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3기] [마그레브] - 앙프랑코포니띠 팀 [할랄 코스메틱; 프랑스와 모로코의 코스메틱 트렌드 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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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3-14 14:13 | Read | 2,703 |
본문
탐사테마
과거와 비교해서 다양한 여가를 즐기고 스스로를 가꾸는데 노력하는 현대인에게 화장품은 반드시 필요한 물건입니다. 외출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세면용품부터 미용을 위한 제품들까지 많은 사람들은 하루에도 자신의 필요와 기호에 맞는 화장품을 사용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공감은 모로코와 프랑스 사람들은 어떤 화장품을 사용하는가 하는 호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전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화장품이 최근 뉴욕과 베이징 등 세계 여러 국가에 박람회를 개최하고, 비디오와 음반시장에 집약되었던 한류의 여파가 그대로 화장품 구매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로코는 프랑스에 비해 화장품에 관해 알려진 것은 적지만, 북부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 중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외국 문물 수용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전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처음에는 모로코와 프랑스에 ‘저렴하고 탁월한 기능이 많은’한국 화장품이라는 충격이 가해졌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두 나라에 프랑스어를 제외한 공통점을 찾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슬람교입니다. 모로코는 인구의 98%가 무슬림인 그야말로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입니다. 프랑스는 대표적인 카톨릭 국가이지만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이민자가 유입된 국가입니다. 현재 10%로 집계되는 무슬림은 앞으로 프랑스 사회 내에서 증가할 추세이며 그들의 종교적인 전통이 사회 곳곳에 스며드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통념으로 알려져 있듯 무슬림은 돼지고기와 알콜을 절대 금기시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슬람 신자를 배려하는 ‘할랄’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그렇다면 화장품은 어떨까요, 할랄은 음식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부분에 존재했습니다. 알코올성분과 콜라겐은 대부분 화장품에 필수 재료이지만 어떤 무슬림은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시중에서 파는 화장품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이슬람 색채가 짙은 국가에 화장품을 수출할 때 할랄인증은 필요한 절차 중 하나인 것입니다. 모로코의 화장품 시장도 프랑스의 영향으로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할랄의 표준은 2014년에 처음 만들어졌을 정도로 개발과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로코와 프랑스의 무슬림 현지인들은 상대적으로 제품선택의 폭이 좁은 할랄 제품을 고수해서 이용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프랑스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모로코 현지인들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을 이용해서 제품 트렌드나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업데이트하고 그것을 대중들과 활발히 공유합니다. 그렇다면 모로코와 프랑스에 거주하는 뷰티에 관심이 많은 무슬림들은 할랄 인증이 되지 않은 화장품을 이용하고 싶을 때 종교적인 신념과 충동하는 상황이 있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그들은 어떤 근거로 판단을 내릴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모로코와 프랑스 현지인들의 화장품사용을 분류하기로 하였습니다.(예를들면, A. 할랄 인증 화장품만 사용하는 사람 할랄 인증 화장품만 사용하는 사람 B.필요 의해서 비할랄 화장품을 이용해야만 하는 사람. 여드름 기능성 제품, 아토피 및 피부 병 화장품 등 C.기호에 의해서 비할랄 화장품을 이용하는 사람 D.코스메틱에 관한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 직업에 의해 다양한 화장품(비할랄 화장품을 포함)을 사용해야 하는 사람)
그래서 저희 탐사 팀은 하루에 5번 예배를 해야 하고 신자들이 먹는 음식과 입는 의복에도 깊숙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슬람교가 화장품 사용이라는 특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무슬림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모로코와 이슬람화가 진행 중인, 그에 따라 여러 사회문제도 함께 앓고 있는 프랑스를 표본으로 종교적 신념과 화장품 사용의 욕구가 충돌할 때 무슬림의 반응을 조사했습니다. 나아가 현지인의 시선에서 할랄 화장품은 얼마나 대중화 되어있고 그 제품들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할랄 인증이 이루어졌으면 하는지 등도 심층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탐사목표
우리의 탐사목표를 큰 키워드 두 개로 나타낼 수 있다면 “화장품”과 “종교”를 중심으로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와 모로코의 대표적인 종교인 이슬람교를 화장품 문화에 적용시켜 그 사이에서 파생되는 소비자, 제품, 소비패턴, 종교적 신념 등을 조사하는 것이 가장 큰 탐사 목표입니다.
먼저, 탐사테마 및 사전탐사내용에서 작성된 바와 같이 우선‘할랄’이라는 종교적 기준에 집중해 보았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무슬림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그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데 있어서 할랄은 간과되어서는 안되는 부분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일정상 먼저 방문하는 파리에서는 프랑스 내에 할랄 인증을 받은 화장품 매장과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비할랄 화장품 매장에 방문해 비교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 내의 할랄 인증 화장품의 실태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또한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무슬림 이민자 여성들이 과연 할랄이라는 기준에 맞춰 화장품을 사용하는지, 다른 문화권에 속함에 따라 그 기준은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조사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로코로 이동하여서는 프랑스와 다른 환경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파리에서와 동일한 인터뷰를 시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프랑스와 모로코 두 나라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의 할랄 화장품 인식 여부부터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지 까지 폭넓게 비교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같은 신도들이지만 각자 속한 문화권에 따라서 할랄 화장품을 인식하고 사용하는 정도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두번째로, 할랄을 제대로 조사하고 알아보기 위해 할랄 인증 기관과의 만남도 시도할 것입니다. 사전 조사를 통해 한국의 경우 해외 인증 정보시스템을 통해 할랄 인증 과정, 비용, 대상 제품등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최대 할랄 인증 기관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무슬림 이민자가 전국민의 10%를 차지하는 프랑스의 경우 대표적 할랄 인증 기관과 그에 대한 안내가 충분하지 못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저희는 현지탐사 전에 인증 기관과 사전 약속을 잡은 후 조사 및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저희는 할랄 인증이 현지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며 비용은 어떠한지, 어떤 기업이나 제품이 인증을 받으려고 하는지, 기업의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인지, 할랄 인증을 받은 화장품의 비율은 어떠한지 등 제도의 한계점과 실태에 대하여 알아 볼 예정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종교적 신념에 의해 파생된 ‘할랄’이라는 제도가 사회의 전체적인 모습에서 시작해 개인적 영역에 까지 퍼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할랄’이라는 제도를 좀 더 크게 살펴보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할랄 인증 제도가 적용되는 식제품을 알아보고자 할랄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할랄 식료품 마켓에 가보는 등 직접 보고 느끼며 할랄 인증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였습니다.
이러한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저희는 ‘할랄’이라는 기준을 통하여 조사 내용을 분류할 것입니다. 사전조사를 통하여 저희는 할랄이라는 인증제도가 굉장히 부흥한다는 뉴스와 달리 사람들의 인식 또한 뚜렷하지 않으며 할랄 인증 메이크업 브랜드 및 제품과 할랄 인증 기관소도 부족해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할랄 인증 제도를 화장품에 철저히 적용시키는 무슬림들 또한 많지 않다는 추측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저희는 무슬림 일반인들 등과 진행했던 인터뷰, 할랄 인증 기관과의 인터뷰 및 조사 등을 바탕으로 하여 이슬람교가 개인의 화장품 선택과 메이크업의 영역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는지 분류해보고자 했습니다.
이에 저희는 할랄 화장품이라는 좁은 주제에서 생각을 확장시켜, 위의 분류를 통해 세분화, 구체화 된 결과들을 바탕으로 이슬람교 내에서 무슬림들 사이의 신념적 차이, 현재 이슬람 종교가 개인의 영역에 미치는 영향과 프랑스, 모로코 두 나라 사이에서 종교적 공통점을 중심으로 한 개인의 생활 모습을 들여다 보고 그들의 생활 양식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해는 마그레브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넓게 퍼져있는 무슬림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것이며 그들의 개인 생활이 종교에 의해 어떻게 다채로운 양상을 띄는지 알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탐사내용
⦁탐사 시작 (1월 31일 화요일, 인천-베트남-파리)
우리가 파리랑 아프리카에 간다고? 2학기와 겨울방학 내내 우리 스스로 계획하고 비행기 표까지 예매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실감이 나질 않는데, 벌써 떠나는 날이 되었다. 그렇게 어벙벙한 상태로 우리 모두 28인치 캐리어에 2주 동안 집을 떠날 준비를 했다.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우리는 각자 집에서 공항 리무진을 타거나 그 전날 공항에 미리 가있기로 했다. 아직 어두컴컴하던 아침 7시, 다들 피곤하지만 설레는 표정을 지으며 공항으로 모였고 순조롭게 입국 수속을 마쳤다.
본격적인 일정에 앞서 게이트 근처 롯데리아에서 고픈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우리의 일정은 인천에서 출발 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경유 후 파리로 향하는 비행이었다. 기나 긴 비행이었기에 우리가 파리에 도착하는 시간은 다음날인 2월 1일 아침 7시였다. 우리 팀원 중 한명은 사정상 다른 비행기에 타게 되어 파리 샤롤 드골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연락할 것인지 약속을 했다. 남은 콜라를 벌컥 벌컥 마신 후, 우리는 드디어 첫 비행기에 탑승했다.
생각보다 베트남은 먼 곳이었다. ‘2시간이면 가겠지?’ 라고 예상했지만 거의 4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비행기에 내리는 순간, 우리나라와는 다른 눅눅하고 습한 공기가 확 끼쳐왔다. 인천공항과는 달리 작고 소박했던 하노이 공항은 직원들이 매우 불친절했고 영어도 잘 통하지가 않아 힘들었다. 공항 측의 실수로 팀원 한명은 입국 심사대를 통과했지만 다른 두 명은 통과하지 못하고 바로 환승 게이트 앞까지 가게 되었다. 갑자기 생이별을 하게 된 우리는 영어로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했고 아마 우리가 했던 말을 절반 쯤 알아들은 직원이 다시 입국 심사대로 안내를 해줘 통과하게 되었다. 기내식으로 비빔밥까지 먹었건만, 뭐가 그렇게 배가 고팠는지 사비로 들고 온 유로를 동으로 환전 한 후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쌀국수 먹기였다. 본 고장에서 한 번 먹어줘야 하지 않겠냐며, 쌀국수. 볶음밥, 에그롤 그리고 스무디까지 시켜 허겁지겁 식사를 시작했다.
싼 물가에 행복해진 우리는 경유 시간동안 하노이 시내를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하노이 공항 앞 택시들의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우리가 그런 택시를 타겠냐며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평균 택시비의 두 배를 내고 하노이 시내에 도착했고 하노이 택시에 치를 떨게 되었다. 우리는 지친 몸을 위해 마사지를 받기로 했고 생각보다 택시비에 지출이 많아져 저렴한 다리 마사지에 만족 할 수밖에 없었다. 별로 시원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왼쪽에서 오른쪽 다리로 넘어갈 때 쯤, 깊은 잠에 빠져들어 마사지가 끝날 땐 개운한 느낌까지 들었다. 마사지의 훌륭함에 대해 칭송하며 근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은 후, 택시를 잡고 하노이 공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겨울에 오니 덥지도 않고 딱 따뜻한 날씨에 싼 물가까지. 잠시 머문 베트남이었지만 다음에 여행으로도 오고 싶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파리까지의 긴 비행을 대비해 간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은 후 안경까지 착용했다. 아시안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비행기에서 우리는, ‘이제 진짜 파리에 간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고 베트남 맥주로 건배를 했다. 파리 도착까지 10시간, 6시간, 3시간…. 정말로 가는 걸까? 내가 파리에 간다고? 아직도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으며 꾸역꾸역 잠을 청했다.
⦁탐사 1일차 (2월 1일 수요일, 파리)
파리 샤르드골 공항에서 팀원 모두가 만나게 된 우리는 공항철도 (RER)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공항에서 미리 Navigo 5일권을 샀기 때문에 지하철로 옮겨 타면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파리에 있는 동안 지하철이 우리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기 때문에 나비고는 우리의 발이 되어주었다. 처음 지하철역에 갔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은 사복을 입고 있는 역원들이 수시로 사람들의 표를 확인한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표를 사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무사히 Generator 호스텔로 도착한 우리는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이 꽤 남아 짐을 맡아주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매우 허기도 지고 파리의 햄버거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 바로 숙소 근처 맥도날드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역시 프랑스는 패스트푸드에 약한 걸까... 감자튀김을 제외한 햄버거는 동네 바게트만도 못했다. 소화도 시킬 겸 날이 밝을 때 숙소주변을 조금 돌아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쓰여있는 프랑스어들과 야외테라스가 달린 카페들을 볼 때 마다 프랑스에 와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물론 거리마다 넘쳐나는 쓰레기들도 프랑스의 한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우리가 머물던 숙소에서는 따로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가까운 식료품점으로 가 장을 보기로 했다. 프랑스는 편의점처럼 여러 가지를 파는 가게 (대표적으로 francprix)가 있는가 하면 정말 식 재료만 파는 식료품점이 있다. 그곳엔 치즈부터 와인, 직접 잘라주는 하몽까지 없는 게 없었고 호기심을 자극했다. 긴 머리가 멋졌던 점원 오빠가 추천해준 살라미를 사고 한국에선 살 수 없는 가격에 샴페인까지 챙겨서 숙소로 돌아왔다. 사실 긴 비행 동안 씻지도 못하고 앉아서 하루가 넘는 시간을 보내느라 팀원들은 매우 지쳐 있었다.
짐을 풀자마자 가장 먼저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모든 피로가 몰려왔다. 그렇게 낮잠을 한 숨 자고 일어난 우리는 아까 사온 간식들을 먹으며 새삼 들떴다. 말로만 이야기 하던 프랑스에 결국 와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이대로 다시 잠 들기는 아쉽다는 생각에 숙소 밑에 있는 Pub을 가게 되었다. 비록 근사한 곳은 아니었지만 공짜맥주를 하나씩 받아 들고서 우리의 남은 일정을 위한 건배를 하였다. 서로 오면서 느낀 점들도 이야기하고 이 숙소에 같이 머물고 있던 한국인 여행객 분들도 만나 다양한 얘기를 주고 받았던 것 같다. 그렇게 파리에 도착하기까지 쌓였던 피로감을 씻어내고 첫날 밤 은 저물어 갔다.
⦁탐사 2일차 (2월 2일 목요일, 파리)
파리에서 맞이하는 아침! 생각보다 날씨가 화창하지 않았다. 마치 내가 영국에 와있나 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꿀꿀했던 날이 계속 되었던 것 같다. 사실 우리의 식비예산 계획에 있어서 한 끼는 제대로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나머지 두 끼는 아껴 먹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매일매일 모든 식사를 잘 먹었다는 것이 함정.. 이날 아침은 조식을 먹기로 했다. 얼굴 만 한 바게트부터 밥그릇에 요거트를 잔뜩 담고 서양식다운 아침식사를 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아쉬웠던 조식은 이날 이후로 먹지 않았다. 그리고 일정의 첫 번째 목적지였던 Avenue des Champs Élysées로 향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리여서 확실히 사람도 많고 다양한 매장들이 있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큰 루이비통 매장을 처음보고 사진으로만 봤던 슈퍼 카들도 즐비하게 주차되어있었다. 거리를 걷다가 너무 이쁘고 아기자기한 카페가 있었는데 바로 마카롱으로 유명한 라뒤레였다. 그 조그만 디저트 하나에 가격은 사악했지만 입에 넣는 순간 돈 따위 잊고 말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교수님이 추천 해주신 Pizza pino에 갔다. 종업원 할아버지께서 여자 세 명을 데리고 다니는 능력 남이라며 남자 팀원을 엄청 칭찬하셨는데 나갈 때까지 눈웃음을 멈추지 않으셨던 걸로 보아 다 팁을 위한 서비스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에 와서 계산할 때 마다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난감했다. 나중엔 각자 동전을 내는 게 익숙해져 버렸지만 말이다. 깔조네에 치즈가 듬뿍 들어간 오리지널 콰트로 피자, 파스타까지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배부르게 먹은 뒤 탐사를 위한 인터뷰도 진행하고 거리를 더 둘러보다가 날이 저무는 시간대에 맞춰 에펠탑으로 갔다. 저 멀리서 에펠탑의 일부만 보여도 우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점점 가까워져 갈수록 그 모습을 핸드폰으로 담으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무용지물. 눈으로 더 담아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사실 거대하고 밝은 에펠탑의 자태를 보자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수도 없이 사진으로 봤던 모습이 실제로 보이자 믿겨지지 않았던 것 같다. 잘 보이는 자리에서 매 정각마다 하는 불빛 쇼를 보고 싶었지만 다리 위에서 보는 걸로 만족 하였다. 그렇게 에펠탑과 함께 인생 샷을 찍기 위한 네명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들뜬 마음을 가라 앉히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차에 팀원 한 명의 가방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했다. 보자마자 믿을 수 없다며 다들 뒤져보았지만 이미 지갑은 개념 없는 소매치기 도둑놈 손에 넘어갔다. 익히 관광명소에서 소매치기가 빈번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쉽게 당할 줄이야. 낭만적인 프랑스에 잔뜩 취해있다가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다 되어 그 이후로는 전대를 꼭 몸에 차고 핸드폰은 손으로 쥐고 다녔던 것 같다. 안타까운 사건 때문에 다들 시무룩했지만 그 순간에도 서로 배려하고 생각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탐사 3일차 (2월 3일 금요일, 파리)
이 날 오르세 미술관의 입장료가 공짜라는 소식에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Musee d’Orsay로! 역시 블로그 정보는 다 믿지 말라더니,, 공짜는 아니었지만 다행히 국제학생증을 활용해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조각상 들과 자유롭게 앉아서 감상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예술을 대하는 프랑스인들의 남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5층부터 관람을 하기로 했는데 그곳에 흔히 잘 알고 있는 작품들인 모네, 마네, 드가, 세잔 등의 작품들이 전시 되어있다. 비록 진품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자리에서 눈으로 직접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모네의 수련 앞에선 양 옆의 외국인들도 사진 찍는 것을 멈추고 감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작품 앞에선 너나 할 것 없이 압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번 학기에 들었던 서양미술사입문의 수업내용이 새록새록 기억났던 순간들이었다. 나름대로 미술관에서의 알찬 시간들을 보내고 나왔는데 비가 너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도 열심히 찾아간 곳이 있었는데, 바로 헤밍웨이의 카페로 유명한 Les Deux Magots였다. 사실 파리에서 어느 카페를 가도 카푸치노를 시키면 크게 실패하는 법은 없다. 주스는 생각보다 아주 적은 양이 나올 수 도 있으니 조심할 것. 여기서 여태껏 본 코코아 중에 제일 진한 맛을 맛 본 것 같다. 초콜릿을 들이 붓는 느낌이랄까.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따듯한 음료와 함께 카페에 있자니 헤밍웨이의 센치한 감성을 조금은 느껴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비에 맞은 한국인 대학생들이었다. 그래도 역사적으로 오래되고 의미 있는 카페에 앉아있으면서 색다른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사실 온지 3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일 밀가루 먹는 것에 지쳤던 우리는 국물 요리가 너무 먹고싶었다. 추운 날씨도 한 몫 해주었다. 저녁으로 일본 라멘을 먹기로 하였는데 종업원 언니가 프랑스어, 일본어에 능통한 한국인이셨다. 타지에 나오면 한국인을 찾아내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 한국적인 뜨끈하고 속이 풀리는 국물을 원했지만 일본식 짜고 단 돼지고기 국물이 아쉬웠다.
춥고 비 오는 날씨 속에서 오래 걸어 다녀 몸이 많이 지쳤던 하루였다. 파리지앵 마냥 우산도 안쓰고 다녔더니 기침하는 팀원들이 생겨 안쓰러웠다. 그래도 미술관부터 카페까지 제대로 경험하고 눕자마자 잠에 들었던 알찬 하루였다.
⦁탐사 4일차 (2월 4일 토요일, 파리)
파리에서의 아침이 또다시 밝았다. 파리에 오기 전부터, Aïsatou라는 파리에 거주중인 친구와 그녀의 친구들과 만나서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을 잡아놨었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여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다. 우리가 인터뷰를 진행 할 장소는 Prêt à manger라는 곳이었다. 2시에 도착해서 인터뷰 준비를 끝내고 3시 반쯤 친구들이 도착했다. Aïsatou와 친구 두 명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내용은 이러했다.
<상세 인터뷰내용>
<기본 소개 및 화장에 대한 가치관>
Introduction de base et valeurs pour le maquillage
Bonjour, vous vous appelez comment? 이름이 뭔가요 ?
Aïsatou1: 제 이름은 아이사투에요.
Méniare: 제 이름은 메니아르구요.
Aïsatou2: 제 이름은 제 친구의 이름과 같아요. 아이사투에요!
Quel âge avez-vous ? 몇 살이십니까 ?
모든 학생들: 22살이에요.
Quelle est votre profession ? 직업이 무엇입니까 ?
모든 학생들: 저희는 이 근방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Est-ce que votre religion est musulman(e) ? 당신의 종교는 이슬람교입니까 ?
Méniare: 네, 저희는 모두 이슬람교를 믿는 신자들이에요.
Est-ce que vous vous maquillez ? 화장을 하십니까 ?
Aïsatou1: 네 저는 화장을 해요.
Méniare: 저도 화장을 해요.
Aïsatou: 저도 화장을 하고 있어요.
1. 화장을 현대 사람들에게 있어서 필수라고 생각하나요? Est-ce que vous pensez que le maquillage est nécessaire pour les contemporains ?
Aïsatou1: 저는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화장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니까요.
Méniare: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화장은 자신이 원할 때 하는 것이에요.
Aïsatou2: 개인의 신념에 따라 화장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서 하는 것이지, 강요에 의해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2. 화장을 하지않는 것을 보수적인 가치관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화장과 보수적인 가치관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Pensez-vous qu'il y ait une corrélation entre le maquillage et les valeurs conservatrices?
Aïsatou1: 이전 질문에서도 대답을 했듯이, 화장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따라 달린 것이라고 생각해요. 프랑스에서는 화장을 하고 다니는 것과 하고 다니지 않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아요.
Méniare: 프랑스인들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신념을 항상 머릿속에 지니고 다녀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든지, 책임은 자신한테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평가할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Aïsatou2: 저도 두 학생과 똑같이 생각해요.
3. 통상적으로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나라는 제3자의 시선에서 비교적 보수적이라고 느끼는 여지가 많습니다. 이에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Typiquement les pays où l'islam est la religion d'Etat semblent souvent comme relativement conservateur aux yeux des tiers. Comment vous
pensez-vous ?
Aïsatou1: 저희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이에요. 저희는 다른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들처럼 보수적이지 않아요. 자유의 나라다 보니, 선택의 자유가 훨씬 더 많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4. 그렇다면 무슬림인 본인은 화장에 대해 관대한가요? Donc, vous êtes généreux sur le maquillage?
Méniare: 네, 저희는 화장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고, 어떤 화장을 할지도 저희가 정할 수 있어요.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보면 돼요.
5. 당신이 알고있는 무슬림 친구들 중 화장에 대해 특별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Est-ce des amis musulmans que vous connaissez quelqu'un qui a des avis speciaux pour le maquillage?
모든 학생들: 아니요, 그런 시선을 가진 친구들은 본 적이 없어요.
6. 할랄음식, 할랄 화장품이 뜨고있는 추세인데, 이에관해 알고있나요?
Halal alimentaire, les cosmétiques halal est en hausse tendance, vous savez que ce sujet?
Aïsatou1: 아니요, 프랑스에서는 자유롭게 화장을 하고, 화장품을 쓰는 것에 제약을 받지 않아서 자세히 모르고 있었어요.
Méniare: 저도 그렇게 주의깊게 살펴본 적이 없었어요.
Aïsatou2: 다른 국가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그 사실을 몰랐어요.
Quand vous vous maquillez, est-ce que vous utilisez les cosmétiques halals ? 화장을 하실 때, 할랄 화장품을 사용하십니까 ?
모든 학생들: 아니요, 할랄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요.
7. 아니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왜 당신은 할랄 화장품으로 화장을 하지 않으십니까 ?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까?
(Negatif) Vous avez dit non, alors pourquoi vous ne vous maquillez pas avec les cosmétiques halals ? Est-ce qu’il y a des raison de vous
n’utilisez pas de cosmétique halal ?
Aïsatou1: 할랄 화장품의 존재 여부조차 저희는 몰랐어요. 할랄은 화장품보다, 식료품 매장이나 음식점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인증제도라고 봐요. 화장품으로 할랄 인증을 받은 기업은 잘 모르겠네요.
Méniare: 저도 Yves Saint Laurent이나 MAC같은 제품들을 주로 이용하지, 할랄 제품은 써본 적이 없어요. 프랑스에서 인지도가 낮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요.
8.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할랄 화장품을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본인을 포함해 무슬림 지인들은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
En général, je pense que la plupart des musulmans utilisent les cosmétiques halal, comment vos amis musulmans, y compris vous, réagissent
ils à cela?
Aïsatou1: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희는 화장품 중에 할랄 인증이 들어가 있는 제품을 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에 신경을 쓰면서 화장품을 사고,화장을 하지 않아요.
Méniare: 저희가 쓰는 제품들만 봐도 그럴거에요. (Yves Saint Laurent 틴트를 보여주며) 이런 평범한 제품도 쓰고 있어요.
Aïsatou2: 저와 제 친구들의 인스타그램 사진만 봐도, 자신들이 쓰고 있는 화장품들이 할랄 인증을 받았다는 내용을 하나도 본 적이 없어요.
9. 무슬림들이 비할랄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이유가 무엇입니까?
Est-ce que vous pensez que les musulmanes peuvent utiliser les cosmétiques non-halals ? Pourquoi ?
Aïsatou2: 자신의 자유에요. 본인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화장품을 쓰는데, 이에 대해서 제약이 있다면 정말 힘들거에요. 프랑스는 개개인의자유를 지켜줘요. 저희도 프랑스에 살기 때문에 프랑스의 문화를 따라야지요.
10. 할랄 인증기관에 대해 알고 있나요 ? Connaissez-vous l'autorité de certification halal?
Aïsatou1: 할랄 인증 기관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요. 프랑스에 있는 모스크들이 할랄 인증 서비스를 제공해준다고 알고 있어요.
11. 만약 할랄 화장품들이 언젠가 많이 생산된다면, 할랄 화장품들을 구매하실 의 향이 있으십니까?
Si les cosmétiques halals sont crés beaucoup un jour, est-ce que vous avez la volonté d’acheter les cosmétiques halals?
Aïsatou1: 관심 있게 볼 예정이에요. 품질과 가격 면에서 우수하다는 생각이 들면, 구매할 의향이 충분히 있어요.
Méniare: Yves Saint Laurent이나 여러 가지 브랜드들과 같이 코스메틱 트렌드를 잘 알고, 품질이 좋다면 살 의향이 있어요.
Aïsatou2: 저도 관심 있게 보고 싶어요. 프랑스에 입점된다면 가서 테스트를 몇 번 해보고 품질이 좋으면 사고싶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인터뷰에 응해준 친구들을 위해서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한국 화장품의 품질이 너무 좋은 것이 프랑스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친구들이 얘기해주었다. 우리는 인터뷰가 끝나고 마레 지구를 보고 왔다. 마레 지구는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코스메틱, 패션 브랜드들의 매장들이 줄지어 있었다. 어찌 보면 프랑스의 명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느낌이 달랐다. 건물들의 고풍스러움과, 어지럽지 않은 거리들을 보며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쇼핑의 메카라고 생각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지하철을 타고 우리는 숙소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탐사 5일차 (2월 5일 일요일, 파리)
오늘은 파리의 여러 명소들을 둘러볼 계획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호스텔 환기를 시키고 차례로 씻어 준비를 서둘렀다. Jaurès역에서 익숙하게 환승을 거쳐서 루브르 박문관으로 향했다. 이른 오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무료 입장이던 날이어서 그런지, 입장하면 날이 저물 만큼의 긴 줄이 보였다. 이후에도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일정과 퐁피두 관람, 마레지구 탐방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했다. 센강을 지나서 노트르담 대성당에 도착했는데, 여기도 역시 줄이 매우 길었고 곳곳에서 파리와 관련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특정종교의 신자여부를 떠나서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건물과 특유의 웅장함이 입구에서부터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입구에서 지닌 가방 속 검사를 마치고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가 갔던 날이 마침 미사를 드리는 날이어서 관람펜스가 쳐진 곳 안에서는 실제로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그곳에 서서 미사안내 종이를 나눠주는 분께 종이를 받아서 빈자리 중 가장 앞자리를 골라 쪼르르 앉았다. 한국에서도 미사 뿐 아니라 성당출입조차 처음인 팀원이 3명이었는데, 그런 우리 팀에겐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 비록 신부님이 하는 말씀을 이해 하지도, 예배 절차를 잘 몰랐는데도 말이다. 살면서 평생에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미사 드리는 기회가 있을까 싶었다. 성체를 모시는 경험도 했다. 뿌듯함이 배가되는 순간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퐁피두 미술관까지는 가까운 거리여서 걷기로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해결했다. 까르보나라, 라쟈냐, 돼지고기와 감자튀김을 시켜서 함께 나눠 먹었다. 프랑스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제공되는 식전 빵은 많이 먹으면 안좋다. 입천장을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음식은 대체로 짜다고 생각됐는데, 우리 입맛에 크게 벗어난 건 아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 어느 카페나 레스토랑을 가도 샐러드를 기본메뉴로 파는 프랑스가 너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퐁피두로 향하는 길에 바나나 크레페를 사 먹었는데 너무 달고 먹기가 불편했다. 초코 시럽을 손에 흘려서 샀던 곳에 가서 냅킨도 다시 받아와서 줄을 섰다. 앞에 남자가 큰 커피통을 가지고 다니면서 프랑스인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우리에게는 말을 안 걸었다. 불어를 못 할거라고 생각 했나 보다. 간단하게 소지품검사를 하고 퐁피두로 들어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4층 현대작품 전시관을 둘러보고 퐁피두 바로 앞에 있는 카페테라스에서 차를 마셨다. 프랑스는 카페가 정말 많고 흔하지만 신기하게도 한가한 카페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대체로 사람들이 많다. 인테리어나 메뉴가 특이하거나 각별히 세련되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누군가를 만나서 떠들면서 디저트를 가볍게 곁들이는 문화가 너무 보기 좋았다.
⦁탐사 6일차 (2월 6일 월요일, 파리)
오늘도 아픈 팀원 없이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서둘렀다. 공금이다 보니 씀씀이를 아껴야 해서 아침밥은 주로 호스텔 조식이나 서브웨이로 때우곤 했는데, Jaurès역으로 갈 때마다 봤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본 오믈렛을 세 개 주문하니 음료도 선택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커피를 잘 안마시는 편이었지만 우리는 Café noir와 Café crème을 주문했다. 그 외 메뉴로 생각없이 크루아상을 주문했는데, 정말 한국에서 먹어보지 못한 맛이어서 놀랐다. 프랑스 다음으로 모로코를 가야하는 일정 때문에 상할까 가족들에게 가져다주지 못 하는게 아쉬울 만큼.. 간단하게 카페에서 식사를 마치고 Colonel Fabien역에서 Monge역으로 출발했다. 한국 화장스타일 자체가 기초에 공을 들이고 피부 결 관리에 예민해서 그런지 약국화장품으로 유명한 Monge에는 파리 전역의 한국인을 모아 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곳에서 간단하게 물건을 사고, Grand mosque로 향했다. 일반인 출입이 가능한 날 인건 다행이었지만 출입 가능한 시간이 2시 이후로 정해져 있어서 우리는 근처에서 시간을 때워야 했다. Bistro Du Marché라는 카페 야외테라스에 앉아서 잠깐 쉬기로 하고 메뉴판을 받아 간단한 커피와 음료를 주문했다. 탐사 내내 느낀 것이지만 프랑스인 뿐 아니라 모로코사람들도 외국인에 대해서 엄청나게 관심 있어 한다. 특히나 아시아 사람들에게. 우리를 흥미롭게 쳐다보는 시선의 목적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가끔은 거북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우리의 바로 옆에서 줄담배를 태우며 앉아있는 모로코 청년들도 우리에게 호기심의 시선을 듬뿍 담아서 말을 걸어왔다. 우리는 영어와 불어를 섞어서 며칠 후에 모로코 라바트에 간다는 말을 했다. 이렇게 낯선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가 이어지는 외국의 분위기가 점점 적응되는 것 같기도 해서 기분이 좋았다. 프랑스 티라미수는 어떤 맛일까 싶어서 6유로를 내고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다. 그랜드 모스크에 가서 티켓을 구입하고 인터뷰 요청을 어디서 해야 하는지 티켓 창구 직원 분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답변 해 주셨다. 한참 미로 같은 모스크를 한번 둘러보고 모스크 사무실로 가서 AVS서비스에 관해서 물었다. 항상 인터뷰 요청하러 가는 길은 너무 떨려서 질문지를 다시 확인하고 긴장되는 마음을 추스르고 들어갔다. 다행히 직원 분은 우리의 인터뷰 의도를 파악하셨다.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불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그분은 관련 부서에 전화를 거시더니, 지금은 부재중이니 다음날 오전시간에 맞춰 재방문하라고 하셨다. 우리는 인터뷰 일정을 확인하고 발검을을 돌릴 수 있었다. 호스텔로 향하는 길에 수제버거로 아주 유명해서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BIG Fernand에 들렀다. 팀원 중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도 있었는데도 너무 맛있다고 다 먹었을 만큼 기억에 남는 맛집이었다. 우리는 두 번의 환승을 거쳐서 Colonel Fabien역으로 향했고, 어두워지면 우리도 모르게 주변을 경계하게 돼서 빠른 걸음으로 호스텔로 돌아왔다.
⦁탐사 7일차 (2월 7일 화요일, 파리)
오늘은 아스나 인터뷰 예정이 되어있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외출준비를 했다.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마치고 Colonel Fabien 역에서 언제나 그렇듯 환승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샹젤리제 거리에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고 빵집 PAUL근처에서 바글바글 거리는 비둘기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허기진 배를 해결하고는 인터뷰가 예정된 매장으로 향했다. 샹젤리제 거리 근처에는 루이비통 파리 본사를 비롯해서 슈퍼카가 즐비한 마카롱 매장까지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각종 매장이 즐비해 있다. 그 중 Hasna Cosmetic매장은 파리에서 거의 유일한 할랄 화장품 매장으로, 한국에서 사전조사 할 때부터 이메일과 전화를 시도해서 인터뷰약속을 잡으려고 했지만 불발됐던 곳이었다. 우리는 파리에 도착하고 얼마 안돼서 샹젤리제 거리를 처음 왔을 때 이곳에서 인터뷰 약속을 잡았었다.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 분은 우리에게 작은 포스터를 주면서 여기 쓰여진 이메일로 연락을 해서 관계자와 약속을 잡으라고 했다. 우리는 여러 방면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2월 7일 낮에 아스나 코스메틱에 재방문 했을 때 그 관계자분이 여러 언론과 인터뷰 약속이 많아서 단기간에 답변을 받는게 어려울 것이라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 들었었다. 우리는 우리가 준비한 질문에 답변을 매장 사장님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손님이 비교적 적은 시간대를 틈을 타서 약속시간을 잡았다. 반드시 그 관계자분이 아니더라도 아스나 매장에서 매일 일하고 판매물품에 관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사장님과의 인터뷰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매장 간판 디자인과 내부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세련됐다는 인상을 주었다. 우리나라의 몇 로드샵 처럼 분홍 노랑 등의 밝은 색깔이 아니라 무채색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운 인상을 물씬 주었다. 아스나 매장에 들어가서 물건을 둘러보면 확 느낄 수 있는 것은 몇 가지였다. 첫 번째, 우리나라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메이크업과 달리 개성 있고 강렬한 화장을 선호하는 고객층을 겨냥하듯 아이메이크업 제품이 훨씬 다양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로드샵이나 백화점에서 아이섀도우를 구매하기 위해서 가면 대체로 브라운에서 레드 계열의 색상으로 중심이 잡아지는데, 프랑스 아스나 코스메틱 매장 같은 경우는 파랑, 초록, 심지어 노랑 등 과감한 컬러의 아이제품이 굉장히 많았다. 색상도 우리나라 제품보다 짙은 게 대부분이었고 펄도 강했다. 우리는 아이제품 라인을 보면서 히잡 등 종교적 이유로 헤어를 제외하고 얼굴화장을 강조하는 무슬림들의 영향을 받은 것 인가 생각했다. 두번째는 패키징이 소비를 자극할 만큼 매력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세번째로 대체적으로 향기는 우리나 평소 사용하는 화장품에 비해서 훨씬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이유는 산뜻하거나 발랐을 때 자연스러움이 상상 가는 냄새가 아니라 매트한 느낌의 화장품 향기,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옛날 화장대에서 훔쳐 맡았던 엄마 립스틱 냄새가 나는 듯 했다. 제품의 질이 월등하거나 높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파우더 제품의 경우에는 대부분 입자가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던 제품보다 커서 동양인 피부에 적합하지 않겠다고 예상됐다. 우리가 요청한 인터뷰의 질문과 답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본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알코올과 돼지성분이 첨가되지 않은 건가요?
-네, 알코올과 돼지성분이 첨가되지 않았습니다.
2. 할랄 코스메틱 제품이 아이메이크업에 특성화 되어있다는 조사를 접한 바 있는데 사실인가요?
-아니요 우리 매장에서는 아이메이크업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화장품을 다루고있고, 할랄 이라고 해서 이목구비 중 특정 부위가 특화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스카라, 립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죠.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것 또한 할랄 화장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메이저 브랜드 화장품들은 저렴한 성분으로 제작해서 판매를 하지만 우리 제품은 동물실험이 필요 없는 성분으로 화장품을 만들고, 이윤추구 보다 사회의 윤리의식에 힘을 보태는 사업체로 칭하는 게 더 잘 어울리기 때문에 할랄 화장품은 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많습니다. 이러한 특징이 Vegetarian들이 우리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한답니다.
3. 위에서 언급한 여러 메이저 브랜드들이 할랄 화장품 개발에 뛰어든다는 뉴스를 접한적이 있는데,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그런 메이저 브랜드들은 가장 저렴한 재료로 제품을 만들고, 상품보다 메이커를 판매하는 개념으로 고객들에게 세일을 하죠. 예를 들어 당신이 Guerlain 립스틱을 구매했다면, 당신은 립스틱을 구매한 것보다 겔랑 이라는 메이커 자체를 구입한 꼴이 되는 것에 가까우니까요. 브랜드를 사는 거죠. 만약 당신이 피부건강을 생각한다면 동물실험을 하지않고 인체에 해롭지 않은 성분을 사용하는 제품을 쓰겠죠. 아까 말한 메이저 브랜드들의 제작공장은 중국 등 각지에 있고, 이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하나의 기업일 뿐이랍니다. 그에 반해 우리 할랄 코스메틱 브랜드들은 그것과는 사뭇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어요.
4. 할랄을 떠올리면 음식이 먼저 떠오릅니다. 할랄이 화장품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개념일 줄 알고 현지조사를 진행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꼈는데요. 음식에는 적용되고 화장품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할랄 화장품은 Concept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본으로 자본을 만들어 낸다는 목적보다, 윤리와 상식에 기초해서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합니다. 우리는 경제적인 가치에 중점을 두지 않습니다. 할랄 화장품이 지지하는 가치는 여성으로 대표되는 인권과 여러 사회연합을 후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기업자체의 이윤보다 사회가 우리 제품으로 인해 권리를 회복 할 수 있도록 매우 적극적인 사회적 기업의 행보를 걷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죠.
5. 그렇다면 아스나 코스메틱 등 여러 할랄 브랜드들은 이런 가치와 제품을 홍보하기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 우리는 이슬람에 기반해 제품을 만들어서 이슬람교 사람들이 많은 나라에 제품을 판매합니다. 그리고 그 수익금을 시리아 내전, 아프리카 국가에 우물을 파는 사업 등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장애를 겪는 여러 나라에 후원금으로 보내죠. 이런 점에서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러한 도움을 받는 국가에서 우리 제품을 많이 선호합니다. 우리 기업이 부자가 되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우리 기업이 사회적으로 기여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메이저 브랜드들이 하는 것처럼 광고를 찍고 제품을 패키징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고 있고, 이것이 지속돼서 좋은 광고효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탐사 8일차 (2월 8일 일요일, 파리)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보낼까 고민했다. 우리 팀원이 파리에서의 추억을 한국에 가서도 잊지 않을 수 있게 커플아이템을 맞추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가게 특유의 아기자기한 아이템으로 유명한 Ofr bookshop으로 향했다. 호스텔 바로 앞의 Colonel Fabien에서 République으로 향했다. Tubigo거리를 지나면서 파리의 다른 거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Bookshop을 가는 동안 벽에 그려진 정체불명의 문어를 사진 찍는 재미도 쏠쏠했고, 우리나라 홍대거리를 보는 것 같이 옷맵시에 한껏 신경 쓴 젊은 사람들도 가득했다. Ofr에서 에코백을 사고 파리가 가득 담겨있는 포스터와 엽서를 구경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답변의 책도 있었고 불어 시집도 있었다. 언젠가 원어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Ofr에 나와서는 마레 지구로 이동해서 스트릿 포토도 찍고 우리나라에서 구경하기 힘든 옷 매장을 둘러봤다. 그리고 나서 Châtele역 주변에 맛있는 일식집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빵이 질린 우리는 저녁으로 일식을 선택했다. 항상 환승 용도로만 Châtele를 지나가서 그런지 그렇게 큰 역인지 아예 몰랐었다. 그래서 역 밖으로 나오는데도 한참을 고생했다. 그렇게 우여곡절해서 찾은 일식집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너무 아쉬웠지만 역 주변에는 일식집이 많았었기 때문에 손님이 북적거리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새우튀김과 연어롤, 우동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그 맛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무 그리운 맛이었다고 할까.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파리에 오기 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Saint Étienne mont 교회 뒤편에 영화 Midnight In Paris 촬영지를 찾아갔다. 전에 갔던 Monge역을 가서 20분 넘는 시간을 파리 구석구석 걸어야 했는데, 그날 밤은 특히나 추워서 가는 길 내내 다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결국 교회 뒤편에서 영화 속 주인공을 태우던 차와 그 때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나서야 아, 오기를 잘했다 하고 행복해졌다. 그곳을 가는 길에 느낀 것은 퇴근한 직장인 처럼 보이는 프랑스인들은 야외테라스에서 옹기종기 모여 맥주한잔, 커피한잔 하는 여유가 있다는 것. 문화의 차이겠지만 우리나라 음주문화와 비교해서 봤을 때 좀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인 사람을 못봤을 뿐더러 구석구석에 있는 Bistro까지 하루의 마지막을 보내는 손님들로 가득해 보였기 때문이다.
⦁탐사 9일차 (2월 9일 목요일, 파리-라바트)
아쉽지만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숙소 체크아웃 시간이 10시였기에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나갈 준비를 마쳤다. 이제 Colonel fabien역에서 내려 허겁지겁 숙소로 돌아오고, 근처 franprix에서 간식을 살 일이 없다는 생각에 슬퍼졌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식사로 근처 비스트로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닭고기 구이, 스테이크, 오믈렛 등 푸짐하게 시켜먹고 디저트로 티라미수까지 먹으니 공항으로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첫 날 숙소로 왔던 것처럼 2호선을 타고 Gare du nord까지 간 후 RER B를 타기로 했다. 파리 지하철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20kg가까이 나가는 캐리어를 들고 수많은 계단들을 오고 내려가니 힘이 들었다. 겨우 샤롤 드골 공항으로 향하는 RER을 타니 며칠 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이 기차를 탔던 기억이 떠올랐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 아쉬웠지만 우리의 탐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계속되기에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공항 내부는 무척 작아서 둘러볼 것 없이 게이트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카롱도 사먹고 가족들과 연락도 하니 배가 고파져 공항 내 카페테리아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4명이 산 모든 음식들이 너무 맛이 없어서 다 버리고 말았다. 결국 편의점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사 먹으며 비행기를 기다렸다. 비행기가 예상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연착이 되어서 밤 11시가 되어서야 모로코 라바트에 도착하게 되었다.
아프리카라는 낯선 땅에서 오는 경계심과 공항 앞에 진을 치고 호객 행위를 하는 택시 기사들까지 라바트의 첫 인상은 두렵기만 했다. 다행히도 우리는 아는 분 집에서 지내기로 해 그 분이 불러주신 택시를 타고 마리나 살레로 향했다. 약 1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에서 본 라바트의 풍경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봄 날씨에 멀리 보이는 바다, 한국과 달리 뻥 뚫린 하늘에 가득한 별. 앞으로 라바트에서 보낼 사흘이 너무나 기대되던 순간이었다.
⦁탐사 10일차 (2월 10일 금요일, 라바트)
전날 모로코에 밤 늦게 도착하여 짐정리를 마치고 숙면을 취한 뒤 일어났다. 파리와의 시차는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아서, 시차적응은 자동적으로 되기 마련이었다. 머무르는 숙소에 있는 음식들을 자유롭게 먹어도 된다고 Pannier씨가 허락해주셔서 아침에는 간단하게 시리얼과, 요거트 등으로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갔다.
모로코는 금요일에만 꾸스꾸스라는 전통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트램을 타고 나가 Mohammed V 역 근처의 식당인 ‘Le petit beur’에 들어가 꾸스꾸스를 시켰다. 우리나라 일반 식당 가격정도로 꾸스꾸스의가격이 나와 있어서 아무 의심 없이 시켜버렸다. 전채 요리와 고급진 그릇들이 나오면서 식사가 시작되었다. 식당 직원 분들은 모두 양복을 입고 있었던게 기억이 난다. 빵과 함께 향신료가 첨가된 야채들이 기본 반찬으로 제공되고, 꾸스꾸스는 조금 시간이 걸렸었다. 꾸스꾸스의 식감은 마치 쌀을 갈아서 만든 호박죽이라고 느껴졌다. 닷은 달달하기도 하고 짭쪼름하기도 하고, ‘단짠단짠’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할랄 음식을 처음 먹어본 결과, 참 오묘한 맛이었다고 볼 수 있다. 처음 먹었을 때는 신기한 맛이었지만, 나중에 갈수록 더 이상 먹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집의 꾸스꾸스는 매우 비싼 편이라고 한다. 꾸스꾸스를 먹고 나와서 옆집에서 후식과 커피를 먹고 그곳 주변의 슈퍼마켓인, 까르푸로 이동했다. 그곳에 가서 우리는 볼일이 있어서 잠시 라바트에 들린 13학번 배준영 선배의 조언을 듣고 음식을 할 재료들을 샀다. 이 때 우리는 한국의 쌀과 제일 흡사한 모로코의 쌀과, 음식에 넣을 야채들, 그리고 소고기 1kg 등 여러 음식들을 샀다. 우리나라에서 소고기 1kg였으면 엄청나게 비쌌겠지만, 여기서는 만원 남짓한 돈밖에 받지 않았다. 까르푸에서 산 제품들은 할랄 표시가 붙어있었다. 소고기에도 할랄 도축 과정을 거쳤다고 적혀있었다. 장보기가 끝나고, 우리는 배준영 선배와 잠시 근처 카페에서 모로코에서의 생활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당일 영수증 보관한 것을 다시 한 번 보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그 날은 Pannier씨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었기 때문에 밥을 우리끼리 해먹어야 했다. 집에 있던 재료와 그 날 사온 재료들을 사용해서 만든 된장찌개와, 소고기 스테이크, 그리고 갓 지은 밥을 해서 먹었다. 오랜만에 따뜻한 국물과 함께 쌀밥을 먹어서 행복했다. 소고기 스테이크도 가격은 쌌지만, 맛은 정말 좋았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다음날 일정을 준비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탐사 11일차 (2월 11일 토요일, 라바트)
탐사 11일차 아침이 밝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우리 팀원들은 아침을 집에서 시리얼과 과일 등으로 해결 한 뒤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날은 우리가 배를 타고 살레에서 라바트로 이동해보기로 했다. 사람당 5디르함(한화 약 500원 가량)정도로 우리 넷이서 총 2000원만 내면 살레에서 라바트로 배를 저어 이동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라바트로 이동한 뒤 선착장 앞으로 조금 걸어가면 있는 카스바 데 우다야(Kasbah Des Oudayas)라는 곳에 가기로 했다. 선착장 앞에는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이 많았다, 비가 와서 아이들을 대신 내보내 휴대용 휴지를 파는 사람들과, 꽃을 파는 사람들, 참 다양한 것을 팔았지만 우리는 한번 사면 다른 호객 상인들이 더 달려들 것을 예상하고 그들을 피해갔다. 결국 Kasbah Des Oudayas에 도착했다. Kasbah Des Oudayas 후문 쪽에 있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자기를 따라오라며 길안내를 시작해주었다. 처음에는 무료 봉사단원인 줄 알았는데, 끝에 돈을 달라고 해서 적잖이 놀랐다. 4명이서 60디르함을 내라고 해서 자필 영수증을 달라고 하고 끊었다. 그래도 여기에서 알게 된 것은 많았다. 이 곳, 카스바 데 우다야의 성벽 건물는, 알모하드 칼리파트가 왕으로 있었던 12세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알모하드 칼리파트가 라바트를 정복하고 알모라비드 왕조의 카스바를 부쉈을 때, 1150년에 재건축을 하면서 궁전과 모스크를 세웠다고 한다. 알모하드 칼리프 왕조의 3대 왕인 야쿱 알 만수르가 죽자, 1200년경 카스바는 결국 사람들이 떠나갔다고 했다.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 와서 성벽 안에서 산다고 한다. 17세기에 스페인계 안달루시아 사람들이 모로코로 넘어오고, 그 이유로 인하여 스페인계 무슬림들의 정착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9세기에는 페즈의 우다야 부족들이 라바트로 옮겨와 이쪽에 정착하여 카스바 데 우다야(우다야 족 사람들의 성곽 도시)라고 지금까지 이름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카스바 데 우다야의 미완성된 성곽과, 하얀색과 파란색이 조화를 이룬 집들,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문이 다른 모스크도 보고, 안달루시아 정원도 보았다. 성곽 끝 쪽에 바다와 접한 곳을 보고 모로코와 바다 정취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었다.
후문으로 나와 우리는 라바트의 메디나로 갔다. 메디나는 도시의 중심 지역이라는 뜻이다. 라바트의 메디나에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들이 많아서 보통 모로코에 관련된 기념품 같은 것들을 판매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라, 코스메틱 제품들을 팔기보다는, 보통 그림들과 먹을거리, 그리고 옷, 신발 등을 파는 곳이 많았다. 이날은 비가 와서 어두워서 그런지 조금 더 긴장하면서 메디나 안을 걷게 되었다. 메디나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난 뒤, 다시 배를 타러 돌아갔다. 선착장 주변에는 역시나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 천지였다. 그 전보다 더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배에 올랐다. 살레에서 내려 집 근처에서 피자 등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비에 젖은 옷들을 갈아입고, 조금 쉬다가 Pannier씨가 모로코 전통 음식을 제대로 느껴보게 해준다고 하셔서 같이 저녁을 먹으러 집을 떠났다. 트램을 타고 얼마 안되어 내려서 조금 더 걸어 음식점에 도착했다. 정말 전통 음악이 나오고, 음식점 테라스에 비가 와 천막을 치고 먹었는데, 모로코의 정취가 정말 많이 느껴졌다. 이 날, 따진과 브로쉐뜨, 그리고 모로코 전통 샐러드를 먹었는데, 전날 먹었던 그저 그런 꾸스꾸스에 비하면 정말 맛있었다. Pannier씨와 모로코에 대한 얘기와 음식에 관한 얘기를 하며 오랫동안 저녁 식사 시간을 보냈다. 그 후 우리는 다시 다 같이 집으로 돌아가 씻고, 다음 날 어떻게 할지 계획을 다시 보고 잠을 청했다.
⦁탐사 12일차 (2월 12일 일요일, 라바트)
모로코는 평소 비 오는 날을 손에 꼽는다는데 우리가 모로코에서 지냈던 일정 중 반 이상은 비가 왔었던 것 같다. 이날도 어김없이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날 이었는데 탐사를 위한 인터뷰를 하러 가기 위해 집 근처 피자 집에서 간단히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출발하였다. 트램을 타고 나름 라바트에서 상점들이 많이 모여있다는 아그달 거리로 나갔다. 화장품 매장을 찾으려고 거리를 여러 번 둘러보았지만 문을 연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할랄 제품을 다루는 매장을 가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워 나름대로 준비한 인터뷰라도 진행하기도 하였다.
Flarmar라는 매장은 사실 터키 회사의 브랜드라고 한다. 모로코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들을 조사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 생각보다 다양하고 세분화 되어있는 제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에서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했던 틴트 제품부터 피부타입에 따라 베이스도 여러 종류가 나열해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차이점도 존재했다. 눈과 관련된 제품들이 상당히 많고 그것들의 색깔도 한국이나 프랑스보다 훨씬 대담하였다. 쨍한 코발트 블루부터 펄이 가득한 은색 글리터까지 심지어 매장언니는 파란색 마스카라를 하고 있어 눈을 강조한 메이크업이 모로코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사실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듣던 대로 한국의 로드 샵이나 백화점 브랜드에 비해 매장 내의 기초 화장품은 상당히 적어 스킨 케어에는 무심한 점 또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아쉽지만 알찬 인터뷰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위한 장을 보기 위해 까르푸로 향했다. 한식을 안 먹은지 굉장히 오래되었던 터라 숙소에서 요리를 해먹기로 했다. 한국과 비교도 안되게 싼 소고기를 사서 스테이크를 해먹고 2주 만에 먹은 첫 한국음식인 된장찌개에 모두 눈물을 흘리며 싹 비웠다. 비록 우리끼리 해먹은 첫 요리였는데 너무 맛있어서 행복한 저녁이었다.
⦁탐사 13일차 (2월 13일 월요일, 라바트)
2월 13일에는, 카사블랑카에 가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여느 날처럼 간단하게 집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전날까지 비가 와서 하늘이 흐린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날은 정말 구름도 거의 없는 맑은 날이 지속되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정말 추웠지만, 날씨가 한번 풀리자 확 더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살레 역까지는 트램을 타고 한 정거장, 걸어서 가면 30분가량,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래서 우리는 날씨도 좋은 겸 역까지 걸어갔다. Alice라는 매표소 직원이 우리가 한국인인 것이 티가 났는지, 한국인이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인이라고 대답했는데, 알리스는 우리나라의 남자 아이돌 그룹들이 너무 좋다고 했다.
알리스와 헤어져서, 카사블랑카로 출발하는 기차를 대기하는 중이었다.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가면서 어떤 기차를 타야 하는지 알고 난 뒤, 기차에 탑승해서 카사블랑카로 출발했다. 카사블랑카에 내려 역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은 한국의 60%정도 되는 가격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었다. 그리고 나서 배준영 선배를 만나러 갔다. Twin Tower가 있는 카사블랑카의 번화가로 갔는데, 정말 큰 쌍둥이 빌딩과, 주변의 옷 브랜드 매장들이 많았다. 모로코에 수도가 두 개라는 말이 있듯이, 카사블랑카가 모로코의 최대 도시라고 일컬어지는 이유가 있었다. 이날 우리는 배준영 선배와 스페인 음식점을 가서 문어 요리 등 맛있는 음식을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은 뒤, 다시 카사블랑카 역으로 가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살레에 내리니 어둠이 살레 역을 감싸고 있었다. 살레 역에서 집까지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여서 빠른 걸음으로 주변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고 걸어 집까지 안전하게 걸어왔다. 숙소로 돌아온 뒤 다음 날 새벽에 나갈 준비를 끝마치고 씻고 잠에 들었다.
⦁탐사 14일차 (2월 14일 화요일, 라바트-파리-도하-인천)
오지 않았으면 했던 탐사 종료일이 다가왔다. 2주 동안의 추억이 파라노마처럼 스쳐지나갔다. 우리가 언제 다시 모여 프랑스인과 인터뷰를 하고 파리에서 밥을 먹고, 라바트에서 트램을 탈 수 있을까? 아쉽지만, 그 수많은 추억도 함께 가지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복잡하고 힘들었다. 우선 파리에서 경유를 해야 했기에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 라바트 공항으로 향했다. 이 곳은 신기하게도 출국할 때도 입국심사와 같은 절차를 밟아야 했기에 굉장히 오래 대기해야 했다. 에어프랑스의 비행기를 타고 이제는 익숙한 샤롤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공항에서 점심을 먹은 후 1시간 정도 게이트에서 대기했다. 이번 비행은 카타르 도하까지 가는 6시간의 비행이었다. 새벽 2시에 카타르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비록 우리가 간 공항 중에서 카타르 공항이 가장 크고 화려했지만 많이 둘러보지도 못한 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 후 드디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다행히 모든 비행기에 셀프 체크인을 해두었기에 네 명이 함께 앉을 수 있어서 푹 잠든 채로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인천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했다. 17시간의 비행, 경유 시간까지 합치면 꼬박 하루가 걸렸던 여정이 지쳐서 였는지 아쉬운 마음보다는 드디어 집이라는 기쁜 마음이 더 컸다. 2주 만에 다시 돌아 온 한국은 우리가 파리 구석구석을 거닐고, 퐁피두 센터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모로코에서 생활했다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듯 2주 전과 똑같았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각자의 집으로 향하며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다시 보았다. 이번 탐사로 얻은 추억들은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추억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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