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1기] [인도 남아시아] - 3 IDIOTS 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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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6-03-25 12:06 | Read | 2,286 |
본문
탐사테마
'역사'라고 하면 보통 과거의 사건들을 기록한 것이라고 떠올린다. 동시에 사건들은 모두 진실이고 올바르게 기록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라는 말도 있듯이 강자의 입장에서 기록되는 편이 많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들로 한 나라의 이미지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 로컬리티 챌린지에서 다룰 역사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한 역사를 바로 잡는 동시에 이를 통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다. 인도를 떠올리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개 있다. 제일 많이 나오는 이미지는 더럽고 가난하다는 것과 신비하고 영적이라는 것이다. ‘거무뎅뎅한 피부는 그가 토착민 출신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소설가 송기원이 자신의 소설에서 인도인에 대해 묘사한 부분이다. ‘얼굴이 새카맣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차림새로 보아 사회적 지위가 아주 낮은 사람인 걸 알 수 있겠다.’ 오지 여행가 한비야가 인도인에 대해 표현한 말이다. 이 둘 모두 인도인의 외양으로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품고 있으면서도 히말라야는 아름답다고 극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난한 이미지와 신비하고 영적인 이미지가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인도는 양자를 모두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먼저 가난하고 더러운 나라라는 이미지는 영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이어져 왔다. 영국은 인도가 식민지가 되어 통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정당화 했다. 검은 피부를 가진 인도인은 욕정을 자제할 수 없고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반면 흰 피부를 가진 영국인은 자제력이 뛰어나고 사리분별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영국의 학자들이 인도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부각하는 내용의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영국의 소설가 애드워드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에서는 인도가 문명에 뒤떨어진 원시적인 땅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외에도 인도를 배경으로 온갖 질병에 취약하고 살인적이라는 내용의 책도 서술하였다.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음으로 신비하고 영적이라는 이미지는 1960년대 후반 히피들의 유입으로 인해 만들어졌다. 히피는 타인보다 자신의 행복에 관심을 가진 부유한 서구 산업 사회의 정신적 망명자이자 기존체제의 일탈자이다. 서구의 일관적인 다량생산의 세계에서 염증을 느낀 히피들에게 인도는 반문명, 반소비주의, 반서구의 세계로 여겨졌다. 물질적 소유를 거부하며 진정성을 지향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이상사회로 보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인도에 간 히피들은 명상보다는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영적이고 신비한 이미지와 모든 잘못을 용서해 주는 도시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히피들이 인도로 이동을 하게 된 계기는 비틀즈이다. 비틀즈는 세계적인 명성으로 부를 축적했으나 정신적인 공허함을 느꼈다. 그 해결책을 인도의 요가와 명상에서 찾았다. 초월 명상으로 유명한 마헤시 요기의 아슈람에서 요가와 명상을 배우며 심신을 안정시킨 후 이것을 바탕으로 노래를 작곡한 것이다. 히피와 비틀즈로 인해 다른 어떤 부분보다 내면의 수양과 정신적인 부분이 부각되었다. 상대적으로 외면을 치장하기보다는 내면을 가꾼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이옥순의 ‘세포이의 난’에서 남성적인 영국군에 대비되는 색을 탐하는 여성적인 저질의 인도인 이미지가 생산된 것이 지적되기도 했다. 위에서 제시한 이미지들은 정식으로 얻은 지식이 아닌 누구에게 들어서 만들어진 이미지이다. 인도에 관한 이미지 모두가 그대로 일치한다고 할 수 없다. 동시에 일치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다.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인도의 모습을 뒤집는 것을 테마로 설정했다. 내적이고 영적인 이미지가 강한 인도인이 외형을 가꾸는 모습, 더러운 길가가 아닌 깨끗하고 우수한 시설물의 모습 등 기존의 생각과 다른 형태를 보여주며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탐사목표
탐사 목표는 새로운 모습의 인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뚜렷하게 각인된 이미지로 인해 가려진 면모를 드러내며 강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각인된 이미지로는 가난하고 더러운 나라, 내적인 수양을 중시하는 나라를 택했다. 가난하고 더러운 나라인 인도에서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발전된 시설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도의 대표적인 백화점과 현황을 보여주면서 앞의 인식을 반박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제공해 준다. 다음으로 내적인 수양을 중시하는 이미지는 길거리에서 바닥에 앉아 요가를 하는 인도인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명상과 요가와 같은 내적 수양은 조용한 공간에서도 하지만 대표 도시에서 특히 성행할 뿐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미용 시장을 통해 내적인 수양 뿐 아니라 외양에도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모습을 제시하며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도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백화점, 할인점 같은 소매점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1,200만의 소매점이 있으며 전 세계에서 유통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낙후된 시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된 시설도 존재하며 확장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Shopper's stop'은 3년 사이에 10개의 백화점을 신규 오픈하였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단기간에 백화점이 많이 입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백화점 내부도 깨끗하며 손님 또한 누추한 옷을 입은 사람은 보기 힘들다. 대도시의 벡화점과 할인점을 방문하면서 현황을 자세히 파악한다. 시설 내부가 얼마나 위생적인지 판매하는 물건 중 매출이 많은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면서 인도인의 생활상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사전 조사한 자료와 방문하면서 얻게 될 자료를 바탕으로 ’더러움‘과 상반된 ’깨끗함‘을 강조한다.
KOTRA에 따르면 인도의 스파 시장은 3억 8400만 달러 규모로 초기 단계이지만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스파법과 관련 치료법의 발전과 함께 빠른 속도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인도 전역에 2300여 개의 스파 센터가 운영 중이다. 또한 상류층이나 특권층 뿐 아니라 중산층을 겨냥한 대중적인 스파 센터도 오픈하고 있는 추세이다. 휴양지와 대도시의 스파를 직접 체험하면서 이용객과 매장 주인과의 대화를 통해 현재 얼마나 성행하고 있고 주로 어떠한 고객이 이용하는지 파악한다. 스파 센터 외에도 헤어 샵과 스킨 케어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한다. 사전 조사를 통해 미리 각 분야에서 유명한 시설을 지정했다. 미용실은 shahnaz hussain salong에, 스킨 케어는 kaya skin clinic에, 마사지는 VLCC Health care에 방문하여 위 장소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것이다. 정신만 수행하는 인도인의 이미지에서 현대 트렌드에 따른 케어의 가치를 알고 따르는 인도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탐사 과정에서 위의 두 가지 외에도 관찰하고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을 조사해 보았다. 휴양지인 맥간은 인도인이 피서를 즐기는 장소이다. 쇼핑, 패러글라이딩 등 그들의 여가생활을 관찰하며 가난하고 더러운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다. 또 여행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가게에 들어가면서 청결한 정도나 취급 제품, 유행 제품, 가격대를 확인하며 한국과의 차이도 확인할 수 있다. 인도에는 길을 걸어가며 방황하는 소, 주인 없는 개 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도시인 델리의 중심거리인 코넛플레이스, 칸마켓, 하우스 카즈 등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동물들이 장소 구분없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길을 돌아다니며 눈으로 볼 수 있다.
위의 활동을 통해 통념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사실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알려진 통념과 과장과 축소, 오류가 있는 통념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어느 사항에서 얼마나 일치하는 지 확인해 볼 수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하며 인도에 대한 지역성도 알아볼 수 있다. 어떠한 경로로 어떻게 왜곡된 것인지 추론하는 과정에서 인도에 얽힌 복합적인 사항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념과 상반되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고정관념이 생기게 된 과정, 배경에 대한 정보도 예상 성과이다. 가장 큰 예상 성과는 통념을 뒤집을 수 있는 정보이다.
탐사내용
[ 인도의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거리의 쓰레기와 삐쩍 마른 소들이 우리를 반겼다. 체감 40도의 덥고 습한 날씨는 시작부터 축 처지는 기분이 들게 했다. 짐을 들고 숙소로 향하는데 사람들이 한껏 움츠린 자세로 이동한다. 왜 그러는지 빤히 쳐다봤지만 우리를 경계하며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거리에 돌아다니는 여자는 거의 없었고 그 여자들마저도 더운 날씨에 온 몸을 사리로 꽁꽁 감싸 얼굴만 내놓은 상태였다. 숙소에 도착하여 방을 잡는데 직원이 음흉한 눈으로 쳐다본다. 얼른 방으로 들어가 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의 여행자 카페에서 후기들을 보았다. 조심하지 않으면 소매치기와 같은 위험한 일을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고, 여자는 특히 성폭행에 노출될 수 있으니 외출을 삼가라는 말들이 있었다. 설마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 말이었지만 문제는 짐을 풀면서 드러났다. 짐 가방 앞쪽에 넣어 놓은 지갑과 여권이 없어진 것이다. 모두 당황하며 망연자실했다. ]
위 글을 읽으며 그럴듯하다고 느꼈다면 인도에 대한 편파적인 이미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덥고 습한 날씨, 거리의 쓰레기와 소들, 허술한 보안, 폐쇄적인 여자의 모습 등 이 모든 것은 한국에 알려진 인도의 이미지이다. 인도로 챌린지를 떠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들었던 소리를 종합해서 나열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에는 정말 이러한 광경만을 볼 수 있을까? 있다면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이런 모습이 나타날까? 사람들이 인식하는 인도의 정 반대의 이미지를 찾아보고 현황을 파악하는 것을 챌린지의 목표로 설정했다. 무엇이든 전체의 일부분이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미지는 인도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정 반대의 이미지를 통해 생각을 재고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계획을 세웠다. 탐사를 통해 인도에 대해 트인 시야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들 것이다. 목표가 정 반대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탐사를 통해 인도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그리기는 힘들다는 한계는 있다. 또한 그 일부분 역시 편파적일 수 있다. 그러나 고정된 이미지를 깨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무엇이 아니라 신선하고 새로운 것이 더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선택한 방법이다.
탐사를 하기 전 인도에 관한 이미지부터 정리해 보았다. 덥고 습한 날씨에 대한 반대는 시원하고 선선한 날씨이다. 쾌적한 기후의 도시를 경험해보고 소개한다면 굳어진 인식을 환기시킬 수 있다. 거리의 쓰레기와 소들에 관한 사항은 주로 어느 지역에 많이 나타나는 지 파악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과 비교해 특성을 구분지어 볼 것이다. 허술한 보안 및 치안에 대해서는 탐사를 하면서 허술한 부분과 철저한 부분을 찾아본다. 제한적인 여자의 모습은 여성의 활동 범위를 파악해 보고 외관상 관찰 가능한 의복도 직접 파악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탐사 도중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항을 기록하고 정리할 것이다. 고정관념을 중심으로 정반대의 사례를 찾는 것을 주 활동으로 하고 소소한 에피소드나 느낀 점도 함께 기록해 보았다.
첫째 날, 알려진 이미지와 부합하는 광경
8월 11일 6시에 인천공항에 모였다. 미리 준비해 온 도착비자와 여권을 가지고 수속을 밟기 시작했다. 도착 비자로 진행 하는 것이 생소해서인지 다른 양식을 프린트해서 문제가 생겼지만 근처에 프린트 하는 곳이 있어서 금방 해결할 수 있었다. 챌린지를 수행하면서 출국 준비 과정에서 생긴 문제처럼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그 점을 보완하고 앞으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기존에 가진 목표를 잃어버리지 말고 안전하게 돌아오자고 서로 격려했다. 비행기 안에 탑승하자, 한국인이 대부분이었던 공항의 모습과는 달리 인도인 승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정된 좌석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자 반 이상이 공석인 점을 발견했다. 보통 인도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직항보다는 경유를 통해서 많이 가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사업차 가는 사람들은 쌓아놓은 적립금으로 비즈니스 업그레이드를 시켜줘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안정되자 출력해 온 계획서를 다시 읽으며 우리의 탐사 목표를 상기시켰다. 인도의 고정된 이미지를 환기시킬 상반된 이미지를 찾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더럽고 냄새나며 쓰레기가 가득한 거리, 구걸 하는 아이들, 사기를 치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사람들, 사리로 온 몸을 감싼 여성, 덥고 습한 기후, 싼 물가 등 인도에 대한 생각은 대부분 부정적인 것이 많았다. 이 밖에도 다신교 국가인 만큼 신을 맹목적으로 섬기며 요가를 통한 심신 수양도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인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기존의 이미지와 상반된 사례나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을 모두 기록하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닌 기존의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것이 목적이므로 알려진 인도의 모습과는 상반된 내용에 집중하기로 했다. 인도에 대한 이미지를 하나씩 정리해 가며 비행기 안에서 눈을 감았다.
새벽 2시, 비행기가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드디어 인도에 도착한 것이다.
공항에서 나오자 기내의 시원하고 건조한 에어컨 바람과는 정반대의 따뜻하고 습한 날씨를 느낄 수 있었다. 아직 날씨 외에는 인도임을 체감할 수 있을 만한 풍경을 발견할 수 없었다. 픽업을 나온 외국인을 따라 차로 이동했다. 눅눅한 시트 위에는 습기를 잡기 위해 신문지가 펼쳐져 있었다. 적지 않은 수의 개들이 길거리에서 여유롭게 잠을 청하거나 자연스럽게 사람과 섞여서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혹시나 운전자가 앞에서 지나가고 있는 개를 미처 보지 못하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밖의 풍경을 보았다. 숙소에 도착할 때쯤에는 처음 공항에서 내렸을 때 들었던 생각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파하르간즈의 숙소 앞에 무사히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개에 대한 놀라움은 뒤로하고 코끝을 찌르는 냄새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공항에서 나왔을 때는 맡을 수 없었던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왜 이 곳에서 이런 냄새가 나는 것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숙소 안에 들어갔다. 방은 두 개를 예약했으나 직원들의 소통 실수로 남은 방은 하나 밖에 없었다. 당황스러웠지만 방법이 없었다. 내부 역시 습윤한 기온 탓에 침구는 눅눅했다. 혹시나 미약해질 정신건강에 대비하는 마음에서 챙겨온 침낭을 침대 위에 펼치고 다 같이 누워 인도의 첫 날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인도에 대해 배우기도 했고, 선배들로부터 ‘인도도 사람 사는 곳이다’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온지라 다른 여행자들 보다는 인도 여행에 관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첫날의 실수로 다음부터는 숙소선택에 신중을 가하기로 했다.
첫날, 인도에 대해 알려진 이미지 중 일치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하루였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개들과 쓰레기들은 사실이었다. 또 충격적이었던 냄새 역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항 주변은 쓰레기를 볼 수 없었고 냄새 역시 느낄 수 없었다. 파하르간즈의 고유한 특징인지 아니면 공항 주변이 특별히 깨끗하게 관리된 것인지는 당장 확인하기 힘들었다. 앞으로 일정을 수행하면서 더 많이 보고 체험해야 조금이나마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인도에 대해 알려진 이미지 중 첫 번째인 더럽고 냄새가 나며 거리에 쓰레기가 많을 것이라는 이미지는 근거 없는 지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앞으로 수정할 사항이 나타나면 계속 수정을 하고 내용을 덧붙이며 인도에 대한 이미지를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이다.
둘째 날, 형성된 이미지 수정 - 더러운 거리의 풍경과 가격에 대한 오해
8월 12일 낯선 곳이라 긴장 속에 잠들었던 탓인지 모두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기상을 완료했다. 숙소는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를 풀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숙소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나갈 준비를 하며 하루 계획을 확인해 보았다. 인도에서 거주하는 동안 데이터를 사기 위해 USIM 칩을 구매하고 마날리로 이동할 버스를 미리 예매한다. 이 후 코넛 플레이스(Connaught Place)로 이동해 시장 분위기를 체험하고 둘러본다. 체험 한 뒤 델리에서 가장 큰 힌두사원인 악샤르담을 방문해 전통적인 이미지를 확인한다. 다시 파하르간즈로 이동한 후 코넛 플레이스와 비교하여 차이점을 분석한다. 다음으로 숙소에서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토의하는 것이 마지막 일정이었다.
먼저 USIM 칩을 구매하고 버스표를 예매하기 위해 숙소 위에 있는 ‘인도 방랑기’로 이동했다. 인도의 USIM카드는 후불제도인 한국과 달리 선불제도였다. 충전되어 있는 요금을 모두 사용하면 통신사에 가서 돈을 지불하고 다시 충전하면 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바로 수령이 가능할 줄 알았던 것과 달리 여권사본과 증명사진, 신청서가 필요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모두 선불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도는 주민등록번호제도가 아직 보편화 되어있지 않아서 대부분의 인도인들이 선불제로 쓰고 신분과 주거가 확실한 사람은 후불제를 쓰기도 한다. 전화로 신청한 사람이 맞는지 확인 절차도 거치고 사용중간에도 전화를 해 본인 확인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USIM은 3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다. USIM칩을 수령하기 위해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마날리행 버스 신청도 마친 후 델리의 쇼핑센터인 코넛 플레이스로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로 향했다.
지하철은 나라와 상관없이 비슷한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입구에서부터 차이점을 보였다. 사람들이 지하철 입구 너머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표를 사기 위한 줄이라고 여겼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표가 아닌 검사대를 지나치기 위한 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짐부터 시작해서 몸수색까지 남자는 남자가, 여자는 여자가 보안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일단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목적지를 말한 후 토큰을 구매했다. 일회용으로는 카드가 아닌 토큰 형식으로만 제공하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남성용 검사대와 달리 한산한 여성용 검사대를 볼 수 있었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중 바닥에 ‘Women Only' 라는 글이 쓰인 구간을 발견했다. 여성 전용 칸이 따로 존재했던 것이다. 인도에서 여성을 배려하는 정책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도착한 코넛플레이스는 중심에 원형광장을 축으로 세 겹의 원형 건물로 이루어져있다. 이곳은 영국이 설계하여 건설한 곳이고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보다 세련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유명 브랜드의 카페부터 신발가게까지 익숙한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매장 안에 들어가려고 하자 문 앞의 직원이 문을 열어 주었다. 다른 직원은 인사를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직원은 옷을 정리하고 있었으며 손님 곁에서 설명을 해주는 직원, 계산을 하는 직원 등 다섯 명도 넘는 많은 직원이 있었다. 어떤 경우는 매장에 손님보다 직원이 많기도 할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옷 가게 안에는 짧은 스커트나 반바지, 원피스가 진열되어 있었다. 수요가 없는 공급이 존재할 수 없듯이 이러한 의복도 누군가 입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인도 여성은 사리만 입을 것이라는 생각에 반기를 들 수 있는 그림이었다. 마네킹 또한 독특했다. 서구의 마르고 긴 마네킹과 달리 배가 조금 나오고 허벅지 둘레가 조금 두꺼워도 탄탄한 몸매를 가진 마네킹이었다. 오픈 마켓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금방 체력이 고갈되어 매장 방문하는 것을 마무리하고 스타벅스 안으로 들어가 쉬면서 손님을 둘러보았다. 현대적인 의상을 입은 사람, 노트북으로 일을 하는 사람, 책과 노트를 펴고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사람, 펜으로 내용을 가르쳐 주며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사람, 수다를 떠는 사람, 책을 보는 사람 등 익숙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의 여느 카페와 다를 바가 없었다. 준비해 온 설문조사를 주변의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며 참여를 요청해 보았다. 손님과 직원 모두 흔쾌히 승낙하고는 설문지를 작성했다. 조사를 통해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의도는 한국처럼 과제를 하기 위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등 비슷했다. 직원은 매장의 매출이나 관련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고 말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보였다.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에 감사를 표한 후 카페를 나왔다.
릭샤를 타고 델리에서 가장 큰 힌두사원인 ‘악샤르담’을 갔다. 사원이지만 한국의 경복궁같이 들어가기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인도에 입국하기 위해 작성했던 종이와 비슷한 것을 작성해야 했고 건물을 훼손시킬만한 가능성이라도 있는 물건들은 무조건 입구에서 맡기고 들어가야만 했다. 심지어 종이와 펜마저도 보관해야 하는 물품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입구로 들어가고 가까운 거리에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검사대가 있다. 검사대에서는 입구에서 미처 반납하지 못한 소지품을 반납하고 폭발물질이 없는지 확인한다. 사원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에 번거롭고 귀찮은 마음 보다는 철저한 모습에 놀랍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한국은 아무런 제약 없이 소지품을 들고 있기 때문에 펜으로 낙서도 가능하고 카메라의 플래시로 훼손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이러한 보안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소중한 유적지나 문화유산이 훼손되는 일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여행자의 여행을 조금 제약해야 하지만 유물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목적이라면 기꺼이 감수할 만 한 사항이었다. 또한,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차적으로 한 번 더 검사를 하여 철저하게 건축물을 보호하는 모습은 인도의 보안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 지는 계기가 되었다.다음으로 일정에는 없지만 인도에서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는 릭샤의 말을 듣고 핸드 크래프트 가게가 모여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대개 건물은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우리가 간 곳은 1층에는 자개를 이용한 보석함과 코끼리 조각상 등이 있었고, 2층에는 카페트와 인도 그림들이, 3층에는 스카프와 장신구, 숄 등이 있었다. 3층의 장신구 코너의 셀러에게 방문 목적을 설명하며 설문지에 응답해 줄 수 있는지 요청했다. 다행히 흔쾌히 수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외국인이 힌디를 할 줄 아는 것에 대해 굉장한 호의를 보이며 힌디를 잘하기 위해서는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내라는 등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좋은 분위기가 형성된 덕분에 가게에 대한 사항을 많이 물어볼 수 있었다. 지금 시즌은 매출이 줄어드는 시기라고 했다. 가게의 영업시간은 7-8시까지 인데 보통 사람들이 낮에는 더우니 집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해가 저문 후에 나오면 가게 문이 닫혀있으니 장사를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손님을 많이 놓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핸드 크래프트의 가격대는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디자인을 보고 가격을 보는 것이 아니라 찾는 가격대에 따라 물건을 보여준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가게를 방문하고 물건을 구매한다고 한다. 연령대도 다양해서 특정 연령대를 주 고객층으로 규정 할 수 없다고 한다.
장신구를 구경하며 대화를 마친 후 다시 파하르간즈로 돌아왔다. USIM을 수령하고 침낭을 하나 더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넛 플레이스를 둘러본 뒤 방문한 파하르간즈 시장은 확실히 차이점이 있었다. 먼저 정찰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객이 물건을 선택하면 가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에 살 것인지 되물어 본다. 침낭을 구매하기 위해 얼마에 팔 것인지 먼저 물어보았다. 점원은 1,200루피를 불렀다. 약 24,000원에 좀 모자라는 가격이었다. 가격에 비해 질이 좋아 보이지 않아 흥정을 시작했다. 600루피를 부르니 1000루피로 사라는 답변이 왔고 650, 950, 670, 900 경쟁하듯이 가격을 부르다가 결국 760루피로 마무리 지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협상 기술에 따라 얼마든지 훨씬 싼 가격에 구매할 수도,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 물론 비교 기준인 가격이 없기 때문에 지불하는 비용이 적당한 지 파악하기 힘들다. 최소한 상대방이 말한 금액을 그대로 따르기 보다는 흥정을 통해 깎아서 사는 것이 관례인 듯 했다. 가격을 낮춰 불러도 기분 나쁜 기색보다는 게임을 하듯이 즐기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침낭을 구매하고 USIM 칩을 수령한 후 새로운 숙소로 이동했다. 새로운 숙소는 깨끗했고 조명이 밝았다. 눅눅한 것은 에어컨을 틀자 금세 가셨다. 두 가지 이미지를 추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날이었다. 먼저 보안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이미지이다. 코넛플레이스로 이동하면서 이용했던 지하철과 유적지인 악샤르담에서 이미지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인식했다. 현지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철저하게 보안 검색을 진행하고 확인하는 모습은 오히려 까다로운 인상을 만들었다. 사전에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을 확실하게 차단하는 모습은 치안이 불안하다는 속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음으로 확인한 이미지는 인도 여성이 사리만 입고 다닌다는 이미지이다. 코넛플레이스의 매장에서 발견했듯이 짧은 스커트나 반바지, 원피스가 판매되고 있었고 이 외에도 현대적인 의상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두 가지 이미지 모두 사실과는 달랐다.
전날의 파하르 간즈는 더럽고 냄새나는 거리에 소들이 많다는 이미지를 사실로 생각하게끔 했다. 그러나 파하르 간즈에서 났던 특정 냄새는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던 한정된 공간에서 발생한 냄새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미지로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가 형성된 원인을 추가적으로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여행자들의 도시라고 불리는 파하르간즈는 물가가 싸고 여행자들을 위한 물품이 밀집되어 있어 여행을 온다면 십중팔구 거치게 되는 도시이다. 처음 시작하면서 생성된 파하르간즈의 이미지가 강렬해서 인도 전체의 이미지인 것처럼 보인 것이다. 또한 거리의 쓰레기들은 인도인들이 만들어 낸 것뿐만은 아닐 것이다. 여행객들이 이동하며 버리는 쓰레기도 더러운 거리의 풍경을 만드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숙소 내부 역시 파하르 간즈의 메인 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조용하고 깨끗했다.
외국인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른다는 이미지 역시 잘못되었다. 파하르간즈에서 경험한 대로 고정된 가격이 없고 흥정으로 가격을 맞춰가는 것은 인도인들의 ‘다르마(dharma)’ 사상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르마는 인도인들의 사회적 규범으로 이를 준수한 사람은 다음 생에 태어날 때 좋은 과보를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는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면 다음 생에 그 노력을 인정받게 된다는 윤회적 관점에서 나온다. 농부는 농사를 열심히 지어 다르마를 지키듯 상인은 장사를 잘해 이윤을 남기어 다르마를 지키는 것이다. 그렇기에 높은 가격을 불렀을 때 그 가격에 팔면 이익을 많이 남겨 잘한 것이고, 조금 깎아 팔았더라도 그대로 이윤을 남겨 다르마를 지킨 것이 된다. 이런 부분 때문에 인도 여행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금액보다 저렴하게 구매한 사람들을 보고는 “인도인들을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러!”, “사기쳐”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셋째 날, 자유롭고 활기차며 나름의 규칙이 있는 인도
8월 13일 일정은 샤프다르정의 무덤을 방문한 후 칸마켓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마켓을 살펴본 후 현대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예술적인 측면에서 인도를 조명해 보고 마날리로 가는 버스에 탑승할 것이다. 먼저 ‘타지마할’의 모티브인 샤프다르정의 무덤으로 향했다. 이동하던 중 전날에는 발견하기 힘들었던 신호등이 보였다. 보통 차들이 지나가고 있는 차도를 사람이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신호를 지키는 인도인이 많았다. 또한 녹색 등이 켜질 때 까지 100초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건너는 시간은 50초 정도밖에 제공되지 않는다. 이는 행인의 수보다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도입된 시스템인 듯 했다. 실제로 거리에서 행인의 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신호를 기다렸다가 길을 건너서 입구로 들어갔다. 사프다르정의 무덤은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유적지 보다는 공원같이 개방적인 분위기였다. 유적지라서 조용하고 엄숙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가족 나들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라는 느낌을 가득 받았다. 벤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연인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고 나무 밑에 가족끼리 둘러 앉아 삼삼오오 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유적지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 했다기 보다는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기 적당한 장소를 골라온 듯 했다. 그만큼 사람들끼리 대화하며 즐기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사프다르 정의 무덤에서 나와 주변을 걷자 파하르간즈의 북적함, 먼지, 어두움과 상반되는 밝고 한적하고 깨끗한 풍경의 주택, 빌라들이 많았다. 쓰레기 하나 없고 그동안 그렇게 많이 보이던 개들도 보이지 않았다. 거리와 길가 곳곳에는 깔끔한 외제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인도에 더럽고 시끄러운 동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로디로드였다. 다만 어느 나라를 가든지 빈부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에 이동한 칸마켓은 로디가든에 거주하는 부유한 계층의 인도인들이 주로 쇼핑을 즐기는 곳이었다. 이곳은 코넛플레이스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게들이 줄줄이 입점해 있는 오픈 마켓이었다. 의류 브랜드뿐만 아니라 식료품과 생필품을 파는 가게들이 보였다. 그 중에서 한적하고 깨끗한 카페 안으로 들어가 음료를 시키고 실내를 둘러보았다. 11시를 막 넘은 시간이라 카페 안에 손님은 세 테이블 밖에 없었다. 한 여성은 전화를 하며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고 다른 여성은 임산부였는데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 나머지 한 테이블의 남녀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첫 번째 여성에게 우리가 대학생이고 인도에 대한 통념의 반대 이미지를 찾으려고 한다며 취지를 밝히고 대화를 시도했다. 30대 사업가인 그녀는 흥미를 보이며 흔쾌히 설문지를 작성해주었다. 또한 사진의 모델도 되어주었다. 그리고 칸 마켓에 오기 전 로디로드 근처를 다녀왔는데 그 곳에 대해 혹시 설명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곳에는 주로 대사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 곳의 사람들이 칸 마켓으로 쇼핑을 하러 온다고 한다. 신선한 식재료와 그 외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며 자신도 종종 칸 마켓에서 쇼핑을 한다고 했다. 직원에게도 설문조사를 요청하자 자신의 상급 직원에게 부탁해 보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카페를 방문하는 남성보다는 여성의 비율이 많았다고 답했다. 설문 조사를 마치고 13시 30분, 칸 마켓을 탐방했다. 익숙한 브랜드인 ‘이니스프리’가 눈에 띄었다. 매장을 방문하고 제품을 둘러보면서 직원과 대화를 시도했다. 인도에서는 스킨케어가 색조 메이크업 보다 선호되어진다고 하였다. 실제로 10개의 화장품 진열대 중 1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스킨케어 제품이었다. 가격대는 세금으로 인해 한국보다 조금 더 비쌌다. ‘이니스프리’ 외에도 많은 브랜드의 가게를 방문했는데 파하르간즈와 달리 정찰제를 실시하고 있었으며 모든 제품에 세금이 붙어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칸 마켓을 둘러본 후 국립 현대 미술관으로 향했다. 인도의 그림이라고 하면 신화적인 그림이나 무굴 제국 시대의 그림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또 현실적인 그림보다는 신들이 그려져 있는 그림이 주(主)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립 현대 미술관을 방문하며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림은 시대 별로 전시되어 있었다. 과거로 갈수록 신화가 많았지만 현대로 올수록 신화보다는 현대적인 그림이 더 많았다. 사람의 초상화나 생활 모습을 담아낸 모습도 있었으며 심지어 누드 그림도 있었다. 인도 하면 폐쇄적인 이미지를 생각했기 때문에 그림을 바라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풍경화나 추상화도 많았다. 풍습을 사물로 비유하여 그린 작품도 많았으며 풍자하는 내용의 그림도 적지 않았다. 또한 평면적인 전시물부터 입체적인 모형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미술관 역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한 층마다 사진을 찍지 않도록 경고하는 직원이 서너 명은 넘어 보였다. 가만히 관람을 하고 있으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는지 주시하곤 했다.
16시 40분, 관람을 마친 후 버스를 타는 곳 까지 릭샤를 타고 이동했다. 17시에 오기로 되어 있는 버스는 20분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혹시 다른 장소에서 버스를 타는 것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으나 기다리고 있던 장소가 맞다는 대답만이 들려왔다. 30분이 조금 넘었을 때 버스가 도착했다. 한국의 지인들이 ‘인도인들은 게을러서 시간 약속도 잘 안 지키고 시간 개념이 없어서 잠시만 기다리라는 것도 잠시만이 아니다’ 라며 고개를 흔들던 모습이 떠올랐다. 실제로 버스에 탑승하고도 20분 동안 대화를 나누다가 6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했다. 버스가 달리는 2차선 도로는 어느 순간 일방통행이 되었다가 다시 2차선 도로가 되었다. 앞 차가 느리면 몇 번이고 계속 추월했기 때문이다. 버스는 여러 번 멈추면서 약 30분간 휴식시간을 가졌다. 때로는 한 두 개의 음식점과 가게가 있는 곳에서 쉬기도 했고 때로는 길가에 차를 대고 쉬기도 했다. 한 휴게소에 들렀을 때 화장실 시설이 매우 열악한 것을 보고 그대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이 모습을 본 인도인 한명이 슬쩍 오더니 Boss Room을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이건 따라가면 안 된다는 직감이 와 따라가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Bathroom을 잘 못 알아들었던 것이었다. 그는 다시 자신이 깨끗한 화장실을 보여주겠다며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이었는지 마스터키로 방문을 몇 개 열더니 그 안의 화장실을 사용하라고 했다. 아마도 손님이 거주하는 방이었을 것이다. 방 안에는 다른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방의 고객에게는 호의가 아니지만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어주어 고맙다고 생각하는 반면, 숙소에서 쉬더라도 안에서 방문을 꼭 잠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깨끗한 화장실을 다녀왔다.
13일에는 알려진 부분과는 달리 깨끗한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프다르정의 무덤에서 전통적인 것만을 고수하는 신비스러운 이미지는 자유롭고 활기찬 이미지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신호를 지키는 모습에서나 보안검사를 철저히 하는 모습을 통해서 무질서해 보이는 와중에도 나름의 질서가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차선을 지키지 않아도 서로에게 위험을 알려주기 위해 경적을 울리는 등 외국인의 눈으로는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그 속에 그들 나름의 규칙을 준수하고 있던 것이다. 또한 요가나 명상을 하며 정신적인 수양으로만 알려져 있는 인도가 외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은 칸 마켓의 가게를 둘러보며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미술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전시물을 볼 수 있었다는 점 외에도 자신의 문화를 존중하려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그곳의 입장료는 인도인에게는 20루피, 약 400원이지만 외국인에게는 500루피, 약 1만원이었다. 대부분의 유적지, 박물관 등에서는 항상 인도인과 외국인에게 천지차이의 가격을 요구한다. 가격을 보았을 때 그들 문화의 가치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져 이런 점은 한국에서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넷째 날, 선선한 날씨와 친절한 인도인
8월 14일은 버스에서의 긴 여정을 마치고 마날리 숙소에 도착해서 아유르베다 마사지 숍을 방문하는 것이 일정이다. 13시 20분 마날리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은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듯 했다. 맨 앞좌석에 앉은 탓에 운전하는 광경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추월하기 전이나 급커브가 있는 곳에서 경적을 울려 맞은편에서 오는 차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경적 소리는 한번 짧게 울리는 ‘빵-’ 소리와 길게 울리는 ‘빠라빵빵빵’ 두 종류가 있었는데 전자는 길을 막는 앞 차에게 비키라는 신호였고 후자는 자신이 지나간다는 경고를 주기 위한 신호였다. 처음에는 시끄럽고 자주 울리는 경적 소리가 불편했지만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경적소리의 유형을 파악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마지막 휴게소에서 쉬면서 한 커플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일정을 이야기하며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동행하자는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사기가 아닌지 의심이 들었지만 나중에는 그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마날리에서의 일정을 수행하게 되었다.
마날리에 도착하고 숙소를 잡는 과정에서 동행한 인도인들은 우리가 보다 싼 가격에 숙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혹시나 높은 가격에 숙소를 잡아서 사기를 당할 수 있으니 정해져 있는 숙소가 없으면 함께 가자고 했다. 그렇게 일행이 된 그들과 함께 싼 값에 방을 이용할 수 있었고 같이 식사도 했다. 식사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둘은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계획도시인 찬디가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내 커플이라고 소개했다. 인도에서 부모님들이 카스트에 따라 결혼 상대를 골라주는 것과 달리 연애를 통해 결혼을 생각하는 반대 커플들을 만난 것이다. 이들은 이에 덧붙여 아직까지 중매결혼이 많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카스트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만나서 결혼하는 인도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보통 식사 전에 흥정을 했는데, 식사를 마치고 흥정을 하는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커플은 어떤 물건이든 가리지 않고 흥정을 하고 본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후 각자 일정을 보낸 뒤 15일에 같이 움직이자는 말과 함께 헤어졌다.
인도의 스파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어떤 고객이 주로 방문하며 다른 스파와 차별화된 점이 무엇인지 조사하기 위해 아유르베다식 마사지 숍을 방문했다. 가격 책자에는 여러 종류의 스파가 있었는데 대부분이 전신 마사지로 제공한다고 했다. 900~1200루피 정도의 가격이었다. 일행 전부 마사지를 이용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흥정을 시도해 보았다. 각자 700루피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마사지는 탈복한 채로 여자는 여자가 남자는 남자가 하며 방이 따로 있었다. 차가운 오일이 마사지를 하는 사람의 손의 열과 만나면서 따뜻해졌다. 머리 마사지 여부를 물어본 뒤에 그들은 머리까지 마사지 해 주었다. 사용되는 오일은 몸에 흡수되어 피부결을 촉촉하게 해주니 당일에는 샤워를 지양하라고 추천해주었다. 마사지 비용을 지불하면서 인터뷰와 설문 조사를 진행하였다. 매니저는 스파를 방문하는 고객들의 수를 통계적으로 낼 수는 없지만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늘고 있다고 대답했다. 방문하는 인도인들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마날리를 찾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경제력이 있다고 했다.
마사지를 받은 후 올드마날리의 시장을 둘러보다가 한국인 커플을 마주쳤다. 그들은 여행 경험이 10년은 넘는 사람들이었는데 풍부한 여행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사기를 당할 뻔 했다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항 철도에서부터 한 인도인이 뉴델리 역까지 동행하고 릭샤를 잡아주는 친절을 베풀었다고 한다. 그들은 바로 암리차르로 갈 계획이어서 버스표를 예매할 곳으로 가고 있었는데 경찰이 길을 막았다. 암리차르에 분쟁이 일어나서 통행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심쩍어하는 표정을 본 경찰은 관련 뉴스기사를 보여주었다. 그 경찰은 대신 자신이 자는 숙소로 안내하겠다고 했다. 계속 의심이 들어서 분쟁에 대해 계속 캐묻자 결국 이들이 사기를 치기 위해 계획적으로 꾸민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했다. 공항 철도에서부터 경찰까지 모두 사기를 위해 계획된 것이다. 분쟁 기사 역시 전문적으로 계속 기사를 올리는 사람이 만들어낸 거짓 기사였다. 착하고 친절한 인도인들만 만나서 허물어졌던 경계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행을 한다면 언제든지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 것이다. 대화를 마친 후 다음날 스피티 밸리에서 먹을 음식을 구입했다. 새벽 4시 30분에 출발을 해야 하고 가는 길에 마땅한 식당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부식거리를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선선한 올드 마날리의 날씨와 달리 산이라 추울 수 있다며 따뜻한 옷을 챙기라는 조언에 따라 긴 옷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챙겨온 옷이 고산지대에서는 부족하다며 자신들의 옷을 기꺼이 빌려주었다.
인도가 덥다는 고정관념 역시 마날리에 와서 뒤바뀌었다. 한 나라 안에서도 델리와 마날리처럼 다른 기후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대구의 날씨와 강원도의 날씨가 다른 것처럼 인도 역시 델리와 마날리의 날씨가 같지 않았다. 델리는 덥고 습한 기후로 야외활동이 힘들었던 반면 마날리는 선선한 봄, 가을 날씨에 가까웠다. 수도인 델리의 날씨만을 보고 인도의 전체적인 기후가 덥고 습하다는 잘못된 이미지가 형성된 것이다. 인도에 가면 사기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사기를 겪지 않아서 잘못된 생각이라 여겼는데 한국인의 이야기를 듣고 역시 사기는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설문조사를 할 때나, 길을 물어볼 때 보여준 호의적인 모습과 동행이 된 일행이 먼저 나서서 흥정을 해주는 등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보다 친절을 베풀며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한국에 알려진 인도의 이미지는 극히 일부분이다. 며칠 둘러본 것으로 반례를 많이 찾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가져온 이미지가 얼마나 왜곡된 것인지 확인하고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이야기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다섯째 날, 사기를 치는 인도인? 아니, 친절을 베푸는 인도인
8월 15일, 3시 30분에 기상했다. 전날 구매한 간식과 간단한 짐을 챙겨 나왔다. 4시 반 출발일지라도 5시 쯤 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4시부터 택시 운전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7인승 차에 올라타자 일행이 “Happy Independence Day!" 라고 인사하며 오늘은 인도의 독립기념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하자 놀란 표정을 보였다. 인도가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것처럼 한국도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들은 삼성이나 현대를 다니는 친구를 통해 한국을 들었을 뿐 따로 역사를 공부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광복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 쓰지 않은 것에 대한 창피함이 있었지만, 서로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려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 멈추고 산 초입부의 휴게소에 들렀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식당을 찾기 힘들 것이라며 간단한 요기를 하기로 했다. 스프를 기다리며 주변 경관을 살피는 중에 일행이 “Mother Nature"라고 감탄했다. 인도인들이 자연과 소를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일행은 멋있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릴 것이라며 다양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일명 ‘인생샷’을 건지려는 우리와 비슷해서 동질감이 느껴졌다. 식당의 테이블을 경치가 좋은 쪽으로 가져오며,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식사하는 순간을 언제나 꿈꾸고 있었다며 행복해했다. 우리는 멋진 경치를 보고 명상을 하거나 요가를 하는 인도인의 모습을 상상했던 것과 달리 보여줄 사진을 찍느라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보았다. 내면보다는 보여주기에 가까웠다. 우리의 선글라스를 빌려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내면수양만 하는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사라졌다. 한국인과 다르지 않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보여지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요가나 명상을 자주 하느냐하는 질문에 일행은 그렇게 정신 수양을 하기 보다는 휴양지로 휴가를 떠나고 트랙킹을 즐긴다고 했다.
길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위적인 부분이 없었다. 심하게 굴곡 진 울퉁불퉁한 산길이었고 낙석을 방지하기 위한 인조적인 방어막조차도 없었다. 어느 새 휴대폰도 수신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산, 돌, 물, 바람만이 있는 자연 속에 우리만 있었다. 12시 10분, 길고 긴 운행 끝에 찬드라달 호수의 초입에 도착했다. 초입에서 호수는 거리가 있었는데, 고산 지대여서 산소가 부족했는지 숨이 가쁘고 머리가 아팠다. 작은 언덕들을 넘어 멀리 파란 호수가 보였다. 하늘의 풍경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휴가철이 지난 시기라 북적하지는 않았지만 외국인은 보다 인도인이 더 많았다. 호수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기도 했으며, 가만히 앉아 자연을 감상하기도 했다.
호수를 본 후에 다시 내려와서 티벳 인이 운영하는 로컬 식당으로 향했다. 탈리(Thali)라고 부르는 넓은 쟁반에 쌀밥과 두 종류의 커리를 얹어 주었다. 로컬식당의 음식이 입맛에 맞아 다행이었다. 한 할아버지가 통에서 조그만 숟가락으로 무언가를 덜어주고 있었다. 매운 맛을 내며 간을 맞추는 양념이라고 했다. 양념만 먹어 보니 매콤하고 짭짤한 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그래서 식당안의 사람들이 먹는 것처럼 먹어보았다. 맛있게 식사를 마쳤지만 머리가 더 아파왔다.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본 일행은 챙겨온 약을 건네주었다. 고지대에 처음 올라오면 보통 두통을 느끼기 때문에 비상약을 가져왔다고 했다. 우리가 챙기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하고 우리 몫을 더 챙겨왔다고 했다. 게다가 고맙게도 그들은 맛살라맛 사탕을 주며 밥을 먹고 차를 타면 흔들려서 멀미를 할 수 있는데 이 사탕을 먹으면 속이 좀 안정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익숙하지 않은 맛살라 맛이 남아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가운데 민트향 껌도 받았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배려를 해주는 일행의 모습에 인도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쌓을 수 있게 되었다.
돌아가는 길엔 오는 길에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찬디가르에서 광고회사를 다니고 있으며 남자는 델리북부지역의 매니저라고 했다. 그들은 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로 남자는 구자라트에서 여자는 다람살라에서 왔다고 한다. 28세의 동갑인 나이로 서로 장난치며 투닥거리고 챙겨주는 모습이 정말 예뻐 보였다. 결혼에 관한 내용도 주제로 올라왔다. 한국은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 때문에 보통 32세 즈음에 결혼을 한다고 말하자 인도 여성은 늦어도 32세에 결혼을 해야 한다고 했다. 27세 내외에 하는 것이 보통이라 하였다. 또한 그들은 찬디가르로 놀러오면 재워주겠다며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했다. 혹시 동거를 하느냐는 질문에 결혼 전에 동거는 말도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처음 만나 제안을 받았을 때 의심하고 거절할 수도 있었는데 자신들을 믿어주어서 고맙고 친구를 사귀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했다. 게다가 무사히 돌아가는 중이라 다행이라고 했다. 서로 어색해 하던 초반의 모습은 사라지고 스스럼없이 장난도 치고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번 동행에서 경험했듯이 인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도 좋은 인연을 만나 좋은 기억을 쌓으면 그 생각이 상쇄될 것이다. 사람이 사는 사회는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렇게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끼리 만나 겪어보니 보다 넓은 시야로 상대 국가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우리의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상대의 좋은 이미지를 보며 서로의 이미지를 쇄신해 나가는 것에서 민간외교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결혼에 대해 폐쇄적이고 시간개념이 없으며 친근하게 다가오면 의심부터 해봐야한다는 통념이 뒤집어지는 하루였다.
여섯째 날, 더운 기후에 대한 이미지가 생겨난 원인 유추
8월 16일, 전날의 힘든 일정으로 일정을 조금 늦게 기상했다. 반대의 이미지를 찾기 위해 움직인 것과 달리 마누템플을 들러서 실제 신을 섬기는 인도인의 모습을 관찰해보기로 했다. 마누템플을 둘러본 후 뉴 마날리로 이동해서 휴가를 보내러 온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 지 살펴보고 돌아와 버스표를 예매하는 것이다. 10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하러 나왔다.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점에서 모두 그러했듯이 이곳에서도 역시 음식이 나오기까지 20~30분이 걸렸다. 그런데 주방이 오픈되어 있어서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양파나 토마토 같은 재료를 주문이 들어가자 썰기 시작했다. 미리 썰어 놓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신선도를 위해 바로바로 썰어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음식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서 불만을 가졌지만 실상을 확인하고 나서는 그 불만이 사라졌다. 인도에서는 음식을 잘 가려 먹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다. 음식의 신선도에 대해 무지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음식을 가려 먹으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인데 실상은 자신들의 환경에 맞추어 신선도를 관리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식사를 마치고 매장에 관한 설문지를 요청해 보았다. 요리를 하던 사람이 나와 자신이 Boss라고 알리며 흔쾌히 수락하였다. 자신이 가게를 오픈한지 겨우 한달 밖에 되지 않아 앞으로의 매상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마날 리가 관광지라는 특성 때문에 규칙적으로 방문하는 손님은 없다고 설명해주었다. 설문 요청에 응해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하며 마누템플로 향했다.
신전 입구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자 사원을 관리하는 할아버지가 오셔서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사원은 가운데의 기둥을 중심으로 신상 9개가 그 주의를 둘러쌓았다. 하누만, 크리슈나, 파트바티 등 그 수도 많았고 종류도 달랐다. 파트바티는 사라스바티, 락슈미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수업 시간 때 이론으로만 배우고 들었던 내용을 직접 관찰하며 현지인에게 소개를 들으니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았다. 신상이 전시된 것을 한 바퀴 둘러 본 후 자신의 앞에 한명씩 앉으라고 했다. 주황색 물감(틸락)을 찍어주시고는 미타이를 한 주먹 주셨다. 그리고 사원 내부는 찍을 수 없지만 의식을 받는 것은 찍어도 된다며 찍는 자세 그대로 멈춰주는 센스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모두 이마에 탈락을 찍고 한쪽에 앉아서 사원과 사람을 보았다. 처음에는 비어 있었던 사원이 점점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들어와서 신에게 기도를 하고 우리가 그랬듯이 틸락을 찍고 미타이를 받아갔다. 신전에서 펜과 종이를 꺼내 설문조사를 부탁하는 것을 실례가 될까봐 대화를 시도했다. 우리의 옆에 앉았던 델리 출신 남성은 휴가차 온 것이 아니라 사업 미팅 차 온 것이라고 하였다. 사업 미팅을 마날리에서 했다는 소리에 ‘이곳에서 사업 미팅을?’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마날리가 관광도시라고 하여 편협적으로 오락요소만을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마누 템플에서 나와서 올드 마날리보다 깨끗하고 가지런하게 상점이 모여 있는 뉴 마날리로 향했다. ATM에서 돈을 뽑고 정산을 한 후 상점을 둘러보는 데 문이 닫아있는 상점이 많았다. 벤치 옆에 앉아있던 사람에게 물었더니 일요일이라서 장사를 하지 않는 가게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거리는 한산한 분위기를 띄었다. 마날리가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 주말 구분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 우리의 실수였다. 공원에서는 크리켓을 하며 놀고 있는 아이들도 마주칠 수 있었다. 뉴 마날리는 올드 마날리보다 길이 정돈되어 있다는 사실만을 확인 한 채로 올드 마날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에 Johnson Lodge Spa라는 간판을 보았다. 스파로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해 옆에 있는 카페를 발견하고는 들어갔다. 카페의 내부에는 현대적인 모습의 인도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 눈에 띈 것은 그 사이에서 홀로 전통의상인 도띠를 입은 아이의 보모였다. 그동안 다니면서 보모를 둔 일행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마날리에는 보모를 둘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 많이 휴가를 온다고 결론내릴 수 있었다. 직원에게 이 곳의 스파를 둘러볼 수 있는지 설문지를 작성해줄 수 있는지 요청했다. 혹시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곧 한 남성과 같이 나타났는데 그는 한국인이었고 이곳의 Boss였다. 사장님은 카페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던 것이 지금은 호텔을 운영하게 되었다는 험담을 이야기 해 주셨다. 우리가 방문한 시기는 비수기였다. 인도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성수기는 5월과 10~11월이라는 것과 성수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에서 문을 잠가 인원수를 제한할 정도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7~8월에는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사실 그 전까지 마날리는 델리와 달리 한산해서 좋다고 생각했지 비수기임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이야기를 하면서 그 부분을 추가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매니저가 호텔을 둘러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사장님이 디자인한 호텔의 바부터 시작해서 당구대가 마련되어 있는 로비를 지나 벤치와 테이블이 있는 정원으로 나갔다. 몇몇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원을 지나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스파였다. 호텔 안의 스파는 올드 마날리에서 방문했던 스파와는 확실히 달랐다. 고급스러운 안마의자와 족욕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마사지는 종류에 따라 방이 구분되어있었고 마사지 후 씻을 수 있는 시설도 준비가 되어있었다. 가격은 올드 마날리의 3배인 2700루피 약 58000원이었다. 시설을 둘러보면서 여행자들의 도시라고 불렸던 파하르간즈가 떠올랐다. 싼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시설이 낙후되어 있고 서비스도 적었다. 반면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는 이곳은 서비스도 다양하고 선택의 폭이 넓었다. 스파까지 모두 시설을 둘러본 후 다시 올드 마날리로 향했다.
버스표를 예매하기 위해 들어간 여행사에서 한국어를 조금 할줄 아는 인도인을 만났다. 그는 네루대학교의 한국문화프로그램에서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있어서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여행사 직원은 짜이와 레몬티를 권하였고 앉아서 대화를 시작하였다. 한국어를 배웠던 책도 보여주며 자신의 지식이 맞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조금씩 아는 서로의 언어로 단어들을 확인했고 힌디어와 한국어의 해석점을 찾아 명확한 표현으로 알려주기도 했다. 그리고 많이 쓰는 표현들이나 웃긴 표현들도 공유하였다. 대화하며 들리는 서로의 언어를 듣고 음운을 따라하며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한국어를 아는 인도인이 있다는 것에 기뻤고 서로의 언어를 알기 때문에 기본적인 공통어인 영어가 아니라 둘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어서 언어를 배운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늦어 다음을 기약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가는 길에서도 이렇게 인도인과 오래, 즐겁게 이야기 할 줄 몰랐다며 재미있었다는 말을 연신 했다.
이 날은 신을 섬기는 인도의 모습을 직접 체험하고 볼 수 있었으며 인도에 대한 이미지의 원인도 유추해 낼 수 있었던 하루였다. 인도가 더럽다는 이미지는 적은 여행 경비로 경로를 설정하면서 생겨난 당연한 이미지이다. 낮은 가격대로 형성된 지역만 돌아다니면 그만큼 낙후된 환경을 더 많이 접할 수밖에 없다. 또 인도가 여름에 너무 덥다는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인도에 오면 거치는 곳이 델리, 콜카타, 첸나이 등 공항이 있는 장소인데 이곳들이 여름에는 매우 덥다. 한국에서도 대구의 더운 기후와 강원도의 선선한 기후 모두가 있듯 인도 역시 덥기만 한 기후는 아니다. 마날리만 하더라도 선선한 날씨를 경험할 수 있었다. 델리에서 마날리는 약 551km로 서울-부산 400km보다 멀다. 그리고 가는 길이 험하여 약 3.5배가 걸린다. 인도의 기후는 덥다는 것 하나로 한정지을 수 없는데 델리의 날씨가 한국보다 습하고 더워 인도의 이미지가 더운 기후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또한 여행사 직원의 말로는 실제 여행자들 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뉴델리의 날씨는 덥고 습해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지역이라고 설명해 주기도 했다. 게다가 뉴스에서는 인도의 더위를 살인적인 더위라고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이슈화를 시킨다. 이렇게 사람들의 구전과 뉴스 등이 인도라 하면 뜨거운 햇빛을 생각나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덥고 더럽고 물가가 싸다는 이미지는 저예산의 한정된 여행 경로로 인해 생겨난 이미지라고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일곱째 날, 호의를 베푸는 인도인들
8월 17일은 삼림욕장을 둘러본 후 올드 마날리의 상점을 살펴보고 델리로 돌아가는 버스에 탐승할 예정이다. 일어나서 델리로 떠나기 위해 짐을 다시 꾸리고 여행사에 짐을 맡겼다. 아침식사 후 산림 보호 구역으로 이동했다. 평일 아침이었음에도 산책을 하러 나온 인도인들이 많았다. 강가에 있는 돌에 앉아서 노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산책을 하러 나온 인도인 뿐 아니라 소를 데리고 이동하는 티벳인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올드 마날리에 있는 가게를 방문하여 쇼핑을 가장하여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들에게서 유럽에서 온 여행자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방문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도 내에서 스피티밸리와 찬드라달과 같은 고산 지대를 트래킹하거나 패러글라이딩이나 래프팅과 같은 레저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여행을 온다는 것이다. 가게 주인들의 말처럼 현대 인도인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요가와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쉬는 것만이 아니라. 레저 스포츠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환전을 하기 위해 간 곳에서도 외국인에게 호의적인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어제 여행사 직원처럼 차나 짜이를 권하며 바쁘지 않으면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쉽게도 버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여행사로 다시 이동했다. 인도인들이 낯선 여행자임에도 불구하고 차를 권하며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유도하는 것이 고마웠다. 덕분에 함께 대화할 기회를 얻고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외국인이 스스럼없이 여행자들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것처럼 여행자들도 마찬가지로 부끄러워하지 말고 거침없이 말을 걸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버스 번호를 들으러 방문했을 때, 여행사 직원은 맛있는 쿠키집이 있는데 가보았냐는 질문과 함께 한 가게를 가리켰다. 이것을 먹고 또 생각날테니 마날리에 또 오라며 직접 데려다 주면서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 서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한국에 가서도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연락처도 교환하며 버스 스탠드로 이동했다.
마날리에서는 호감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인 사장의 호의로 시설 내부를 모두 둘러볼 수 있었고 일정이 겹치는 인도인을 만나 함께 이동하며 그들의 하루를 엿볼 수 있었다. 또 한국에 대해 공부한 외국인을 만나 차를 마시며 서로의 언어를 교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낯선 지역에서는 경계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런 태도로 인해 친해질 수 있는 인연을 놓칠 수도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인도에 여행 온 한국인들이 좋은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한국에 알려진 인도의 이미지는 여전히 더럽고 위험하며 치안이 불안한 나라이지만 이를 좋은 이미지로 바꾸기 위해 더욱 안전하고 즐겁게 탐사를 마무리하자고 다짐했다.
여덟째 날, 빈부격차가 확실한 인도
8월 18일, 델리에 도착했다. 먼저 숙소로 이동한 후 셀렉트 시티워크에서 쇼바를 만나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첫 날 머물렀던 파하르간즈를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소란스럽고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공항철도를 통해 이동한 뒤 택시를 타고 구르가온으로 향했다. 시끌벅적한 파하르간즈와 달리 한적하고 깨끗한 모습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셀랙트 시티워크로 이동했다. 셀렉트 시티워크는 한국의 백화점과 같이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 다양하고 많은 의류 브랜드와 살롱, 음식점이 입점해 있었다. 또한 팝업 부스 형태로 휴대폰 케이스와 악세사리를 판매하기도 하였으며 오픈된 네일아트 가게도 볼 수 있었다. 신기했던 점은 네일 아티스트가 주로 남성이었다는 것이다. 남성 고객도 숱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인도의 물가가 싸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제품의 가격이 한국의 백화점과 비슷하거나 좀 더 비싼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매장은 물건의 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서 3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머리띠가 인도에서는 1만원 내외였고 한국에서 1~2만원에 구매할 수 있는 가방은 5~6만원 정도였다. 파하르간즈에서는 저렴했던 것들과는 질, 포장, 서비스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셀렉 시티 워크 내부의 음식점은 비싸고 세금도 많이 붙었지만 그만큼 음식 제공 속도도 빠르고 직원의 서비스도 빨랐다. 또한 가게와 식기도 매우 청결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쇼바를 만났다. 한국에서 보다가 인도에서 마주치니 새로운 감회가 들면서 반가웠다. 셀렉 시티 워크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에 먼저 나서서 도와주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은 카페로 들어가 설문지를 돌리기로 결정했다. 설문지를 들고 근처의 사람들부터 하나씩 요청해보았다. 명품 가방과 BMW 차키를 들고 있는 20대부터 30대 사업가, 40대 주부까지 연령층이 다양했지만 이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하다는 사실은 공통적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정부에서 일했던 인도인과 했던 인터뷰였다. 챌린지에 흥미를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인도는 중산층이 없다고 생각해도 된다고 했다. 하류층과 상류층은 육안으로도 확실하게 구분이 가지만 중산층은 명확하게 구별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메인 바자르’처럼 전통 시장가 주변에 거주, 생활하는 인도인은 하류층인 것이고 ‘셀렉 시티 워크’나 ‘엠비언스 몰’, ‘DLF' 같은 쇼핑 센터가 있는 곳에서 자주 생활하는 인도인은 상류층이라는 것이다. 더불어서 요즘의 인도인들은 요가나 명상을 하기도 하지만 서양에서 행해지는 요가와 명상을 하는 것이지 기이하고 이상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한 스파와 살롱을 방문하여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데에 더 많이 집중하고 투자를 한다고 대답했다. 막연히 그럴 것이라고 추정했던 내용을 현지인에게 직접 듣자 탐사 목표에 부합하는 일정을 수행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셀렉 시티 워크를 둘러본 후 쇼바를 따라 사니로드로 향했다. 사니로드는 실질적으로 대학생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시장이라고 했다. 셀렉 시티 워크는 쇼핑보다는 식사를 하러 오고 매우 드물게 방문한다는 것이다. 사니로드는 네루대학교의 대학로라고 할 수 있다. 야외에 상품 펼쳐져 있고 여기저기서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은 빠하르 간즈와는 비슷했지만 그보다 더 깨끗하고 규모가 컸다. 우리나라의 야시장 같았다. 길거리 음식부터 시작해서 옷, 악세사리까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시장을 둘러보면서 8월 말에는 팔찌를 걸어주며 상대방을 나쁜 사고나 기운으로부터 보호하고자 전달하는 ‘라키’ 축제가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실제로 라키만 전문적으로 파는 매장도 있었으며 그 종류와 수가 많았다. 쇼바 덕분에 대학가의 마켓을 둘러보며 설명을 들었다. 쇼바는 사니로드 중에서도 실내 가게에 있는 것 들은 가격이 비싸고 실외 마켓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매우 많고 복잡해서 설문조사는 할 수 없었지만 파하르 간즈보다는 깨끗했고 칸마켓이나 셀렉트 시티워크보다는 가격이 저렴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오며 하루 일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켓을 중심으로 돌아다니면서 깨달은 것은 카페에서 들은 인도인의 말처럼 빈부 격차가 확실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하르간즈에서는 메뉴 하나 당 100이 조금 넘었다면 셀렉트 시티워크는 300이 넘어가는 것이 기본이었다. 청결도도 파하르간즈, 대학가, 셀랙트 시티워크 순으로 높아졌다. 여기서 다시 인도의 이미지가 형성된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인도 여행지라고 소개되어 온 장소는 주로 물가가 낮은 파하르간즈같은 곳이었다. 자연스럽게 서비스, 청결도, 질이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 인도가 더럽고 발전이 더딘 나라라는 의견은 파하르간즈를 볼 때 일부는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칸 마켓처럼 또 다른 일부는 그렇지 않다. 낙후된 모습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도의 면적이 크기 때문에 일부분으로 보편화를 할 경우에는 큰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아홉째 날, 외양에 관심이 많은 인도
8월 19일 일정은 쇼바를 따라 네루대학교를 탐방하고 앰비언스 몰과 호스카스 빌리지를 둘러보는 것이다. 네루대학교는 외대 캠퍼스보다 훨씬 컷다. 대학 캠퍼스보다는 ‘마을’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릴 정도 였다. 캠퍼스 내의 길을 잘 모르는 릭샤왈라는 정문에서 얼마 안가 내려주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정문에서부터 쇼바가 있는 건물까지 길을 묻고 물어 걸어갔다. 한 40분을 헤맨 것 같다. 마침 한국어 수업을 듣는 날이어서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청강했다. 인도인 선생님이 한국어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결혼 풍습에 관한 대본을 읽으면서 직접 말하기를 하는 강의였다. 교수님이 한명씩 돌아가며 시켰는데 쇼바의 친구들은 수업 중간 중간 인사를 하며 선생님이 물어본 것을 은근슬쩍 우리에게 알려달라고 쳐다보기도 했다. 교수님도 웃으면서 알려주어도 괜찮다고 하셨다. 수업이 끝나고 쇼바의 가장 친한 친구 죠띠와 함께 학교 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햇볕이 강한 곳에 테이블이 놓여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곧 직원이 그늘로 테이블과 의자를 옮겨 주었다. 5명이 먹었는데 200루피가 나왔다. 보통 음식점에서 제일 싼 것이 100루피가 넘는 것에 비하면 아주 싼 가격이었다. 편의점의 야외 테이블 같은 느낌이었다. 점심식사 후 학교 안에 있는 작은 시장에 들렀다. 시장 안에는 우유만을 파는 가게도 있었고, 문구점, 생필품 판매점이 있었다. 죠띠는 우리를 만난 것이 기쁘다며 라키를 선물해 주었다. 우리도 감사의 의미로 라키를 손목에 걸어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곧 헤어진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였다. 다음 강의가 있는 죠띠와는 헤어진 후 쇼바와 함께 엠비언스 몰로 이동했다.
엠비언스 몰은 셀렉 시티 워크보다는 가격이 싼 편이었지만 한국의 이마트와 비슷했다. 엠비언스 몰도 깨끗한 것은 물론이고 크고 넓었다. 의료 브랜드, 살롱, 음식점 등이 다양하게 입점해 있었다. 1층에는 화장품 가게 중 아유르베다 화장품을 파는 ‘카르마’에 가서 인터뷰를 하였다. 매니저는 인도인들이 메이크업을 하는 화장품보다는 스킨케어 화장품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아유르베다에 신뢰가 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연구개발 및 컨설팅 전문가 시암 아르야에 따르면 인도는 허벌(Herbal)화장품에 대한 역사 깊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약초로 유명한 헤나나무 잎을 피부와 머리, 손톱을 염색하는 화장품 연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를 바탕으로 자연에서 피부를 치료하는 허벌화장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인도인들은 전통적인 재료에 현대적인 방법을 더해 외모를 가꾸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매장을 정하고 방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했던 방법을 조금 바꿔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보기로 했다. 앰비언스 몰에서 나와 쇼바의 호스텔로 향했다. 기숙사 안에 거주하는 학생에게 설문조사를 하여 학생들의 수입과 소비와 가 한국 학생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고자 했다. 설문지를 취합한 결과 대부분 학생들은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생활을 하고 있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은 드물었다. 셀렉 시티 워크나 앰비언스 몰과 같은 큰 매장은 한 달에 한 두 번 간다고 하였다. 방문 목적은 쇼핑보다는 식사였다. 이들은 대부분 한달에 3천 루피~ 5천 루피(6~10만원)을 사용하였고 식비, 쇼핑, 교통비 순으로 소비의 비중을 둔다는 결과가 나왔다.
설문조사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인도의 대학생들이 많이 간다는 호스카스 빌리지로 향했다. 이곳은 대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는 장소답게 젊은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했다. 젊은이들의 패션은 현대적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파격적이기도 했다. 화려하게 염색을 하고 파격적인 옷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 늦은 시간에 방문해서 인지 대체로 술집이 활발한 상태였다. 한국의 강남거리에서나 홍대거리에서처럼 호객 활동을 하기도 했으며 여성에게는 할인해 주겠다는 곳도 있었다. 아쉽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방문하여 위험할 수도 있어서 호스 카스 빌리지를 빠져나왔다. 호스 카스역 근처는 부유한 동네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근처 도로는 얼마나 깨끗할 지 둘러볼 겸 역까지 도보로 걸어갔다. 상점들은 대부분 노점보다는 가게 형식이었고 길은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우리는 밤 10시가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 오늘 탐사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인도인들은 내적인 수행을 많이 하는 것으로 이미지가 굳어졌지만 이러한 이미지를 깨뜨릴 만한 자료가 많았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인도 화장품 시장을 조사한 결과 매년 15~20%가량 성장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과 유럽 시장보다 두 배 가량 높은 형태이다. 인도인들은 외적으로 보이는 모습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시설적인 부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70%가량은 전통적인 미용실이, 30%는 여성을 위한 미용 교육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남성 전용 스킨케어도 출시되고 있었다. 인도 카야스킨클리닉 관계자는 뷰티 서비스를 받는 고객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로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처럼 인도는 내적인 수양 뿐 아니라 외양을 가꾸는 일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날, 깨끗한 시설물과 오락 시설, 영화
8월 20일 인도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앰비언스 몰 구르가온 점에 방문한 후 영화를 보고 DLF몰 쿤지 지점으로 이동한 후 숙소에서 짐을 챙겨서 공항을 가는 것으로 일정이 마무리된다. 구르가온 지점의 앰비언스 몰은 어제의 델리 지점보다 훨씬 크게 넓었다. 1층과 2층에는 의류와 장신구를 판매하고 있었고 3층에는 영화관, 오락실, 놀이기구, 음식점이 있었다. 4층에는 클럽과 볼링장이 있었다. 몰에 오락실은 물론이고 놀이기구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은 이미 아이들과 함께 오락실에서 놀고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몰을 방문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한 볼링장이 단순히 볼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오락시설과 당구대까지도 있었다. 이러한 시설들이 있는 것을 보고 한국보다 더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또한 가격도 한국에서 비싼 곳이 한게임에 5000~6000원이었던 것에 비해 한게임에 기본 7000원인 것이 놀라웠다. 항상 인도는 한국보다 못한 나라로 비쳐져 왔는데 정 반대의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어디를 가나 부유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좋은 환경에서 생활한다. 인도도 마찬가지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편의시설이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인도를 가난하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곳을 꼭 와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도 한편 관람하기로 했다. 볼리우드에서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시간대에서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해서 보았다. 외관상으로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영화를 시청하면서 그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인도 영화관의 좌석은 한국과 달리 등받이가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원하는 기울기를 맞춰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상영시간이 긴 볼리우드 영화와 달리 할리우드 영화를 보았는데도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었다. 영화를 잠시 멈추고 요기를 채우거나 화장실을 갔다 오는 등 막간의 쉬는 시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기술적인 차이 외에도 사람들의 분위기 역시 차이점이 있었다. 영화 시청 도중 뒤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곧이어 앞쪽에서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으며 심지어 옆에서는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에게 눈치를 주거나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인도인들에게는 편안하게 볼일을 다 보면서 관람하는 분위기가 잡혀있었다.
영화 시청 후 DLF 몰로 이동하기 위해 릭샤를 탔다. DLF가 쓰인 건물을 보고 들어갔는데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는 정장을 입은 인도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릭샤가 DLF 몰이 아닌 DLF 회사 단지에 내려준 것이다. 그렇게 회사에서 길을 헤매다가 한 인도 여성의 도움으로 쿤지의 DLF몰에 도착할 수 있었다. DLF몰은 가격이 더 비싸고 명품관이 따로 있다는 것이 셀렉 시티 워크나 앰비언스 몰과 달랐다. 이곳에서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체로 앰비언스몰 구르가온점과 내용은 비슷했다. 쇼핑을 위해 몰에 방문하며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전통시장에도 방문한다고 했다. 설문 조사를 마치고 Food Mall을 방문하였다. 규모는 작았지만 진열이 잘 되어 있었고 깨끗하게 정돈되어있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식품코너처럼 맛도 볼 수 있었고, 구획마다 설명해주는 직원도 있었다. 이날은 길을 잃어 헤메는 탓에 일정이 조금 밀렸다.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택시를 예약했던 시간보다 30분이 지나 있었다. 택시 기사는 제시간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지만 가는동안 택시기사도 늦을것이라 합리화했던 것이 챙피해졌다. 오히려 마날리로 가는 버스를 탔을 때처럼 한국인도 시간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미지로 굳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는 마음이 들었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며 인도의 마지막 풍경을 눈에 담았다.
이날 새롭게 알게 된 사항은 먼저 영화관의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중간에 휴식시간이 존재하기도 했고 필요 이상으로 타인을 의식하며 행동을 제한하는 일도 없었다. 혼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처럼 하고 싶은 말을 옆에 사람에게 하기도 했고 개인적인 볼일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소리를 높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타인을 너무 의식해서 몸짓, 소리 하나까지도 의식하며 주의해야 하는 경직된 한국의 영화관 분위기보다 훨씬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몰 안에 쇼핑을 위한 상점 뿐 아니라 오락실과 놀이기구가 있던 것이 가장 신기했다. 인도에는 놀이공원이 없다고 생각했고 상상도 잘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실내에 놀이테마파크가 있어서 놀랐다.
더운 기후에 벌레가 가득할 것, 위험하다는 것 등등 우려와는 달리 모든 일정을 무사히 소화하였다. 챌린지를 통해 느낀 인도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 종합적으로 내린 결론은 한국에 알려진 이미지는 인도의 극히 일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부분이 전면으로 나와 사람들이 인도를 제대로 볼 수 없게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탐사를 마치고 인도에 관한 이미지를 정리해 보았다. 첫째, 외국인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른다. 둘째, 더럽고 냄새가 난다. 셋째, 인도는 덥다. 넷째, 인도인의 친근한 모습은 사기를 치기 위함이다. 다섯 번째, 인도는 전통적이며 엄숙하고 신비롭다. 여섯 번째, 발전이 더딘 국가이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내적인 수행인 명상이나 요가만 즐길 것이다. 챌린지를 통해 확인한 일곱 가지 이미지를 먼저 사실이 포함된 이미지와 오류가 있는 이미지 두 부분으로 크게 분류해 보았다. 세부적으로는 사실이 포함된 이미지를 사실과 부분적 사실로 나누었으며 오류가 있는 이미지는 반례가 존재하는 것과 잘못 알려진 것으로 나누어보았다. 사실인 포함된 이미지 중 사실인 것은 첫째, 둘째이고 부분적 사실인 이미지는 셋째, 넷째이다. 오류가 있는 이미지 중 반례가 있는 사항은 다섯 번째이며 오류가 있는 것은 여섯 번째, 일곱 번째가 속한다.
먼저 사실이 포함된 이미지 중 사실인 이미지부터 살펴보았다. 외국인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른다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실제로 인도는 외국인 뿐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높은 가격을 부른다. 이미지가 생겨난 원인은 인도의 사회적 규범인 ‘다르마’와 관련이 있었다. 인도인은 다르마를 지킴으로써 후생에 좋은 보답을 받게 된다는 윤회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다. 이 때 상인의 다르마는 장사를 잘 해서 이윤을 남기는 것이다.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도 정당화 된다. 따라서 일단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것이다. 높은 가격에 그대로 물건이 나간다면 많은 이윤이 나올 것이고 흥정을 통해 가격이 좀 낮추어 지더라도 기존의 가격보다는 높은 가격에 팔리기 때문에 적지만 이윤이 나온다. 그들의 생활 규범을 살펴보며 인도인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른다는 이미지는 사실인 것으로 분류했다.
또 더럽고 냄새가 난다는 것과 인도가 덥다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파하르간즈에서는 더럽고 냄새가 나는 인도의 이미지에 그로 부합하는 풍경이 보였다. 하지만 델리의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고 마날리를 돌아다니며 살펴본 결과 이와 반대되는 이미지가 훨씬 더 많았다. 수많은 지역 중에서 파하르간즈의 이미지만 부각되어 이미지가 나타난 원인은 여행자들의 도시라고 불리는 호칭에서 추론해 낼 수 있었다. 인도가 물가가 싸다는 인식으로 여행을 오는 사람들은 적은 여행 경비로 경로를 설정한다. 따라서 낮은 가격대로 형성된 지역만 돌아다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낙후된 환경을 더 많이 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인도가 더럽고 냄새가 난다는 이미지는 파하르간즈처럼 특수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부분적인 사실이었다.
다음으로 사실이 포함된 이미지 중 부분적으로만 사실인 이미지에 대해 조사했다. 인도가 덥다는 이미지의 사실 여부를 위해 자료를 찾아보았다. 인도는 히말라야 산맥 때문에 전체적으로 열대 몬순(계절풍) 기후이다. 3~5월은 건조 혹서기, 6~10월은 습윤 고온기, 10~2월은 건조 한랭기이다. 여름에는 해안 가까이에 있는 캘커타는 낮에도 40도를 넘는데다가 갠지스강 중류지역은 43도까지도 올라간다. 밤에도 실내는 더워서 마당이나 길가에서 노숙을 하기도 한다. 반면 여름에 최소 12.5도까지 내려가는 지역도 있다. 2015년 9월 4일 기준으로 인도 기상청을 조사한 결과 스리나가르(Srinagar)는 최대 기온도 25.6으로 앞서 언급했던 40도를 넘는 지역과는 대비대는 모습이다. 북부 인도의 겨울은 기온이 내려가 한국의 초가을과 비슷한 선선한 날씨이다. 인도가 덥다는 이미지는 일년 내내 열대성 기후대인 남인도에는 속하는 이미지이고 북부는 오히려 영하로 내려가는 지역도 있다. 따라서 인도가 덥다는 이미지는 기후적인 요소는 무시한 채 다양한 기후가 존재하는 인도를 단편적으로만 바라본 결과이다.
인도인의 친근한 모습은 상대를 속이기 위한 것이라는 이미지 역시 같은 맥락에 있었다. 열흘의 인도 탐사 도중 사기를 당한 적도 없었으며 오히려 호의적인 인도인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물론 중간에 만나서 사기를 당할 뻔 한 한국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미지 중 사실인 부분도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것 또한 일부분일 뿐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함께 일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칠 만한 여지도 많았고 여행사에서도 사기를 칠 수 있었지만 실상 그들은 오히려 호의와 친절을 베풀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미지 중에서 반례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인도는 전통적이며 엄숙하고 신비로운 이미지로 보인다. 유적지나 명상, 요가가 합쳐져서 이러한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의 유적지에 가면 딱딱한 분위기 보다는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가 어울린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볼 수 있다. 가족 단위로 나들이 온 그룹도 보였으며 연인들끼리 데이트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보였다.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원인은 인도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타지마할이 연상되는 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보통 유적지라는 단어는 한국의 석굴암이나 불국사에서 느낄 수 있는 정숙한 분위기를 떠올린다. 이 사실이 그대로 적용되어 인도는 타지마할이고 엄숙하고 신비스럽다는 이미지가 그려진 것이다. 전통적이라는 것 역시 인도여자의 사리를 입은 모습에서 나온 듯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짧은 스커트나 원피스를 판매하는 상점, 실제로 입는 인도인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발전이 더딘 국가라는 점과 명상과 요가처럼 내적인 수행만 할 것이라는 이미지는 오류가 있다고 분류했다. 두 번째 이미지에서 나온 파하르간즈의 풍경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더럽고 냄새난다는 것이 발전이 더딘 나라라는 인식까지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시설적인 측면만으로 인도의 발전에 대해 정의하기 어렵다. 인도의 성장은 주로 제조업과 건설, 서비스 분야가 선두를 달렸다. 인도 재무부에 따르면 산업별 실질 GDP 성장률은 석탄, 천연가스, 철광석의 생산량 감축 정책에 의해 감소한 광업 분야를 제외하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0~2011년 제조업은 9.7%, 건설업은 10.2% 금융, 보험, 부동산,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은 10.1%의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실제 인도의 자동차 산업은 2010년까지 140억대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특정 지역의 낙후된 시설만 보고 나라의 전체적인 경제 상황을 측정할 수 없다.
내적인 수행만 할 것이라는 것도 오류이다. 일정을 수행하면서 언급했듯이 인도 화장품시장은 매년 15~20%가량씩 성장하고 있다는 통계자료가 나왔다. 이 수치는 미국과 유럽 시장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내적 수행 뿐 아니라 외적인 형태에도 투자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점점 증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적인 수양만 하고 외양적인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사실이다.
인도의 이미지가 부정적인 순환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여행자들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인도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저예산으로 인도에 방문한다. 그리고 여행자들은 전통적인 옛날의 모습, 그리고 그 동안 알고 있던 모습을 찾아 간다. 그러다 보니 낙후된 곳을 찾게 된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대개 사람들이 인도에 갖고 있는 이미지이며, 반복될 이미지인 것이다. 어디를 가던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보통 한국 사람들이 인도의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싸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인도에서도 한국에서와 같은 생활수준으로 살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든다. 오히려 물가가 비싸기까지 하다. 사람들은 단지 여행기간동안 100루피 짜리 음식을 먹고 150루피 짜리 옷을 입으며, ‘인도는 정말 물가가 싸고, 그곳에 살면 부유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라며 망언을 내뱉곤 한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방학 끝자락의 인도탐사. 어느새 탐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이 왔다. 한국을 가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약 10일간 우리가 잘한 건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조금 더 열심히 할 걸. 이번 탐사를 통해 사람을 얻었다. 값지다. 동기로서는 다른 동기들과는 갖고 있지 않은 추억을 하나 더 만들었다. 여름학교를 통해 알게 된 쇼바는 인도에서 또 만나면서 관계가 굳건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인도에서 쇼바를 통해 다른 친구들도 알게 되고, 도움도 받았다. 마날리에서도 믿고 하루를 같이 여행한 친구들. 서로를 잘 몰랐지만 믿음 하나로 먼저 친구가 되는 경험을 준 사람을 얻었다. 아마 다음에 다시 인도에 방문하게 된다면 이번 방문보다 환영받는 방문이 될 것이다. 친구들과 다음에 또 만날 것을 기약하고 왔으니말이다. 인도에 계획서 없이, 탐사를 위한 회의 없이 와서 여행을 했더라면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테마를 가진 탐사라는 임무아래 회의와 계획을 가지고 왔더니 비록 그 계획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테마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무겁지 못했을지라도, 우리는 많은 것을 얻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마 2학기에 전공수업을 듣고, 앞으로 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조금 더 정확하고 자신감 있게 듣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직 이방인도 아니도 현지인도 아니고 완벽하게 주변인으로서의 제 3자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인도에 방문하고 보고 겪은 것만으로도 챌린지의 목표인 ‘인도에 대해 더 잘알기’는 성공한 듯하다. 앞으로 우리가 진로를 설정하는데 있어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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