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4기] [마그레브] - 본샹스 팀 (1) [모로코의 도시 별 근린생활시설 특징 및 활용 모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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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11-03 11:54 | Read | 1,9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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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테마
근린생활시설은 토지이용사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도울 수 있는 시설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희는 모로코에 대한 영상자료를 시청하던 중 가장 아프리카의 특성이 살아있다는 모로코 도시의 근린시설이 궁금해졌습니다. 한국의 근린시설이라고 하면 편의점, 빙수가게, 식당 등 모든 상점이 대형 프랜차이즈 지점으로 이루어져 머릿속에 빠르게 그려집니다. 그러나 도시별로 큰 구별점을 찾을 수 없고 획일화된 모습입니다. 과연 도시마다 색다른 매력을 지닌다는 모로코는 근린 시설의 모습이 어떠할까?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주택가에 모로코의 전통시장을 형성하는 Souk과 상점이 몰린 메디나 뿐만 아니라 주로 어떤 상점과 생활시설이 들어서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근린시설은 주로 주민들의 수요에 따라 건설되고 상점가를 이루게 됩니다. 즉 주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근린시설을 통해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한국을 예로 들면, 24시간 밤낮없이 생활하는 한국인의 특성에 따라 편의점이, 여름을 나기 위해 폭발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빙수점이, 알콜 소비량이 세계 1위인 한국을 나타내는 주택가의 수많은 술집, 그리고 야식배달문화가 나타나는 우후죽순 치킨집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저희는 도시별로 다른 매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모로코가 근린시설에도 그 차이를 보이기를 기대하며 북중남의 위치를 설정해 탐사하기로 했습니다. 스페인과 접경지역으로 스페인문화가 남아있다는 탕헤르, 번영했던 이슬람 문화가 가장 많이 남아있다는 마라케시, 마그레브에서 가장 큰 도시로 경제와 무역의 중심이라는 카사블랑카로 탐사지역을 설정했습니다. 지역 특성 간의 차이가 근린시설 간의 차이에 영향을 둘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문화의 차이는 곧 수요의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영화와 다큐멘터리 자료를 참조하여, 근린시설의 모습을 대략적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앵글로는 동네슈퍼로 보이는 상점과 통신사 등을를 배경으로만 담았고 자세한 참조 자료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나윤기 학우의 모로코 지인이 알려준 정보에 따라 Epicerie가 우리나라의 편의점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Banque가 많이 없다는 수업 중의 정보를 숙지하는 등 사전조사를 했습니다.
영화에서 바라보는 그들의 주거문화는 어떤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집을 탐사하기는 어려움으로 탐사가 가능한 도심과 근린환경 대조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였습니다. 각각 다른 지역에서 찍은 영화들에서 도심과 근린시설에 대한 각각의 특성을 분석하여 상대적으로 부족한 근린 시설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 후, 지역별 근린시설 분포의 특징을 분석할 예정입니다.
저희는 현재 모로코의 생활을 다루는 드라마 장르의 최신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탕헤르에서 촬영한 락 더 카스바(2013)와, 마라케시에서 촬영한 Much loved(2015), 그리고 카사블랑카에서 촬영한 Ali ya ali(2017)를 탐구하였습니다. 각각의 영화는 장소마다 다른 특정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하여 1. 영화에서 각각의 장소가 주는 의미와, 2. 영화와 실제 현실과의 차이, 그리고 3. 외국인의 입장에서 모로코 영화로 정보를 알아간 도시와 실제 탐사 후의 도시에 대한 차이점에 대해 연구하여 결과를 도출합니다.
그렇다면 모로코에서 어떻게 탐사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탕헤르에서는 영화 <락더카스바>에서 자주 노출되었던 탕헤르의 해안가 주변 거리들을 중심으로 탐사해 볼 예정입니다. 마라케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much loved>에서는 시가지에서 좁은 골목들로 들어가는 장면이 자주 노출되며 골목이 좁아질수록 빈곤한 내지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는 much loved의 좁은 골목이 영화가 내세우는 특징으로 분석하여, 구시가지의 주택가와 근린시설들을 직접 걸으며 저희가 영화를 통해 얻은 정보와 대조 분석할 예정입니다. 또한 마라케시에서는 조사 결과 Gueliz라는 마을과 Medina가 생활수준에 현저한 차이를 보였으므로 구시가지 내로 들어가면서 더욱 빈곤해지는 영화상의 정보를 통해 Medina와의 근린시설의 분포 상태를 비교하기 위해 Gueliz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세 번째로 Ali ya ali에서는 카사블랑카가 도시화에 찌든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또한 영화 내에서는 카사블랑카가 다른 도시에 비해 동네 슈퍼마켓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주택가 앞에서 시장이 열렸고, 대부분의 근린시설은 모두 회색이었습니다. 흰색으로 가득차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영화를 통해 본 주택가와 근린시설은 간판도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특색이 없었습니다. 저희는 직접 탐사를 통해, 카사블랑카의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영화 촬영지를 단순히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모로코 영화를 통해 얻은 정보를 가지고 간 외국인이, 직접 그 지역을 탐사한 후의 정보의 차이를 분석적으로 보고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 영화를 보고 한국으로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무척 많은데, 그들의 입장에서 영화와 실제의 차이가 어떻게 다를까 역지사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모로코의 근린시설 모습은 Medina에 대한 연구 자료를 제외하고는 적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관광지와 그들의 특별한 생활 모습들은 나오지만, 그것이 반영된 주택가와 근린시설의 모습은 초점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번 탐사를 통해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모로코 도시별 주택가와 근린시설을 특징을 최대한 자세히 서술, 분석할 것입니다.
탐사목표
저희 본샹스 팀은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대륙의 모로코라는 나라가 생활하는 모습에 있어서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에 가장 큰 호기심이 들었고 한국에서 실제 모로코인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알아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직접 가서 알아보고 싶다는 갈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그들의 삶 속으로 가까이 가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탐사를 계획하였습니다.
저희는 모로코인들의 삶을 추측해볼 수 있는 방법 중 주민들이 근린생활시설을 이용하는 모습을 탐사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보다는 도시 별 메디나, 카스바, 수크 등 근린생활시설 중심의 일정을 짜고 걸어 다니면서 근린생활시설 주변 골목 골목을 눈으로 직접 관찰하여 생생한 일상생활을 담아내고 싶다는 것을 탐사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우선, 다른 나라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자 할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현재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까지 퍼질 수 있었던 계기는 한국의 드라마, 영화 등 영상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희는 모로코의 일상을 보다 쉽게 접해볼 수 있는 매체라고 판단되는 영상, 그 중에서도 영화와 한국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모로코의 모습들을 사전에 알아보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영화란 제작자의 의도, 스토리상의 흐름 등 많은 필터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재확인을 위한 비교 수단으로만 두기로 하였습니다.
저희 팀이 영화를 선정한 기준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장르는 일상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합니다. 둘째, 모로코에서 제작하고 촬영한 2013년 이후의 최신 영화로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제작한 영화는 편견에 따른 의도가 들어갈 가능성이 크므로 배제하기로 합니다. 하나의 예로 우리나라에서 찍은 <어벤져스 2>를 들 수 있습니다. 현재 발전된 모습과 달리 노후화된 모습으로 한국을 담아낸 미국은 영화 개봉 후 관객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겼고 일부 관객은 불만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한국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등 지역 별로 특징이 있고 차이가 발생하듯이 모로코도 각 지방을 대표할 수 있는 도시를 선정하여 탐사해 볼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북쪽에서 부터 탕헤르, 카사블랑카, 마라케시를 탐사 도시로 선정하고 각 도시에서 촬영한 영화들을 참고하여 도시 별 근린생활시설 및 이용모습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해보기로 하였습니다. 탕헤르는 모로코 북부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과 접해있는 항구 도시로 스페인과의 사이에 페리보트로 연결되고 자유무역구역이 있는 곳입니다.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제1의 경제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모로코 공업 생산의 90%가 이 도시와 주변에 집중되어 있고, 모로코 수출입 무역의 3/4이 통과하는 철도와 도로망의 중심지입니다. 항만 근처에 ‘구(舊)메디나’라는 옛 아랍 시가지가 있으며 프랑스의 도시계획에 의해 건설된 근대적인 시가지와 대조적인 경관을 이룹니다. 모로코의 가장 역동적인 도시라고 꼽히는 마라케시는 1912년 프랑스가 점령했던 역사가 있고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는 곳입니다.
각 지방을 대표하는 특징 있는 도시들이니만큼 이번 탐사를 통해 근린생활시설의 모습과 이를 활용하는 주민들의 생활모습에도 특징적인 차이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탐사 1일차 (7.19) - 인천 → 카타르 → 카사블랑카 → 마라케시>
저희 본샹스 팀이 타게 될 비행기가 19일 새벽 12시 45분에 출발이었기 때문에 저희 팀은 일찍 집합하기로 하였습니다. 18일 오후 8시 30분에 인천국제공항에 집합하였고 수속을 밟고 식사를 하였습니다. 전공수업시간에 배웠던 북아프리카, 특히 모로코에 간다는 생각에 기대 반 설렘 반이었습니다. 로컬리티 썸머스쿨에서 모로코 친구와 프로그램을 이수했던 나윤기 학우는 특히나 더 들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치안과 교통이 미흡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모로코에 입성했습니다. 카타르까지 10시간이 걸렸고 경유대기를 6시간, 카사블랑카를 거쳐 마라케시까지 8시간이 걸렸습니다. 카타르에서 매우 당황했던 것인데 오랜 경유시간을 거쳐서 탑승게이트에 갔는데 카사블랑카와 마라케시가 함께 쓰여 있어서 1차적으로 조금 당황했는데 비행기에 들어가서 출발하기 전에는 카사블랑카로 가는 비행기라고 안내방송이 나와서 2차적으로 당황했습니다. 승무원에게 마라케시로 가는 비행기인줄 알고 탔다고 하면서 자초지종을 물었는데 승무원도 잘 모르는 눈치였고 물어보고 온다고 해서 3차적으로 매우 당황했습니다. 잠시 후에 돌아와서 설명하기를 카타르에서 마라케시로 직접 가는 비행편이 없고 카사블랑카를 경유해서 마라케시로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걱정은 풀렸지만 카사블랑카에 도착한 후 비행기 내부 청소를 하고 새로운 승객을 받고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어 일정은 더욱 지체되고 몸은 더 피로해졌습니다. 예상했던 바이지만 오랜 비행시간과 거듭된 딜레이 때문에 매우 지친 상태였습니다. 마라케시-메나라 공항에서 환전을 하고 나와서 택시를 잡으려 했는데 역시나 외국인들 상대로 택시비 가격을 높게 부르고 있었습니다. 현지시각으로 오후 8시에 공항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짐도 많고 육체적으로 몹시 피로하여 적당히 흥정하다가 동일한 거리 3번 탈 수 있는 금액을 내고 Riad Rose Meryam이라는 숙소로 갔습니다.
리아드(Riad)란 모로코의 전통적인 가옥형태로 저희 숙소가 묵었던 숙소는 실제로 가족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에어비앤비처럼 민박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다만 그 점 때문에 현금결제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숙소 비를 현금으로 뽑아서 지불하겠다고 말했는데 돈은 일찍 줄 필요가 전혀 없으며 체크 아웃할 때 줘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탕헤르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호텔을 제외한 민박시설에서 비용 지불은 우리나라처럼 처음 체크인 할 때 해야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집주인께서 저희에게 마라케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셨고 식당과 랜드마크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곳 마라케시는 밤늦게까지 사람들이 돌아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마라케시 메디나에는 경찰들이 어디에나 순찰을 돌고 있으며 숙소 바로 옆에는 실제로 왕족이 살고 있는 바히아 궁(Palais Royal)이 있기 때문에 군인들도 경계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메디나의 특정 구역만 가지 않는다면 새벽 3시에 돌아다녀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저희는 저녁 늦게 돌아다니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치안이 매우 안정되어있다는 사실에 안심하였습니다. 저희 본샹스 팀은 남자 1명, 여자 2명으로 이루어진 탐사팀인 만큼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담을 덜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조언을 얻고 방에 들어간 후 씻고 기절하다시피 잠에 들었습니다.
<탐사 2일차 (7.20) - 마라케시>
20일에는 마라케시의 메디나(구시가지)를 탐사하는 날입니다. 메디나란 아랍어로 ‘도시’라는 뜻으로 모로코에서는 구시가지를 뜻합니다. 옛날에 지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도시구조가 계획적이지 않고 불규칙적이고 미로의 형태를 띠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침 6시가 되자 여러 마리의 참새가 리야드 내부로 들어와서 지저귀는 바람에 강제로 기상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마라케시에서 머무르는 3박 4일동안 지속되었고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가 상황에 따라서 소음공해가 될 수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아침 8시가 되자 조식을 기다렸는데 메뉴는 모로코 전통 빵인 홉스와 팬케익, 달걀후라이가 나왔습니다. 홉스란 모로코 사람들의 주식으로 밀가루, 꿀, 올리브유, 소금 등을 넣고 구워낸 빵으로 겉은 잘게 갈린 곡식이 박혀있는 빵입니다. 식감이 거칠거칠한 듯 하면서 속은 부드러워 저희의 입맛을 돋구어줬습니다. 이슬람교이기 때문에 육류를 어디까지 먹을 수 있을까 조사했었는데 달걀과 해산물은 그냥 먹어도 괜찮지만 돼지고기는 금지이고 나머지는 ‘할랄’방식으로 도살한 고기만 먹을 수 있습니다. 음료로는 기본적으로 오렌지쥬스와 커피, 그리고 모로코 전통 민트 티가 나왔는데 나윤기 학우는 그 달달하고 향긋한 풍미에 빠졌습니다. 더불어 요거트까지 제공했습니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이지만 향신료점(épicerie-에피스히)이 많았습니다. 이름만 봐서는 향신료가게인데 향신료뿐만 아니라 물, 간식류, 빵, 담배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판매합니다. 복잡한 메디나의 구조상 큰 상점을 짓기 어렵기 때문에 작은 구멍가게 형식으로 메디나 곳곳에 여러 군데 있었습니다. 로컬리티 썸머스쿨에서 만난 모로코 친구에 의하면 모로코는 편의점이 없기 때문에 실생활에 필요한 여러 물품을 사기 위해서 굳이 Carrefour나 Acima같은 대형 슈퍼마켓에 가지 않고 근처의 에피스히로 간다고 하였습니다.
메디나 탐사를 시작하기 전에 과거에 왕궁으로 쓰였던 엘 바디 궁전에 갔습니다. 알라윗 왕조가 도읍을 메크네스로 옮기면서 내부자재를 뜯어 새 왕궁을 짓는데 이용했기 때문에 내부는 비어있는 듯 했고 뼈대만 남아있었습니다. 내부가 되게 아름다웠고 궁전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는 마라케시의 메디나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메디나 근처로 걸어갈 때 큰 광장이 있었으며 이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마차가 정렬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며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마라케시 메디나를 한바퀴 돌며 여러가지를 설명해준다고 합니다.
이후에 메디나로 들어갔습니다. 듣던 대로 내부는 상당히 복잡했고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지만 집주인께서 주셨던 마라케시 지도와 구글 지도 덕분에 쉽게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관광코스로만 돌아다니지 않고 관광객들이 가지 않을 법한 메디나 골목 구석구석을 다녔습니다. 볼거리가 많은 곳도 좋지만 그곳의 뒤에 숨겨진 공간을 돌아다니는 것이 탐사로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로코의 전통시장인 쑤크(souk)도 보았습니다. 과일이나 식자재 뿐만 아니라 그릇, 옷가지 등 생활용품을 두루두루 파는 것을 보아 우리나라의 시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메디나 내부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집주인이 추천했던 식당이었는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모로코 전통음식 전문점이었습니다. 저희는 거기에서 첫 모로코 음식을 먹게 되는데, 양고기 따진과 닭고기 따진, 그리고 모로칸 샐러드였습니다. 모로코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다고 했던 선험자들의 말을 듣고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잘 맞아서 좋았습니다.
호화로운 식사를 마친 후 저희는 제마 엘 프나 광장으로 갔습니다. 제마 엘 프나 광장은 마라케시의 상징으로 ‘사자의 광장’이란 뜻으로 죄인들을 처형하고 그 잘린 목을 효수한데서 유래했습니다. 지금은 ‘축제의 광장’ 혹은 ‘고동치는 메디나의 심장’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광장에 쓰임새가 변하여 낮에는 뱀과 원숭이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 공연을 볼 수 있고 헤나를 해준다거나 사하라 사막 투어를 홍보하고 밤에는 야시장이 있어서 다양한 음식을 팔며 매우 생기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곳은 오렌지쥬스가 유명한데 모로코의 뜨거운 햇빛을 받고 자란 오렌지쥬스 한잔이 4디르함 (약 500원)밖에 하지 않습니다.
메디나에서는 이슬람 도시의 전통적인 사회구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창문이 거의 없는 벽과 구부러진 입구에 의해 외부 시선으로부터 이중으로 차단된 집은 ‘데르브(Derb)’를 향해 열려 있습니다, 데르브란 넓은 길로 구성된 순환 시스템과 연결된 막다른 골목을 의미합니다. 몇 개의 데르브가 모여서 목욕탕(Hammam), 에피스히(향신료 가게) 등을 갖춘 구역인 ‘하우마’가 됩니다. 그곳은 어린 아이에게는 사회화의 공간이며 어른에게는 이웃과의 교제 및 자신의 신분 확인공간입니다. 같은 데르브에서 태어난 사람은 평생동안 공통된 근원에 대한 의식을 간직한다고 합니다. 반면에 현재의 도시는 폭발적 모순의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과거에 유럽인이 신도시를 떠나자 상층 계급이 무슬림들이 거주하던 구도시를 떠나면서 구도시에 일시적인 공백 상태가 나타났으며 독립 후 1960년대 이래로 마그레브 도시는 더욱 복잡해졌고 메디나(구도시), 뉴 시티(신도시), 그리고 빈민촌으로 편성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열심히 돌아다닌 후 숙소에 돌아와서 정리를 하였습니다. 모로코에 먼저 다녀온 로컬리티 챌린지 선험자들이 말하기를 여름에 가면 숨도 못 쉴 정도로 덥다, 하루에 샤워 세 번했다 등등 겁을 많이 먹고 갔지만 실상은 햇빛만 가리면 높은 기온에도 불구하고 견딜만 했습니다. 습도가 낮았기 때문에 그늘에 있으면 오히려 시원했고 동시기에 한국의 날씨가 매우 고온다습하여 불쾌지수가 높다고 친구들에게 들었습니다. 저희 팀은 아이러니하게도 아프리카로 피서를 온 기분이 들었다고 서로 이야기했습니다.
첫날 마라케시에서 느낀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사람들이 영어를 잘합니다. 확실히 관광도시로써 유명한 마라케시이다 보니 경찰, 군인, 택시기사, 상점주인들 뿐만 아니라 그냥 일반 시민들도 영어를 유창하게 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저희가 프랑스어로 말을 걸고 이어나가려고 해도 계속 영어로 답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프랑스어가 불편할 수도 있을 관광객들을 배려해주는 차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불친절하고 프랑스어도 제대로 못한다고 들었었는데 이와는 정반대로 매우 친절하고 다양한 언어에 유창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둘째, 도시가 온통 다 붉은 색입니다. 마라케시의 로고 색깔은 오커-레드 (ochre-red)로 적황토색이 상징 색깔입니다. 이 지역 토양의 특징으로 상당히 아름다웠습니다. 저희가 참고한 영화 ‘much loved’는 마라케시의 메디나에서 촬영되었는데 영화 분위기에 따라 채도를 매우 낮추어 칙칙한 색감으로 표현되었었고 ‘걸어서 세계속으로’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동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고 ‘붉은 진주’라고 불리는 것처럼 마라케시의 색깔은 상당히 강렬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셋째, 길가에 쓰레기를 거의 보지 못하였습니다. 길거리는 깨끗하고 청결했으며 골목골목을 돌아다녀도 바닥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역시 관광도시로서 도시가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탐사 3일차 (7.21) - 마라케시>
21일은 마라케시의 신시가지로 가는 날입니다. 겔리즈(Gueliz)구로 가기 전에 입생로랑이 소유하고 있다는 마조렐 정원(Jardin Majorelle)에 먼저 가기로 했습니다. 도시속에 있는 정원이라 소박하게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규모도 꽤 컸고 다양한 선인장과 나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부의 건물들은 색감이 정말 아름다웠고 정원에 전체적으로 예술의 손길이 닿아있었습니다. 대부분이 관광객들이었고 동양인 여행객이 두 팀 정도 있었지만 둘 다 중국인들이었습니다. 프랑스의 바캉스 기간과 겹쳐서 프랑스인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고 아프리카에서 동양인과 프랑스어로 대화하니 묘한 기분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겔리즈 구는 ‘much loved’ 영화에 등장한 메디나 근처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도로는 계획적이었으며 실제로도 겔리즈 구는 로컬리티 썸머스쿨에서 만난 모로코 친구에 의하면 마라케시에서도 가장 도시화가 진행된 곳이라 합니다. 데르브(골목길)는 거의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길목에 신축건물 공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주상복합단지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에피스히는 겔리즈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메디나와는 달리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없는 곳임에도 환전소가 매우 많았습니다. 에덴 몰로 갈수록 프랑스 풍의 비스트로와 테라스가 있는 카페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보니 그런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일 큰 특징은 거의 모든 건물과 벽이 매우 붉었다는 것입니다.
겔리즈 구에 있는 쇼핑몰 에덴 몰(Carré Eden)에 갔습니다. 특이한 점은 쇼핑몰에 들어갈 때 공항에서처럼 몸과 소지품을 검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저희가 갔던 모로코의 모든 몰에 공통적으로 있었는데 전문적인 장비도 갖춘 모습을 보고 범죄 예방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있음을 느꼈습니다. 에덴 몰은 이름처럼(Carré) 가운데가 뻥 뚫린 사각형 형태를 띄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여러 브랜드가 입점해있었지만 저희에게 익숙한 브랜드가 대다수는 아니었습니다. 스포츠브랜드는 ‘Go Sport’라는 이름 하에 여러 브랜드가 모여 있었고 대부분의 상품이 세일가격 이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이했던 점은 ‘Go Sport’매장을 나왔는데 정장을 입은 직원이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까르푸나 다른 몰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추측하건데 도난사고가 많아서 이러한 도난방지 시스템과 직원을 고용하여 단속하는 것 같았습니다. 푸드코트는 서구화되어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햄버거 가게나 이탈리안, 그리고 스시를 파는 곳이 많았지만 모로코 전통음식을 파는 곳은 없었습니다.
겔리즈 구를 나와서 마라케시 기차역까지 걸어가면서 도시의 특징을 파악하고자 하였습니다. 마라케시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기차역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스케일이 다른 웅장함과 화려함을 보여줬습니다. 다음날 저녁에 10시간동안 탕헤르로 가는 야간기차 침대칸(couchette)를 예매하기 위해서 갔지만 아쉽게도 창구에서는 당일 기차 예매만 가능하다하여 발길을 돌렸습니다. 정미선 학우가 인터넷을 통한 예매를 하고자 약 1시간동안 씨름했지만 생각보다 잘 진행되지 않아서 포기하였습니다. 이후에는 택시를 타고 숙소로 복귀하였습니다.
<탐사 4일차 (7.22) - 마라케시 → 탕헤르>
23일에는 겔리즈 구 근처에 있는 이베르나쥬(Hivernage) 구에 갔습니다. 겔리즈 구와 마찬가지로 신시가지이며 서로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오후 8시에 출발하는 야간기차를 예매하기 위해 정오에 택시를 타고 마라케시 역으로 갔습니다. 가자마자 충격을 받은 사실은 침대칸이 모두 매진되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을 때 침대칸은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여유롭게 12시에 갔는데 출발 8시간 전에 매진되어서 모두 당황하였습니다. 할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1등석을 예매하였습니다. 그 이후 이베르나쥬 구에 있는 메나라 몰(Menara Mall)에 갔습니다. 메나라 몰에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 체인점인 칠리스(Chili’s)가 있어서 저희 팀은 신이 나서 들어갔습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흘러나오는 음악의 목소리가 익숙하다고 하여 곰곰히 생각해보았는데 알고보니까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외국에서도 유명한 한국인 여성 보컬인 제이플라(jfla)가 커버한 곡들이 연속으로 10곡 이상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인지한 저희들은 머나먼 아프리카 땅에서도 우리나라 가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참 묘하고 내심 자랑스러웠습니다. 밥을 먹고 메나라 몰에 갔는데 여기는 층마다 컨셉을 잡은 듯 하였습니다. 각 층마다 모로코식, 현대식, 고급 풍으로 인테리어를 달리 해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작은 폭포도 설치해놓았습니다.
메나라 몰을 둘러보고 Acima(우리나라의 롯데슈퍼)에서 간식거리를 산 후 숙소에 짐을 가지러 갈 때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택시를 탔겠지만 저희 본샹스 팀은 매체나 인터넷에 드러나지 않은 모습을 보는 것이 모로코 사람들의 근린시설과 생활모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생각하여 숙소까지 걸었습니다. 모로코 탐사 내내 상당히 많은 거리를 걸었습니다. 마라케시에서는 기온이 35도가 넘어갔고 햇볕이 매우 강했지만 습도가 낮아서 긴팔 긴바지와 모자로 무장하니 버틸만 했습니다. 걸어가면서 느낀 것인데 메나라몰, 마라케시 기차역 주변에는 호텔이 굉장히 많았지만 주택가는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는길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주택가와 동떨어져 있어서 주민들이 도보로 이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였고 실제로 주민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택시와 오토바이를 이용하였지만 저희 본샹스팀은 튼튼한 두 다리가 있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메디나 근처에 심심찮게 보이던 마차도 많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걸어가다가 뜬금 없이 도로 옆 모래사장에 큰 관광버스들과 같이있는 낙타 여러마리를 보았습니다. 저희는 A형 간염과 파상풍, 장티푸스 예방접종은 하고 왔지만 메르스는 무서웠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멀리서 구경하였습니다.
거의 30분을 걸어서 숙소에 도착한 후 짐을 챙겨서 택시를 탔습니다. 모로코 택시의 특징을 잠시 언급하자면 도시마다 택시들의 색이 다릅니다. 마라케시는 베이지색, 탕헤르는 하늘색, 카사블랑카는 빨간색이었습니다. 그리고 짐을 가지고 있거나 인원수가 많을수록 돈을 더 받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숙소에서 기차역에 갈 때는 택시비 흥정에 도가 튼 나윤기 학우의 덕분에 적절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나윤기 학우는 흥정할 때에는 눈을 보이면 마음의 변화를 읽힌다고 하여 선글라스를 필수적으로 착용하였습니다. 기차역에 도착하고 저녁은 KFC를 먹었습니다. KFC직원이 상당히 잘생겨서 정미선 학우와 임소현 학우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고 이는 모로코 탐사가 끝날 때까지 회자되었습니다. 모로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큰 키와 호리호리한 몸매, 그리고 빠져들 것만 같은 회색 눈동자를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남자들은 헤어스타일도 유럽식 스타일로 해서 나윤기 학우는 모델 같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널려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슬람 국가이지만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히잡을 쓴 여성이 연령대가 낮을수록 드물었고 복장 또한 대부분 유럽식 스타일로 입었습니다. 식사를 한 후 처음으로 기차에 탔습니다. 안타깝게도 화장실이 청결하지 않았고 의자가 뒤로 젖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편안하게 잠을 청하지 못했지만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탐사 5일차 (7.23) - 탕헤르>
저희 본샹스 팀은 10시간 정도의 긴 야간열차 여정을 끝내고 무사히 탕헤르에 도착하였습니다. 앉아서 긴 시간 동안 이동해야 했던 저희는 당장 도착했다는 기쁨보다 피곤해서 얼른 쉬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마라케시는 햇빛이 매우 강하여 탐사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탕헤르는 바람도 불고 매우 시원했습니다. 탕헤르에서 머물 동안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앞으로의 탐사가 기대가 되었습니다. 탕헤르는 모로코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스페인과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많고 유럽과의 교류도 활발하여 모로코 제1의 무역도시라고 불립니다. 실제로 자유무역구를 지정하여 활발한 무역을 권장하기도 합니다.
택시를 타고 메디나 중앙에 위치한 저희 숙소로 가던 중 처음 마주하게 된 탕헤르의 모습은 영화 <Rock the Kasbah> 에서처럼 하얗고 파랗다는 것 그 자체였습니다. 또한 흰 색 건물들이 언덕 위에 줄지어 있는 영화에서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니 마치 영화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었고 팀원들의 입에선 ‘영화에서 본 그대로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붉은 건물들이 주를 이루었던 마라케시와 달리 건물 색깔들부터 시원해 보이는 탕헤르의 첫 인상이 참 좋았습니다. 새벽 열차였기 때문에 예상보다 일찍 체크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어, 불어가 능통하던 마라케시 숙소 주인과 달리 탕헤르 호텔 직원은 스페인어만 사용할 줄 아는 청년이었습니다. 북부 쪽으로 왔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는 순간이었습니다. 겨우 의사소통을 하고 방을 배정받은 저희 팀은 3~4시간 정도 눈을 붙였고 오후에 숙소 근처 메디나와 카스바를 둘러보기로 하였습니다.
메디나가 구시가지를 의미하는 반면 카스바(Kasbah)는 ‘요새’라는 뜻으로 이슬람 도시의 방어를 위하여 시가지의 일부 또는 그 외곽에 지어지는 성을 뜻합니다. 성으로서의 방어시설 이외에도 내부에 궁전이나 고급 주거지역, 또는 모스크가 건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탕헤르의 카스바는 매우 유명하여 관광객도 많이 찾아오는 곳이며 영화도 많이 촬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의 대부분은 모로코에서 촬영되었고 탕헤르의 메디나와 카스바가 주요 무대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평온했던 새벽 풍경과 달리 오후에는 나오자마자 온갖 호객행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숙소가 메디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지 식당들의 호객행위가 매우 심했던 것 같습니다. 마라케시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 팀이 첫 날에 발견한 탕헤르의 가장 특징적인 차이는 첫 번째로, 주택과 상점들이 규칙 없이 섞여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숙소 근처에서 밤 늦게까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마라케시의 메디나는 광장과 다양한 상점들이 자리잡은 좁은 골목들로 이루어져있으며 주택가 근처에는 몇 몇의 작은 에피스히만 있는 분리된 형태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탕헤르의 메디나는 중심지 외에는 아주 좁은 골목들로 이루어져있었는데 그 좁은 골목조차도 사람이 매우 많았고 첫 날에는 지도를 봐도 길을 찾기 힘들 정도로 미로같이 복잡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우리 또래의 젊은 층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인종차별을 하고 조롱하는 사람들 또한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에피스히의 형태입니다. 탕헤르의 에피스히에는 과자, 물 등 포장되어있는 음식들 외에 빵이나 샌드위치 등을 같이 팔았습니다. 빵을 굽는 곳은 따로 있어 보였습니다. 빵을 구워서 각 에피스히로 배달하는 청년들을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탕헤르는 활발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던 첫날이었습니다.
<탐사 6일차 (7.24) - 탕헤르>
탕헤르 호텔에서 맞는 첫 아침이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저희를 깨우던 새 소리가 없어서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었습니다. 마라케시 숙소에서 준비해줬었던 조식에 매우 만족을 했었던 저희이기에 탕헤르의 조식 모습은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호텔 테라스에서 조식을 먹었는데 빵의 종류가 살짝 달라졌지만 마라케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빵(홉스)과 오렌지 쥬스, 커피가 나왔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마트에서 파는 과일요거트와 여러 종류의 과일까지도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다양성 면으로는 탕헤르가 더 좋았지만 마라케시에 비해 위생도는 조금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분 좋게 배를 채우고 탐사 준비를 한 후, 먼저, 전 날 제대로 보지 못했던 ‘1947년 4월 9일 광장’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러 나갔습니다. 1947년 4월 9일은 모로코의 국왕이었던 모하메드 5세가 최초로 모로코 독립을 선언한 날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탕헤르 메디나의 중심에 있는 광장에 이와 같은 이름을 붙였습니다. 광장은 전 날과 마찬가지로 매우 복잡했습니다. 이 광장 또한 여러 데르브가 한곳에 모이는 허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매우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도 하고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보아 탕헤르 메디나의 사회화의 공간임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탕헤르의 카스바 또한 매우 복잡하지만 그래도 어제 눈에 익혔던 풍경이기에 어제보다는 쉽게 길을 잘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모하메드 5가 쪽으로 나가 그 주변 근린 환경 탐사를 하였습니다. 저희는 주로 걸어서 탐사를 하다 보니 거리 구석 구석을 볼 수 있었는데 가장 놀랐던 점은 피제리아가 매우 많았다는 것입니다. 거리는 저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유럽 도시의 느낌이었습니다. 저희 숙소가 위치해있는 메디나와 이 곳의 느낌이 확 달랐습니다. 그러나 모하메드 5가에도 슈퍼마켓 형태의 상점이나 큰 몰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구글 지도에 까르푸가 있길래 찾아가보았는데 현재 건설 중에 있었습니다. 그것 외에는 대부분이 에피스히의 형태의 상점이었습니다. 아디다스, 나이키 등의 브랜드 상점 또한 하나도 볼 수 없었습니다. 탐사 중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 주변에 있는 음식점들을 알아보는데 괜찮아 보이는 곳이 있어서 가보았습니다. 겉에서 봤을 때는 우리나라의 호텔식 식당 같은 모습이어서 나윤기 학우는 저 곳은 우리가 갈 수 없을 정도의 매우 비싼 음식들을 팔 것 같다고 다른 곳을 찾아보자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 가격을 확인해보니 마라케시 메디나에서 방문했던 식당보다도 저렴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손님도 저희밖에 없어서 요리사분들이 직접 와서 챙겨주실 정도로 친절도와 맛, 가격 면에서 매우 만족한 한 끼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중식을 먹고 그 주변을 탐사하다가 잠깐 숙소에 들어왔습니다. 각자 휴식시간을 보내고 저녁 재료들을 사러 근처 슈퍼마켓을 찾아보았습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가 걸릴 정도로 꽤나 멀리 떨어져있었습니다. 슈퍼마켓이 위치해 있는 곳은 메디나 외곽이었습니다. 탕헤르에 와서 시끄럽고 정신없는 모습에 익숙해져 있던 저희 팀원들은 마라케시처럼 평온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이 곳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주택들은 현대적인 형태를 띠고 줄지어있었으며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현대적인 모습의 식당과 슈퍼마켓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본 부분적인 모습만 보고 이 도시를 정의해버리면 안 되겠다고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고 앞으로 탐사하면서 알게 될 탕헤르의 다른 모습들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신기했던 점은 탕헤르가 스페인과 가까이 접해있어서 그런지 슈퍼마켓엔 스페인어가 대부분이었고 영어와 프랑스어, 아랍어가 조금씩 보였습니다. 또한 모든 상품에 가격표가 붙어있지는 않아서 장을 보기에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오는 길에는 사립학교가 있었는데 담장과 철조망 위에 깨진 유리조각들을 박아둔 모습이었습니다. 한국의 학교들과 달리 보안이 매우 철저해 보였습니다.
첫 날 느낀 것처럼 둘 째 날도 차가 매우 많다고 느꼈습니다. 택시는 우리나라의 두 배 정도로 많았는데 이용하는 손님들도 매우 많아서 택시를 잡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손님이 있어도 더 탈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같은 방향인 손님을 더 태우는 합석의 형태가 일반적이었습니다. 마라케시에 택시가 많았던 것은 관광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탕헤르나 카사블랑카 또한 정말 많았습니다. 반면에 버스나 버스 정류장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두 번째로 놀랐던 점은 저녁에도 카스바 주변이 매우 활발했다는 점입니다. 오후 8시가 넘어갔는데도 오히려 아이들이 저녁에 훨씬 많이 보였고 시장도 더 활기 찬 모습을 띠었습니다. 아무래도 햇빛이 강한 모로코의 날씨 특성 때문에 자리 잡은 문화인 것 같습니다. 세 번째로, 마라케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 외에는 관광객이나 외국인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돌아다닐 때마다 신기하다는 듯한 시선들이 집중되었고 우리 또래의 사람들은 우리를 놀리듯이 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매너 없는 모습에 많이 실망도 했지만 모하메드 5가 주변 탐사 중에 케이팝 팬인 두 모로코 소녀들을 만나는 경험도 하였습니다. 그들은 한국을 동경하였고 한국인을 만났다는 사실에 매우 신기해했습니다. 케이팝의 위상에 감탄을 하고 모로코인들에 대한 경계를 조금 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은행이 매우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10분에 한 번 꼴로 은행이나 ATM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은행이 한국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덕분에 현금이 필요할 때 쉽게 인출할 수 있었습니다. 전공수업시간에 들었던 바로는 이슬람 문화권에는 은행권이 많이 발달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시장이 활발해지려면 사람들이나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많이 해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슬람의 교리상 어떠한 것을 빌려주었을 때 그것 이상으로 돌려받는 것을 윤리적으로 어긋난다고 합니다. 즉, 대출 이자를 받는 것이 금기시되었기 때문에 그동안 경제의 상대적으로 더딘 성장세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은행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정미선 학우에 의하면 거리에 있는 대다수의 은행이 프랑스의 것이며 모로코 현지화가 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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