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ity Challenge

해외탐사 프로그램 ‘Locality Challenge’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 알고 계십니까? ‘Locality Challenge’는 자신이 공부하는 지역을 직접 탐사하는 해외탐사 프로그램입니다.

참여하는 학생들은 탐사지역에 관해 인문·지역학적 탐구과정을 실시해 계획을 수립·발전시키고, 각 지역의 지역학적 효용가치를 재발견하며 도전정신을 배양하게 됩니다.

‘Locality Challenge’를 통해 학생들은 인터넷과 책에서만 보던 지역을 눈으로 직접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으며, 광역특화전공 내 4가지 트랙의 오지성 지역을 팀원들과 함께 구석구석 탐사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됩니다.

Title [4기] [유라시아] - 러시안룰렛 팀 (1) [러시아 기념품과 수공예품]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11-06 11:05 Read 1,898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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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테마

 

사람들은 해외를 방문하고 귀국할 때 해당 나라를 방문했던 것을 기억할 수 있는 물건들을 사오곤 한다. 우리는 그것을 흔히 기념품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해당 국가에서 먹어볼 수 있는 음식이거나, 대표하는 물건이나 상품, 또는 한국에서보다 저렴하게 사올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떠한 것을 떠올릴까? 무엇을 보면 사람들이 , 이 사람은 러시아 갔다 왔네.’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을까?

물론 남는 것은 사진이라고 방문자 스스로나 명소가 담긴 사진이 방문을 증명하는 증거, 기념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진이나 영상 말고 어떠한 물건이, 상품이 러시아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

러시아 기념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알아보고자 인터넷을 통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러시아 기념품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중복응답 가능) 65명의 응답자 중 59(90%)'마트료쉬카(матрешка)' 로 응답, 54(80%)'보드카', 33(55%)'초콜릿'이라고 답했다. 응답자를 러시아 관련 전공자와 비전공자로 구분하였을 때, 34명과 31명으로 응답자 비율상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최근 6년 사이에 러시아를 방문해 본 응답자는 24, 그렇지 않은 사람은 41명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설문조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마트료쉬카를 러시아의 기념품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트료쉬카는 러시아 수공예품 중 한 종류로, 그 외 러시아 수공예품에는 그젤(гжель), 호흘로마 (хохлома), 조스토보(жостово), 파베르제의 달걀 등이 있다. 설문조사 질문 항목에 파베르제의 달걀을 뺀 나머지를 답변 항목을 넣고, 다른 수공예품에 대한 인지여부를 중복가능 선택으로 작성하였다. 마트료쉬카를 제외한 수공예품을 안다고 답변한 사람은 총 12(18%)으로, 그 중 러시아를 방문해 본 응답자는 10(비방문자 2), 러시아 관련 전공자는 9(비전공자 3)이었다. 그젤을 안다고 답변한 응답자 9명 중 러시아를 방문했던 사람은 8, 러시아 관련 전공자는 7(비전공자 2)이었다. 호흘로마를 안다고 답변한 6명 모두는 러시아 관련 전공자이고, 5명은 최근 6년 이내 러시아를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조스토보를 안다고 답변한 3명중 2명은 러시아 관련 전공자이며 방문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러시아 관련 비전공자가 아는 수공예품은(마트료쉬카 제외) 그젤 뿐이었다. 반면, 마트료쉬카는 러시아 관련 전공자와 비전공자 모두에게 러시아를 대표하는 물건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팀 또한 수공예품에 대해 잘 몰랐다. 어디서 본 것 같기는 했지만 이것이 러시아의 수공예품이다. 라고 알려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러시아 수공예품을 직접 보며 현재 러시아에서의 위상을 확인하고, 더 나아가 위에 언급한 다양한 수공예품들을 보면 러시아를 떠올리거나 혹은 러시아를 생각했을 때, 다양한 수공예품들을 떠오르기를 바라면서 이 탐사를 계획하게 되었다. 

 

표트르 대제 시기에 러시아는 서구 문화(유럽 문화)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렇게 서구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점차 러시아의 독창적 표현을 추구하는 문화적 정체성 확보의 움직임이 생겨났다. 따라서 러시아 민족의 정체성 탐구에 대한 욕구와 러시아 고유의 양식을 예술에 반영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러시아 문화적 정체성을 건축, 장식예술, 공예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투영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의 한 형태가 러시아 수공예품에서도 나타났다. 러시아만의 색깔을 입히고, 민속 예술의 기법을 결부시킨 수공예품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하면 떠오르는 상징물 중 하나인 '마트료쉬카'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마트료쉬카, 호흘로마, 그젤 등의 수공예품에서 19세기~20세기 사이에 등장한 '()러시아 스타일'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러시아의 독창성을 담은 수공예품이 러시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러시아인의 수공예품에 대한 태도는 어떤지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에는 마트료쉬카, 보드카, 초콜릿 외에도 다른 기념품이 있다는 것을 소개하는 것이 탐사의 목표이다.

이를 통해 전공자, 비전공자 모두에게 '보드카 마시는 나라, 스킨헤드가 즐비한 위험한 나라, 1년 내내 겨울처럼 추운 나라' 등의 기존 편견을 깨고, 러시아와 그의 이미지에 대해 재고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탐사목표


한국과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수교한지 30년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해 제대로 알려져 있는 것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다수이다. 심지어 러시아 관련 전공생 사이에서도 편견, 만연해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러시아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으로는 문학, 시베리아, , 보드카, 마트료쉬카 등이 있다. 대다수가 마트료쉬카는 러시아 전통 목각인형으로 기념품 혹은 어린아이를 위한 장난감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마트료쉬카는 러시아 수공예품 중 하나이고, 러시아에는 마트료쉬카 외에도 다양한 수공예 작품들이 존재한다. 러시아 수공예품은 수업시간에 자주 다뤄지는 내용은 아니라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러시아를 갔다 온 적이 있다면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 러시아를 방문한 것이 아니라면 수공예품을 접하거나 알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마트료쉬카, 그젤, 호흘로마 등 해당 수공예품은 러시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지리적 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을 것이다.

각 수공예품들은 만들어지는 재료, 그림, 색 등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징은 해당 수공예가 발전한 지역의 지역적 특징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단순히 러시아 수공예품을 소개하는 것에서 국한하지 않고, 전통을 고수하고 이어가는 현장의 모습을 알리고 싶다. 이러한 모습은 과학 기술이라는 분야에서 앞서가는 러시아의 모습과 대조되어 러시아의 이면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직접 경험하고 본 것을 바탕으로 러시아에 관한 잘못된 루머를 올바른 내용으로 알리고 싶다. (여기는 내가 좀 많이 수정했는데 말 이상하면 다시 바꾸고..)

한국에서 책으로는 정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인터넷 검색을 통해 러시아 수공예품들의 모양과 생김새, 특징들에 대해 간접적인 정보 수집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작과정이라든지 수공예품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관심과 태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경험 수집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러시안룰렛팀은 수공예 공장과 박물관 혹은 공방 등이 있는 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제작과정을 살펴보고 설명을 듣고 직접 체험도 해보는 방법으로 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탐사내용


여름에 러시아를 간다는 설렘을 가지고 팀원 모두 인천공항에 모였다. 수속 줄도 길고 출국 전까지 시간도 남아서 저녁을 먹고 짐을 붙인 후, 출국 검사대를 지나 게이트로 향했다. 모든 탐사일정을 마치고 하는 이야기이지만 오고 가는 비행기 경유시간을 너무 길게 잡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오고 가다가 지친다. 특히 우리가 경유했던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공항의 크기는 매우 작을 뿐만 아니라, 편히 쉴 곳이 없어 경유하는 내내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비교적 시차의 차이가 크지 않은 극동지방을 간다면 괜찮지만, 우랄산맥을 지나 서쪽으로 넘어간다면 시차적응도 고려하기를 바란다. 빡빡한 일정은 아니었지만 짜여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움직이는 동안은 잘 돌아 다녔던 것 같은데 숙소만 오면 추가적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어하며 잠들었던 모습이 생각난다. 또한, 잘 준비했다고 생각해도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딜레이가 생기거나, 갑자기 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넉넉하게 일정을 잡는 것을 추천한다. 탐사에 필요한 체력을 위해서도 여유시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모스크바와 근교(2017.08.03~2017.08.07)

 

»그젤 공장 1일차

러시아의 대표적인 수공예품 중 하나인 그젤은 18세기붜 시작된 수묵 담채화 스타일의 러시아 도자기인데 로모노소프가 최고급 도자기 브랜드라면 그젤은 러시아 국민들이 사용하는 대중적인 도자기이다. 이러한 그젤을 만드는 곳으로써 모스크바 근교에 위치해 있는 그젤 공장을 가기 위해서 우리는 오전 10시에 맞추어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모스크바 근교로 나가는 열차역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쪽으로 향했다. 열차 역에 도착한 뒤에 시간표를 살펴보니 안타깝게도 그젤 공장 방면으로 가는 열차가 이미 출발해서 12시까지 기차역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날에 방문해야하는 세르기예프 포사드로 가는 열차역이 주위에 있어서 그 곳으로 시간표를 확인하고 빵을 사먹는 사이에 그젤 공장 방면으로 가는 다음 열차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우리는 그젤 공장으로 가는 열차를 1시가 다 되어서야 탔다. 만약에 모스크바 근교로 여행을 하거나 탐사를 떠나게 되는 팀들은 필히 열차 시간표를 미리 확인하고 열차 시간보다 약 10분정도 일찍 와서 기다리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그젤 공장 근처 역에 내려서 그젤 공장에 오후 4시 즈음에 도착을 했다. 하지만 그젤 공장의 내부 관광은 오후 2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젤 공장 2일차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갔던 그젤 공장을 다시 방문하기 위해서 우리는 열차 시간표에 맞춰서 열차를 타고 그젤 공장으로 출발을 하였다.(다행이 이번에는 늦지 않았다.) 내부 관광 시간인 오후 2시 이전에 미리 도착을 하여 내부 관광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그젤 공장 내부 관광을 같이 하러 온 한 가족과 함께 그젤 공장 내부 관광을 시작했다. 안내하시는 분께서 러시아어만을 사용하셔서 모든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안내하시는 분이 차근차근 설명해주셔서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능했다. 내부를 관광하면서 그젤의 기본 모양을 만드는 틀을 보여주면서 기본 모양을 만드는 곳, 말리는 곳, 문양을 그리는 곳, 굽는 곳 같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그젤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었고, 다양한 그젤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특히 같은 모양의 주전자를 가지고 칠을 했는지 안했는지에 따라서 표면의 거친 정도가 다른 것을 직접 만져보는 것도 굉장히 신기했다. 그젤은 스노우화이트 바탕에 주로 코발트으로 문양을 표현해서 만드는 수공예품이기 때문에 심플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그젤 공장 내부의 만드는 곳을 모두 관광하고 난 뒤에 그젤 공장 내부에 있는 그젤들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을 방문했다. 그곳에는 그젤의 역사 같은 기본 적인 내용을 시작으로 하여, 19세기의 그젤 공장의 분포도와 과거 그젤 공장에서 일했던 거장들의 사진과 약력 그리고 그들이 만들었던 그젤 작품들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무척이나 놀라웠던 점은 과거 거장들이 만들었던 그젤들이 그대로 보관이 되어 있다는 점이었는데, 그러한 과거에 그젤들마저 현재의 관점으로 봤을 때 전혀 이질감이 있다거나, 촌스럽게 느껴진다거나 하는 그젤들이 없었다. 가장 최근에 이 박물관에 들어온 그젤은 바로 2014년도 소치 올림픽을 기념하면서 만든 그젤이라고 한다. 우리를 안내하시는 분께서 우리에게 소치 올림픽을 기념하면서 만든 그 그젤을 한번씩 들어볼 수 있게 해주었는데 만져보면서 가까이서 보니 부드러운 표면에 반짝반짝 빛이 나서 너무 고급스럽게 느껴졌었고 박물관과 공장을 내부 관광을 하면서 그젤의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었다.

 

»세르기예프 포사드

모스크바 근교 황금고리라고 불리는 세르기예프 포사드로 마트료시카 체험을 위해 출발했다. 마트료시카라는 단어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거의 모두가 다 아는 러시아의 가장 대표적인 수공예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곳에 있는 город мастеров에서 마트료시카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그젤 공장을 방문하러 갔을 때와 비슷하지만 약간은 다른 열차를 타고 세르기예프 포사드로 출발을 하는데 가는 날이 주말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많은 관광객과 러시아 별장을 일컫는 말인 다차로 가서 여름과 휴일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город мастеров에 도착을 해서 이 곳에서 만든 완성도 높은 마트료시카를 보고 이제 직접 마트료시카를 만드는 체험을 시작했다. 우리들이 대체적으로 손재주가 없었고 미술에 자신이 있어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마트료시카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서 계속 우리에게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아무것도 안 그려져있는 민무늬의 마트료시카 모양의 목각 인형에 직접 스케치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스케치를 한 부분을 고온의 철사를 이용하여 홈을 직접 파고 그 홈을 판 부분을 경계로 하여 색칠을 하는 체험을 끝으로 완성을 하였다. 이러한 마트료시카 인형 자그마한 것을 3개를 만드는데 자그만치 3시간에서 4시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고 그 마트료시카를 만드는데 모든 집중력을 쏟았던 나머지 정신적으로 피로감이 상당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마트료시카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해 보니 우리한테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기념품으로써 사는 수공예품이지만 그 안에는 이 마트료시카를 만드는 사람들의 하나하나의 노력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러시아를 배우는 학생이거나 관광객들에게는 마트료시카를 기념품으로써 그냥 사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보면서 체험을 하는 것이 러시아의 문화나 수공예품을 더욱더 이해하기 쉬워서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모든 체험이 끝난 이후 우리는 세르기예프 포사드에서 가장 유명하고 잘 알려진 성 삼위일체 수도원을 가보았다. 세르기예프 포사드의 아주 맑은 날씨와 어울려서 성 삼위일체 수도원은 유명한 관광지라는 것을 시위라도 하듯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어디를 봐도 날씨와 너무 잘 어울리는 그림과도 같은 모습이었고 수도원 안의 건물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과 같은 모습은 굉장히 경건했으며 이콘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모스크바에 숙소가 있고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열차를 타야하는 이유가 아니었으면 정말 머물러 보고 싶은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니즈니노보고라드와 근교(2017.08.07~2017.08.09.)

 

» 세묘노프 

역시나, 우리는 니즈니에서도 근교를 가야 했기 때문에 또다시 기차역으로 갔다. 다행히도 니즈니의 택시 요금은 모스크바 택시 기본 요금의 약 1/2정도였기 때문에 우리는 애써 합리화 할 필요 없이 기차역까지 편하게 택시를 타고 갔다. 우리는 약 1시간 정도 기차를 탄 후 목적지인 세묘노프 역에 내렸다. 세묘노프는 호흘로마와 마트료쉬카 생산지로 널리 알려졌다. 얼핏 봐서는 호흘로마와 마트료쉬카의 뿌리가 같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문양, 생김새, 색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우리도 처음에는 왜 둘이 같은 뿌리라는 것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과거 세메노프스카야 그림 공장(Semenovskaya Painting Factory)이 마트료쉬카를 독점적으로 생산했고, 이 곳에서 호흘로마도 같이 생산했다고 한다. 하지만 20세기 초부터 호흘로마와 마트료쉬카의 파트가 분리되어, 호흘로마가 세묘노프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물이 되었다. 마트료쉬카도 여전히 생산되기는 하지만 호흘로마 스타일로 생산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세묘노프에서 세르기예프 파사드에서 본 마트료쉬카와 정말 차이가 있는지, 호흘로마는 어떻게 제작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 세묘노프 = 마트료쉬카의 원산지?

기차역에서도 한참을 걷고 난 후에야 호흘로마 공장에 도착했다. 다소 긴 시간을 걸었어야 했기에 도대체 언제쯤에야 도착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골 마을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공장들이 대부분 외곽지역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우리의 고생은 운명이겠거니 했다. 놀랍지도 않았다, 우리는 Хохломская роспись'라는 이름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앞에서 투어를 기다리는 분들이 있어 운 좋게도 얼마 기다리지 않고 같이 투어를 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들어간 공장에서는 마트료쉬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세르기예프 파사드에서도 나무 공정 과정을 봤었는데 이 곳에서도 보게 되다니 괜히 친숙했다. 그 옆 코너에서는 아티스트 분들이 책상에 앉아 작업을 하고 계셨다. 세르기예프 파사드에서는 작은 매장을 가서 그런지 작업대도 얼마 없었는데 이 곳은 전통적인 생산지라 그런지 많은 분 들이 작업중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 계신 분들은 수공업이기는 하지만 주로 분업 생산 방식을 택하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똑같은 표정, 얼굴의 크기만 다른 목각인형들이 얼굴만 채색된 상태로 놓여져 있었기 때문에 확실히 대량 생산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에서 기계로 그린 것도 아닌데 오차 없이 그려졌다는 것이 신기했다. 모두 숙련되신 분들인지 망설임 없이 그림을 똑같이 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이드님이 여기서 작업 중인 아티스트 분들은 모두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학교를 나온 분들이며 여기서 몇 십 년 동안 일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 역시 여기서 일하는 아티스트라고 하셨다.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학교에서 기술을 배운 뒤, 그 분들의 장인정신과 자부심이 합쳐졌기에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구나 싶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전통 기술을 이어가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알 수 있었다.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큰 나무가 서있었다. 나무의 동글동글한 모양의 빨간 열매들이 눈에 띄었다. 이 열매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을 보고 그린 것이 호흘로마의 기틀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두 번째 공장으로 갔다. 이 곳에서도 마트료쉬카를 생산 중이었다. 첫 번째 공장에서 작업 중인 마트료쉬카는 기념품 가게에서 흔히 보이는 모양인 것도 있었고, 보라색 등 비교적 희귀한 색으로 제작된 것도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공장에서 작업 중인 아티스트들은 파란색, 금색 등을 이용하여 좀 더 화려한 모양의 마트료쉬카를 만들고 있었다. 세묘노프 전통 마트료쉬카는 그리는 모양과 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명의 아티스트가 작품을 완성할 수도 있지만, 각각 그리는 파트가 나뉘어 있기도 한다고 한다. 반면, 비교적 이국적인 마트료쉬카는 아티스트 고유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분업이 불가하다고 한다. 마트료쉬카를 채색할 때 사용되는 전통적인 색상은 노란색(황금색), 검정색, 빨간색, 초록색이라고 한다. 이는 세묘노프 지역의 스타일이기 때문에 호흘로마의 기본 색상과 같다.


» 호흘로마 공장

우리는 마트료쉬카 공장에서 나와 호흘로마 작업장으로 향했다. 호흘로마는 완제품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문양 자체를 일컫기도 한다. 대부분 호흘로마는 금빛 쟁반 혹은 그릇에 검정색 물감으로 틀을 잡고 주로 빨간색, 초록색으로 무늬를 그려 제작된다. 세밀한 표현을 위해 대다수가 얇은 붓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곳의 아티스트들도 숙련된 사람들이라 그런지 작업장 전체를 둘러보아도 잘못 그렸다고 수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옆에 있는 박물관으로 들어가려는데 벽에 의자들이 쌓여져있었다. ‘도대체 왜 의자가 있는거지..?’라는 생각을 하며 의자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자세히 살펴보니 호흘로마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빨간 열매 모양이 눈에 띄었다. 밖에서 나무 설명을 듣지 않았으면 그냥 호흘로마 무늬가 의자에도 들어갔구나!” 하고 넘어갔겠지만, 뭔가 아는 것이 있으니 눈에 띄어 신기했다.

» 호흘로마 박물관

박물관에 들어가자 정말 말 그대로 호흘로마 천국이었다. 먼저 우리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숟가락이었다. 문양은 비슷비슷했지만, 모양들이 다 달랐다. 끝부분이 휘어진 것도 있었고, 끝부분에 러시아의 쌍두 독수리 문양이 붙어있는 것도 있었다. 한국에서 화려한 숟가락은 찾아볼 수 없었는데 여기는 숟가락의 재질, 모양, , 문양이 모두 다양하다는 점에서 러시아와 한국간의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숟가락 맞은편에는 전화기, 보석함 등이 있었고, 옆 섹션에는 밥상, 의자, 식기류, 장식대 등 모두가 호흘로마였다. 심지어 소치 올림픽을 축하하는 기념품도 호흘로마 스타일로 꾸며졌다. 공장에서 의자를 봤을 때 까지만 해도 그냥 상아색 바탕의 의자에 그림이 포인트로 들어간 느낌이었는데, 이 곳 에서는 정말 호흘로마 고유의 색만 이용한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에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과거, 호흘로마와 마트료쉬카가 같이 생산되다가 식기류, 가구류에 초점을 맞춰 호흘로마를 생산하도록 했다. 그 후, 생산 파트가 분리되어 마트료쉬카가 다른 회사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처음에 왜 호흘로마는 세묘노프가 생산지로 뜨는데, 뿌리가 같다는 마트료쉬카의 생산지는 세르기예프 파사드와 세묘노프 둘 다 뜨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그 질문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또한, 주로 우리가 보았던 호흘로마 작품들은 금색 칠이 된 철제 쟁반에 그림이 그려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박물관에 있는 호흘로마의 대다수는 목재류였다. 처음 마트료쉬카와 호흘로마의 뿌리가 같다고 했을 때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목각 장식 공에품이라서 한 회사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는데, 우리가 호흘로마는 목각 장식 공예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비로소 호흘로마와 마트료쉬카에 대한 의문점을 풀 수 있었다.

 

» 러시아인들의 자부심

사실, 러시아에 와서 러시아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자국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니즈니에서는 러시아 자체에도 자부심이 있지만 니즈니 자체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숙소에 올 때 탔던 택시 기사님은 니즈니가 정말 좋은 도시라며 열변을 토했다. 니즈니의 볼가 강은 무척 아름답고, 이곳에도 크레믈이 있다며 크레믈 관광을 추천했다. 처음에는 신기한 기사님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러시아를 돌아다니며 우리가 착각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어딜 가든 박물관이 정말 많았다. 한 동네에도 미술관, 박물관들이 있었고, 호흘로마를 보러간 박물관 옆에는 세묘노프 전통 가옥 박물관이 있었다. 처음에는 한 마을의 전통 가옥 박물관이 왜 있는지를 잘 몰랐었다. 비록 일반 박물관보다는 작은 크기로, 이즈바(러시아의 통나무 가옥)안에 들어가서 구경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물품 하나하나의 쓰임새까지 설명하며, 자부심을 갖고 니즈니의 문화를 알리는 해설사 분들의 모습에 감동까지 느꼈다. 어쩌면 러시아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지켜야 할 것, 나아가 발전시켜야 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러시아의 수공예품들이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크레믈린 in 니즈니

첫 날, 기차역에서 숙소로 올 때 택시 기사님께서 니즈니에도 크렘린이 있으니 꼭 가보라며 추천을 해주셨다. 숙소 가는 길에 보였던 크렘린도 멀어보였기 때문에, 숙소와 멀어서 못가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숙소 바로 앞쪽에 크렘린이 있었다. 차타고 가면 정말 금방이었고, 걸어서도 약 20분이 걸릴 정도로 가까운 곳이었다. 정말 우연의 일치로 크렘린 옆에 우리의 목적지인 니즈니 노브고로드 국립 예술 역사 박물관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맘 편히 크렘린을 구경하고 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모스크바의 크렘린을 가려면 돈을 내야 했는데, 이곳에서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했다. 모스크바에서도 세계 2차 대전을 추모하고 기리는 곳들이 많았는데 니즈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크렘린 안에는 전차, 탱크 등 군용 차랑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뛰어놀며 전차에도 올라탔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전차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1945라는 글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려주었다. 러시아인들은 1945라는 글자의 무게가 잊혀지지 않도록 추모를 하고 있었다. 방향을 틀고 걷다보니 크렘린과 볼가 강이 보였다. 니즈니에서도 중심지 쪽에 크렘린이 있는 것이지만 크렘린에서 바로 강이 보여서 신기했다. 모스크바에는 붉은 광장에 있기 때문에 니즈니도 그냥 도심지에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강이 보이길래 새롭다고 느꼈다. 택시 기사님도 그렇고 왜 니즈니 사람들이 니즈니의 크렘린은 다르다며, 크렘린에 방문해보라고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 국립 예술 역사 박물관

우리는 점심을 먹고 국립 예술 역사 박물관으로 갔다. 대다수가 니즈니의 예술품이지만, 다른 도시의 작품들도 있었다. 우리는 단순히 목재 수공예품들을 생각하고 왔지만, 일반 그림들과 이콘이 훨씬 많아서 조금 당황하기는 했다. 그림들을 지나치다보니 호흘로마도 나왔다.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는 적었지만, 세묘노프에서 보고와서 그런지 익숙했다. 세묘노프에서 만들지 않은 호흘로마는 조금 달라보였다. 공장에 있었을 때 가이드 분께서 호흘로마의 주 생산지가 세묘노프이지만, 간혹 다른 곳에서도 생산된다고 말하셨던 것이 떠올랐다. 그림의 차이가 많이 나는 호흘로마도 있지만, 간혹 세묘노프에서 생산된 호흘로마도 쉽게 세묘노프꺼다!”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목각 공예품으로 유명한 니즈니인만큼, 목각 공예품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지 않아서 아쉽기는 했지만, 호흘로마를 봤다는 점에서 의의를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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