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4기] [브라질-중남미] - 아만찌 팀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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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11-07 12:59 | Read | 1,604 |
본문
꾸리찌바가 꽤 이상적인 순환형 도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환경측면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꾸리찌바의 문화 영역 역시 이 도시를 지속 가능한 도시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혜의 등대와 보행자의 거리, 환경개방대학, 오페라하우스가 이에 좋은 예다. 지혜의 등대는 자이메 시장이 도입한 교육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다는 세계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파로스의 등대에 착안해 만든 ‘지혜의 등대’라는 이 작은 도서관은 시 전체에 걸쳐 접근성이 좋은 요지마다 설립되었다. 지혜의 등대 이전의 도서관은 주로 학교 안에 위치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만 허락되어있는 공간 이었으나 지혜의 등대는 꾸리찌바 시민 모두에게 동등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외관이 ‘등대’를 형상화 한 것 역시 무지의 바다에서 이정표가 되어 주는 지혜의 빛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지혜의 등대는 ‘지식의 공유’라는 시민들의 혜택 외에도 꾸리찌바가 추구하는 바를 보여준다. 지혜의 등대는 단순히 등대의 디자인 외에도 아랍풍, 일본풍 등의 다양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아만찌 팀이 방문했던 한 곳의 지혜의 등대는 아랍 건축 양식을 가지고 있었다. 도서관 내의 가이드에게 이유를 묻자 ‘꾸리찌바는 이민자들의 역사와 함께합니다. 아랍인들과 일본인들, 폴란드인들 등등 다양한 이민자들이 현재의 꾸리찌바를 만드는 데에 공헌한 시민들이죠. 지혜의 등대가 이들 건축 문화의 양식을 띄고 있는 것은 꾸리찌바시가 이들에게 감사와 화합의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라는 대답을 들었다. 지혜의 등대는 지식 제공의 장, 문화 화합의 장으로서 시민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도시를 지켜나가게 하는 동력이 되어주는 곳이었다.
보행자의 거리 역시 꾸리찌바가 어떠한 도시 디자인을 지향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아만찌 팀이 묵었던 숙소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이 되었던 곳인 보행자의 거리는 꾸리찌바 시내에서도 가장 번화가라 할 수 있다. 쇼핑거리와 식당, 광장이 조성되어 있어 항상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었는데 이 곳이 예전에는 엄청난 교통체증으로 ‘저주받은 입’이라 불리던 곳이라 한다. 자이메 시장은 재임 당시 파격적인 선언을 하는데 이 거리의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보행자가 다니는 길목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시민들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으나 시위대가 거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불만 없이 돌아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현재는 완전히 보행자들이 다니는 거리로 탈바꿈해 주말마다 아이들이 거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버려진 전차가 도서관으로 이용되며 광장 한가운데에는 시청 직원들이 가져다 둔 탁구대, 당구대, 체스판 등등의 놀이거리를 즐기며 시민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아만찌 팀은 주말에 번화가 한복판에서 이러한 여유를 즐기는 꾸리찌바 시민들을 보며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꾸리찌바 시에서는 가장 혼잡한 번화가가 인파에 치여 빨리 지나치고 싶은 곳이 아닌, 이웃을 만나는 곳이 되며 아이들을 데려와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축가였던 자이메 시장이 직접 디자인한 환경개방대학(ULMA) 역시 아만찌 팀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안타깝게도 방문 당시에는 방학 기간과 겹쳐 안을 직접 둘러볼 수는 없었으나 환경개방대학을 들어가는 길목은 이름답게 아름다운 수풀이 우거져있었다. 과연 대학을 가는 길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 쯤에 눈에 들어오는 대학 건물의 모습 역시 큰 인상을 남긴다. 전봇대의 기둥으로 쓰인 폐전주 나무들로 건축된 환경개방대학은 외관이 자연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 이쯤되니 꾸리찌바에서는 모든 것이 재활용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꾸리찌바가 아니였다면 그냥 버려졌을 폐전주가 아름다운 건축물로 재활용 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현재 환경개방대학은 꾸리찌바시의 모든 시민들과 버스, 택시 운전사 등등이 환경의식과 환경보존에 대한 교육을 받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건축물의 외관과 그 용도가 아름답게 조화되는 곳이었다. 오페라 하우스 역시 자이메 시장이 직접 설계한 건축물로서 꾸아리 공원 근처의 폐광촌에 위치하고 있다. 오페라라는 고비용 문화를 꾸리찌바의 모든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을 하는 장소로서 건축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전세계의 유명인들이 찾는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오페라 하우스의 위치 선정 역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레민스키 채석장을 재활용해 현재는 오페라 하우스 뿐만이 아니라 이 채석장에서 매년 시에서 주최하는 가장 큰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는 공간이 되었다. 오페라 하우스의 아름다움, 의미, 위치, 재활용 등등 건축이 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부분들이 잘 조화되어 이 공간은 꾸리찌바시의 대표적인 문화향유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꾸리찌바에 도착한 뒤 탐사가 진행 될수록 아만찌 팀은 자이메 시장이 꾸리찌바 시에 남긴 분명한 철학을 읽어낼 수 있었다. 훗날 자이메 시장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보다 나은 도시에 대한 꿈은 언제나 그 주민들의 머릿속에 있다. 내일의 시민인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다루는 일보다 더 깊은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없다.’ 꾸리찌바 시가 현재의 위치에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도시의 주인이 시민임을 명심하고 도시에 건축되는 모든 것들이 미래 세대에 남겨져 무한한 세월 동안 도시의 사회-문화, 시민과 상호작용하여 재생산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탐사를 통해 배우다
2주라는 시간은 한 나라, 한 도시를 이해하기에 물리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다. 그러나 사전 조사를 충분히 거친 후 탐구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브라질과 한국의 도시 건축 차이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전 조사에서 기대했던 것과 다른 방문지도 있었고,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탐사결과를 이끌어낸 방문지도 있었다. 이 모든 과정에도 아만찌 팀이 세 도시부터 얻은 공통된 교훈은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도시 건축은 실로 안타까운 지경이다. 사람이 사는 공간의 건축은 필연적으로 항시성과 당연성을 지니기에 우리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큰 파급력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건축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투기로 얼룩진 아파트 공화국을 만들고 있다. 본래 고밀도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도시형 주거 형태로서 고안된 것이 아파트다. 이미 주택 보급률100%를 넘은 상태에서 도시와 심지어 농촌에까지 무분별하게 난개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건축이 경제적 목적으로 이용된다는 것의 증거다. 때문에 한국의 도시들은 이렇다 할 각각의 도시적 특징이 없다. 서울이고 농촌이고 전부 획일화된 건물과 아파트의 개발로 비슷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한 번 건축된 건물은 그 도시에 남아 오랫동안 시민들의 삶의 터전이 됨에도 불구하고, 도시와 시민들의 각자 개성과 편리성은 무시된 채 난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아만찌 팀이 방문한 세 곳의 탐사 도시 상파울루, 브라질리아, 꾸리찌바 역시2주간의 탐사 기간으로 알 수 없는 도시만의 문제가 반드시 존재한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상파울루, 브라질리아, 꾸리찌바는 뚜렷한 각자의 개성이 존재하며 도시 디자인에 있어 시민을 중점에 둔다는 것이다. 상파울루는 서울과 가장 비슷한 대도시의 모습을 지니고 있으나 끊임없는 녹지 조성과 정부, 기업의 노력으로 콘크리트 공원 등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휴식을 소중히 여기고 여유를 즐기려는 상파울루 시민들의 개성을 고려했기에 가능한 디자인이다. 시민이 살아가는 곳이 도시라는 점에서 이러한 상호결과는 매우 당연한 것이다. 브라질리아는 보행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도시에 자부심과 애정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라질리아의 신수도 계획은 애초에 시민을 배려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차근차근히 진행된 프로젝트였고 시간이 지나며 드러나는 문제점에도 브라질리아의 정신을 잇고 있는 시민과 정부가 있기에 이 문제는 건강한 비판을 통해 해결되어가고 있다. 아만찌 팀이 방문한 도시 중 가장 이상적인 도시 디자인의 모습을 보았던 꾸리찌바의 핵심 역시 ‘시민을 고려한 도시’다. 꾸리찌바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세계적 생태도시 타이틀과 친환경 교통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었을 것이다.
탐사를 통해 아만찌 팀은 이 세 도시 모두 시민들의 협조와 인내가 없었다면 현재의 모습을 일구어낼 수 없었을 것이라 판단했다. 도시를 건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에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건강한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출발점이다. 이것은 곧 시민과 정부, 기업이 서로 배려하고 소통하며 삶의 터전을 가꾸어나간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아만찌의 한 마디
손예진:
우선 안전하고 즐겁게 브라질을 다녀올 수 있게 도와준 아만찌 팀에게 너무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함께 여행한 신중선, 윤태현 동기가 없었다면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지에서 아만찌 팀을 도와준 다른 동기들, 선배들, 브라질 현지 지인들에게도 감사하다.
처음으로 방문하는 브라질에 탐사를 목적으로 도착한 것이 처음에는 부담이 되었지만 돌이켜보면 오히려 목적이 있었기에 더욱 깊이 있게 브라질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주라는 짧은 시간에도 매일매일을 소중히 하며 하나라도 더 탐사하고 더 느끼려 노력한 시간들이었다.
한 명의 시민으로서 내가 살아가는 터전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이 생겼다는 사실에 뿌듯하며 감사하다. 아만찌 팀이 탐사를 통해 배워온 이 교훈으로 나부터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로컬리티의 탐사의 목적을 성취한 것이 아닐까. 감사한 것이 많다. 이 탐사를 다녀올 수 있게 허락해주신 로컬리티 센터에 마지막으로 감사함을 전한다.
신중선:
"탐사 전에 알아갈 것과 현지에서 탐사해야 할 것에 대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 로컬리티 탐사계획 중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렇다면"건축, 시민과 소통하다."라는 주제에 부합하게 현지에서 조사해야 할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그 중 하나는 시민들의 생활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소통이라는 키워드에 중점을 두었다. 소통은 상호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탐사기간 중에 느꼈던 점 중 하나는 주말이면 대부분의 브라질사람들이 주변에 마련된 공원에서 그들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었다. 주말이면 집에서TV 시청이나SNS에 힘을 쏟는 많은 한국인들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를 보자 문득 지난 학기 한 교양수업에서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건축과 도시는 그 곳에 사는 시민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당시에는 몸으로 이해 할 수 없었으나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렴풋이 나마 그 의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건축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양식, 사고방식에도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탐사 전, 사전조사를 위해 읽었던 수 많은 관련 자료에는 시민과의 소통이 단절되고 획일적인 모습으로 디자인되는 한국도시의 문제점이 담겨있었다. 이번 탐사를 통해 이제는 다른 도시를 방문할 때도 그 도시가 시민들과 소통 하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윤태현:
탐사 기간 동안 배낭 하나 매고 용감하게 브라질을 여행했던 기억이 자주 떠올랐다. 생존체험과 가까운 여행이었던 작년과는 달리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탐사한 브라질은 완전히 달랐다. 작년의 경험을 통해 내가 보고 느꼈던 브라질에 탐사의 시선을 두니 작년에는 그저 지나쳤던 부분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다만 2주 라는 시간은 즐거웠음에도 너무나 짧았기에 후에 다시 브라질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더욱 여유롭고 꼼꼼하게 시민의 입장에서 브라질을 탐사하고 싶다. 끝으로 행복하고 잊지 못 할 브라질 답사를 만들어준 아만찌 팀! 로컬리티 센터 교수님들과 브라질 현지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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