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ity Challenge

해외탐사 프로그램 ‘Locality Challenge’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 알고 계십니까? ‘Locality Challenge’는 자신이 공부하는 지역을 직접 탐사하는 해외탐사 프로그램입니다.

참여하는 학생들은 탐사지역에 관해 인문·지역학적 탐구과정을 실시해 계획을 수립·발전시키고, 각 지역의 지역학적 효용가치를 재발견하며 도전정신을 배양하게 됩니다.

‘Locality Challenge’를 통해 학생들은 인터넷과 책에서만 보던 지역을 눈으로 직접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으며, 광역특화전공 내 4가지 트랙의 오지성 지역을 팀원들과 함께 구석구석 탐사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됩니다.

Title [1기] [유라시아] - 굴뎨르 팀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3-25 12:45 Read 3,313

본문

탐사테마

 

저희의 탐사테마는 ‘유라시아 교류의 흔적을 찾아서’입니다. 저희는 교수도, 지역 전문가도 아닌 탓에 탐사하고자 하는 지역에 대한 지식과 정보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지식을 요하는 심오한 주제보단 학생인 저희가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고르고자 했습니다. 저희 팀원은 모두 중앙아시아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중앙아시아의 문화가 러시아에 끼친 것이 무엇이 있을까?” 혹은 “러시아 문화는 중앙아시아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라는 의문점으로 시작해서 주제를 선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러시아에서 중앙아시아의 문화가 어느 곳에,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문화는 러시아 어느 지역에 잘 나타날까 라는 생각 도중 저희는 시장을 이라는 장소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상호간 교류의 모습을 상품, 환경으로서 가장 잘 반영해내는 곳이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장을 통해 그 지역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살아가는 모습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을 오고가는 타 지역의 사람들의 분위기와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시장을 통해서 우리는 사람들의 모습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을 통해 해당 지역의 문화와 유행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이 타 지역과 교류했던 흔적까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중앙아시아에서는 러시아의 흔적을,러시아에서는 중앙아시아의 흔적을 시장에서 찾아 보고자 합니다.

저희는 최종적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1개의 도시, 러시아에서는 3개의 도시를 방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유라시아 지역의 역사적인 배경 때문입니다. 중앙아시아는 과거에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고, 그로 인해 러시아의 전반적인 생활 문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아직까지도 중앙아시아 지역 곳곳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 이렇게 러시아의 문화가 중앙아시아 지역 곳곳에 남아 있는데 이 문화는 모두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때문에 저희는 중앙아시아 지역 여러 군데 방문한다고 해도 비슷한 결과를 얻게 될 거라 생각해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한 곳만 방문해도 러시아 문화의 흔적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러시아에서는 중앙아시아의 문화를 접하기 힘들다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볼 때에도 피지배 지역이 지배 지역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도 이와 같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에서 중앙아시아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곳을 방문해야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저희는 교류가 가장 많이 이루어졌고 현재도 교류가 활발한 러시아의 대도시 3곳을 선정했습니다. 이 3개의 도시는 지리적으로 각 각 다른 대륙과 접해 있기 때문에 도시마다 다른 교류의 양상을 보일거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지역의 시장의 모습이 이러한 양상을 반영하여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모습을 통해 중앙아시아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거라 예상합니다 

 

 

탐사목표

 

저희의 답사 목표는 이번 로컬리티 챌린지를 통해 강의 시간에 배울 수 없는 유라시아의 문화적인 특색, 문화 공존의 형태와 이외에 것들을 그 장소에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평소 강의 시간에 기본적으로 배우는 유라시아의 역사나 종교 문화는 물론이고 현지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그들의 전반적인 생활양식, 그리고 문화 공존의 상태에 대해서도 배우고 싶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교수님들의 말씀이나 인터넷으로도 정보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직접 현지에서 어떠한 문화 형태를 띄고 있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고, 그 문화의 흔적을 직접 찾고 경험하고자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또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는 단순한 문화 교류의 관계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식민 지배 관계 속에 있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어떤 특별한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 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 공존 사례와 유라시아 지역의 문화 공존 사례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탐사를 통해 얻은 것을 바탕으로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크로드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라시아 지역에서 시장은 단순한 물적 교류의 장소가 아니라 공유와 소통의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유라시아에서 시장은 물건을 사고 파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가를 이어주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사람 간, 국가 간의 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체험해서 유라시아 트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해당 지역에 관한 지식이 더 많이 축적되고 시야가 넓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로만 보고, 말로만 듣던 그 삶의 현장을 직접 방문함으로서 전공하는 지역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 탐사를 통해 전공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전공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여러 방면으로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 챌린지를 통해 유라시아 지역 두 문화의 상호작용과 융합의 흔적을 찾음으로서 그 모습을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 융합을 통해 어떠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였는지 보고 올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유라시아 지역 문화 융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길 것이라 예상하고, 이론으로만 배웠던 문화 융합이 현장에서 어떠한 형태로 나타는지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좋을 기회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1학기 때 수강했던 로컬리티 공통 기반 과목에서 배운 지역학적인 개념들을 그 직접적으로 적용시켜 볼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탐사내용 

 

8월 3일

 

저희는 인천공항에 오전8시 30분에 모여 자동출입국심사등록과 비행기 티케팅을 하였습니다. 저희가 티켓 예약을 할 때 팀원의 이름 영문 철자를 잘못 입력하여 새로운 티켓을 발급하였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머지 팀원의 성, 이름이 뒤바뀌어 있어서 걱정하였는데 다행히 큰 문제없이 티켓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을 통해 어떠한 일을 함에 있어서 항상 신중을 기하고 검토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는 기회였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오후 12시 25분 비행기를 타고 오후 3시에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하여 공항 앞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있는 숙소로 왔습니다. 숙소로 오는 버스에서 두 할머니를 만났는데 할머니들께서 저희에게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대화를 나눠보니 그 분들도 서울에서 지낸 경험이 있고 서울은 블라디보스톡과 다르게 사람이 많이 북적거리고 시끄러웠지만 좋은 곳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핸드폰을 개통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비바람이 치는데도 불구하고 거리의 사람들은 대부분 우산을 쓰지 않은 채 다녀서 신기했고 그 모습을 보고 저희도 평소와는 달리 우산을 접고 걸었습니다. 전화 개통을 위해 통신사 매장을 찾았는데 직원의 친절한 설명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한국과 다르게 핸드폰 개통 절차가 수월한 점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러시아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차갑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첫 날 경험해보니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녁식사를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의 한식 체인점인 ‘미리내’를 방문하여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특이했던 점은, 러시아 식당에서는 물이나 반찬을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짐정리를 하고 하루일과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일정을 점검하였습니다.

 

8월 4일

 

아침 9시 숙소에서 나와 걸어서 중앙광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중앙광장에서 시장이 열리길 기대하고 갔지만, 비가 와서 사람도 많이 없고 시장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후에 중앙광장에서 열리는 시장은 주말 시장으로 금, 토, 일요일에만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광장 근처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버스를 타고 이동해 뻬르바야 레치까 정류장 근처에 위치한 시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이 시장은 본래 건물 안에 위치한 시장이고 한국의 소형 마트와 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마트 안에 여러 매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마트 안에서 사진을 촬영하면서 상인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는데 관리인의 제재를 받아 계획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사진촬영이나 인터뷰와 같은 활동을 조심스럽게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시장에서 나와 건너편에 위치한 야외 시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그곳은 정식 시장이 아닌 개인 상인들이 좌판을 연 간이 시장의 형태였습니다.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과일을 파시던 아저씨께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시며 먼저 사진촬영을 제안하셨습니다. 아저씨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나머지 가게들을 둘러보며 산딸기를 사먹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였습니다. 이동할 때 주로 시내버스를 이용했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버스가 후불제로 운영되어서 돈을 아저씨에게 직접 지불하기 위해서 반드시 앞문으로 하차해야 한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두 번째 목적지로 루고바야 르녹(시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저희는 시장을 둘러보면서 사람들과 간단한 인사와 대화를 나누기위해 노력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물건을 사지 않으면서 대화하거나 사진찍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서 물건을 구입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마침 야채를 팔던 청년이 저희에게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주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반가운 마음에 토마토를 구입하면서 계속 대화를 이끌어 나갔습니다. 청년은 출신을 밝히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형이 현재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고, 자신도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외국인 비자를 잘 발급해주지 않아서 블라디보스톡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저희는 이 시장에 중앙아시아 출신 상인이 많이 있는 지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그는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하였고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와 대화를 나눈 후 그는 루고바야 시장보다 스포르티브나야 정류장 근처 시장에 더 많은 중앙아시아 상인들이 있으니 가보길 추천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전차를 이용하여 스뽀르찌브나야 정류장 근처 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스뽀르찌브나야 정류장 근처 시장은 두번째로 방문한 시장보다 굉장히 규모가 컸습니다. 그 시장은 크게 식자재와 문구/의류 상점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재래시장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저희가 지나갈 때 많은 상인들이 저희를 가리키며 ‘까레얀까’라며 말을 건넸습니다. 간단한 대화나 외모를 통해 저희는 대부분의 상인들이 러시아 출신이 아닐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저희를 굉장히 반겨주었던 한 과일 상인은 우즈베키스탄 출신이었습니다. 저희가 우즈벡어와 카작어를 사용하며 대화를 시도하니 주변의 다른 상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들과 대화하며 알게 된 것은 이 시장 대부분의 상인들은 중국, 베트남, 아제르바이잔, 카프카즈,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출신이었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 출신의 상인들은 보통 의류, 문구류를 판매하고 우즈벡, 키르기스 출신 상인들은 주로 과일이나 식자재를 판매 한다고 하였습니다. 저희는 아쉬운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다음 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이동 중 저희는 한 건물의 화장실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한 한국인 아주머니께서 말을 건네셨습니다. 저희는 반가운 마음에 서로의 일정이나 여행 목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알고 보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9년째 선교활동을 하고 계시는 ‘백경숙’ 선교사님이셨습니다. 저희가 선교사님께 탐사에 관한 내용을 얘기해드렸더니 많은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청소와 같은 ‘3D업종’에 주로 종사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가 모스크바 와 상트를 방문한다고 하니 두 도시와 블라디보스토크의 도시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상업도시로 개방적인 분위기고 모스크바나 상트는 다소 배타적인 분위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만남에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선교사님의 일행 중 두 분이 알고 보니 저희와 같은 비행기 옆 좌석이었습니다. 매우 신기하기도하고 반가운 인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가운 만남을 뒤로하고 저희는 중앙 공원으로 이동하여 카페에서 잠시 휴식한 뒤 숙소 근처에 위치한 중앙시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중앙시장을 가는 도중 저희는 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처음에 저희보고 중국인이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저희는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말씀 드리니까 놀라시면서 한국 사람들은 다들 날씬한데 왜 그렇게 통통하냐고 장난삼아 말을 건네셨습니다. 할머니는 한국 여자들은 다 예쁘고 착한 것 같다 하시면서 젊을 때는 날씬하고 예쁜게 좋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러시아 여자들은 젊을 때 대부분 체형이 다 마르거나 날씬해서 보기 좋다고 말씀하시면서 저희 목적지를 물어보셨습니다. 중앙시장으로 가야한다고 말하자 할머니께선 본인도 중앙시장 가는 길이라고 해서 함께 중앙 시장을 들렀습니다.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느낀 것은 한국 사람은 보통 낯선 사람에게 실례가 되는 말을 잘 하지 않은 반면 러시아 사람들은 의사 표현이 자유로워 놀랐습니다.중앙 시장은 재래 시장의 형태와는 다르게 소형 마트 또는 슈퍼마켓과 같은 구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상인들도 대부분 러시아 사람으로 저희는 이 시장을 간단히 둘러본 뒤 아르바트 거리(젊음의 거리)로 이동하였습니다.

아르바트 거리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한 러시아 할머니 분이 영어로 반갑게 인사하며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며 대화를 건네셨습니다. 그 분은 블라디보스톡 거주민으로 아시아에 관심이 매우 많으시고 저희가 한국에서 왔다고 말씀 드렸더니 격하게 반기시며 처음에 과거 한국과 러시아의 연관성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그 후 저희는 저희 탐사 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드렸는데, 중앙아시아 출신 사람들은 모두 비즈니스(사업)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단순 노동을 하러 온다고 했습니다. 대부분 우즈벡,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즈스탄 출신이 많고 카자흐스탄 출신의 사람들은 극소수라고 하였습니다. 카자흐스탄의 경제는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에 비해 높은 경제 수준을 갖추고 있어서 단순 노동을 하러 오는 사람의 비율이 적다고 하셨습니다. 나머지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어서 외국에 나와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출신 사람들이 많고 키르기즈스탄 출신의 사람들이 비교적 적다고 하였습니다. 아주머니와의 유쾌한 대화를 마치고 저희는 아르바트 거리를 구경 후 근처 저녁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며 하루 일과를 돌아볼 때 저희는 함께 인터뷰 한 사람들과 서로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던 것을 알아 차렸고 다음 인터뷰부터는 최소한 통성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녁 식사 후 저희는 숙소로 돌아와 다음날 모스크바로 가는 것을 준비했습니다.

 

8월 5일(수) – 모스크바

 

저희는 숙소에서 9시 30분에 나와 블라디 보스톡 역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타려고 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 라면 블라디보스톡 역에서 공항 철도를 타고 공항에 가려고 했지만 택시 기사님께서 현재 블라디보스톡 역의 공항철도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말씀해주셔서 택시로 공항까지 이동하였습니다. 탐사 오기 전 조사한 자료에서는 공항 철도가 운행된다고 하였는데 해당 자료는 불과 3개월 전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현지 상황과 달라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예상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겨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지만 현지 기사님의 도움으로 다행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일정을 계획함에 있어서 좀 더 신중을 기하고, 사소한 일정이라도 차선책을 세울 수 있도록 미리 확인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희가 1시 15분 출발 (블라디보스톡-모스크바 행) 티켓을 예약하였는데 공항에 와서 티켓팅을 하니 비행기가 2시간 연착이 되어 예상했던 시간보다 모스크바에 더 늦게 도착하였습니다. 모스크바에 도착하면 러시아 주요 명소인 볼쇼이 극장을 방문하여 공연을 보려 했지만 시간상 형편이 되지 않아 해당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였습니다. 저희는 본래 예약했던 숙소 가격이 비싸서 취소하고 조금 더 저렴한 곳으로 전 날 예약을 변경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숙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역 근처 큰 대로변에 위치한 숙소라 쉽게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숙소 체크인을 한 후 저희는 환전과 저녁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가 음식점을 찾아 보았습니다. 기내식을 먹 뒤라 간단하게 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먹고 중심지에 위치한 환전소를 들렀습니다. 저녁 식사를 한 뒤 숙소로 돌아가 다음날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휴식을 취했습니다. 

 

8월 6일(목)

팀원 모두 기상 후 러시아 유명한 체인 카페인 ‘쇼콜라드니짜’ 에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대중 교통과 택시를 이용하여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도매 시장인 이즈마일롭스키 시장을 갔습니다. 저희가 택시를 타고 시장으로 가는 도중에 차에서 익숙한 노래가 나와 팀원끼리 중앙아시아 사람이 아닐까 라는 추측을 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았는데 알고보니 아제르바이잔 사람이였습니다. 아저씨는 러시아에서 일한지 7년이 되었다고 하였고, 택시 기사 일 뿐만 아니라 다른 판매직으로도 일한다고 하였습니다. 본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할 계획이였는데 모스크바에서 일하는 친구가 모스크바가 더 좋다고 추천하여 모스크바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스크바에는 많은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저희는 택시에 내려서 이즈마일 궁전 중앙 입구로 들어갔습니다. 저희가 가려고 했던 시장은 이즈마일 궁전 내부에 위치한 시장으로 이 궁전 안에는 시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원, 분수대, 식당, 박물관 등이 있었습니다. 궁전 외관이 무척 아름다워서 외국 관광객 뿐만 아니라 자국민들도 굉장히 많이 방문했습니다. 시장 내부는 재래 시장의 구조였지만 상품들은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이였습니다

저희는 러시아 전통 목재그릇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상인 아주머니들이 우즈벡어로 대화하시는 것을 듣고 말을 걸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우즈벡인이셨고 이즈마일롭스키 시장에 대한 여러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주셨습니다. 이 시장에는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상인들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주머니께서는 상인들에게 말을 걸면 그들이 친절하게 답해줄거라 말하셨습니다. 아주머니는 러시아에서 일하신 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즈벡어를 굉장히 잘 구사하셔서 팀원 중 우즈벡어를 전공하는 학생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아주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은 뒤 러시아의 대표적인 명물인 마뜨료시카를 사기 위해 이동하였습니다.

이동하는 중에 다양한 디자인의 마뜨료시카를 진열해둔 좌판에 눈길이 가서 그곳에서 마뜨료시카를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주인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자신의 가게에서 팔고 있는 마뜨료시카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아주머니는 이즈마일롭스키 시장에서 물건을 판 지 3년 째이신데 그 전에는 다른 시장에서 약 7년동안 일하셨는데 그 시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이 곳으로 옮겨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이 시장에는 중앙아시아 출신인 상인들이 많은데 대부분의 상인들이 중국 공장에서 찍은 러시아 상품을 많이 판매한다고 했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저희에게 중앙아시아 출신인 상인들이 기념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우즈벡 식당도 운영한다고 하시면서 우즈벡 식당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이 아주머니와 대화한 후 느낀 점은 중앙아시아 출신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다소 좋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그 상인들에 대한 불만을 저희에게 털어놓기도 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후 저희는 다른 상품을 둘러 보았습니다.

기념품을 구경하던 도중 귀엽고 독특한 기념품을 발견해 구경하다가 상인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께서 부인과 함께 중앙아시아 계열의 언어로 대화하는 것 같아 어디서 오셨냐고 물어보니 우즈베키스탄에서 오셨다고 대답하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우즈벡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하니 너무 기특하다고 하시면서 자기랑 우즈벡어로 대화하는 연습을 하자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저씨과 대화 도중 터키에서 온 여행객 가족과도 이야기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터키에서 온 가족의 할머니의 친 동생은 모스크바에서 일하신다 하시고 딸은 현재 모스크바 국립대에 다녀서 아들 부부와 함께 현재 모스크바로 여행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유익한 대화를 나눈 후 저희는 시장을 나와 이즈마일롭스키 궁전을 돌아다닌 던 중 공사 현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인부들이 지나가는 저희에게 중국에서 왔냐고 말을 걸어서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본인들은 키르기즈스탄에서 왔다고 하면서 본인들의 고충을 저희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인부들과 대화한 뒤 저희는 체레무스킨스키이 시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시장을 방문하기 전 슈퍼마켓을 들렸는데 거기 젊은 청년2명이 저희에게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보면서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두청년 쿠를벡과 미르코밀은 알고보니 그들은 키르기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청년들이였습니다. 19살 과 20살인 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떨어져 타지에서 일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상점에서 나온 후 저희는 체레무스킨스키 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시장은 건물 내부에 위치해 있었고 전체적인 시장의 모습이 돔 형태였습니다. 이 시장은 그리 크지 않았고 동네 슈퍼마켓 정도 규모의 시장이었습니다. 저희는 시장 전체를 둘러본 후 견과류를 판매하고 있는 아저씨들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아저씨는들은 타지키스탄 출신으로 젊었을때부터 이 시장에서 일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저씨들과의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주변 상인분들께서도 관심을 가져주셨는데 상인 중 한분께서 저희에게 석류주스를 건네주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그 분에게 석류주스 한병을 샀습니다. 그 아저씨는 본인이 아제르바이잔에서 왔다고 하시면서 먼저 말을 건네주셨습니다. 너무 젊어 보이셔서 저희가 여자친구 있으시냐고 물어보았는데 이미 자녀가 있다고 말씀하셔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저희가 수업시간에 중앙아시아 계통의 사람들은 결혼을 일찍하는 경향이 있다고 배웠는데 실제로 그 모습을 보니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신기했던 점은 지금까지 저희와 대화를 나누었던 상인들은 저희가 이미 결혼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시장을 더 둘러본 후 근처에 맥도날드가 있길래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숙소에서 휴식한 후에 저희는 저녁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희 숙소는 한국의 청담동 같은 곳에 위치하고있어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저희는 구경을 하며 식당을 찾아보았는데 고급 레스토랑이 많아서 식당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국 적당한 곳을 찾아서 밥을 먹고 붉은 광장의 야경을 보러 이동하였습니다.

붉은 광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했습니다. 러시아어 교재에서만 봐왔던 모습을 실제로 보니 가슴이 벅차고 큰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큰 광장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일본인이나 중국인을 비롯한 동양인 관광객들이 없어서 놀랐습니다. 대부분 러시아인들이 많았습니다. 저희가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던 도중 다같이 사진을 찍는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던도중 한 할아버지께서 본인이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했는데 불안한 마음에 선뜻 카메라를 맡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권유를 하셔서 그 분에게 카메라를 맡겼는데 다행히 예쁜 사진을 찍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셔서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반가워하시며 자신은 우즈베키스탄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뜻밖에 중앙아시아 사람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저희는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모스크바에 오신지 10년이 넘으셨고 현재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일하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오래 생활하다보니 같이 살던 형은 먼저 세상을 떠나셨고 현재는 동생분과 함께 사신다고 하셨습니다. 저희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시는 모습을 보니 많이 적적하신 듯 하여 저희도 저희의 얘기를 할아버지께 해드렸습니다. 한국에서 우즈벡어와 카자흐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하니 할아버지는 굉장히 반가워하시며 우즈벡어로 저희에게 몇가지 간단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할아버지와 유쾌한 대화를 마치고 산책을 나오신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 이후 저희끼리 사진을 찍고있었는데 갑자기 러시아 청년 두명이 저희에게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여 당황스러웠지만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청년들은 저희에게 러시아 여행중이냐고 물어보면서 마음에 드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저희는 모스크바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고 하였더니 그 청년들은 이 광장을 아침에도 꼭 와보라고 하여서 저희는 다음날 아침에도 붉은 광장을 방문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눈 후 저희는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다행이 숙소와 붉은 광장의 거리는 약 5~10분정도밖에 걸리지 않아서 숙소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 일정을 정리하며 저희는 모두 휴식을 취했습니다.

 

8월 7일(금)

아침 8시에 기상한 저희는 전날 청년들이 추천해준대로 다시 한번 붉은 광장을 방문하기 위해 숙소에서 나왔습니다. 밝은 햇빛 아래서의 붉은 광장과 성 바실리 성당은 밤에 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였습니다. 색감이 훨씬 더 풍부하고 보다 활기차고 밝은 느낌이였습니다. 저희는 인근에 위치한 웰빙 식품을 판매하는 카페를 방문해서 아침 식사를 하였습니다. 그 카페에서는 이름은 스시였지만 김밥과 같은 형태의 음식과 초밥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든든하게 아침 식사를 먹고 다닐로브스키 시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저희는 시장 내부를 구경하면서 사진을 촬영하려고 했는데 경비 아저씨께서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면서 카메라를 끄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사진을 못 찍고 눈으로만 구경하였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물건을 사면서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상인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뚝뚝하게 대꾸해서 인터뷰도 사실상 진행 할 수 없었습니다. 이 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 분위기가 삭막하고 외부인에게 다소 경계심을 내보이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상인들은 모두 초록색 유니폼을 갖춰 입고 있었고 자신들의 고객 이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시장과 사뭇 다른 분위기여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멋진 시장에서 좋은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 같아서 매우 아쉬웠습니다. 시장을 둘러본 후 시장 밖을 나와 시장 문 앞에 위치한 우즈벡 빵집을 들렀습니다. 작은 규모의 빵 집이었는데 젊은 우즈벡 청년들과 아저씨가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가족들이 다 함께 빵 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희는 우즈벡 전통 빵인 쌈사를 하나 사먹고 다음 시장인 우사체브스키 시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우사체브스키 시장은 이전 시장과는 달리 활발한 분위기였습니다. 시장은 전체적으로 활기찬 분위기였고 장사하고 있는 상인분들도 모두 밝은 표정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밝은 시장의 모습을 보니 이전 시장에서 당황스러웠던 마음이 사라지고 다시 열심히 정보를 얻기 위해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장에서 저희는 과일을 사면서 한 상인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알고 보니 그 좌판은 친구 2명이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고 그 분들의 이름은 한림존과 압두카지르로 타지키스탄에서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한림존은 모스크바에서 일한지 7년 정도 되셨고 압두카지르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이 시장에서 약 10년간 일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젊은 청년들이 친구와 함께 타지에서 1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장사를 하면서 함께 힘든 순간을 건뎌내고 밝게 웃으며 장사하는 모습을 보니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꽃집을 하시는 따냐 아주머니와도 이야기를 했는데 사진을 찍으려하자 거부하셔서 함께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예쁜 꽃들을 멋있게 진열하고 밝게 웃고 계신 모습을 함께 찍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여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꽃집의 꽃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손님들이 있어서 사람들이 꽃을 좋아하느냐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러시아 사람들 사이에 서로 꽃을 주고받는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어서 가격에 상관없이 꽃이 잘 팔린다고 하셨습니다.

이후 시장에서 나와 아르바트 거리로 향했습니다. 아르바트 거리로 들어서는 골목에 인형 탈을 쓴 사람들이 있어 흥미를 보였더니 함께 사진을 찍자며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진을 찍고 돈을 받아내려는 행위여서 저희는 완강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여자로만 구성되어있는 팀이었기 때문에 무서웠지만 차분하게 대응하여 그들에게서 빠져 나왔습니다. 아르바트 거리를 구경할 때 흑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듯 했습니다. 놀라웠던 점은 그들이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는 점입니다. 최근 많은 흑인들이 러시아, 특히 모스크바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한다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아르바트 거리를 구경한 후 저녁 식사를 하러 숙소와 붉은 광장 사이에 위치한 쇼핑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음식점에서 저희 테이블을 담당했던 종업원이 저희가 대화하는 것을 듣더니 중국에서 여행 왔냐고 물어봤습니다. 저희가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하자 관심을 보이며 본인은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즐겨 본다고 하였습니다. 한류가 세계 각국에서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외국인과 한국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저희가 보기에 러시아인 같지는 않아서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니 본인은 키르기즈스탄 출신이고 현재 러시아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서빙 일을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름은 아이샤였고 나이는 저희보다 많다고만 하고 정확히 말해주지는 않았습니다. 저희 또래 나이인데 외국에 혼자 나와 공부하면서 학비를 버는 모습이 대단하고 생각하였습니다.

맛있는 저녁 식사 후 저희는 쇼핑센터를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첫 날부터 저희 눈에 띄었던 화려한 백화점을 들렀습니다. 규모가 한국의 보통 백화점보다 조금 더 컸는데 매장이 모두 어린이를 위한 상품만 판매해서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백화점이나 아이들을 위한 상품이 같이 있는 백화점은 봤어도 단독으로 그렇게 큰 규모로 어린이만을 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른들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일정을 정리하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8월 8일

기상 후 모스크바에서 알마티로 가는 비행기를 타서 현지 시각 오후 4시 경 알마티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숙소로 이동한 뒤 한식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하였습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미리내라는 한식 식당에서 식사를 했었지만 완전한 한국의 맛이 아니라 생소하였는데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식으로 식사해서 좋았습니다. 조금 휴식을 취하고 7시 쯤 시내로 나가기로 하고 알마티 중심 시내에 위치한 메가 쇼핑센터에 방문하였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고 백화점 내에 영화관과 간단한 놀이기구까지 있어서 상당히 발전된 모습의 쇼핑센터였습니다. 대규모의 쇼핑센터인 만큼 늦은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러시아에서와 달리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주로 유럽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동양인인 저희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많았는데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선 고려인으로 보이는 동양계 사람도 많았고 백인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어울려 쇼핑하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쇼핑센터 구경을 마치고 날이 어두워져 집으로 돌아가려는 참에 근처에 위치한 대통령 공원의 야경이 아름답다고 하여 들리기로 하였습니다.

이 대통령 공원은 본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사유지였지만, 국민을 위해 개방하여 공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조명이 화려하지 않고 은은하여 공원의 야경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차분하게 만들어주었고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을 왜 오랜 기간 지도자로서 사람들이 신임하는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공원에 있는 카자흐스탄 젊은이들의 대화를 통해 카작어의 사용이 많이 늘고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대통령 공원의 야경을 뒤로하고 탐사를 마친 후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습니다.

 

8월 9일

 

오전에 각자 개인 종교 활동 시간을 가진 후 12시에 숙소에서 나섰습니다. 선교센터 지인께서 데려다 주시겠다고 하셨지만 저희끼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자발적인 탐사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알마티 외곽은 버스나 지하철이 없어서 저희는 알튼 오르다 시장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기사아저씨께 카작어로 말을 붙여보았습니다. 카작어를 사용할 기회가 생겨 신난 마음에 아저씨께 카작어로 여러 가지 질문을 드렸는데 아저씨께서는 러시아어와 카작어로 섞어서 대답하셔서 아직 중장년층에는 러시아 사용이 보편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타지에서 온 저희가 카작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시고 굉장히 반가워하시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아저씨께서는 저희가 카작어로 질문을 해서 처음에는 카작 사람인줄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거리에 경찰이 10m간격으로 배치되어있고 한 쪽 도로를 통제하는 모습을 보고 기사 아저씨께 오늘 무슨 일이 있냐고 여쭈어 보았습니다. 아저씨께서는 오늘 알마티에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라 교통 통제를 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카작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이 신기하셨는지 아저씨께서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거셨고 아저씨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장에 도착했습니다.

알튼 오르다 시장은 알마티 외곽에 위치한 규모가 큰 재래시장으로 사람들이 즐겨 찾고 많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저희가 이 시장을 방문한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보통 카자흐스탄의 시장들은 월요일이 공식 휴일이라 전날인 일요일에 물건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어느 상인분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시장을 둘러보기에 앞서 저희는 점심식사를 위해 시장 내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전통 음식점에 들어갔습니다. 

자리에 앉아있으니 종업원이 주문을 하러 왔는데 너무 당연하게 카작어로 주문을 받아서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고 카작 내에서의 카작어 사용이 생각보다 많이 보편화 되어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외국인으로 보지 않는 시선이 카자흐스탄에 고려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카작어로 몇 가지 종류의 음식들을 주문해 식사를 했는데 모든 음식들이 맛있었고 가격 또한 매우 저렴해서 놀랐습니다. 이전에 동대문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에서도 중앙아시아 음식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는 강한 향신료 맛 때문에 입맛에 잘 맞지 않았는데 오히려 현지에서 먹은 중앙아시아 음식이 더 입맛에 맞았습니다. 배불리 식사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시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시장의 전체적인 규모는 컸지만 길목이 좁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동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또한 주말이라 상인들이 분주해서 여유 있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러시아에서 만났던 중앙아시아 출신 상인들은 저희에게 큰 관심과 흥미를 보였던 것과 달리, 이 곳에서 만난 상인들은 저희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러시아와 달리 카자흐스탄은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는 국가여서 저희를 이방인이 아닌 자국민으로 생각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큰 소득 없이 시장 탐방을 마친 뒤 다음 시장인 콕 바자르로 이동하기 위해 또 다른 택시를 탔는데 이 택시기사 아저씨도 저희가 카작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매우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한국에서 카자흐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기뻐하시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시기도 하고 자신의 아들에게 우리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시면서 동영상을 찍어가시기도 하셨습니다.

아저씨께서는 자신의 가족들이 집에서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다고 하셨습니다. 유독 카자흐스탄에서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는 것 같아서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는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미국이나 터키 드라마는 살인이나 불륜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서 온 가족들이 함께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주로 사랑이야기나 가족이야기를 다룬 누구나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인 한국 드라마를 많이 애청하는 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를 인터넷으로 다운받아서 보는 것이 아니라 카자흐스탄 방송국에서 직접 방영해준다고 말씀해주셔서 매우 놀랍고 새삼 한류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썸머스쿨 때 친해졌던 카자흐스탄인 아셈도 한국드라마를 정말 사랑하는 친구였습니다. 저희가 보지도 않는 드라마를 모두 섭렵하고 있던 기억이 있는데 아셈과 택시아저씨를 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한류파워는 정말 일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k-pop이 한류 확장의 주된 요소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드라마는 k-pop에 비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지 않고 타국의 깊은 곳까지 침투해있는 듯 했습니다. 아저씨께서는 저희 다음 행선지를 물어보셔서 콕 바자르에 들린 후 도시 중심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러면 아저씨께서 콕 바자르에 가기 전에 시장 근처에 위치한 28공원에 들러보라고 얘기해주셨고 저희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하시면서 저희에게 연락처를 남겨주셨습니다. 수업시간에 저희는 카자흐스탄 민족이 손님을 매우 귀하게 대접하고 인연을 중요시한다고 배웠는데 실제로 그 정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기사 아저씨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저희는 28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28공원에는 다양한 조형물들과 녹색 자연이 잘 어우러진 곳이었습니다. 28공원 안쪽으로 더 들어가다 보면 이 곳에서 유명한 영원한 불꽃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영원한 불꽃은 실제로 비가와도 눈이 와도 절대 꺼지지 않는 신기한 불꽃이었습니다. 작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과거 전쟁에서 독일군과 용감하게 싸우다 전사한 28명의 전사들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28공원을 둘러보고 나니 아직까지도 카자흐스탄에 소련, 러시아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몇몇 의식 있는 카자흐스탄 젊은이들은 소련의 잔재가 남아있는 이 공원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방문할 당시에는 젊은이들이 어우러져 산책을 하고 웨딩 촬영도 하는 모습을 보고 부정적인 느낌은 많이 받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카자흐스탄과 비슷하게 일본에 의한 지배의 기억이 있는데 현대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러한 역사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그 역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자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비슷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이렇게 다르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28공원을 둘러본 뒤 저희는 콕 바자르로 이동하였습니다.

 

콕 바자르는 저희가 들렸던 첫 번째 시장의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카자흐어로 콕은 푸르다는 뜻을 가지고 있고 바자르는 시장이라는 뜻인데 이러한 시장의 이름에 걸맞게 시장 상인들은 모두 초록색 앞치마 유니폼을 입고 있었습니다. 

전 시장과는 달리 분위기가게 분위가 엄숙했고 시장 내부가 체계적인 구조를 띄고 있었습니다. 신기했던 것은 보통 우리 나라 정육점의 경우 모든 고기를 한 가게에서 파는데 이 곳에서는 고기의 종류에 따라 다른 좌판에서 나눠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시장을 둘러보면서 저희는 마치 축소된 중앙아시아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민족이 큰 마찰 없이 조화를 이루며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동서양 사람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물건을 사면서 상인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할 때 상인들은 쑥쓰러워하고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진 촬영을 제외하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 시장에서는 중앙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다양한 국적을 가진 상인들이 일하고 있었고 대부분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중년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가족과 함께 카자흐스탄에 머물고 있으며 이미 오랜 시간 카자흐스탄에서 일해 온 분들이셨습니다. 견과류를 팔던 아저씨께서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이셨는데 젊었을 때 카자흐스탄에 와서 계속 시장에서 일하셨는데 카자흐스탄에 있는 대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곳에서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별로 일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셔서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저희는 이 시장에서 카자흐스탄의 명물인 ‘paxat’ 초콜렛을 샀습니다. 초콜렛을 고르고 있었는데 옆에서 같이 사탕을 고르시던 할머니께서 이것 저것 맛있는 초콜렛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보통 자기가 살 물건만 사고 가기 마련인데 이렇게 낯선 이에게도 맛있는 사탕을 추천해주시는 할머니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어민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에 나눠주셨던 초콜렛들이 있어서 먹는 재미 뿐만 아니라 구경하는 재미까지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원래 28공원에서 아셈과 만나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었는데 약속 장소와 약속 시간이 바뀌어 저희끼리 공원을 둘러본 뒤 약속 장소인 메가로 이동하였습니다. 메가에서 아셈을 만났는데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이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이런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준 여름 학교 활동이 정말 보람차게 느껴진 순간이었습니다. 아셈과 함께 메가 안에 위치한 버거킹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며 서로의 근황에 대해서 묻고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셈이 이후 춤 연습이 있어서 아쉽게도 헤어졌지만 다음에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며 소중한 인연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아셈과 헤어진 후 저희는 지인께서 샤슬릭이 매우 맛있다고 추천해 주신 음식점으로 향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에서 먹었던 샤슬릭의 고기 냄새가 너무 강해서 먹지 못했던 팀원들이 있어서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이 곳 샤슬릭의 고기는 누린내가 나지 않고 향도 강하지 않아서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자흐스탄 전통 음료인 크바스를 먹을 기회도 있었습니다. 처음에 크바스의 냄새를 맡아봤을 때 우리 나라 맥주 냄새가 나서 술인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술이 아닌 시원하고 달콤한 음료였습니다. 비위생적인 크바스를 파는 곳이 많아서 섣불리 크바스를 마시기 어려웠는데 인증 받은 깔끔한 식당에서 카자흐스탄 전통 음료를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후 저희는 카자흐스탄 가장 중심에 최근 세워진 백화점 옆에 위치한 카페 센트럴을 방문하였습니다. 평소에 이 곳은 여러 유명인들과 젊은이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매우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카페였습니다. 야외 테라스에서는 요즘 카자흐스탄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물담배를 피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카자흐스탄 여자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좋지 않은 것도 유행을 따라가는 카자흐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유별나기도 했지만 유행에 극도로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카페의 사람들과 카자흐스탄 거리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보다 여유롭게 생활하는 모습의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항상 바쁘게 이동하는 한국 사람들에 비해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여유롭게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각자의 여가 시간을 매우 중요하고 소중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챌린지 일정 중에서 가장 여유롭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희는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시간을 느낀 후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8월 10일

 

전날 늦은 일정으로 인해 저희는 약 10시쯤 기상하여 일정을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위 글에서 언급했듯이 카자흐스탄의 시장 대다수가 월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아 저희는 알마티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명소인 츰불락을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방문하기 전 조원의 지인분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식사를 한 식당은 알마티 외곽에 위치해 있었고 카자흐 전통 음식점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식당에는 청년으로 보이는 직원들이 많았습니다. 신기했던 점은 직원들끼리 이야기 할 때는 카작어로 대화하는데 손님들에게는 러시아어로 말을 건다는 것입니다. 직원들의 3분의 1은 저희와 같은 대학생 신분인데 잠시 아르바이트처럼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젊은 청년들은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이 일을 직장으로 삼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과 달리 카자흐스탄의 많은 청년들은 반드시 대학을 진학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다고 합니다. 또 한 직업에 귀천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저희는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 나라가 남에게 보여지는 것을 너무 신경 쓰면서 산다는 생각이 들면서 본 받아야할 점이라고 생각 되었습니다.

지인분들과의 식사를 마친 뒤 저희는 함께 츰불락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츰불락은 카자흐스탄 해발 3118의 만년설이 1년 내내 있는 곳입니다. 또한 주변에 자연 훼손을 최소화한 스키장이 있어서 겨울에는 내국민 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마침 저희가 츰불락을 방문하였을 때 1년에 단 몇 달만 정상까지 가는 케이블 카가 운행되어 표를 구매해서 지인분들과 함께 편하게 정상까지 올라갔습니다. 정상에 올라가서 츰불락의 모습을 바라보니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츰불락 정상에서 한국 관광객을 우연히 만나 반가운 마음에 함께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관광객이라고 생각했던 그 분은 알고보니 아스타나 건축 회사에서 일하고 계셨던 분이셨습니다. 김종철 아저씨께서는 본래 아스타나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휴가철을 맞아 알마티를 방문하셨다고 합니다. 카자흐스탄과 한국은 우호적인 관계를 띄고 있어서 특히 건설이나 철도 사업과 관련된 한국 기업들이 현재 아스타나에 많이 들어와 있다고 하셨습니다. 몇 년 전만해도 기업에서 러시아어를 많이 사용하였는데 현재는 모국어인 카자흐어를 많이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아저씨는 저희에게 카자흐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 해주셨습니다. 사실상 저희가 전공 공부를 할 때 카자흐스탄의 전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전공을 살려서 일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막막하기도 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저씨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전공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저씨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츰불락 중간 지점쯤에 위치한 카페에서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할 도시인 상트 페테르부르크행 비행기 이륙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저희는 알마티 국제 공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저희는 현지 시간으로 저녁 6시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팀원 중 한 명과 친분이 있었던 현지 러시아 부부를 만나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에 있는 다른 도시들보다 서쪽에 위치해 있고 거의 유럽에 근접해 있는 지역이여서 유럽적인 특징이 많아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재래 시장과 같은 형태의 시장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상트는 가게 임대나 땅값이 너무 비싸서 돈이 없는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일을 하기 위해 들어오는 일은 것의 없다고 하셨습니다. 시장을 방문하면 중앙아시아 사람들을 만날 수는 있지만 그들은 가게 주인이 아닌 단지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하는 사람들뿐이라고 하셨습니다. 중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은 러시아 사람이 주인인 가게에서 상품 판매만 할 수 있고 자신의 가게를 가질 수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상트에는 아제르바이잔 출신 사람들이 많아서 시장에도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많으며 그들은 과일이나 꽃을 주로 판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시장에는 타지키스탄 출신의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야채 가게에서 일한다고 하셨습니다.

 

90년대에는 러시아에 사업차로 일하러 오는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현재는 그러한 사업이 허락되지 않아 사업을 하기 위해 러시아로 오는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동남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한국 공장에 일하러 오는 것처럼 러시아에 오는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공장에서 일하거나 판매원, 청소 일을 하는 등 주로 3d 업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습니다. 실크로드가 있었을 때에는 엄청난 수의 상인들이 넓은 지역을 횡단하면서 자신의 사업을 가지고 돈을 벌고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덧붙이셨습니다.

 

러시아는 과거부터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계속 유럽의 영향을 받고 싶어 하며 유럽을 쫓아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땅이 커서 보통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동쪽은 중국과 접해 있어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서쪽 지역은 유럽과 접해 있어서 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주로 유럽과 많은 교류를 해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현재 서쪽 지역은 전반적인 생활이 유럽화되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러시아의 마지막 왕들 중에 독일 출신이었던 예카트리나를 비롯하여 여러 영국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더라도 러시아가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카트리나가 러시아를 다스릴 때 유럽에서 교육 문화를 비롯한 다방면의 많은 것들을 가져와 러시아에 유입시켰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갈수록 러시아 전통 시장의 형태를 없애고 새로운 시장의 형태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두 분과 만나 러시아, 상트에 관련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매우 감사했습니다. 두 분과의 만남 후 숙소 근처 거리의 야경을 구경하며 산책을 했는데 설명을 들었던 것대로 거리의 모든 건물들이 유럽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예쁘고 화려한 유럽식 건물들이었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두 분이 말해주신 정보를 바탕으로 상트에서의 일정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8월 11일 (화)

전날 밤 지인 분께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시장들은 대부분 10~11시부터 운영한다고 하셔서 저희는 10시에 숙소에 나와 아프락신 드보르에 위치한 시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처음에 시장의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시장이 운영하지 않은 줄 알고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시장 입구를 찾아 시장 내부를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장의 형태는 체계적이라기 보단 벼룩 시장의 형태를 띄고 있었습니다. 전 날 밤의 얘기와 마찬가지로 시장에는 거의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우즈벡 전통 음식인 쌈사를 파시는 아주머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오신 분들일거라 확신하여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말은 건 아주머니께서는 우즈벡어를 모르는 듯 했습니다. 약간 당황스럽긴 했지만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선 저희가 말을 건 아주머니께서는 우즈벡어를 구사하지 못하신다고 하셨고 본인은 우즈벡어를 조금 안다 하셨습니다. 우즈벡어를 구사하시지 못하시는 이유를 물어보자 아주머니께서는 어린 나이부터 러시아에 머물고 러시아에서 모국어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어서 언어 굳어졌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아주머니들과의 대화를 끝으로 저희는 시장 내부 전체를 둘러보는 도중 청년 2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청년들로 러시아에서 산지 14년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두 청년의 이름은 카르만과 이싸인데 학업 목적이 아닌 어린 나이부터 일하러 왔다고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 일하러 가야 해서 연락처를 공유하고 헤어졌습니다.

그 후 저희는 중앙아시아 전통 간식을 파는 집을 찾았는데 그 상인은 타지키스탄 사람으로 치즈를 발효한 간식을 팔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이야기를 하는 도중 친근하게 말 건 상인이 있었는데 그 상인분과 사진을 찍으려하자 표정을 굳히면서 단호하게 사진 찍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지금까지 탐사를 진행하면서 만난 상인들 중에 가장 당황스럽기도하고 무안한 반응이여서 의아했습니다. 상점 주인과 사진 촬영 후 저희는 시장을 더 둘러보았습니다. 시장에서는 식료품 보다는 생필품을 더 많이 팔았고, 상인들 대부분은 중앙아시아 상인들로 아제르바이잔, 타지키스탄 사람들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다음은 시장은 센노이 르녹으로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고 많은 러시아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장입니다. 저희는 먼저 청과류를 파는 곳을 갔습니다. 그 곳의 분위기는 매우 분주하고 북적였습니다. 그래서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자 갑자기 한 상인 분께서 다가오시더니 방금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저희가 추억을 위해 사진을 남기고 싶다 하니 소리치시며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시면서 본인이 사진에 나왔는지 꼼꼼하게 확인하셨습니다. 아저씨는 해당 시장에서 찍은 사진을 모두 지우시더니 저희를 시장 밖으로 내쫓으려 하셨습니다. 저희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황급히 시장을 빠져 나왔고 이전 시장에서도 그렇고 왜 상인 분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저희는 그 분들이 불법체류 중이 아닐까 생각해보았고, 아마 그렇다면 그 분들에게는 자신들의 신상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어떠한 관광지에서든 저희의 모든 행동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본래 계획대로 유노나 시장을 방문하려 했지만 지인 분께서 유노나 시장은 주말 시장으로 평일에는 장이 서지 않는다고 하셔서 계획을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인 분께서 추천해주신 러시아의 명소 ‘여름궁전’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여름궁전은 표트르 대제가 당시 러시아 제국의 위엄과 황제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한 것입니다. 현재 사람들은 이 장소를 러시아의 베르사유 궁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서의 궁전의 모습은 여름궁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름이라는 계절과 매우 어울리는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여름궁전을 둘러본 뒤 저희는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수많은 강들로 연결되어있어 유람선 관광이 유명하다고 하여 저희는 전체 일정의 마지막날,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유람선을 타기로 결심했습니다. 늦은 밤 유람선을 타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야경은 눈에 다 담을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야경과 함께 탐사의 마지막날을 보내며 저희는 아쉬운 마음에 야식을 먹으면서 그동안의 있던 일정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채 저희는 숙소로 돌아가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습니다.

 

8월 12일 (수)

 

탐사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고 숙소 앞에 위치한 쇼콜드니차 카페에 방문해서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공항에서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는데 한국에 돌아간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고 너무나도 아쉬웠습니다. 비록 탐사하는 중에는 힘들고 피곤한 상황도 있었지만 공항에서 사진과 기억을 더듬어보다 보니 잊지 못 할 소중한 추억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상트에서 한국으로 바로 가는 직항이 아니라 두바이를 경유하는 항공을 예약해서 두바이 공항에 내려 식당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두바이 공항에는 매우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메르스가 한국에서 큰 문제가 되었던 탓에 저희도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으로 피하고 조심히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탐사를 진행하는 동안 한국인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는데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다 보니 갑자기 많은 한국인들을 만나서 오히려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매우 긴 비행을 한 후 8월 13일 오후 5시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10일동안 총 4지역을 탐사하면서 저희는 각 지역의 특색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탐사를 진행하기 전에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이라는 두 나라를 크게 비교하려고 했지만 실제로 탐사를 진행해보니 러시아라는 한 국가 안에서도 각 지역마다 특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3지역의 시장 조사를 하면서 저희는 생각보다 많은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러시아에서 3d직종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톡 같은 경우 동쪽에 위치한, 다른 나라들과 직접적인 교류가 많은 도시여서 그런지 중국인, 키르기즈인들을 주로 시장에서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톡 시장들의 형태는 한국의 재래시장과 유사했고, 러시아 상인들의 비중이 매우 적었습니다. 저희가 탐사한 지역 중 중국인 상인들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블라디보스톡이 한국과 지리적으로 근접해서 그런지 많은 상인들은 한국으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많았고, 또한 러시아 탐사 지역 중 유일하게 한국 음식 체인점이 있던 것으로 보아 지리적인 근접성이 생활 요소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는 것 같았습니다. 도시는 전체적으로 바쁜 느낌이 아니라 여유로운 분위기를 띄고 있어서 사람들도 다른 도시에 비해 온화해보이고 친절했습니다.

모스크바 같은 경우 대부분의 시장이 재래 시장의 형태이기보단 건물 안에 지어진 형식의 깔끔한 시장이 많았습니다. 아마 저희가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시장을 주로 방문한 것이 아니라서 그런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스크바 내에 위치한 시장에도 역시 많은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고, 특히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모스크바에 많은 대학교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중앙아시아에서 유학 온 젊은 청년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중앙아시아인들은 시장이나 학교 근처, 식당 카페 등에서 일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시장들을 조사하면서 저희는 분주하고 차가운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형식적인 재래시장은 찾아 볼 수 없어서 의아했는데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상트 페테르 부르크에서도 아제르바이잔과 키르기즈,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을 많이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앙아시아인들은 시장에서만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톡과 달리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하는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차가웠고, 사람들에게서 여유로움을 찾아 보기 힘들었습니다.

러시아 시장을 조사하면서 놀라웠던 점은 저희가 시장 조사를 할 때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 중 카자흐인을 한명도 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중앙아시아 내에서 카자흐스탄의 경제가 많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 3일동안 머물면서 느낀점은 여전히 카자흐스탄에는 러시아의 문화적 요소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중장년층은 여전히 모국어인 카자흐어보다 러시아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반면 젊은 세대들은 모국어를 많이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카자흐스탄에 오래 거주했던 한 팀원의 경험에 따르면 과거 카자흐스탄은 상점의 간판이나 상표 등이 대부분 러시아어로 쓰여있었으며 러시아인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반 이상이 카자흐어로 쓰여있거나 러시아와 카자흐어 둘 다 쓰여있습니다. 또한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의 비율이 낮아졌고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인들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 눈에 보인다고 합니다. 적극적으로 애국심을 가지며 나라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려는 젊은층의 비율이 높아진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카자흐스탄의 대통령은 강제적인 독재 정치를 하는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재 정치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임의 결과였습니다.

 

저희가 이 챌린지 활동을 하면서 외국인과의 대화를 통한 현지에서의 언어 사용, 문화 경험과 같은 활동 또한 많이 하게 되었지만 이 활동을 통해 가장 크게 성장한 것은 도전정신이었습니다. 비행기 티켓팅, 현지 숙소 예약, 대중교통 이용과 같은 사소한 일도 사실 자국이 아닌 타지에서 한다는 것은 용기와 대범함이 필요한 일들 이었습니다. 인솔자 없이 또래의 여학생 4명이 유라시아 곳곳을 누비고 다니면서 무서웠던 경험도, 당황스러운 경험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경험을 통해서 저희는 어떠한 일을 시작하고 행함에 있어 필요한 용기와 행동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탐사를 준비 할 때에 생긴 문제들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문제를 무작정 피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 생긴 문제에 직면하고 적합한 해결을 했을 때에 더 인정받을 수 있고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는 시장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유라시아의 융합성이라는 탐사 테마를 통해 전공지식에 대한 현지 지식 또한 한껏 넓힐 수 있었습니다. 챌린지를 다녀오기 이전에는 짜여져 있는 교육의 틀 안에서 유라시아 지역에 대한 간접적인 체험을 해왔다면 챌린지 활동을 통해 현지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온 지금부터는 자발적인 탐구 정신을 가지고 유라시아에 대한 탐사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대학에 입학하여 중앙아시아라는 생소한 지역에 대해 공부하고 그 지역의 생소한 언어를 배우면서 내가 진정 이 지역과 언어를 사랑하고 흥미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한 고민을 가진 채 유라시아 라는 더 넓은 범위의 지역을 배우면서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고 진로에 대한 걱정을 하기도 하였는데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지역에 직접 다녀오니 그 지역에 더 큰 관심이 생기고 언어를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그 지역에 다시 갔을 때 더욱 유창하게 말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10일 동안의 탐사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몸은 힘들었지만 소중한 추억을 쌓고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만큼은 풍족하고 보람찼습니다. 떠나기 전에는 모든 탐사 일정을 자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소 두려운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과 설레는 마음이 뒤섞인 상태로 챌린지 활동을 위해 떠났었는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경험을 하고 별다른 위험 상황 없이 무사히 돌아와서 뿌듯했습니다. 이번 챌린지 활동은 탐사를 진행하면서 전공 관련 지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을 뿐만 아니라 진로에 대한 고민까지도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공 지역에 대한 애착도 강해졌고 강의 시간에는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앞으로의 여러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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