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3기] [인도남아시아] - 인더시네마 (1) [인도인과 인도의 영화 문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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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3-16 16:31 | Read | 1,774 |
본문
탐사테마
인더시네마 팀은 인도에 대해 소개하고자 했다. 한국이 인도에 대해 더 알 필요성이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공 관련 국가이기 때문이 아니다. 인도는 지금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성장을 보이고 있는 국가이며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 다음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상 중국과 시장 규모가 비슷하다.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이 주춤해지고 시장이 불안해짐에 따라 중국 시장에 의존도가 큰 한국은 새로운 큰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이 있어졌다. 그리고 이에 대한 좋은 해답으로 인도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국가적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도 시장에 대한 관심은 미비하다. 곧 이러한 우리의 무관심을 타파할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인도를 알리는 것에 있고 본 팀은 인도를 알리기에 좋은 방법을 간구하는 바이다. 인더시네마는 그 좋은 방법이 바로 인도의 영화 문화 소개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인도의 국가 브랜드인 카레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영화이기 때문이다. 볼리우드를 주축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생산하는 인도는 과연 영화 강국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본 팀은 이러한 것에 주목하여 영화로써 한국에겐 아직 낯선 인도를 소개하고 우리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한국과 인도 간의 화목을 도모할 일종의 발판을 만들고자 하였다. 하지만 단순한 인도 영화 문화 기행을 통한 인도 소개에서 한 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다. ‘인도인들에게 영화가 무엇이기에 세계 최대 영화 생산지로서의 명성을 펼치고 있는 것인가? 많이 생산한다는 것은 그 만큼 영화를 좋아한다는 뜻인데 어떠한 점이 인도인들을 영화에 열광하게 하는가?’ 라는 것이었다. 인도 영화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선 그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얻어야 했다. 단순히 책이나 논문에서 발견되는 인도인들이 영화를 즐기는 방식, 예를 들어 인도인들이 영화 상영 중에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한다는 등의 행동 양식 설명과 인도인들 자체가 흥이 많아서 그러한 것이 라는 추축성 정보로는 우리의 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실제로 인도인들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다 그래서 본 팀은 탐사 방향성을 단순한 문화 기행에서 ‘인도인들에게 영화가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라는 주제에서 그 해답을 찾는 것으로 바꾸었다.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음으로써 인도에 대한 더 올바른 지식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탐사를 통해 얻은 해답과 함께 본 팀은 인도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특징들을 소개하고 이러한 정보를 공유 받는 사람들이 인도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과 정확한 시각을 같길 바라는 바이다.
탐사목표
인더시네마 팀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인도인들들에게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주제 아래서 인도 영화의 큰 특징을 알릴 것이다. 소개 이전에 우리가 생각했던 인도인들이 영화에 열광한다는 것에 대한 고증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였다. 특히 영화가 주로 소비되는 영화관에 갈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영화관 탐사를 위주로 일정을 만들었다. 영화관에서 사람들의 소비 행동 양상을 관찰하여 그 행동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에 주목해서 탐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영화관에서는 전반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지 조사하고,이를 바탕으로 인도인들이 영화관에서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나아가 탐사 이전에 계속해서 받아 온 여러 교수님들의 조언을 고려해서 단순히 영화관을 조사하기 보다는 영화 문화가 발생하는 여러 장소, 매체에도 관심을 가지고 조사했다.그래서 탐사는 영화문화가 소비되는 매체,방식 등을 체험해보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대표적으로 인도 영화가 만들어지는 장소이자 영화 관련 관광지인 ‘필름 시티’와 연기, 노래, 촬영 등 인도 영화에 필수요소를 가르치는 ‘필름 아카데미’ 등이 그러하다. 필름시티에서는 가이드가 설명해 주는 내용 뿐 아니라 같이 관광을 진행했던 사람들의 반응도 유심히 관찰했으며,필름 아카데미에서는 영화 전문가 아카데미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또한 인도에서 구할 수 있는 신문이나 잡지,중고책 등 그리고 대중교통과 간판 등에 나타난 영화에 관한 정보도 보이는대로 수집했다.이러한 탐사를 진행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인도인들이 실제로 영화와 영화 속 스타들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일반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으며 더불어 그러한 행동이 영화라는 매체가 인도인들에게 갖는 의미를 알아내고자 하였다.
정말로 인도인들은 영화에 열광하며 그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이제부터 보여줄 인더시네마의 탐사일지를 따라서 인도인의 삶 속에 스며있는 영화의 의미를 찾아보자.
탐사내용
<1월 18일 수요일>
▷출발! 인도로~
정은이, 상아, 찬준이, 윤희. 각자 다른 지방에 흩어져 살고 있던 우리는 약속한 시간인 오전 9시 반에 늦지 않고 모일 수 있었다. 윈터스쿨이 끝나고 거의 바로 모이는 것이었다. 빨리 가고 싶어서 일정을 이렇게 잡았는데, 혹시나 나중에 윈터스쿨과 로컬리티 챌린지를 같이 할 사람이 있다면 어느 정도 쉴 기간을 정해놓고 일정을 짜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우리가 탈 아시아나 항공 델리 행 비행기는 오후 1:20분 출발이었다. 남은 시간 동안 우리는 수하물을 부치고 여행자 보험에 가입했다.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빨리 가고싶은 마음에 얼른 입국심사대를 통과했다. 우리는 간단하게 파리바게트에서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고 50번 게이트로 가서 비행기에 탑승했다. 우리들 중 어떤 사람은 생애 첫 해외여행이라 떨린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9시간이라는 긴 비행시간에 한숨을 쉬었고, 어떤 사람은 어린아이처럼 마냥 들떴고, 어떤 사람은 담담하게 인도에 또 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만 보였다.
9시간의 비행을 마치니, 벌써 인도 현지시간을 받아들인 스마트폰이 오후 8시라고 알려주었다. 사람이 시계바늘을 돌려놔야 하는 손목시계는 1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손목시계의 시간을 인도 현지시간으로 고쳤다. 먼저 수하물을 찾았다. 그리고 공항 내에 있는 Airtel에서 유심을 구매했다. 로컬리티 센터와 24시간 카톡 연락망을 구축해야 했기 때문에 비싼 가격임에도 즉시 유심을 갈아 끼웠다. 그리고는 미리 예약한 호텔 픽업 서비스 아저씨를 찾기 위해 피켓을 들고 서있는 인도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녔다. 혹시나 아무도 나와 있지 않으면 어떡하나 비행기에서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아저씨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YUNHEE’라고 쓴 피켓을 들고 계셨다. 아저씨를 따라 주차장으로 향했다. 우리는 중형차에 배낭을 모두 싣고 첫 번째 호텔, ‘크리슈나’로 바로 향했다. 체크인은 순조로웠다. 여자 셋이서 큰 방을, 남자 하나는 작은 방을 썼다. 방은 괜찮았지만 큰 방에 창문이 없었다! 호텔 방에 배낭을 내려놓고 손목시계를 보니 새벽 1시였다. 인도에 와서 차를 타고 호텔에 오는 길에 힌디 간판도 보였고, 매번 말로만 듣던 오토릭샤도 보았다, 인도 사람과 말도 해봤다. 우리가 인도에 왔다는 것이 슬슬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14일 동안, 인도를 모두 담아갈 것이라고 다짐하고 우린 하얀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다.
<1월 19일 목요일>
▷4 Idiots
아침 6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시차때문에 오래 잤는데도 해는 뜨지 않았다. 방에 창문이 없어서 굉장히 습했다. 전날 밤에 머리를 감고 잤는데, 머리가 여전히 축축했다. 방이 싼 데는 이유가 있나 보다. 한국보다 따뜻해서 얇게 입고 아침을 먹으러 나갔는데 생각보다 쌀쌀했다. 조식은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경치를 보는데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굉장히 하늘이 흐렸다, 거리는 더러웠고 개랑 원숭이, 심지어 매도 있었다. 빠하르간즈가 상당히 위험한 동네라고 들었는데 정말 그래 보였다. 식사 후 우리는 환전을 위해 숙소를 나섰다. 처음에 걸어서 한국인 쉼터를 찾아가려고 했다. 사전조사를 할 때, 그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유심을 구할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처에서 환전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지리를 잘 몰라 헤매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한 아디다스 저지를 입은 아저씨가 와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우리가 환전소에 간다니까 인도 정부에서 주관하는 환전소를 소개해주겠다며 바로 옆에 있는 릭샤 아저씨에게 지도를 빌려, 직접 그 지점을 가리켜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곳까지 릭샤를 잡아주겠다며 20루피에 싸게 릭샤를 잡아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눈곱만큼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세상에 이런 착한 사람이 있나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릭샤는 CP 도로변에 있는 스티커로 창 전체를 가려진 건물 앞에서 멈춰섰다. 안에 들어가니 영어를 잘하고 말끔하게 차려입은, 아이폰을 쓰는 영화배우처럼 생긴 아저씨가 앉아있었다. 말을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었다. 유난히 잘했다. 이때 알아봤어야 했다. 그 아저씨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은 영어도 못하고 인상도 험상궂었다. 마치 인도영화에 나오는 샤룩 칸과 조연 건달만큼의 차이였다. 그 아저씨는 우리 4명에게 이름을 묻고 이것저것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운을 떼더니 우리의 일정을 물었다. 우리는 델리 인·아웃이고 뭄바이에 갈 예정이라고 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교통편과 숙소를 잡았냐고 물어왔다. 한국에서 인도 철도청을 가입하려고 부던히 노력했지만 인도 모바일 번호가 없어서 가입 자체를 못 했었다. 그래서 기차 예매를 못했고 비행기표도 인도에서 구매할 계획이어서 사지 않았다고 말했다. 숙소도 우리의 예산 상황을 보고 잡으려고 미리 예약을 해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굉장히 큰 일이 났다는 듯이 ‘빨리 안 잡으면 가격이 올라가면 올라갔지 내려가진 않는다’고 ‘나만 믿고 내가 도와준다’고 말을 했다. 그러면서 계속 정부기관임을 들먹였다.
우선 한명을 제외하고는 인도에서 돈을 사용해본 적이 없기에 루피의 체감가격을 잘 몰랐고, 큰 액수에 대해 이야기가 오가다보니 계산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우리가 교통비와 숙박비를 따로 나누어 금액을 보여 달라고 부탁했는데 계속 전체금액을 인당으로 나눈 액수만 보여주었다. 여기에 학생할인과 제휴할인이 들어가니 더 복잡해졌다. 우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시끄러운 노래와 진한 향내 때문에 머리도 아팠다.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숙소는 미리 잡지 말고 뭄바이로 가는 기차와 다시 델리로 오는 비행기만 잡자고 결론이 났다. 아마 성수기라 교통편이 없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졌던 것 같다. 원래 우리의 교통편(기차와 비행기)예산은 4명 합쳐서 60만원이었는데, 이곳에서 카드를 긁고보니 99만원을 지출하게 되었다. 비행기는 원래 예산과 비슷했지만 기차에서 비용이 많이 초과되었다. 그 탓에 그 이후에 숙소를 고를 때 기차표를 구매할 때 초과된 예산만큼 예산을 줄여서 더 싸고 좁은 곳을 찾아다녔다.그리고 우리는 이곳에서 유심도 하나 구입했는데, 1500루피나 주고 개통했다. 가격을 따지고 싶었지만 장정들이 너무 많아 무서워서 해코지 당할까봐 따지지도 못했다. 그런데 개통한 유심은 개통만 되고 밸런스가 0이어서 뭄바이에 가기 전까지 핸드폰으로 연락이 가능한 사람은 정은이 밖에 없었다. 밸런스가 없는 것도 뒤늦게 안 사실이었다.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억울하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의심스러운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지금 생각하면 소름끼쳤던 것은 정은이와 찬준이가 유심을 사러 다른 직원을 따라 밖으로 나갔을 때, 윤희가 벽에 걸려 있던 정부 인증서를 휴대폰으로 찍으니까, 그 말 잘하는 아저씨가 정색하면서 사진을 지우라고 한 것이다. 그 전에 놀면서 찍었던 셀피들도 자기가 보는 앞에서 다 지우고 아이폰 휴지통까지 체크했다. 윤희가 의심스러워서 왜 찍으면 안 되냐고 3~4번쯤 물었는데 계속 말을 돌리고 ‘다 이유가 있어요, 왜 그런지는 이따가 말해줄게요’이렇게만 반복했다고 한다. 우리 모두 하루만에 낯설은 인도에 질려버려 힘없이 건물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거기서 제공해 주는 택시아저씨에게 아무 식당이나 맛있는 곳으로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이상한 동네의 손님 하나 없는, 누가 봐도 바가지 가격의 가게로 데려다 주길래 너무 화가 나서 필요 없고 그냥 코넛 플레이스(CP)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힘없이 CP 중앙을 향해서 걸어가는데 괜찮게 생긴 라자스타니 탈리집이 보였다. 지친 우리는 배가 고프고 더 이상 걸을 힘도 없어서 바로 들어갔다. 종업원이 다 유니폼을 입고 있고 깨끗했으며, 무엇보다 식탁 위에 준비되어 있는 탈리 그릇이 신기했다. 매일 메뉴가 바뀌는 백반집처럼 메뉴가 하나뿐이었다. 우리는 탈리 4개는 주문했다. 그랬더니 조만간 종업원들이 한 명씩 와서 국자로 그릇들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손씻는 주전자를 가져와서 손을 씻을 수 있게 했다. 모두 너무너무 맛있었다. 다 먹고 나오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생애 첫 인도 영화관: PVR Plaza
그래도 우리가 탐사라는 사명을 띠고 인도에 왔는데, 사기를 당했다고 마냥 축 쳐져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영화관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방문한 영화관은 PVR Plaza였다.
PVR은 인도의 대기업 영화사로, 한국의 CGV나 롯데시네마처럼 기업이 운영하는 영화관이다. 매표소에 가니 상영하고 있는 영화가 얼마 없었다. 우리는 가장 빠른 시간에 있는 할리우드 영화 ‘트리플 엑스’를 보기로 했다. 영어 음성 영화였고 자막은 지원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인도의 유명 여배우 ‘디피카 파두콘’의 할리우드 데뷔작이었다. 처음 가보는 인도 영화관은 신기했다. 매표소는 건물 밖에 있고, 상영 10분 전까지는 영화관 안에 들어 갈 수 없었다. 처음으로 보안검색대에서 몸수색을 받았다. 여자는 여자가, 남자는 남자가 수색하는 시스템이었다. 우리는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영화관 곳곳을 둘러보았다. 외향은 커서 몰랐는데 내부는 좀 작았다. 휴게실도 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스낵바를 보니 다양한 메뉴가 존재했다. 핫도그, 햄버거는 기본이고 인도식 볶음밥인 비리야니도 팔고 있었다. 영화관 안에서도 식사가 가능할 정도였다. 영화 상영시간이 가까워오자 우리는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데 투명 비닐로 포장된 안경을 받았다. 아차, 3D영화인 줄은 모르고 예매한 것이었다. 그래도 이미 들어온 거 나갈 순 없으니 그냥 착석해서 영화를 관람하기로 했다. 안경을 쓰니 안경 시야가 깨끗하지 못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영화상영 전에 광고가 있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았다. 다른점은 광고 사이사이에 ‘CERTIFICATION’이 있다는 점이다. CERTIFICATION이란 CBFC(Central Board of Film Certification: 1952년 설립된 인도의 영화 등급 협회로, 비제이 아난드나 아누팜 커 같은 유명 영화인들도 위원장을 역임한 적이 있다.)가 영화 내용을 검열했다는 확인증이었다. 모든 인도영화는 시작 전에 이 반드시 이 확인증이 먼저 화면에 비춰진다. 만약 이것이 없으면 영화관에서 상영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인도의 영화 등급 체계는 크게 ‘전체 관람가’인 U, ‘준 성인등급’인 U/A, ‘성인등급’인 A, 이렇게 3가지로 나뉜다. (특수한 경우를 다룬 S등급이 있으나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신기했던 것은 영화 시작 전 화면에 인도국기가 펄럭이면, 사람들은 모두 기립해서 스피커에서 나오는 국가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서서 국가를 따라 불렀던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 유신시대의 우리나라 영화관처럼 말이다. 심지어는 할리우드 영화인데 이런 절차를 밟는 것을 보아 외국영화라고 예외는 없는 것 같았다. 영화가 시작하고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은 후레쉬로 발 밑 뿐 아니라 좌석까지 비추면서 들어왔다. 추측해 보건데 인도에는 우리나라처럼 좌석열을 알려주는 작은 불빛이나 각 계단마다 라이트 가이드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 ‘트리플 엑스’는 러닝타임이 2시간이고 할리우드 영화임에도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었다. 아마 인도에 수입하면서 자체적으로 삽입한 것 같았다. 인도영화는 보통 3시간 동안 상영하는데, 중간에 10분 정도 ‘인터미션’이라는 쉬는 시간이 있다. 이때 사람들이 무엇을 하나 지켜보니, 사람들은 보통 이때 화장실을 가거나 팝콘 등 스낵을 ‘시켜’먹었다. 우리는 팝콘을 영화 시작 전에 사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인도는 시작 전에 사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인터미션 때 직원들이 직접 좌석으로 와서 주문을 받아갔다. 물론 직접 가서 사올 수도 있다. 윤희가 인터미션에 옆자리에 앉은 우리 또래의 여자 3명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우연히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빠져서 한국어 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윈터스쿨 때 만난 인도인 친구 리짜도 한국 드라마에 빠져서 한국학과를 왔다고 했는데, 정말 신기했다. 인도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본 것이 잘못이었는지, 우리가 영어를 잘 못 알아들어서 그런 것인지 영화가 재미가 없었다. 이렇다 할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인도에서 보내는 첫날이 지나갔다. 정말 처음 접하는 신기한 문화들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1월 20일 금요일>
▷시장에 가면...
아직 한국시간보다 3시간 반이 늦은 시차에 적응하지 못했는지 오늘도 역시 꽤 오래 잤다고 생각했는데, 일어나보니 아침 6시 50분이었다. 여자 셋이서 아침에 다 씻으려면 부지런히 준비를 해야 겠다는 생각에 침대에서 벗어나서 바로 씻고 8시 반에 조식을 먹으러 갔다. 아침을 먹을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크리슈나는 조식이 정말 맛있다. 그래서 매일 아침이 기다려졌다. 오늘은 원래 Eros one이라는 영화관에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후에 정은이가 자신의 친구인 Leoney를 만나러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Leoney는 정은이가 페이스북에서 만난 친구인데, 우리가 델리에 온 것을 알고 우리들 모두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는 것이다. 어제 사기를 크게 당한 터라 조금 못 믿음직스러웠다. 하지만 정은이와 개인적으로 오래 알고 연락한 사이고 경찰 공무원 준비생이라고 하니, 한번 믿어보기로 하고 오후에 Leoney의 집을 방문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래서 오전에 일정을 변경하기로 했다. Eros one이 생각보다 멀리 있어 짧은 시간 안에 다녀오기는 무리였다. 그래서 일정을 확 틀어서 ‘사로지니 나가르’에 방문하기로 했다.
사로지니 나가르는 우리가 인도에 오기 전에 로컬리티 윈터스쿨을 통해 만난 인도인 친구 리짜가 추천해 준 장소로, 물건이 다양하고 저렴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했다. 델리에 있을 때 한번 방문하기로 한국에서 다짐을 했었기에 오늘 방문해보기로 했다. 결정이 내려지자 바로 릭샤를 타고 사로지니 나가르로 향했다. 릭샤에서 내리면서 처음 받은 인상은 우리나라의 동대문과 비슷했다. 리짜가 말한대로 대부분의 물건이 매우 쌌다. 옷, 신발, 채소, 그릇, 가방, 사리 등을 팔고 있었는데, 우리가 산 옷들은 거의 250~400루피 수준이었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롱스커트, 귀걸이, 가네쉬 장식품, 반바지 등을 사며 거리를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며 리짜가 먹어보라고 추천해준 ‘베르’라는 과일열매와 짜이, 뻥튀기를 사먹어 보았다. 베르는 시큼한 장아찌 맛이었다. 오늘로 인도에서 3일 째였다. 지금까지 줄곧 하루 세끼를 모두 인도 음식을 먹어왔던지라 색다른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다. 마침 시장 바로 옆에 맥도날드가 있었다. 우리는 맥도날드의 빨간 간판 향해 달려갔다. 너무 반가웠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먹은 서양적인 맛은 굉장히 감동이었다. 점식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찬준이가 머리는 깎아야겠다고 하며 거침없이 미용실로 들어갔다. 우리도 따라 들어가 멀뚱멀뚱 의자에 앉아서 찬준이가 머리 깎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커트비용은 200루피 정도로 한국보다 훨씬 저렴했다. 이용을 마치고 돌아온 찬준이는 더벅머리에서 버섯머리가 되어있었다. 우리 모두 그 머리를 보며 한참동안 깔깔 웃었다. 호텔에 짐을 놓고 Leoney집으로 이동하기 위해 릭샤를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는데 불법 DVD를 판매하는 좌판대가 보였다. 분명 전에 지나올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있는 것을 보니 이동하면서 장사를 하는 것 같았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정은이도 그 앞에 한참 서 있었다. 좌판대에는 인도영화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도 판매하고 ‘모아나’같은 최신 디즈니 만화영화도 판매하고 있었다. 현재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는 인도영화 ‘Ok jaanu’도 있었다. 자막도 모두 영어자막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다고 적혀있었다. 가격은 DVD 개당 50루피였다. 한국 돈으로 치면 개당 천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정은이가 대표로 속는 셈치고 영화 4개를 구매했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 재생을 해보니 화질도 괜찮았고 자막도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착한 마니푸리안들
우리는 릭샤를 타고 짐을 두기위해 호텔로 향했다. Leoney를 만나기 위해 진짜 짐만 두고 바로 나왔다. GTB 나가르 역까지 가기 위해서 뉴 델리 역으로 향했다. 메트로를 타고 GTB 나가르 역에서 내리니, Leoney와 친구 Anu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우리는 Leoney를 따라 역에서 다시 15분쯤 오토릭샤를 타고 달려갔다. 집에 도착했는데 인도에서 이렇게 조용한 곳은 처음이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고시원같은 곳이라 그런 것 같았다. 우리가 만난 Leoney는 K-POP을 사랑하는 인도 소녀였다. 이 때 한국드라마 ‘도깨비’가 한창 유행이었는데, 우리는 인도에 오느라 보지 못한 도깨비의 내용을 Leoney는 모두 알고 있었다. 한국의 드라마는 유투브를 통해서 영어자막으로 이해하고, 'EXO'나 '씨스타'같은 아이돌 노래도 많이 듣는다고 했다. 그리고 워낙 많이 K-POP을 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실제로 Leoney의 한국어 실력은 훌륭했다. 우리는 Leoney와 그 친구들이 차려주는 맛난 마리푸리안 음식을 맛있게 먹고, K-POP에 맞춰서 춤도 추고, 사진과 동영상도 많이 찍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어제 인도 사람에게 눈뜨고 코베기 식으로 사기를 당해서 인도인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해 있었는데 인도에도 Leoney같이 좋은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은 아쉽지만 밤이 늦어서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기 전에 어제 사기당한 기차표와 비행기표에 대한 검사를 부탁하였다. 다행히도 진짜였다! 진짜라는 대답을 들으니 편안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아직 인도에서 지낼 날들이 많이 남았으니,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고 Leoney와 친구들에게 작별인사하고 호텔로 돌아갔다.
<1월 21일 토요일>
▷돈을 잃어버리다
오늘은 늦잠을 조금 잤다. 일어나보니 아침 9시였다. 호텔 조식이 10시에 문을 닫아서 얼른 준비를 마치고 10분 동안 아침식사를 즐겼다. 오늘은 특별히 야외 테라스에 나가 조식을 먹어 보았는데, 왜 사람들이 밖에 나오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한 눈에 보기에도 미세먼지와 매연 때문에 아침부터 공기가 뿌옇기 때문이었다. 순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역시 오늘도일이 터졌다. 아침에 제일 먼저 일어나서 돈 계산을 하던 정은이가 갑자기 말하길 “우리 유심 값 봉투에 들어있던 110달러 어디갔지?“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디에 분명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찬준이 방에 모여서 다 같이 모여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계산기를 검산해 보아도 110달러가 통째로 비는 것이었다. 분명히 government of India에서 환전할 때, 첫 번째 봉투에 1310달러를 환전했는데? 혼란스러웠다. 우리는 그 110달러를 환전할 때 통째로 도둑맞은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외에는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상아가 혹시나 해서 구글에 ‘뉴델리 사기’를 검색해 보았더니, 떡하니 바로 첫 번째 줄 외교부 페이스북 페이지에 우리 사례가 그대로 있었다. 길에서 만난 아저씨가 우리에게 government of India를 소개시켜준 순간부터 우리는 그냥 ‘호갱’이었다. 옆에 있던 오토릭샤 왈라까지 모두 한 패였다. 비싸게 돈을 주고 사기를 당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뻔한 사기를 당하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분했다. 바로 로컬리티 센터 오영민 교수님께 카톡으로 보고를 드렸다. 부족할 경우, 사비로 메꿔서 탐사를 그대로 진행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교수님께서는 그래도 다행이라고 만약 강도를 만나면 정말 답없다고 조언해주셨다. 정신을 차리고 돈을 재정비했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계획한 탐사는 진행해야했다.
▷Regal cinema와 Eros one cinema
오늘 탐사는 소규모 영화관과 인도 대기업 영화관을 두 팀으로 나눠 탐사해보기로 하였다. 두 영화관은 거리도 꽤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비슷한 시간대의 영화가 어떤 것이 있나 확인하기 위해 ‘BOOK MY SHOW’라는 티켓예매 사이트를 활용했다. 사이트는 깔끔하고 효과적인 인포그래픽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지역별로 영화와 영화관을 검색할 수 있으며, 영화관 회사별로 따로 검색을 해야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원하는 영화를 검색하면 지정한 지역 내에 있는 모든 상영관을 알려준다. 그리고 어떤 언어로 상영되는지, 3D인지 2D인지, 좌석별로 가격은 어떻게 다른지, 좌석은 얼마나 차있는지 어느 좌석이 예매 가능한지에 대한 모든 것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사이트에서 영화 상영시간을 확인한 후, 너무 영화가 늦게 끝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일 것이라 예상되는 오후3, 4시경의 영화를 선택했다.
그리하여 상아와 정은이는 코넛 플레이스(CP)에 있는 Regal cinema에, 찬준이와 윤희는 조금 먼 장푸라 역에 있는 Eros one에 다녀왔다. 우리가 오늘 본 영화의 제목은 <Dangal>로, 볼리우드의 3대 칸(Khan)중 한 명인 '아미르 칸'이 주연인 영화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 영화는 전직 레슬링 선수가 역경을 이겨내고 딸을 금메달리스트 레슬링 선수로 키워내는 감동적인 스포츠 영화였다. 힌디어 영화였는데 영어 자막을 지원해주지 않았다. ‘빠빠(=아빠)’와 ‘이다르아오(=이리로 오거라)’. 귀에 가장 잘 들리는 것은 이 두 마디 뿐 이었다. 나머지 내용은 모두 눈치껏 이해해야 했다. 하지만 스포츠라는 주제에 기승전결이 확실한 영화라 이해가 어렵지는 않았다.
싱글플렉스인 Regal cinema는 CP에 제일 처음 생긴 영화관이다. 그래서인지 티켓박스에서부터 옛날 느낌이 물씬 풍겨졌다. 우리는 표를 사기위해 티켓부스로 갔다. 보니 좌석 클래스가 다양했다. 비싼 순서대로 Box/Balcony/Rear/Front였다. 가장 비싼 좌석이 150루피가 채 안됐다. 전에 갔던 PVR과는 다르게 좌석배치도를 보고 좌석을 고를 수 도 있었다. 영화는 Dangal 한 개 뿐이었다. 시간도 12시15분, 3시 15분, 6시 30분, 9시 30분이 전부였다. 우리는 일반저적으로 한국에서 기다리듯이 3시 15분 시작 영화라서 2시 50분부터 문 앞에 서있었다. 그런데 보안 검색대로 3시 10분이 넘어서야 들여보내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영화를 보기 전에 팝콘을 산다. 그래서 우리는 문이 열리자마자 습관적으로 팝콘을 사러갔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재빨리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팝콘을 사서 화장실에 들렀다가 들어가니 이미 jana-gana-mana(인도국가)가 끝나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촉박하게 내부에 들여보내 준다면, 화장실이 급한 사람들은 영화의 앞부분을 놓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도 실제로 늦었다.
상영관이 어두워서 직원에게 자리를 물었다. 그랬더니 후레쉬를 이용해서 자리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었다. 우리가 자리에 앉고 나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찾느라 후레쉬는 영화 초반부가 지나갈 때까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였으면 질책을 받았을 행동이었을텐데, 여기 인도에서는 사람들이 후레쉬 불빛이 있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영화 중반에 15분 동안 인터미션 시간이 있었다. 사람들은 15분 동안 화장실을 가고 팝콘을 사서 돌아왔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인터미션이라는 것이 단지 영화가 길어서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겪어보니 인터미션은 ‘필요한 일을 할 시간’이었다. Regal cinema 팀은 영화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길거리 노점상에서 여러 연예 잡지와 신문을 볼 수 있었다. 가격도 한 권당 100루피 정도로 저렴했다. 그래서 구경하다가 자료로써 볼리우드 배우들이 등장하는 잡지를 하나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Eros one cinema은 델리에서 처음 갔던 PVR Plaza의 PVR사와 경쟁 업체인 INOX사에서 운영하는 영화관이다. 뉴델리 역에서 장푸라 역에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나라만큼이나 지하철 운영이 잘되어 있었고 환승하는 것에 큰 문제를 못 느꼈다. 물론 인도의 모든 공공장소에는 수색대를 거쳐 검사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불편함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그 이외에 사람이 너무 많은 것 말고는 큰 문제가 없었다. 장푸라 역에서 하차하여 릭샤를 타고 무사히 Eros one cinema에 도착했다. 이곳의 첫인상은 우리에게 주변 마을 풍경과 달리 깔끔해 보이는 건물 때문에 이질감을 주었다. 그리고 외관보다 더 깔끔하고 좋은 시설을 갖춘 것에서 또 한번 놀랐다. 이전에 갔던 PVR Plaza와는 달리 상영관 자체도 훨씬 규모가 크고 굉장히 깔끔했다. 인도 어느 시절보다도 깨끗했다. 그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화장실이 그러했다. 어느 인도의 화장실과 달리 휴지가 갖추어져 있고 청결에 굉장히 신경 쓴 느낌이었다. 스낵 코너에서는 일반 영화관과 같이 팝콘 같은 간식들을 팔았는데 놀라운 건 PVR과 마찬가지로 식사류를 함께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햄버거와 스낵랩 등 간단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메뉴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인도인들이 영화관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 있기를 원하는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시설이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웠고 이는 좌석에서도 드러났다. 일반석과 프리미엄석이 있었는데 일반석의 질이 한국의 영화관만큼 좋았다. 오히려 그 곳의 좌석은 좌석을 앞으로 당기면 누울 수 있어 장시간 상영되는 인도 영화에 최적화 되어 더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Insignia석은 경이로웠다. 좌석 쿠션이 무척이나 부드러웠고 리모컨으로 좌석을 침대처럼 조정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좌석은 아니었지만 이를 소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면 꽤나 부유층이 이 영화관을 찾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영화관 자체에서 괜찮은 시설을 완비하고 있다는 것에서 또한 느껴지는 바였다.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다른 영화관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상영 전에 jana-gana-mana(인도국가)가 나왔다. 모든 영화 상영 전에 틀어진다. 모든 사람들은 음악이 나오는 동안 기립하여 노래를 부른다. 마치 예전에 한국에서 군부 통치 시절에 애국가를 부르듯이 말이다. 정부는 다양한 민족이 존재하는 인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오락 거리인 영화를 국민 통합의 수단으로 쓰는 듯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정부의 의도에 꽤나 충실해보였다. 자나 가나 마나가 끝나면 한 사람이 힌디로 ‘인도인들!’이라고 외쳤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또 다시 힌디로 ‘만세’라고 외쳤다.
또한 당일 보러갔던 영화 Dangal에서 마지막에 딸이 레슬링에서 우승하고 메달을 수여 받는 장면에서도 국가가 흘러 나오는데 모든 관람객들이 기립하였다. 그 날 본 것 중에서 가장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들이 교육에 의한 것인지 정책적으로 애국심이 강요돼서 그런지는 몰라도 영화관에서 그들이 보여준 애국심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국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라 더욱 그러했다. 영화관 속 그들의 애국심 이야기를 마치고 인도인들의 영화 관람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들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에티켓이라는 문화가 부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영화 상영 중에 자유롭게 통화하고 떠들고 또한 플래쉬를 켜고 입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외국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상당히 관람에 방해가 되는 요소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행동에 대해 개의치 안 하였으며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우리들에게는 매우 불쾌한 요소가 될 수 있고 관람 태도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게서 이것이 문화적 후진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는 문화적인 결핍요소나 상대적으로 후진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의 영화관이 영화 상영 전 에티켓을 광고 삽입할 정도로 우리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만 인도에서는 그 어떤 매체도 사람들도 이에 대해서 강요하지 않는다. 즉 그들이 영화를 관람하는 데에 있어 그러한 에티켓을 중요시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꽤나 그러한 문화가 통상적이라는 것이다. 즉 그들의 행동이 그들에게 전혀 무례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상영 태도에 대한 차이일 뿐 어떤 그 이외에 문화 수준을 논할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영화관 내에서 자유롭게 행동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는 나중에 뭄바이 일정에서도 밝힐 바이지만 그들은 영화를 관람하러 오는 것이 아닌 우리가 콘서트에 가 듯 즐기러 가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우리는 당갈의 관람을 마치고 릭샤를 잡고 바로 장푸라 역으로 돌아갔다. 한참 펀잡인들의 축제가 진행 중이어서 인파에 휘말려 사고가 날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사를 마치고 최대한 빨리 숙소로 복귀했다.
<1월 22일 일요일>
▷델리를 떠나는 날
델리를 떠나 뭄바이로 이동하는 날이기 때문에 딱히 정해놓은 일정은 없었다. 하지만 전날 뭄바이에서 묵을 숙소를 정하다가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제 다 못 싼 짐을 싼 후, 급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여자들 방에 모여 뭄바이 숙소를 다 같이 찾아보았다. 다행히도 체크아웃 시간인 오전 11시 전에 숙소 예약을 마치고 체크아웃을 할 수 있었다. 호텔을 나오니 어제 저녁에 식장에서 만난 Yashu라는 친구가 작별인사를 한다고 와있었다. 지하철까지 데려다준다는 것을 간신히 말렸다. 며칠 전에 사기를 당해서 이제 인도인은 믿지 않으라고 다짐했는데, 어제 잠깐 말을 나눈 것을 인연으로 작별인사까지 하러온 그 친구를 보니 모든 사람이 나쁜 건 아니구나 싶었다.
오늘은 일요일이었고 뭄바이로 이동하는 기차를 타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찬준이의 미사를 위해 CP 근처에 있는 Sacred Heart Cathedral 성당으로 이동했다. 도착한 성당은 의외로 컸다. 대문도 있었는데 대문 밖에서는 히즈라(hijra, 완벽한 남성이 아닌 중성으로 여성의 복장을 하고 다니며, 힌두교에선 일종의 신으로 돈을 주면 축복을 내려줌)가 돈을 받고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있었고, 대문 안에서는 사람들이 미사를 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밖에서는 힌두교에서 신처럼 여겨지는 존재가 축복을 내리고, 안에서는 하나님께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니 새삼 인도가 다종교 국가라는 것이 느껴졌다. 성당이라는 공간 때문인지 그동안 다녔던 곳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제일 처음 체감한 것은 사람들이었다. 먼저 다가와서 가방 문이 열렸다고 알려주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라고 먼저 인사해주는 것을 보고 적잖이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찬준이를 제외한 무교 3인방이 근처 ‘하누만 사원’을 방문하기로 결정하고 성당을 나와서 릭샤를 잡았을 때였다. 릭샤 아저씨가 하누만 사원은 가깝다면서 걸어가라고 릭샤에 태워주지 않은 것이다. 그전에 봤던 릭샤꾼들은 숙소에서 5분도 안 되는 역까지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는데, 가까운 거리라고 승차거부 당한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릭샤 아저씨가 알려준 방향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성당에서 조금 멀어지자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인포메이션 가이’가 나타났다! 인도 델리에 가면 항상 어떤 사람들이 우리같은 외국인한테 ‘어디서 왔냐’느니, ‘여행왔냐’느니 말을 시키는데, 도입부는 다 달라도 항상 끝은 여행자를 위한 정부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으니 릭샤를 잡아서 가게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이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다들 똑같이 말한다. 이게 범국민적인 운동인지, 무슨 프로젝트인지 어떻게 길가는 곳마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중에는 하도 이런 사람들을 많이 봐서 우리끼리 이런 사람들을 ‘인포메이션 가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번에도 인포메이션 가이가 센터로 데려다주겠다고 릭샤를 잡아주겠다는 것을 완강히 거절하고 그냥 걸어갔다. 그런데 걸어도 걸어도 사원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사람들이 ‘temple’이라는 영어 단어를 다 알줄 알고 사람들에게 temple이 어디냐고 영어와 힌디어로 물었는데 아무도 답을 주지 못했다. 급히 temple을 힌디어로 검색해서 이야기하니까 이제야 이해했다는 얼굴로 길 반대편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다시금 힌디 단어 공부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누만 사원
사원은 하얗고 아담했다. 금잔화 목걸이를 사면서 아저씨에게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그냥 모르고 지나칠 뻔하였다. 주변에도 식당과 종교용품 상점을 제외하고는 앉아있는 사람들 밖에 없었다. 사원을 쭉 돌아다니다가 다행히도(?) 우리는 메헨디 왈라(헤나로 메헨디를 그려주는 사람)를 찾을 수 있었다. 윤희와 상아는 인도에 처음 온 기념으로 메헨디를 하였고, 정은이는 2년동안 학교축제에서 메헨디를 그리느라 신물이 나서 하지 않았다. 대신 메헨디 가게 아저씨와 대화를 했는데 이 사람 역시 인포메이션 가이였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센터에 대해서 거절하니까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하였다. 나뭇잎을 말려서 작게 포장한 것, 마약이었다. 아저씨가 싸게 준다며 호객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충격적이었다. 너무 놀라서 완강하게 거절하고 빨리 메헨디를 마치고 나왔다. 마약은 델리에선 불법이다. 그런데 신성하다는 사원 앞에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약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인도가 무서운 나라임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혹여나 인도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장사하려고 접근해 오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호기심에라도 사지 말라고 경고해주고 싶다.
우리는 사원에 왔으니 사당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문 앞에 갔더니 아저씨들이 세제를 뿌리면서 바닥과 신상을 청소하고 있었다. 청소 중인데 들어가도 되나 싶어서 청소 중이신 한 아저씨께 들어가도 되냐고 힌디로 물어보았다. 아저씨는 그러라는 고갯짓을 하셨다. 사당에는 1m정도 사이즈의 신상들이 플라스틱 박스에 모셔져 있었다. 하누만 사원이지만 하누만 신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바 신과 가네쉬 등 여러 다른 신상도 모셔져 있었다. 사람들은 경건한 분위기로 조용하게 기도를 드리고 ‘주따가르’라는 곳으로 향했다. 뭐하는 곳인가 하고 보니 신발장이었다. 알고 보니 사당 안쪽에는 신발을 신고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이었다. 세제가 바닥에 뿌려져 있는데도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발에 세제가 묻어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니 발이 신체에서 가장 천한 부위로 여겨진다는 말이 진짜구나 싶었다. 우리는 차마 신발을 벗을 수가 없어서 재빨리 사당을 나왔다.
▷기차역으로 향하며
나오니 미사가 끝날 때가 되어 찬준이에게 CP에 있는 뜨리랑가 공원으로 오라고 연락하였다. 하누만 사원에서 CP는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였다. 우리는 라지브초크 메트로 5번 출구에서 찬준이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의 마니푸리안 친구 Leoney와 Anu도 CP 에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를 기차역까지 데려다주기 위해서 나온 것이었다. 5번 출구에서 두 친구를 만나 우리는 점심식사를 위해 근처 피자집으로 향했다. 피자집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Leoney와 Anu가 선물을 사왔다면서 마니푸리안 전통 복장을 주었다. 찬준이와 윤희는 ‘피’라는 스카프를 받았고, 정은과 상아는 ‘파넥’이라는 치마를 받았다. 페이스북으로 만난 인연으로 이렇게 도와주고 챙겨주다니, 너무 고마웠다. 우리는 나중에 두 친구가 한국에 놀러오면 극진히 대접해주기로 약속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기차를 타기위해 메트로를 타고 뉴 델리 역으로 향했다. 우리 모두 기차를 처음 타는 것이라 혹시나 기차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Leoney와 Anu 덕에 수월하게 기차를 찾을 수 있었다. 기차 플랫폼이 바뀐 것을 알아봐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두 친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우리가 탈 기차인 Mumbai Rajdhani Express의 번호 12952가 전광판에 떴다. 우리가 타는 열차 칸은 8A였고 좌석은 3A였다. 우리가 사기당한 곳에서 산 열차표라 끝까지 열차표가 진짜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열차표는 진짜였다. 그리고 좌석도 좋아보였다. 베개 1개, 침대보 1개, 덮는 이불 1개가 구비되어 있었다. 우리 좌석은 UB 3개와 MD 1개였다. Leoney와 Anu는 우리가 앉을 좌석까지 찾아준 후에야 우리와 작별인사를 했다. 델리에 돌아오는 날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기차는 제시간에 떠났다. 우리는 드림시티 뭄바이로 향했다.
▷기차를 타본 소감
기차를 처음 타본 경험을 적고 싶었다. 우선 사기는 당했지만 3A기차는 굉장히 좋았다. 인도인들은 사기를 칠 때, 줄 것은 주고 사기를 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식사와 간식이 꼬박꼬박 나오고 화장실 시설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의외로 부유해 보이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나 장기를 털리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인 것 같았다. 그리고 짐을 들고 올 때는 배낭 크기가 40L정도가 적당하다. 정은이는 70L짜리 배낭을 가져와서 UB 좌석에서 편하게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좌석에 누워서 잠을 자는 것도 불편하지 않았다. 대신 미리 제공되는 시트를 꼭 까는 것이 좋다. 인공가죽 재질 좌석이라 시트를 깔지 않으면 땀이 찼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차를 타면 물을 주는데 그냥 포장된 물이 아니라 정화수인지 뚜껑을 딸 때, ‘딱’소리가 나지 않았다. 웬만하면 기차를 타기 전에 상점에서 물을 사서 타길 바란다. 3A에서 좌석은 상층 UB와 중간층 MD, 하층 SU가 있는데, 각 좌석마다 장단점이 있다. UB는 사람들 접촉이 가장 없는 좌석으로 혼자 있기 편하다. 대신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사다리를 타야하고 천장에서 에어컨이 있는 좌석도 아닌데 천장에서 바람이 나와서 밤에 잘 때 좀 추웠다. MD와 SU는 공동 운명체로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눕지 않으면 둘 다 누울 수 없다. 그리고 눕기 싫어도 둘 중 한 사람이 누우면 나머지도 누워야 한다. 대신 SU좌석 밑에 공간이 있어 짐을 보관하기에는 편리했고, MD는 유일하게 콘센트가 있는 자리였다.
외국인으로써 한 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기차가 출발하고 나서부터는 데이터 시그널이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기차 내에는 당연히 와이파이도 없었다. 그래서 기차에서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우리는 너무 심심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나 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핸드폰 화면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몇몇은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고 보고 있었다. 그래서 소리가 들렸는데, 영화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방향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핸드폰 화면을 몰래 보기 시작했다. 자막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영화나 드라마가 확실해보였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영화를 보고 있었다. 보조 배터리까지 옆에 끼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기차에서 인터넷도 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영화밖에 없었다. 노래만 듣기에도 영화 노래니, 그냥 영화를 보는 것이 나은 듯 싶었다. 인도인을 조금 이해해볼 수 있는 기회였지 않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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