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ity Challenge

해외탐사 프로그램 ‘Locality Challenge’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 알고 계십니까? ‘Locality Challenge’는 자신이 공부하는 지역을 직접 탐사하는 해외탐사 프로그램입니다.

참여하는 학생들은 탐사지역에 관해 인문·지역학적 탐구과정을 실시해 계획을 수립·발전시키고, 각 지역의 지역학적 효용가치를 재발견하며 도전정신을 배양하게 됩니다.

‘Locality Challenge’를 통해 학생들은 인터넷과 책에서만 보던 지역을 눈으로 직접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으며, 광역특화전공 내 4가지 트랙의 오지성 지역을 팀원들과 함께 구석구석 탐사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됩니다.

Title [2기] [유라시아] - 늘보댁과 언어학자들 팀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3-25 15:06 Read 3,143

본문

탐사테마

 

주제 선정 배경

저희는 전공 언어인 카자흐어와 우즈베크어를 공부하는 도중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먼저 카자흐스탄에서는 카자흐어보다 러시아어가 더 많이 쓰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미래에 카자흐인과 카자흐어로 대화할 것을 꿈꾸며 공부해왔는데 정작 카자흐인들은 러시아어를 카자흐어보다 더 잘 구사하며 심지어는 카자흐어를 모르는 카자흐인도 있다고 하니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에 다녀오신 선배님들과 교수님들께서는 서로 의견이 갈리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에 다녀오신 분께서는 예전보다는 카자흐어가 더 많이 쓰인다고 하셨고 또 어떤 분께서는 여전히 러시아어가 중요하다고 하셔서 더욱 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또한 우즈베키스탄은 1995년에 키릴 문자에서 라틴 문자로 문자 개혁을 하였는데, 아직도 키릴 문자가 상당히 많이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라틴 문자로 된 우즈베크어를 배우고 있지만 신문 같은 출판물들을 여전히 키릴 문자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희는 카자흐스탄에서 카자흐어가 어느 정도로 쓰이는지,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라틴 문자가 많이 쓰이고 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카자흐어 vs 러시아어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러시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입니다. 광활한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인구의 20% 이상이 러시아인이기에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어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카자흐어와 함께 러시아어가 카자흐스탄의 공용어로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카자흐어를 장려하는 정책을 꾸준히 강화해오고 있고 그에 따라 카자흐어 사용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희는 카자흐어 장려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2016년의 카자흐스탄에서 카자흐어가 어떠한 곳에서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를 직접 탐사하였습니다.

 


라틴문자 vs 키릴문자

1995년에 우즈베키스탄은 수십 년 동안 써왔던 키릴문자를 라틴문자로 전환하는 문자 개혁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즈베키스탄의 기성세대들에게는 여전히 키릴문자가 더 익숙하게 느껴지고, 많은 출판물들이 아직도 키릴 문자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라틴문자가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몇 십 년 후에는 완전한 라틴문자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는 문자 개혁 정책의 과도기에 있는 2016년의 우즈베키스탄에서 라틴문자로 쓰인 우즈베크어가 키릴문자로 쓰인 것에 비해 얼마나 많이 사용되고 있는지, 즉 문자 개혁 정책의 성과를 직접 탐사해 보았습니다. 

 

 

탐사목표

 

우리 팀의 탐사목표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의 각 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하여, 카자흐스탄에서 카자흐어의 위치와 우즈베키스탄에서 문자 개혁 정책의 실효 정도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중앙아시아학과에서 카자흐어와 우즈베크어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카자흐스탄에서 카자흐어어보다 러시아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우즈베키스탄에서 현재의 라틴 문자 체계보다는 예전의 키릴 문자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 대해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직접 현지에서 각 언어의 사용 실태를 조사하여 해결하고자 합니다. 주로 현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 문화시설, 시장, 각종 서적 및 신문 위주로 방문 및 이용해보고, 그것을 토대로 카자흐어가 실제 생활 속에서 어느 정도로 쓰이는지, 우즈베크어가 어떤 문자로 많이 쓰이는지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의 탐사 목표는, 카자흐스탄에서의 카자흐어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카자흐어가 '국가어'이지만 러시아어는 '공용어'이자 '민족간 소통언어'로 지정되어 두 언어가 모두 공용어로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과거 소련의 지배 당시 정책에 따라 국민 대부분이 러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했고, 그 영향으로 아직까지도 문화, 학문, 생활 전반적으로 러시아어의 사용이 만연해져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카자흐스탄 정부는 카자흐어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며, 정부의 모든 문서는 카자흐어로만 작성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광장, 서점, 지하철역, 백화점 등을 방문하여 그 곳의 언어 실태를 조사하여 이러한 카자흐스탄 정부의 노력이 실제로 국민들의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또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우즈베키스탄 문자 개혁 정책의 실효 정도를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우즈베크어를 공용어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독립 이후에 우즈베크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고, 또한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민족주의 노선에 따라 2004년부터는 100% 우즈베크어로만 공식 서류가 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문이나 TV, 책 등에 아직까지도 키릴 문자로 쓰이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우즈베키스탄의 광장, 국립 도서관, 대학교, 시장, 상점 등에서 키릴문자에서 라틴문자로의 전환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조사하였습니다.

우리 팀은 단순히 카자흐어와 우즈베크어의 사용 실태를 체험하는 것을 넘어서 카자흐어와 라틴 문자로 쓰인 우즈베크어가 쓰이는 현장을 사진으로 남기고 최근의 실태를 기록함으로써,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언어 사용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러한 자료는 국내에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언어 정책 연구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됩니다. 또한 카자흐스탄에서 카자흐어의 위치와 우즈베키스탄 문자 개혁 정책의 실효성을 체감하면서 전공자로서 전공 언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앞으로의 학업 계획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탐사내용

 

1/22 <카자흐스탄>

알마티 - 1일차

탐사를 시작하기 위해 부푼 마음을 가득 안고 모든 팀원들이 인천 국제공항에서 만나 6시 10분에 알마티로 출발했다. 6시간 5분의 비행을 마치고 알마티 국제공항에 현지 시각으로 10시가 넘어 도착했다. 알마티 공항은 생각보다 굉장히 깔끔하고 작지 않은 규모였다. 도착하자마자 탐사 주제와 걸맞게 카자흐어와 러시아어가 모두 표기 되어 있는 표지판들이 눈에 띄었다. 어찌보면 언어정책이 반영된 당연한 광경이지만 같은 내용을 카자흐어, 러시아어, 영어 순으로 같이 써 놓은 것이 신기했다. 짐을 찾고 나와 공항 내에 있는 상점에서 유심칩을 구입했다. 카자흐어와 러시아어 두 언어를 함께 사용하면서 종업원과 소통을 했는데 두 언어 모두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심침 구입 후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외국인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어 2배 3배 이상 택시 값을 부르는 택시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전 조사를 통해 생각하고 있던 택시요금과는 큰 차이가 있었지만 모두들 한 통속으로 우리를 속여 우물쭈물 망설이고 있었을 때 한국어를 공부하는 고마운 분들이 제대로 된 값에 택시를 불러주어서 바가지를 쓰지 않고 안전하게 스카이 호스텔로 이동했다. 알마티 시내에 위치해 있지만 호텔이 아니고 호스텔이다 보니 위치를 아는 택시기사가 몇 안 될 정도로 스카이 호스텔은 생각보다는 시설이 별로였다. 11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마치고 각자 짐 정리를 마치고 짧지만 짧게 느껴지지 않았던 알마티에서의 첫 날을 마무리 했다. 

 

1/23 알마티 - 2일차

 

숙소 근처에 위치한 KFC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환전소에 들려 환전을 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근처에 위치해 있는 것에도 불구하고 환전소 마다 환율이 다른 점이 인상 깊었다. 환전을 마치고 바이코느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면서 시내의 중심지로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이었다. 지하철을 타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인 수도 역할을 하는 알마티에서 언어정책이 잘 반영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하철 역 간판, 노선표, 안내 책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예상과 다르지 않게 공항처럼 지하철에서도 카자흐어와 러시아어과 병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바이코느르 지하철역에서 20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 탐방한 곳은 크탑타르 서점이다. 지하철역에서 주변에 위치해 있어 걸어서 이동했다. 서점에는 다양한 종류의 서적들이 있어 출판물에서의 카자흐어 사용 실태를 조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소설, 동화, 학술도서 등 종류별로 서적들을 살펴보았다. 각 종류별로 카자흐어 또는 러시아어 중 어느 것으로 더 많이 출판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았다. 카자흐어와 러시아어 비슷하게 출판 될 거라고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러시아어로 출판된 책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탐사 자료로 남기기 위해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로 출판 된 서적들을 각 각 구입했다.

서점에서 조사를 마치고 알마티 신광장으로 이동했다. 공화국 광장으로도 불리는 신광장의 남쪽에는 대통령 궁과 구 정부청사, 그리고 국영 텔레비전 방송국 건물이 있었다. 알마티 신광장은 알마티에 있는 광장 중 가장 큰 광장인만큼 기념비와 간판에 쓰이는 언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광장 바로 옆에 위치한 지하상가를 방문하여 여러 상점들 또한 살펴보았다.

버스를 타고 콕 바자르로 이동했다. 콕 바자르는 알마티의 중앙 시장으로 규모가 매우 컸다. 시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간판, 표지판, 가격표 등을 관찰했다. 볼거리가 굉장한 만큼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탐사 자료로 남기기 위해 양해를 구하고 몇 장을 촬영하고 무음으로 몇 장 찍기도 했다. 또한 직접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로 가격을 물어보고 물건을 구입하며 구두 언어에서의 카자흐어와 러시아어의 사용 실태를 체험해 보았다. 우리가 카자흐어로 먼저 말을 걸면 카자흐어로, 러시아어로 말을 걸면 러시아어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시장 상인들 사이에 대화도 들으며 두 언어 중 어떤 언어가 더 보편적으로 쓰이나 알아보았다. 러시아어가 더 많이 들렸지만 카자흐어 또한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일정에는 없었지만 콕 바자르 탐방을 마치고 시장 주변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민속악기 박물관을 방문했다. 처음에는 잘 알지 못하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깔끔하게 전시되어 있었고 시설이 매우 좋았다. 터치화면을 통해 전시된 악기에 대한 정보를 다 알 수 있는 시설 뿐 아니라 악기 연주를 들을 수 있게끔 구성해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박물관에서도 다른 곳들과 다르지 않게 두 언어가 병기되어 있었다.

박물관 탐방 후에 바로 앞에 위치한 판필로바 28인 전사 공원도 들렸다. 웅장한 동상들과 불을 지펴놓은 것을 보고 장엄한 분위기가 물씬 났다. 러시아 건물 형식으로 건축된 화려한 건물도 볼 수 있었다. 일정에는 없었지만 가보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만큼 멋진 곳이었다. 사실 상 알마티 시내를 돌아다닌 첫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보람찬 마음으로 숙소에 도착하여 하루를 마무리 했다.

 

1/24 알마티 - 3일차

 

원래 일정대로는 구광장, 백화점 탐방 후에 놀이공원과 서커스장에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동선을 생각해 판타지 월드 놀이공원으로 먼저 발걸음을 내딛었다. 멀리서 보이는 놀이공원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여러 종류의 놀이기구들이 있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갔지만 겨울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실망스러운 답변을 들었다. 성인들도 많이 이용하지만, 주로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이 많은 만큼 놀이공원에서 쓰이는 언어를 집중적으로 관찰할 예정이었는데 그럴 수 없어서 너무 아쉬운 마음이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놀이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환타지아 서커스장으로 이동했다. 서커스장은 카자흐스탄 전통 천막인 유르타를 본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부디 서커스는 공연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절망스럽게도 서커스 또한 공연을 1월 31일부터 한다고 했다. 서커스장에서 공연을 즐기기도 하지만 서커스장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집중해서 듣고 사진 촬영이 허용되어 있는 만큼 많은 사진을 자료로 남길 예정이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서커스장 바로 앞에 위치한 М. Əуезов театры 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전 날에 지하철역을 탐방하긴 했지만 직접 지하철을 타진 않아서 내부를 구경하지 못했었다. 직접 본 지하철 내부는 굉장했다. 한국에 있는 지하철역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굉장히 화려하고 넓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역마다 다른 테마로 지하철을 꾸며 놓았다고 한다. 지하철을 타서도 생소한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정신없이 구경하던 사이에 어느새 Жібек жолы 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나와 알마티 구광장으로 향했다.

 

알마티 구광장은 예전에 카자흐스탄 공화국의 의회로 쓰였던 건물이 위치해있었다. 구광장에 있는 두 인물의 동상이 굉장히 인상에 깊었다. 알리야라는 위인의 동상이었는데 실제로 중앙아시아학과 카자흐어 원어민 교수님 이름과 같기 때문이다. 교수님이 자신의 이름에 대해 설명해 주셨을 때 카자흐스탄의 여장군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실제로 동상을 보게 되니 색다르고 신기했다. 동상을 관찰 한 뒤 광장의 기념물들에 적힌 언어와 아빌라이칸 거리의 간판들에 적힌 언어를 중점적으로 관찰하였다.

 

광장에서 10분 쯤 걸어가 쭘 백화점에 도착했다. 쭘 백화점은 러시아식 백화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백화점이지만 그 안에서 카자흐어가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매장을 둘러보며 주로 어떤 종류의 상품들이 카자흐어로 소개되어 있는지, 매장 내에 쓰인 언어를 중점적으로 관찰했다. 그런데 쭘 백화점은 생각보다 작았고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아 보일 만큼 사람들이 붐비지 않았다. 기대와는 다른 모습에 약간은 실망이었다.

 

쭘 백화점 구경을 마치고 백화점 앞에 LG거리를 걸었다. 카자흐스탄에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한국인으로서 굉장히 뿌듯했다. 거리에는 다양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공연을 하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거리의 분위기를 느낀 후 도스특 플라자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알마티 3일차 일정은 LG거리를 마지막으로 끝이지만 내일 인야즈 대학교를 방문하기 위해 4일차 일정인 도스특 플라자를 하루 앞당겨 갔다. 도스특 플라자는 메데우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고급 쇼핑몰이다. 개설한지 얼마 되지 않아 큰 규모와 특이한 건물 양식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큰 규모의 고급 백화점과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을 굉장한 규모였다. 카자흐스탄의 경제 수준을 잘 보여주는 곳이라고 생각된다. 현대의 카자흐스탄의 모습을 잘 나타내는 이곳에서 쓰인 언어를 조사하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도스특 플라자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3일차 일정을 마쳤다.

 

1/25 알마티 – 4일차

쉼켄트 – 1일차

 

숙소 근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인야즈 대학교로 향했다. 원래 오늘 일정인 도스특 플라자 탐방을 전날 끝마쳤기 때문에 비어있는 시간을 중앙아시아학과에서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 학교 중 하나인 인야즈를 탐방하기로 하였다. 또한 당시 단기 연수로 인야즈에 재학중인 선배분들도 계셔서 만나서 인야즈를 둘러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숙소의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일찍 돌아왔고, 결국 수업 시간이 겹쳐 선배분들과 만나지 못하였다. 우리끼리 인야즈를 한 바퀴 돌면서 건물에 적힌 이름과 시설물들을 관찰하였다. 모두 카자흐어와 러시아어가 병기되어 있었다. 

인야즈 대학 탐방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공항에 도착해서 공항에서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여유롭게 기다리다 쉼켄트행 아스타나에어 비행기를 탔다.

 

알마티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현지시각으로 오후 8시 30분경에 쉼켄트 공항에 도착하였다. 처음 카자흐스탄에 도착했을 때와는 다르게 알마티에서의 경험을 통해 빠르게 공항을 나와 택시 흥정을 하였다. 쉼켄트 호텔에 도착하고 무사히 체크인을 마쳤다. 호텔의 시설은 알마티에서의 숙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덕분에 공항에서 대기하고 숙소로 이동하던 시간 동안의 피로가 모두 풀리는 기분이었다.

 

1/26 쉼켄트 – 2일차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바로 택시를 잡아 오르다바스 광장으로 향했다. 오르다바스 광장에는 카자흐스탄 독립 20주년을 기념하는 독립공원이 있었다. 곳곳에 기념비들이 많이 세워져있었는데 단 하나의 기념비를 제외하고 모두 카자흐어로만 쓰여 있었다. 그 하나의 기념비 또한 카자흐어와 러시아어의 병기일 뿐 카자흐어가 쓰이지 않은 곳은 없었다. 물론 국가에서 만든 기념물인 만큼 국가 정책이 잘 반영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지만, 알마티에서 본 카자흐어-러시아어 병기의 모습과는 다르게 카자흐어 단독 표기가 눈에 띄었다. 아마도 독립 2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물인 만큼 비교적 최근에 세워졌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 

독립공원에서 아래를 내다보니 모스크가 눈에 띄었다. 일정에는 없었지만 모스크에도 한 번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종교적인 시설인데다가 이슬람 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외부인에게 개방적이었다. 기도를 드리는 장소에는 들어가지 못하였지만 모스크 내부 관계자의 허락을 구하고 내부 시설을 볼 수 있었다. 종교시설 만큼은 러시아어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지 못한 것 같았다. 내부의 언어는 모두 카자흐어로 되어 있었고, 근처의 이슬람 상점에서는 이슬람경전인 쿠란이 카자흐어 또는 아랍어로만 인쇄되어 있었다.

 

모스크에서 나와 맞은편 거리를 걸으며 간판들을 촬영하였다. 택시를 타고 공항에서 숙소로, 숙소에서 오르다바스 광장으로 갈 때에도 간판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알마티에 비해 카자흐어의 비중이 조금은 더 높은 것 같았다. 모스크 맞은편 거리를 걸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베르흐니 시장이 나온다. 베르흐니 시장은 알마티의 콕 바자르에 비하면 조금은 시설이 낙후된 듯 보였다. 그리고 콕 바자르와는 다르게 식품을 판매하는 곳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잡화 판매상들과 혼재되어 있었다. 사람도 많고 길목도 좁아서 돌아다니기에도 약간 불편하였다. 지나다니면서 상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대체로 카자흐어가 우세하였다. 아쉽게도 주변이 시끄러운 탓에 제대로 녹음할 수 없었다. 콕 바자르의 경우 식료품의 종류에 따라 안내 푯말이 있었던 반면 이곳에서는 단순히 가격을 숫자로 표시한 것에 그쳐 어떠한 언어로 쓰여 있는지를 조사할 수는 없었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간식거리를 산 후, 시장 내부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식당에서 쇼르바, 플롭, 샤슬릭, 라그만 등의 음식들을 먹었고, 식당 주인과 식사하시는 분들에게 설문 조사를 하였다. 

설문 조사를 마치고 시장을 나와 메가 센터로 향했다. 비가 왔기 때문에 센트럴 파크로 가는 일정을 취소하였다. 또한 메가 센터에서 영화를 볼 예정이기에 시간 문제도 있고 이미 기념물에 쓰인 언어를 오르다바스 광장에서 충분히 확인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메가 센터는 알마티의 쭘 백화점 정도 크기의 쇼핑몰이었다. 영화 시간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먼저 영화표를 예매하였다. 그런 다음에 점심 식사의 느끼함을 메가 센터 내의 마트에서 산 음료수로 달래며 메가 센터 곳곳을 둘러보았다. 제법 카자흐어가 많이 쓰여 있었지만 대부분 러시아어와 병기되어있었다. 영화 시간이 돼서 극장으로 들어갔다. 카자흐어와 러시아어가 병용될 거라고 생각하였지만, 정말 단 한 마디의 카자흐어도 들리지 않았다. 시작하기 전 광고부터 모두 러시아어로 되어 있었고, 영화는 미국 영화인데 자막판이 아니라 러시아어로 더빙이 되어있었다. 광고가 나올 때 어떤 언어의 비중이 더 높은지를 알아보기 위해 녹음기를 켰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러시아어로 도배되어 있어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메가 센터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숙소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전기구이 통닭과 쇼르바, 쌈싸 등을 먹으면서 식당 안의 사람들에게 설문 조사도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식료품점에 들렀다. 그런데 우리는 그곳에서 직원과 카자흐어로 대화하는 도중 발음이 약간 이상함을 느꼈다. 지방 사투리라고도 여길 수 있었지만 우즈베크어의 발음과 비슷한 것 같아 곧바로 직원에게 우즈베크어로 말하였더니 우즈베크어로 대답하여 놀랐다. 이후에 타슈켄트로 가기 위해 쉼켄트 공항에 있을 때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이야기했던 사람 또한 쉼켄트에 거주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이었는데, 쉼켄트가 우즈베키스탄과 가까운 지역에 위치해 있어 우즈벡인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쉼켄트에서 카자흐어와 우즈베크어를 둘 다 구사하는 사람들을 만난 경험은 카자흐스탄의 언어 실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1/27 쉼켄트 - 3일차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 1일차

호텔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급하게 쉼켄트 공항으로 향했다. 쉼켄트에서 타슈켄트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없어 알마티를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야 했다. 비가 오는 바람에 비행기가 30분 연기되어 알마티 공항에 도착 후 급하게 타슈켄트행 비행기로 이동하였다. 알마티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현지시각으로 오후 1시경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에 도착하였다.

 

공항의 안내 표지판에는 우즈베크어와 영어가 표기되어 있었는데, 우즈베크어는 키릴 문자가 아닌 라틴 문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또한 러시아어가 표기되어 있는 카자흐스탄과는 달리 공항의 안내 표지판에는 러시아어가 적혀있지 않았다. 이는 우즈베키스탄의 언어 정책과 깊이 관련이 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짐을 찾는 곳으로 나오자 러시아어 표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관되지 않은 표기에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점점 많은 러시아어 표기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우즈베크어는 모두 라틴 문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키릴 문자로 적힌 우즈베크어는 찾기 힘들었다. 빨리 공항 밖으로 나가 다른 것들의 표기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였다. 짐을 찾는 곳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짐이 나오지 않았다. 재빨리 공항 직원에게 짐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였다. 공항 직원은 짐의 형태와 색깔 등을 조사한 뒤 주소, 전화번호, 묵는 호텔까지 조사 한 뒤 기다리라는 말을 남겼다.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지만 딱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무작정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다른 직원에게 다시 한 번 말을 하였다. 그 직원은 다음 비행기가 올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였다. 다음 비행기가 도착하려면 무려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남았고 그 지루한 공항에서 아무 것도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짐을 기다리면서도 탐사의 목적을 잊지 않았고 조사를 진행하였다. 이곳에도 역시 모두 라틴 문자로 된 우즈베크어 밖에 없었다. 공공기관 등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들은 모두 라틴 문자 표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었다. 결국 1시간 30분이 흘렀고 짐을 찾을 수 있었다. 현지에 계신 선배들이 도움을 주시기로 하여 공항에 마중을 나오셨다. 우리는 선배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먼저 호텔로 이동하였다. 타슈켄트의 날씨는 그리 좋지 않았다. 눈이 많이 내린 상태였고 싸리눈이 가끔 내렸다.

 

호텔은 택시 기사들도 잘 모르는 곳에 있었고 이 때문에 타슈켄트를 떠나는 날까지 택시 기사에게 호텔의 위치를 설명해야만 하였다. 호텔에 도착하여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웬 꼬마 아이들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댔다. 한국 사람이라며 신기해하였다. 이 꼬마들은 호텔의 투숙객이었으며 국적은 카자흐스탄이었다. 호텔은 조그마한 크기였으나 화장실만 빼고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편안하였다. 호텔에는 우선 짐만 놓은 채 환전을 하러 시장에 가기로 하였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은행보다 암시장에서 더욱 많이 거래된다. 왜냐하면 거의 두 배가 넘는 가격 차이 때문이다. 은행에서는 1 달러 당 약 3천 숨을 주지만 암시장에서는 1 달러 당 약 6천 숨을 준다. 이러한 이유로 외국인은 물론 현지인들 까지 모두 암시장에서 환전을 하는 것이다. 선배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가스피탈리 시장으로 갔다. 암시장은 주로 시장에 형성되어 있으며 시장 입구에서 바꿔주는 환전상들도 있고, 시장 내 일반 잡화점이 암시장인 경우도 있다. 선배들의 안내에 따라 한 문구점에 가서 환전을 완료한 뒤 탐사의 목적에 맞게 시장 내의 우즈베크어 문자 표기를 조사하였다.

시장 입구의 현수막과 시장 이름은 라틴 문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장 내부에 들어가니 키릴 문자 표기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장에서의 주의 사항 표시문과 상품들에 표시해놓은 글자는 키릴 문자가 라틴 문자보다 월등히 많았다. 공항의 풍경과 비교해 보았을 때 매우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시장에서의 조사를 마친 뒤 현지에 계신 외국인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현지에 있는 모든 선배들과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하셨다. 가스피탈리 시장 근처의 한 우즈베크 전통 식당에 갔고 교수님과 선배들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현지에서 연락을 원활히 하기 위해 유심칩을 구매하러 통신사에 방문하였다. 통신사에 붙어있는 포스터 등 부착물에 쓰인 우즈베크어는 모두 라틴 문자로 쓰여 있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충전하는 기계에 쓰인 표기는 흥미로웠다. “언어를 고르시오”라고 쓰인 우즈베크어는 라틴 문자였지만 언어 선택에 적혀 있는 “우즈베크어”는 키릴 문자로 표기 되어있었다. 그러나 우즈베크어를 선택하자 나머지는 모두 라틴 문자로 나와 있었다.

 

1/28 타슈켄트 - 2일차

 

타슈켄트 2일차의 첫 번째 일정은 국립 도서관 탐방으로 시작하였다.

 

도서관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몸수색이 요구된다. 경찰들이 직접 입구에서 몸수색을 진행하였다. 또한 가방과 겉옷을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짐을 맡기기 위해서는 여권이 필요하다. 짐을 맡긴 후에는 출입증을 만들어야 한다. 5천숨을 내면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한 듯 복잡한 과정을 지나야 비로소 도서관 내부에 진입할 수 있다. 도서관 내부에 진입하는 순간 모든 연락망은 차단된다. 학습하기에는 매우 좋은 환경이나 팀원들과 연락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도서관의 책들은 대부분 키릴 문자로 되어 있었다. 라틴 문자로 된 서적들도 있었지만 비중을 따져보면 키릴 문자로 된 서적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였다. 그래도 도서관 내부에 적힌 공적인 글자들은 모두 라틴 문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다음은 아무르 티무르 광장으로 이동하였다. 아무르 티무르는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인 위인 중 하나이다. 아무르 티무르의 동상이 가운데 버티고 있고 뒤편에는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이곳과 주변 역시 공적인 건축물이기 때문인지 모두 라틴 문자 우즈베크어로 적혀있었다. 이 날도 타슈켄트는 날씨가 좋지 않아 실내로의 이동이 필요하였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에서 유학 중인 대부분의 선배들이 학습하고 있는 동방대학교에 방문하였다. 원래는 국립대학교 소속이었지만 분리되어 따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 주로 동방학에 대한 교수가 이루어진다. 한국과의 교류가 활발한지 동방대학교 전자도서관이라는 한글이 써져있었다. 이곳에 쓰인 우즈베크어도 역시 라틴 문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키릴 문자 표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음은 영화관으로 이동하였다. 영화는 어떠한 자막 표기를 사용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모든 수입 영화는 러시아어로 더빙되어 상영되었다. 우즈베크어는 사용되지 않았다. 영화관 포스터 역시 대부분 러시아어로 되어 있어 우즈베크어의 표기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기 힘들었다.

 

1/29 타슈켄트 - 3일차

 

3일차에는 거리의 간판들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하였다. 키릴 문자로 된 간판도 있었지만 라틴 문자로 된 간판이 더 많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통일되게 한 가지의 문자로 표기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언어 정책이 아직 까지는 완벽히 정착하지는 못 한 것 같았다. 거리를 조사한 뒤 중앙 백화점에 방문하였다. 시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곳에 적혀진 우즈베크어는 라틴 문자였다. 키릴 문자도 간혹 보이긴 했지만 시장과 비교해 보았을 때는 눈에 띄게 키릴 문자의 빈도가 줄어있었다. 백화점에서 나와 바로 서점으로 갔다. 서점에는 도서관과 비슷하게 키릴 문자로 된 서적들이 즐비했다. 라틴 문자로 된 서적도 존재하였지만 키릴 문자로 된 서적의 비중이 조금 더 높아 보였다. 키릴 문자의 비율이 70퍼센트라면 라틴 문자의 비율은 30퍼센트 정도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처르수 시장으로 이동하였다. 확실히 다른 시장들 보다는 규모가 컸다. 가스피탈리 시장과 비교해보았을 때 처르수 시장이 상품의 가격도 싸고 종류도 더 다양하였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조사는 진행되었다. 가스피탈리 시장과 마찬가지로 키릴 문자의 비중이 더 높았다. 구멍가게 같은 잡화점은 더욱이 키릴 문자의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 생긴 것 같은 상점들은 라틴 문자 표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1/30 타슈켄트 - 4일차

사마르칸트 - 1일차

 

직원의 실수로 기차 시간이 본래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매우 앞으로 당겨졌다. 때문에 아침 일찍 타슈켄트를 떠나야만 했다. 다행히 픽업 서비스를 해주어 기차역까지는 편하게 이동하였다.

아무르 티무르 묘소를 방문하였다. 입장료는 현지인에 비해 외국인이 훨씬 비싸게 책정 되어있었다. 이곳에는 점심식사를 하다 우연히 만나 우리를 도와주기로 한 카흐라몬 아저씨와 함께 동행 하였다. 카흐라몬 아저씨는 한국에서 6년 동안 거주하셨기 때문에 한국어를 정말 잘 구사하셨다. 이 날 카흐라몬 아저씨는 하루 종일 우리에게 설명을 해주시며 이동 수단까지 제공하여 주셨다. 아무르 티무르 묘소에 적혀진 안내글은 모두 라틴 문자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오래되어 보이는 안내글에는 키릴 문자가 남겨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걸어서 레기스톤 광장으로 이동하였다. 가는 길에 여러 간판들을 조사하였는데 대부분 라틴 문자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기스톤 광장 역시 입장료가 존재하였는데 이 날은 내부로 들어가진 않고 밖에서만 관람을 하였다. 이곳의 안내문에도 역시 라틴 문자로 적혀있었다.

 

레기스톤 광장을 들렀다 근처 대형 마트에 갔다. 이곳에서 아주 특이한 점을 발견하였다. 러시아어로 표기가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우즈베크어도 표기된 것이 있긴 했다. 하지만 상품들은 거의 다 러시아어로 표기되어 있었다. 표기되어 있는 우즈베크어는 라틴 문자였다. 하지만 우즈베크어의 비중이 상품 표기에서는 너무 적었다.

 

1/31 사마르칸트 - 2일차

 

 

사마르칸트 대학교와 그 주변거리를 탐방해보았다. 대학교 건물 내부에는 들어가지 못하였고 외부에서만 조사하였다. 외부에 적혀진 대학교의 이름은 모두 라틴 문자로 적혀져 있었고 키릴 문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마르칸트 대학교는 건물들이 여러 개였고 널리 분포하여 있었다. 사마르칸트 대학거리를 따라 올라가니 아무르 티무르 공원이 나타났다. 이 공원 역시 표기는 모두 라틴 문자로 되어 있었다. 아무르 티무르 공원을 탐방한 뒤 레기스톤 광장에 다시 가서 내부에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아무르 티무르 묘소와 내부의 분위기는 비슷하였지만 훨씬 장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레기스톤 광장에 있는 건물들의 내부에도 역시 라틴 문자로 표기가 되어있었다. 관광지에 있는 안내문에는 거의 다 라틴 문자로 표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레기스톤 광장 탐방을 끝내고 카흐라몬 아저씨의 초대를 받아 아저씨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우즈베키스탄의 현지인의 집에 초대되어 가본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아저씨의 댁에 도착하니 정말 성대하게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아저씨의 부인과 어머니가 우리를 환대하여 주셨다. 특히 아저씨의 어머니가 정말 좋아해주셨다. 그렇게 성대한 대접을 받은 후 호텔로 돌아왔고 정말 알찬 하루였다고 느꼈다. 

 

2/1 사마르칸트 - 3일차

 

굼 백화점에 방문하였다. 하지만 백화점이라고 하기에는 내부가 너무 낡고 사람도 별로 없었으며 마치 유령 도시를 연상하게 하였다. 문자는 키릴 문자로 표기된 것이 많았다. 러시아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관으로 자리를 옮겨서 우즈베키스탄의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러시아어가 아닌 우즈베크어로 상영되었다. 우즈베키스탄 영화의 포스터에는 키릴 문자로 쓰여진 것이 많았다.

이제 공항으로 가기 위해 다시 사마르칸트역으로 이동하였다. 역에는 라틴 문자로 크게 “SAMARQAND VOKZAL” 이라고 써 있었다. 사마르칸트 역이라는 뜻이다.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라틴 문자로 모든 것이 표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타슈켄트에 도착한 뒤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이후 밤 비행기를 타고 한국시각으로 2월 2일 아침 인천국제공항에 무사 귀환하였다. 

 

탐사 마무리

 

탐사 중 시간이 생길 때 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각각 현지인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설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카자흐스탄>

1. 카자흐어를 구사할 수 있는가?

 

2. 발화 시 어떤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가?

 

3. 카자흐인들이 카자흐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질문은 이 세 가지이며 카자흐어와 러시아어 두 언어 모두 사용하여 질문을 작성하였다. 중복 응답이 가능하며 기권 또한 가능하게 하였다.

 

총 33명에게 설문 조사를 진행하였으며,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

 

1번 문항

2번 문항

3번 문항

아니오

카자흐어

러시아어

아니오

32명

1명

28명

14명

31명

1명

 

 

결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생각보다 많았다. 1번 결과를 통해 사실상 모든 카자흐인들이 카자흐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자흐어를 모국어로 생각하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33명중 1명이 카자흐어를 구사 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지만 카자흐인이 아니라 러시아인으로 추정된다.

 

2번 결과를 분석해보면 거의 전체 중 1/3을 차지하는 큰 비중의 답변자들이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를 모두 선택한 것을 볼 수 있다. 그 만큼, 카자흐어와 러시아어 두 언어가 일상생활에서 보편적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러시아어는 14명, 카자흐어는 28명으로 설문조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카자흐어로 소통하는 모습을 더 많이 발견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탐사를 진행하면서 현지인들의 대화를 들어봤을 때는 물론 카자흐어도 많이 들렸지만, 러시아어로 소통하는 모습이 더 빈번히 보였다는 것이다. 타 지역에서 카자흐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카자흐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이기도 하고, 러시아어가 보편적으로 쓰이다가 언어정책을 비롯하여 카자흐어 사용이 많아지고 있는 변화의 시기에 놓여있다 보니 이러한 결과를 얻은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3번 결과를 통해 우리는 33명 중 31명, 즉 거의 모든 카자흐인들이 카자흐어를 배울 필요성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모르겠다면서 기권을 한 분과 카자흐어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 한 분 또한 있었다. 하지만 예, 아니오 선택 문항임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인이 카자흐어를 배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 ‘당연하다’라고 직접 써서 설문조사를 해주신 분도 있었다. 이를 통해, 카자흐스탄 국민들이 언어정책을, 카자흐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추측해 볼 수 있었으며 언어정책이 실제로 어느정도의 효용성을 가지고 적용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카자흐스탄에서의 카자흐어와 러시아어 언어 사용 실태를 알아보고자 했던 이번 탐사에서 설문조사는 사진과 서적과 같은 자료들 뿐 아니라 카자흐인들이 실제 느끼는 언어 사용에 대해 직접 조사해 볼 수 있어 가치있는 자료로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즈베키스탄>

1. 휴대폰으로 글자를 쓸 때 어떤 문자를 사용하는가?

 

2. 학교에서 모국어를 어떤 문자로 학습하였는가?

 

3. 손으로 필기할 때 어떤 문자를 사용하는가?

 

질문은 이 세 가지이며 답변은 모두 키릴 문자, 라틴 문자로 답할 수 있다. 중복 응답이 가능하며 기권 또한 가능하게 하였다.

 

총 31명에게 설문 조사를 진행하였으며,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

 

 

1번 문항

2번 문항

3번 문항

키릴

라틴

키릴

라틴

키릴

라틴

~1991년 세대

11명

8명

12명

4명

14명

4명

1992~현재 세대

5명

13명

3명

14명

5명

11명

합계

16명

21명

15명

18명

19명

15명

 

연령대는 크게 두 가지로 소련으로부터 독립 전 세대인 1991년 이전 세대와 독립 후 세대인 1992년부터 현재의 세대로 나누어 조사하였다. 이는 문자 표기 정책 또한 독립을 전 후로 키릴 문자에서 라틴 문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선 결과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1번, 2번 문항은 라틴 문자가 우세하고 3번 문항은 키릴 문자가 우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연령대 별로 살펴본다면 다소 뚜렷한 차이가 발생한다. 독립 전 세대는 1번, 2번, 3번 문항의 답변에서 모두 키릴 문자가 우세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독립 후 세대는 1번, 2번, 3번 문항의 답변에서 모두 라틴 문자가 압도적으로 우세함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보았을 때 확실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 독립 전 세대는 키릴 문자로 교육을 받아 키릴 문자가 익숙하지만, 반대로 독립 후 세대는 라틴 문자로 교육을 받아 라틴 문자가 익숙한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공공기관 등은 모두 라틴 문자 표기를 따르고 있었고, 반면에 오래된 건물의 간판이나 독립 전 세대가 많은 시장 같은 곳에는 키릴 문자 표기가 많았다. 이는 설문 조사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언어 정책은 계속해서 라틴 문자 쪽으로 갈 것이다. 세대가 거듭하여 시대가 바뀌면 키릴 문자는 앞으로 우즈베키스탄 내 러시아어에만 사용이 될 것이고 우즈베크어는 모두 라틴 문자로만 사용될 것이다.

 

이번 탐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 것을 모두 시원하게 해결하였다. 특히 라틴 문자로 표기를 전환한 정책 이래 지금까지의 라틴 문자 표기의 정착은 완전하지 않지만 점점 정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것들은 앞으로 우즈베크어를 학습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 탐사는 아주 유익하고 흥미로웠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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