서는 러시아인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색조제품들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스킨케어와 팩 위주로 진열이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토니모리는 국내 로드샵 브랜드들 중에서도 기초 케어 제품에 신경을 쓰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색조위주로 신상품들을 개발해내는 다른 로드샵 브랜드들과 달리 100시간 보습의 플로리아 라인, 모유의 조성분과 가깝다는 산양유를 이용해 피부 본연의 건강함을 찾아주는 산양유 라인과 같이 꾸준히 새로운 기초 라인들을 선보입니다. 토니모리의 러시아 진출 성공은 기초제품 개발에 꾸준히 투자를 하고, 러시아 진출 시 그들의 니즈에 맞춰 기초제품과 팩 위주로 선별적인 제품 진열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인들이 토니모리 매장을 자주 방문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모든 매장의 직원들이 자주 방문한다고 응답했고, 저희가 직접 보아도 매장에 방문할 때 마다 항상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구매를 하고 있어 토니모리는 우리나라 화장품의 러시아 진출 성공 사례라고 몸소 느꼈습니다. 러시아 남성들 자체가 미용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까닭에 매장에서 남성들은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매장 직원들 또한 남성들은 거의 오지 않지만 요즘 젊은 학생들은 가끔 피부 관리를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고 답해주었습니다.
다음으로 러시아인들이 자주 화장품을 구매하는 매장으로는 레뚜알, 리브 고쉬, 일데보떼 3군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화장품 시장은 다양한 로드샵브랜드들이 많이 발달한 것에 반해 러시아에는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의 개념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신 우리나라의 올리브영이나 왓슨스 같은 드러그 스토어와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LG생활건강의 BEAUTE (보떼)와 같은 멀티 브랜드 샵과 비슷한 개념의 화장품 멀티샵이 주된 화장품 구입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레뚜알, 리브 고쉬, 일데보떼가 울란우데, 노보시비르스크, 모스크바 세 도시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었던 대표적인 멀티샵입니다. 세 멀티샵에는 우리나라에서는 고가의 백화점 입점 화장품 브랜드로 분류되는 샤넬, 입생로랑, 지방시, 랑콤 등 해외 수입 명품 브랜드가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이기기 위해 전체적인 화장품의 질은 좋아지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가격경쟁력 또한 가지고 있는 국내 로드샵 화장품들을 구입하던 우리가 보기에는 러시아의 화장품들은 너무 비싸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저렴한 우리나라의 로드샵 제품들이 상식적으로 당연히 잘 팔릴 것이라 생각되었지만 그들의 소비문화를 자주 관찰하고, 한 번 더 생각해보니 명품 화장품만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몇 천 원 대의 화장품을 본다면 화장품이라기보다는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구매를 꺼릴 것 같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토니모리 매장을 방문하여 가격을 위주로 다시 살펴보니 토니모리에서도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것의 2배정도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탐사 당시 환율이 많이 떨어져있던 상태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화장품을 수출할 때에 우리나라 시장에서와 같이 무조건적인 저렴한 가격은 오히려 진출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멀티샵 매장들을 둘러보면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제품군은 마스카라와 브론징 제품입니다. 러시아는 광활한 영토에 다양한 민족과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나라인 만큼 여성들의 화장 스타일도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두 부류로 나누어 보자면 기초 스킨케어만 한 거의 맨얼굴의 상태에서 마스카라로 풍성한 속눈썹만 강조한 부류와 전체적으로 짙은 화장톤에 쉐이딩과 브론징까지 한 서양적인 메이크업 부류입니다. 매장들에서도 특히 브론징 제품을 많이 찾아 볼 수 있었는데, 브론징 제품이란 얼굴의 윤곽을 살려주고 고급스러운 태닝 피부를 연출해주는 제품입니다. 우리와 비슷한 모양새의 울란우데 지역의 사람들 보다 하얀 피부를 가진 슬라브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모스크바에서 브론징 메이크업을 한 여성들을 더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브론징 제품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평소에 잘 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브랜드에서는 해외 수입 브랜드만큼 발달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러시아 화장품의 발달 수준이 낮다는 것은 사전 조사를 통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들이 입점되어있는 편집샵들에서도 러시아 브랜드의 화장품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뷰티블로거들 사이에서 높은 보습력과 트러블 개선으로 입소문이 나있는 170년 전통의 러시아 국영화장품 브랜드 ‘스바보다’ 매장을 찾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고 물었지만 러시아 젊은 여성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였고 매장도 찾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에도 매장이 단 한 개뿐이라고 하는데, 저희가 스바보다 제품을 찾은 곳은 우연히 식료품을 사기위해 들렀던 마트였습니다. 유명한 영양크림 ‘륙스’는 밤에 바르고 자는 제품이었는데 직접 사용해보니 건조한 나라에서 연구되고 사용되는 제품답게 깊은 보습력과 영양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지만 현재 영양크림 정도만 대중들에게 소비되고 있고, 물어보니 현재 주로 러시아 할머니들이 주요 고객층이고 제품 연구나 개발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보였습니다.
울란우데에서 노보시비르스크,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이동하는 동안 기차 안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돌렸습니다. 직접 매장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여성들이 가장 중요시하고 선호하는 화장품 종류는 마스카라와 스킨, 로션, 영양크림 같은 기초 피부 관리 제품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화장품에 얼마정도 투자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평균적으로 대략 30,000원 정도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루블이 많이 떨어진 것을 고려한다면 러시아인들이 화장품에 꽤 많은 돈을 투자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값비싼 명품 화장품을 구입하는 그들의 소비행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설문지는 뒤에 별도로 첨부되어있습니다.
홍보는 사전에 한국에서 구매해간 토니모리 화장품을 나누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울란우데에서는 레닌광장과 아르바트 거리, 노보시비르스크에서는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대학교와 갤러리아 백화점, 레닌광장, 모스크바에서는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와 아르바트 거리, 붉은 광장 등에서 준비해간 한국 화장품을 나누어 주며 간단한 사용법과 한국 화장품이라는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걱정과 다르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고 호의적으로 받아주었고 감사를 표해서 뿌듯함도 느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러시아의 문화체험 파트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는 꽤 먼 거리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가까운 거리로 생각될 것입니다. 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을 아우르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자랑하는 국가입니다. 영토 내부에서도 9시간의 시차가 존재합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의 거리가 멀어 다양한 생활방식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러시아의 부랴티아 공화국의 수도인 울란우데에서 러시아의 심장인 모스크바까지 5600km의 방대한 거리를 탐사하면서 지리적 위치가 달라짐에 따라 사는 모습도 서로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옷을 입는 방식은 특히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는 기후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남부 시베리아 쪽에 위치한 울란우데와 노보시비르스크는 겨울에 기온이 평소 영하 20도에서 40도까지 떨어지는 매우 추운 기후를 가지고 있는 도시입니다. 탐사 출발을 인천에서 북경을 경유하여 울란우데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하였는데 울란우데에서 뜻밖에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북경에서 울란우데로 가는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고 승객들을 내리기 위해 문을 열었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랜 추위에 적응된 이들은 마치 평소처럼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가지고 있는 모든 옷으로 추위를 맞이할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나가는 순간엔 들숨에 콧털이 다 얼어버릴 정도의 추위가 느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전혀 경험해볼 수 없던 추위였습니다. 그들은 처음 느껴보는 추위에 놀라는 우리를 굉장히 재미있게 지켜보았습니다.
시베리아에 위치한 사람들은 털옷을 굉장히 선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털옷들을 러시아에서는 꽤 흔하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옷을 입는 방식도 우리나라랑 달리 모피를 입는다 하면 머리에 쓰는 모자부터부터 발에 신는 부츠까지 모두 모피로 무장하였습니다. 모피를 자주 사용해서 가격을 저렴하게 판매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실제로 모피 전문 가게에서 본 모피 의류는 가격이 상당했습니다. 가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구매를 해서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면 러시아 사람들도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넘어오면 사람들의 옷 입는 방식에서 다소 차이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시베리아보다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탐사 중 느낀 모스크바의 날씨는 우리나라 서울과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모스크바는 사람들의 옷을 입는 방식이 유럽과 비슷하였습니다. 혹한의 날씨에 추위를 견디는 것이 급선무인 울란우데와 노보시비르스크와는 다르게 러시아의 수도에 사는 사람들답게 옷을 꾸며서 입는 사람들도 다수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탐사를 하는 동안 러시아의 다양한 식문화도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탐사 중 많은 러시아 음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러시아 음식점을 찾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한식집을 찾는 것만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아직도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어 외식업이 우리나라만큼은 발달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외식업은 주로 햄버거나 타코 등 미국의 식문화가 많이 유입되어 있었습니다.
울란우데에서는 탐사에서의 첫 도시였던 만큼 러시아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많아 최대한 여러 러시아 음식들을 먹어보려고 하였습니다. 호텔에 도착해서 먹은 첫 끼에는 울란우데 근처 바이칼 호수에서만 잡힌다는 ‘오물’이라는 생선을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처음 ‘블린’이라는 음식도 접할 수 있었는데 음식 안에 들어가는 토핑마다 맛을 다르게 하여 먹을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는 우연히 우리나라 ‘김밥천국’과 유사한 러시아음식점을 찾게 되어 좋은 기회에 정말 현지인들이 식사를 하는 곳에서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만두와 러시아의 기름 볶음밥인 ‘플롭’, 러시아인들이 자주 먹는 수프인 ‘보르쉬’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시베리아에서 접한 러시아 음식들은 완전 유럽풍의 음식이 아닌 무엇인가 아시아의 음식 느낌이 혼합된 정말 유라시아 대륙의 러시아만의 고유한 음식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는 러시아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음식 중 하나인 샤슬릭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샤슬릭의 원조는 터키의 쉬쉬케밥으로 타타르인들이 양고기 꼬치를 구워 먹는 것을 보고 받아들인 것입니다. 샤슬릭은 원래 여름에 주로 판매하는 음식이라 탐사를 떠난 겨울에는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우연히 기회가 되어 제대로 된 샤슬릭을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에서 다양한 러시아의 음식을 체험하고 난 뒤에 느낀 점은 러시아의 음식들은 대체로 기름진 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음식문화를 갖게 된 배경에는 혹한의 추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부터 러시아에 살던 민족들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기름진 음식을 섭취했고, 특히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알코올 도수가 높은 보드카를 마셨습니다. 세계의 다양한 음식문화를 흡수하고 또한 다른 나라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한 러시아 음식 문화를 체험한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러시아에서 탐사를 진행하면서 이동거리가 길기 때문에 많은 교통수단을 이용하였습니다. 우선 대표적으로 탐사를 위하여 90시간동안 5600km를 함께한 시베리아 열차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출발지인 블라디보스톡에서 도착지인 모스크바까지 7박 8일, 무려 9334km의 길이를 자랑하는 대륙을 횡단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수많은 여행 애호가들에게도 죽기 전에 꼭 한번 타봐야 할 기차로 유명합니다. 9334km에 비하면 우리 팀은 반 정도의 길이를 탔지만 정말 짧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울란우데에서 노보시비르스크까지는 36시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수도 모스크바까지는 51시간을 탑승하였습니다. 추운 바깥 날씨에 비해 열차 안은 반팔 반바지를 입어야 할 정도로 난방이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객실은 3개의 등급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울란우데에서 노보시비르스크로 이동할 때는 2등실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할 때는 3등실을 사용하였는데, 공간은 엄청 넓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였습니다. 열차 안에는 여행이 목적이 아닌 단순히 이동을 위해 탑승하는 러시아인이 많았고, 우연히 여행을 하는 한국인들도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이 비좁고 물 사용이 집이나 호텔에 비해 제한되는 부분이 있어 간단한 세수와 양치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열차에 있는 시간동안 사람들에게 설문지를 나눠주며 탐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어 굉장히 유익하고 신선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울란우데, 노보시비르스크, 모스크바 3도시를 탐사하면서 저희 팀은 비용절약과 실제 현지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을 많이 이용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 중 가장 많이 이용한건 역시 버스입니다. 버스는 보통 17루블, 19루블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260원으로 한국에 비해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까지도 러시아 버스에서는 과거 우리나라 버스에서 존재하던 ‘버스 안내양’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거의 대부분이 카드를 찍고 타지만 러시아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버스에 탑승해 먼저 자리를 잡은 후 버스 안내양이 다가와 현금이라든지 카드로 버스 요금을 받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큰 나라인 러시아에서 아직도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상당히 발달했음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에서도 지하철을 이용하였습니다. 러시아의 지하철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깊숙이 들어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방공호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인데, 이 때 만들어져서인지 러시아의 지하철역은 상당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역 내부가 굉장히 아름다운 역도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지하철은 여느 유럽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하철이 상당히 성능이 좋은 지하철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지하철 역시 카드로 찍고 들어가는 방식이 아닌 토큰을 구매하여 개찰구에 넣고 탑승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지하철 요금은 20루블로 한화 약 300원으로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탐사 중 낮은 빈도로 택시를 이용하였습니다. 현지인들은 택시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처럼 미터기로 택시를 운행하는 차량이 매우 적고 대부분 기사와 가격을 흥정하여 이동하는 방식이 보통관례입니다. 때문에 택시는 버스와 지하철에 비해 매우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에서 관광을 온 사람은 현지 지리에 대해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상 요금보다 더 많이 받고 영업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모스크바에서 두 번째 숙소로 이동할 때 터무니없이 많은 택시비를 지불하게 되는 불상사도 있었습니다. 택시는 탐사 시 호텔로 이동하거나 역, 공항 등 많은 짐을 동반하여 움직일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의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이용해본 결과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추어져있고 외국인들에게도 친절하게 설명이 잘 되어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러시아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 예술 ’ 분야입니다. 러시아는 예전부터 예술분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고 또한 매우 수준 높은 예술문화를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클래식 분야에서는 차이코프스키, 쇼스타코비치, 라흐마니노프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클래식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같이 성장한 분야가 있는데 바로 ‘발레’입니다. 탐사 중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우연치 않게 발레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작품은 ‘스파르타쿠스’로 공연을 맡은 발레단인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단은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에서도 공연을 펼친 경험이 있는 실력이 뛰어난 발레단이었습니다. 극장은 예술의 나라 러시아답게 크고 웅장하며 아름답기까지 하였습니다. 처음 극장을 들어갔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극장도 훌륭했지만 발레단의 연기는 더욱 훌륭하였습니다. 왜 러시아가 발레의 나라로 불리는지 두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는 러시아의 대표적 미술관 ‘ 트레치야코프 미술관 ’ 도 방문하였습니다. 러시아에는 페로브, 쿠라무스코이, 레핀, 수리코프, 레비탄, 세로프 등 많은 유명한 화가들이 존재하는데 모스크바에 이 트레치야코프 미술관에 들어서면 이 화가들의 유명한 작품들을 모두 감상 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에서 둘러본 러시아의 화가들은 대체로 역사적 사실을 기반에 둔 그림들을 많이 그렸습니다. 본교에서 수업 시간에 사진으로나마 접했던 그림들은 실제로 보았을 때 그림 그 이상의 감동을 주었습니다. 러시아에서 이러한 수준의 화가들이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습니다. 나무의 잎사귀 하나하나, 사람의 피부, 빛의 표현, 그 어느 하나 흠 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러시아에서의 미술관 방문은 러시아의 문화적 수준이 실로 얼마나 높은 수준에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높은 문화수준을 자랑하는 러시아. 러시아를 돌아다니며 우리는 한국과는 또 다른 현지인들의 생활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4계절이 길지만 특히 겨울이 길고 추운 나라이다. 이러한 기후의 영향으로 러시아에는 독특한 문화가 하나 있는데 바로 ‘ 가르데로프 ‘입니다. 가르데로프는 레스토랑이나, 영화관, 극장 등에서 외투나, 모자, 장갑 등 겨울 용품을 맡기는 곳입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두껍고 무거운 옷을 많이 입는 러시아인들은 실내에 들어가면 외투를 벗고 다니기 불편하기 때문에 생긴 문화입니다. 현지인들은 레스토랑이나 극장에서 꼭 이곳을 거치는데, 그래서 러시아 사람들은 실내에 들어오면 옷을 걸 곳부터 찾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탐사를 진행하면서 많은 러시아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러시아인들의 시민의식에 대해서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도로를 건널 때 깜짝 놀랐던 부분이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길을 걸을 때 간혹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팀 역시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가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마주친 적이 있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등이 없음에 당황하고 있는 찰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4차선에 걸친 도로에 모든 차들이 우리들을 위해 횡단보도 앞에서 일제히 멈춰준 것입니다. 러시아의 도로사정은 난폭하다고 들어 항상 긴장을 하고 있던 터라 이러한 러시아 운전자들의 배려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 번 횡단보도에서도 러시아 운전자들의 보행자들을 위한 배려는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보기 힘들었을 장면을 러시아에서 보게 되어 놀라웠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꼭 본받았으면 하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러시아 사람들은 외국인들에게 불친절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러시아에 갔는데 탐사를 하면서 외국인들에게 불친절하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친절하게 모든 일을 대해주었고 덕분에 탐사를 진행하는데 크게 어려움 없이 진행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비록 현지인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러시아어로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러시아인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차갑고 무뚝뚝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정이 넘치고 재미있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러시아에 있는 12일 동안의 일정동안 3개의 도시를 거치면서 러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에 걸친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이다 보니 지역마다 문화의 차이가 한국에서 느끼던 지역 간의 문화 차이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넓은 땅을 가진 만큼 그들은 문화적 기상에서도 대륙의 위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높은 문화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며 아울러 이러한 기회를 주신 로컬리티 사업단 측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은 저희가 러시아에서 실제로 생활했던 모습들을 기록한 생활 파트입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것을 느낀 12일이었습니다. 2016년 1월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모여 제시간에 비행기를 타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약 10시간을 공항 안에서 꼼짝없이 대기하며 탐사 시작 전부터 이미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꽤 긴 시간이었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비행기 탑승시간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뿐이었지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팀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앞으로의 일정을 다시 한번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0시간이 지나고 새벽시간 비행기에 올랐고 17일 오전 울란우데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까지 이동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추위를 처음 경험했고 말로만 듣던 러시아의 겨울을 몸소 느꼈습니다. 울란우데 공항은 다른 대도시의 국제공항만큼 규모가 크지도 않고 대기하며 앉아있을 자리도 부족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저희와 너무나 비슷한 외모의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울란우데의 첫 느낌은 친근함이었습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예약해둔 호텔에 도착했는데 기사는 사전에 약속한 택시비에서 트렁크에 실은 팀원 3명의 짐 비용을 따로 받아야 한다고 말해 당황스러웠지만 추가금을 지불하고 택시를 탈 때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체크인을 먼저 한 후 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내려가 울란우데의 바이칼 호에서만 서식한다는 울란우데의 명물인 생선요리 오물(Omul, омуль)과 파스타 샐러드를 포함해 몇 가지 음식을 함께 먹은 후 소비에트 광장에서부터 첫 탐사를 바로 시작했습니다.
소비에트 광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레닌 동상과 극장 등이 있는 울란우데의 중심지입니다. 올해는 울란우데가 생긴지 350년이 되는 해로 저희 팀이 탐사하는 이틀 동안 울란우데 시내는 도시의 역사를 설명하는 전시들과 얼음조각물, 아이들을 위한 행사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호텔에서 소비에트 광장까지는 거리가 꽤 가까워 쉽게 찾아갈 수 있었지만 두 번째 탐사지인 아르바트 거리는 지도상에 명확히 표시되어있지 않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조금 있었습니다. 단지 길을 찾지 못하는 작은 문제였지만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려고 팀원 모두가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일정을 준비하며 찾았던 정보들을 기억해내며 길을 찾아 아르바트 거리에 도착했습니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만나 한국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인식조사와 홍보 및 마케팅을 할 예정이었지만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거리에 사람들이 생각보다 없어 오랜 시간 진행할 수 없었고, 많은 상점들이 모여 있었지만 한국 화장품 브랜드숍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즐비한 음식점과 카페들 사이에 한글 몇 글자가 작게 쓰여 있는 간판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더니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는 브랜드의 화장품들과 미장센, 꽃을 든 남자를 포함해 헤어 제품 몇 개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점에 있는 제품의 수가 너무 적었고 상품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18일 호텔에서 삐아녜르 쇼핑몰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고 쇼핑몰 내의 토니모리 단독 매장 직원과의 인터뷰 및 인기 있는 제품군 조사 등의 탐사활동을 한 후 식사를 했습니다. 저희가 먹은 음식은 러시아 전통음식들로 러시아식 팬케이크인 블린(blini, Блины)과 중앙아시아에서 기름밥이라고도 불리는 쁠로프(Plov, Флов) 등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지내는 동안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마트로 이동하는 중 쇼핑몰 주변에서 스케이트장과 큰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러시아에 도착한 날짜는 러시아의 크리스마스가 이미 지난 뒤였지만 러시아는 겨울이 춥고 길기 때문인지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자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울란우데에서는 특히 규모나 시설에 상관없이 어디를 가더라도 스케이트를 타고 얼음 미끄럼틀을 탈 수 있는 공간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신발을 신은 채로 스케이트를 즐기는 모습도 그들이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겨울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마트에는 오리온 초코파이와 함께 이미 러시아에서 유명한 우리나라 식품 중 하나인 도시락(컵라면)이 여러 종류로 진열되어있었고 보드카로 잘 알려진 나라답게 알코올·주류 코너는 한쪽에 따로 구성되어 있는 점이 특이했던 것 같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나서 러시아식 만두인 뻴메니(Pelmeni, Пельмени)를 먹어보게 되었고, 우리나라 음식과 조금 달랐던 점은 음식 위에 마지막으로 첨가하는 러시아 특유의 풀이었습니다. 이것은 고기 잡냄새를 없애기 위한 향신료의 일종이었는데, 울란우데에서뿐만 아니라 노보시비르스크, 모스크바에서 많은 음식들에 이 향신료가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울란우데는 도시 자체가 다른 대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기도 하지만 탐사 장소들 간의 거리가 대부분 짧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탐사 기간 동안 예정했던 이동 수단은 택시와 도보이동이었지만, 조사했던 것보다 마르슈루뜨까(маршрутка)라고 하는 미니버스가 훨씬 많아 한번 이용해보았습니다. 마르슈루뜨까는 정해진 노선대로 운행되는 버스이지만 기사에게 원하는 목적지를 잘 말하면 그곳에 내려주기도 해 우리나라 버스보다 조금 유동적인 느낌을 받았고, 첫 탑승 때에는 돈을 내는 곳을 찾지 못해 당황한 적도 있었습니다. 또한 마르슈루뜨까를 비롯해 러시아에 있는 대부분의 대중교통은 우리나라의 버스나 지하철 시스템처럼 환승요금이 적용되지 않아 탈 때마다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기 위해 기차역에서 밖으로 나왔는데 우연히 여행 중이던 한국인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원래 처음부터 알던 사이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친한 학교 선후배 사이로 같이 여행을 오게 되었다는 두 사람과 혼자 여행을 왔다가 룸메이트로 만난 두 사람이 열차에서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진 것이었습니다. 저희 팀이 울란우데에서 열차에 올라 몇 시간 뒤 그들은 내려야 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같은 기차 칸을 쓰면서 유용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도 했고 필요할 때는 서로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경우 저희 팀은 총 2번을 탑승하는 계획으로 울란우데에서 출발해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하는 일정은 첫 번째 탑승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서투른 부분이 많았습니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출발해 모스크바 야로슬라블 역까지 가기 위해 두 번째 열차를 탔을 때에는 탑승 기간이 좀 더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오히려 즐기며 생활하는 여유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플라츠카르타(плацка́рт, 개방형 6인실)를 이용했기 때문에 이전에 이용한 쿠페(купе, 폐쇄형 4인실)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인터뷰가 용이했던 점 역시 좋았습니다.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하는 시간은 50시간의 탑승시간 중의 일부이기 때문에 긴 시간을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샤워도 하지 못한 채 생활하는 것은 사실상 저희 팀원 모두에게 탐사만큼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힘들었던 만큼 많이 느끼고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설문조사를 위해 방문을 두드리고 설문조사에 응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을 때 100%는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의 열차 탑승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 게 되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몇몇 사람들이 있습니다. 열차에 타자마자 저희 팀이 예약해둔 방으로 찾아와 계속해서 무언가를 구입하기를 강요했던 승무원, 부끄러움을 많이 탔던 5살 꼬마, 무뚝뚝하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먼저 손 내밀어 준 위층 침대의 아저씨와의 만남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습니다. 특히 울란우데에서 노보시비르스크로 가는 열차 안에서의 마지막 날 밤, 저희 팀원 3명이서 쓰는 방에 들어온 새 룸메이트와의 만남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하룻밤이지만 의사소통을 하며 오해가 생기거나 문화 차이로 인한 트러블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지만 그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결혼한 직업군인이었던 그는 원래 좁고 불편한 기차가 싫어 비행기를 타려 했지만 좌석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열차를 타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열차에서 저희를 만나 너무 기쁘다고 말해주었고 그날 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더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열차가 모스크바 역에 도착하면서 짧았던 만남을 마무리했습니다.
긴 시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면서 느낀 소소한 재미는 기차 안에서 먹는 삼시 세끼와 중간 중간 정차하는 간이역과 새로운 만남이었습니다. 간이역의 경우 짧게는 5분, 길면 30분 정도 정차하며 추위에 얼었을 수도 있는 열차의 장치들을 손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열차에서 내려 상쾌한 공기도 마시고, 간식을 사먹기도 하는데 저희도 기차 안에서 나와 역 주변을 잠깐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기차에 있던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들은 식사시간이 되도 식사는 거의 하지 않고 차를 마시거나 유리창 밖을 가만히 보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식사의 경우 저희 팀은 가져온 음식을 먹거나 식당 칸을 이용했는데 모스크바로 이동하는 열차 안에서 팀워크를 발휘해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 칸으로 이동해 주문을 하고 음식들이 차례대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몇 개의 음식들이 주문대로 나오지 않았고 저희는 담당자에게 차분히 설명했지만 처음엔 저희들의 말을 못 알아듣는 척하며 넘어가려 했습니다. 팀원 3명이 힘을 합쳐 끝까지 노력해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외에도 몇몇 음식점을 포함해 탐사를 하며 비슷한 일이 생길 때마다 저희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활용해 차근차근 해결해나갔고 탐사 그 자체만큼 중요한 공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24일 모스크바에 도착했고 학교 선배의 소개로 러시아 친구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수도 모스크바에서의 첫 탐사를 시작하기 전, 운이 좋게도 러시아 친구로부터 저희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고, 저희 역시 기쁜 마음으로 답했습니다. 그녀는 대학교를 다니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많아 몇 번이나 여행도 왔었고 한국말도 유창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탐사를 하는 동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고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현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수도이자 도로상의 교통이 혼잡한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저희는 모스크바에서의 탐사 장소 간의 이동을 최대한 지하철을 통해 이동하기로 결정했었습니다. 지하철을 자주 타며 좋았던 점은 교통 혼잡을 겪지 않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역마다 다른 아름다움, 분위기, 역사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지하철역은 혁명광장 역(площадь реболюции)입니다. 혁명광장 역은 76개의 청동 상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개’ 동상으로 동물상을 만지면 하루 동안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바쁜 출근길에도 동상을 만지고 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아름다운 지하철역들을 보며 모스크바 지하철이 ‘지하궁전’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실감했습니다.
멋진 건물들과 지하철에 비해 러시아에는 화장실이 갖춰진 곳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울란우데에서 떠나기 전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서 마트에 갈 때나 밥을 먹으러 음식점을 갈 때 등 한국이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화장실이 없어 당황스러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처음에는 화장실을 찾으러 1시간 정도를 헤맨 적도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유료 화장실의 개념이 이미 오래전부터 정착된 것이며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 음식점을 제외하면 공중화장실은 흔하지 않습니다. 익숙지 않은 문화이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했지만 이런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어 탐사가 더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모스크바에서는 탐사 장소의 위치를 고려하여 이동의 편리를 위해 2개의 숙소를 이용할 예정이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도착한 24일부터 27일까지 3박은 모스크바 중심부의 붉은 광장 근처에 위치한 ‘미니호텔 올드 모스크바’에서 머물렀고, 27일부터 탐사 일정을 종료하는 28일까지는 28일 탐사 장소인 ‘Vegas’몰과의 접근성이 좋은 ‘호텔 아쿠아리움’을 이용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이용한 두 곳의 숙소는 울란우데와 노보시비르스크의 숙소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미니호텔 올드 모스크바’의 경우 팀원 2명이 함께 머무는 객실을 4층에 배정받아 모든 짐을 직접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했고, 팀원 1명의 객실이 따로 떨어져 있는 다른 건물에 있어 곤란한 일도 있었습니다.
24일에는 한국화장품 판매장이 열리고 있는 롯데백화점을 방문했습니다. 탐사를 마치고 식사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한식당을 발견했고 반가운 마음에 곧바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스러운 식당의 인테리어나 분위기뿐만 아니라 한국인 사장님과 고려인의 외모를 가진 직원들, 테이블에 올라오는 다양한 한국 음식들은 모스크바가 아닌 전통 한식당이라는 착각이 들 만큼 친근한 느낌이었습니다. 메뉴에는 밑반찬과 뚝배기부터 전통차와 후식까지 한글과 러시아어로 써져 있었는데 주문을 하면서 둘러보니 레스토랑을 찾아오는 손님 중에는 러시아 사람들도 상당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모스크바에는 한식당이 여러 곳 있어 원한다면 찾아갈 수는 있지만 탐사의 시간적 한계를 고려해 러시아에 온 뒤로 러시아 음식을 주로 먹었습니다. 그렇게 한국 음식들이 조금씩 그리워지려던 시기에 오랜만에 맛본 한국 음식은 외국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간이 약하고 보통의 한식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모스크바에서의 첫 한식은 이 날 팀원 모두에게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길다고 느껴졌지만 마지막 날이 되자 쌓인 지식과 추억만큼이나 아쉬움도 컸던 12일간의 탐사가 모두 끝났습니다. 드넓은 유라시아의 땅에서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팀원들과 힘을 합해 이루어낸 결과물들을 돌아보니 뿌듯하고 팀워크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고 인터넷으로 보던 세상을 직접 가보니 배움이 정리되고,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소에 관심이 있던 주제를 가지고 직접 탐사를 가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자체로 너무 흥미롭고 12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에만 할 수 있는 현실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번 탐사에 대한 조사를 좀 더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무엇보다 이런 값진 경험을 하게 해주신 로컬리티 사업단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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