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5기] [프랑스] - 라비앙상블 팀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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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8-11-29 15:39 | Read | 1,010 |
본문
7/18 수
오늘은 조르주 퐁피두 센터를 탐사하기로 한 날이었다. 우리는 8:30에 기상하여 외출 준비를 하고 숙소를 나섰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이전부터 한번 가보기로 했던 숙소 주변의 케밥 음식점에 10시쯤 도착했다. 한국에서도 먹어볼 수 있는 케밥이긴 했지만, 팀원 대부분이 케밥을 잘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케밥 역시도 새로운 시도였다. 샌드위치, 브리또 같으면서도 특유의 향이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우리는 케밥으로 든든히 배를 태우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여 12시쯤 퐁피두 센터에 도착했다. 조르주 퐁피두 센터는 복합 문화시설로 이곳에는 거대한 공공 도서관인 공공 정보 도서관, 20세기의 중요 미술품들이 있는 국립 근대미술관, 음향·음악연구소 등이 있다. 탐사 사전준비를 할 때 퐁피두 센터에 장애인을 위한 개별 가이드 투어, 전시와 컨퍼런스 가이드 투어 등 상황에 따라 적용 가능한 다양한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전에 루브르 박물관에서 잘 갖춰져 있는 장애인 복지 시설을 경험했으며 실제로 다수의 장애인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며 루브르 박물관을 즐기고 있는 것을 눈으로, 또 인터뷰로 확인했기 때문에 퐁피두 센터에서도 루브르 센터에서와같이 다양하고 편리한 장애인 복지 시설과 실제 장애인들의 이용현황 탐사를 기대하며 이곳을 방문했다.
우선 티켓을 끊고 입장하려는데 입장 게이트에서 장애인들이 따로 입장할 수 있는 게이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를 보고 센터 내에도 다양한 서비스가 있고, 이를 이용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전시장, 도서관 등을 살펴보아도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 시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뿐만 아니라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한국 미술관과는 다르게 정말 많은 휠체어 장애인들이 이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인상적이었는데 퐁피두 센터에서는 휠체어 장애인 그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한 명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우리는 예상과 다른 모습에 조금 당황을 했다. 역시 탐사 중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거나 마음처럼만은 안될 것이라는 조언들이 맞았다. 퐁피두 센터를 탐사하면서 프랑스가 ‘모든’ 곳에 장애인을 위한 복지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것이 아니고, 아직 발전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생각보다 성공적이지 못한 당일 탐사를 마치며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4시쯤 47번 버스를 타고 몽쥬약국으로 이동하였다. 몽쥬약국은 다양한 화장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곳인데 지인들을 위한 기념품 등을 구입하고 위해 들렀다. 각자 본인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저녁 식사를 위해 이동했다.
식사를 주로 실내에서 해왔는데 이날은 테라스 같은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날도 역시 실패할 확률 없는 생선요리와 스테이크를 시킨 후 이색 요리로는 ‘토끼간’을 주문하였다. 토끼간은 맛있다기보다는 특이한 맛이었다. 식사하면서 우리는 탐사가 참 쉽지만은 않다고 얘기를 나누었다. 퐁피두 센터는 많은 장애인 복지 시설을 탐사할 수 있다고 예상했던 곳이어서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며칠의 탐사가 남아 있으므로 우리는 다시 힘을 내서 남은 탐사를 잘 해내기로 다짐하고 9시 반쯤 숙소로 복귀했다. 각자 씻고 모여 앉아 영수증 정리와 탐사 일기 작성을 마친 후 잠 잠자리에 들었다. 탐사가 성공적이지 못해서인지 더욱 고단한 하루로 기억된다.
7/19 목
오늘은 우리가 사전에 알아봤던 비컴 캠페인이 있는 날이다. 비컴 캠페인은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장애인들을 위한 재미있는 행사를 열어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함께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개최되는 행사이다. 우리는 행사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가기 위해 숙소 근처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출발했다.
행사가 개최되는 장소 근처에 도착했을 때,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들 무리가 보였다. 운이 좋게도 행사 시작 전에 그들을 만나서 함께 행사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장애인분들은 우리를 기분 좋게 반겨주셨다. 어디서 왔는지, 파리가 마음에 드는지 등 소소한 대화들을 하며 행사 장소에 도착했다. 행사가 시작되고 많은 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게임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도 그들 사이에서 함께 이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
그중에서 우리는 지에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는 지에드에게 프랑스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지 물어보았다. 먼저, 버스를 이용할 때 모든 버스가 저상 버스이고, 장애인을 위한 장소가 잘 마련되어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그는 가끔 내릴 때 불편함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주위 사람들이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큰 불편함은 없다고 이야기하였다. 더불어 더 개선되어야 할 점은 없는 것 같다며 장애인을 위한 복지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프랑스에 와서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라는 점과 버스에 휠체어를 위한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렇게 사소하지만 작은 배려에서 그들의 편의를 신경 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버스에서 장애인이 타면 많은 사람이 자리를 비켜주고 타고 내릴 때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경우가 일반적인 것인지 궁금했었다. 지에드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이 장애인들을 거리낌 없이 당연하게 도와준다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우리는 지에드에게 장애인으로서 차별을 느끼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아무런 차별을 느끼지 못한다고 이야기하였고, 많은 사람이 잘 도와주기 때문에 일상생활하는데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지에드와의 대화를 마치고 자원봉사자인 바티스트와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비컴 캠페인에서 장애인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부족한 점이 많고 더 많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아쉽지만, 그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행사를 마쳤다. 우리가 행사를 한 곳이 다음날 방문할 장애인 센터와 가까운 곳이어서 센터의 위치를 파악하고 숙소 주변으로 이동했다. 숙소 주변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일찍 숙소에 복귀했다. 우리는 숙소에 모여앉아 오늘의 느낀 점을 이야기하며 하루를 정리했다.
7/20 금
오늘은 장애인 센터에 방문하기 위해 빠르게 준비하고 숙소 근처에서 간단히 식사하고 장애인 센터로 이동했다. 전날 센터의 위치를 어느 정도 파악해 뒀지만, 센터에 찾아가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센터 앞에 도착해 벨을 누르니 직원분이 문을 열어주셔서 들어갈 수 있었다. 팀장이 탐사 이전에 한국에서 메일을 여러번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고 이야기하자 직원분은 메일을 못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메일을직접 보여주며 다시 한번 확인하자 직원이 미안하다며 제대로 확인을 못했다고 했다. 멀리서 온 우리를 밝은 미소로 환대해주었다.
보르도에서의 스포츠 센터와 같이 이곳도 7월은 휴가 기간이기 때문에 센터 안은 한가했다.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은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우리는 센터가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또한 바로 옆에서 장애인들을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프랑스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은 어느 정도인지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우리가 방문한 센터는 파리에 있는 장애인 센터들을 모두 관리하는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장애인들을 각자에게 맞는 교육 현장으로 안내해주고 프로그램들을 연결해주는 일을 주로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여러 장애 부서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프랑스가 장애인을 위한 복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또한, 그들 중 한 명은 자신의 자녀가 장애를 가지고 있고 이 센터에서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자녀가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프랑스 역시 장애에 대한 차별이 심했고 그들을 위한 복지가 많이 부족했지만, 현재에는 프랑스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대중교통에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많이 생기고 있으며 비장애인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많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의 만족도는 만족하는 사람들과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수가 비슷하다며 조금 더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그들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센터의 시설을 둘러보았다.
우리가 사전조사했을 당시, 장애인 체험 교육 중 승마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휴가 기간이라 모든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체험할 순 없었다. 오늘도 역시 우리는 각자 많은 생각을 가지고 센터에서의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다. 우리는 숙소 근처로 이동해 숙소 근처에서 간단하게 장을 보고 숙소로 복귀하였다. 당일 한 인터뷰의 내용을 정리하며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잠이 들었다.
7/21 토
우리는 17일 장애인 인증제 업체를 탐사했고 다소 안타까운 마음으로 탐사를 마쳤다. 계획대로 탐사한다면 17일과 다를 것이 없는 탐사결과를 예상했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점과 가게를 뒤로하고 파리 디즈니랜드 (마찬가지로 인증제 업체)를 탐사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우리는 평소처럼 일어나 Auber역으로 향했다.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RER 지하철을 타고 디즈니랜드로 향했다. RER는 일반 지하철보다 공간이 넓었고 2층까지 있어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었다. 휠체어 이용자가 이용하기에도 편리할 것 같다고 생각했고 탑승구로 올 때도 계단뿐만 아니라 승강기를 이용해서 내려올 수도 있었다. 디즈니랜드 입구에는 일반 대기 줄과 장애인을 위한 전용 출입구가 또한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놀이기구, 가판대에는 일반 대기 줄과 장애인 전용 출입구가 따로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는 에버랜드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봤는데 일반 대기 줄과 장애인 전용 출입구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직원을 불러서 이야기하면 ‘빠른 입장 대기줄’로 입장했다. 하지만 디즈니랜드는 일반 출입구, 빠른 입장 출입구, 장애인 출입구가 각각 따로 존재하고 있었고 모든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City hall`이라 불리는 사무소에서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해 전동휠체어를 대여해주었다. 우리는 디즈니랜드가 장애인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배려한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놀이공원에 있는 장애인의 수도 눈에 띄게 많았다. 우리가 본 놀이기구를 탑승하는 장애인, 휠체어 이용자만 5명.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놀이기구마다 준비된 장애인 전용석에 탑승했다. (장애인 전용석은 장애인이 먼저 탑승할 수 있는 좌석이며 탑승하는 장애인이 없을 시 일반인이 탑승한다. 특정 놀이기구에만 있음) 우리는 스타워즈를 테마로 꾸며진 한 공연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한 번 더 감탄했다. 공연장 중간 부분에 휠체어 이용자,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 공간에서 휠체어를 탄 채로 공연을 관람했고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자막이 잘 보이는 위치에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런 배려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놀랐다. 공연장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디즈니랜드를 떠나 다시 Auber역으로 향했다. 우리는 디즈니랜드의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배려에 대해 한 번 더 이야기하며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7/22 일
오늘은 프랑스 탐사의 마지막 날이었다. 우리는 탐사의 마지막 날은 휴식을 취하기로 하여 저녁에 유람선을 타고 파리 시내를 구경하기로 계획하였다. 평소보다는 조금 늦은 시간인 10시에 기상을 했다. 2주라는 시간을 타지에서 보내는 것이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고 느껴졌던 것은 탐사 2주차가 되자 긴장 및 체력 고갈 등으로 인한 피로가 쌓이는 것이 실로 체감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기상한 우리 세 사람은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하루라는 생각에 시원섭섭한 마음을 지닌 채 숙소를 나섰다. 파리에서 머문 지 7일 차가 되자 숙소를 나설 때마다 거의 들렀던 auber역은 한국의 집 주변 동네로 느껴질 만큼 익숙해졌다. 이날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95번 버스를 30분 정도 타고 12시쯤 auber역에 도착했다. auber 역에는 Printemps 백화점과 Lafayette 백화점이 크게 있었는데 우리는 각 백화점을 약 한 시간씩 두 곳 다 구경했다. 백화점의 많은 부분이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고 느껴졌는데, 다르게 느껴진 점이 있다면 한 명품관이 2~3개 층을 사용할 만큼 크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이쇼핑을 마친 후 우리는 에펠탑,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 등이 있는 파리 시내로 이동했다.
먼저 3시쯤 샹젤리제 거리에 도착했다. 샹젤리제에는 다양한 명품관과 상점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우리는 인증제 업체로 탐사했었던 Kusmi tea 가게를 들렸다. 그날 탐사를 하며 지인들에게 선물할 기념품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기분 좋게 기념품을 구매하고 나왔다. 그 후에도 샹젤리제 거리를 조금 더 걸으며 눈에 담은 뒤 저녁 식사를 위해 이동하였다.
마지막 날인 만큼 근사한 곳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자고 다짐했었는데 맛집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날만 느낀 것은 아니었지만, 프랑스에서 항상 음식점을 가려 하면 미리 조사해두었던 곳들도 휴무이거나 영업시간이 아닌 때가 많아서 가게 앞까지 찾아가서도 허탕을 치는 등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녔다. 그래서 식사를 하려면 기본 한 시간 정도는 헤매기 일쑤였다. 어쨌든 이날도 후보가 여러 곳 있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한 곳이 추려져 6시쯤 음식점에 도착했다. 우선 실패할 확률이 없는 생선요리와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샐러드를 하나 주문했는데 음식이 나오고 보니 ‘정어리’ 샐러드였다. 정어리는 우리에게는 다소 비리게 느껴져 먹기 쉬운 음식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음식을 경험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디저트로 프랑스에서 한번은 꼭 먹고 싶었던 크림 브륄레를 먹었다. 크림 브륄레는 꽤 맛있었는데 꼭 크림 위에 달고 나가 올려져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식사를 마치고 예약해두었던 유람선을 타기 위해 8시쯤 에펠탑 쪽으로 이동했다. 유람선은 에펠탑과 파리 시내의 야경을 한눈에 보고 싶어서 계획한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어둡지 않아서 선착장에서 조금 대기를 하고 9시쯤 하늘이 어두워질 때 유람선에 탑승했다. 불빛이 켜진 에펠탑은 정말 아름다웠다. 에펠탑은 낮보다 밤에 보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이 왜 있는지를 정말로 알 것만 같았다. 유람선을 타고 어두운 하늘에 수많은 조명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프랑스 탐사가 정말 끝난다는 생각이 들어서 2주간의 프랑스 탐사를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었고 형용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생각만큼 일이 쉽게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었고, 길 찾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기도 했고, 언어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친절히 도움을 베풀어주는 프랑스 사람들의 따뜻함도 느꼈고, 낯선 타지에서 팀원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야경을 구경하다 보니 유람선 운항이 끝났다. 다른 날 같으면 피곤해서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앞섰을 텐데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숙소로 복귀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숙소에 복귀한 뒤 우리는 모두 씻은 뒤 짐 정리를 꼼꼼히 마저 하고, 마지막 영수증 정리를 하고 각자 탐사일기를 작성한 뒤 새벽 2시쯤 침대에 누웠다.
7/23 월
4시간 정도 수면한 뒤 새벽 6시쯤 기상했다. 기차나 비행기를 타는 날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출발시각보다 약 2시간은 미리 도착해 있곤 했다. 기상 후 마지막으로 짐을 확인하고 8시쯤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우버를 불러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으로 출발했다. 노면전차를 타고도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노면전차에서 소매치기를 당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마지막 날인 만큼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말자는 뜻에서 우버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별 탈 없이 안전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기념품 구매 등을 한 세금환급을 받고, 탑승 절차를 마쳤다. 그러고 나서 바쁘게 나오느라 미처 챙기지 못한 아침 식사를 공항에서 하기로 했다. 마땅한 음식점이 없어서 파리에서 마지막 식사를 아쉽지만, 빵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PAUL 빵집은 프랑스에서 어느 곳을 가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이곳이 마치 한국의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같다고 장난으로 얘기하곤 했다.
빵으로 허기를 달래고 나서도 한 시간 정도 비행기 시간이 남아서 파리 공항에 있는 면세점을 구경하기로 했다. 면세점을 이곳저곳 좀 구경하다 보니 비행기 탑승시간이 되었다. 프랑스에 올 때는 경유 비행기여서 조금 더 힘든 점이 있었는데, 한국으로 갈 때는 직항이라는 점이 우선 마음을 그나마 편하게 해주었다.
약 12시간의 장기 비행 후 드디어 한국에 무사 도착을 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든 생각은 별 탈없이 프랑스에서 돌아와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과 한국이 현재 불볕더위라는데 공항 밖으로 나가기가 매우 두렵다는 생각이었다. 수화물을 찾고 팀원 각자 타야 하는 공항버스를 예매한 뒤 각자의 집으로 안전 귀가하면서 2주간의 프랑스 탐사가 마무리되었다.
탐사를 마치며..
우리 ‘라 비 앙상블’ 팀의 목표는 프랑스에서의 장애인을 위한 복지 그리고 그들의 삶이였다. 우리는 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지의 생활에 완전히 녹아들 수 있기 위해 프랑스에 거주하는 실제 장애인 보호자와 장애인과의 연락, 장애인 스포츠 센터와의 사전 연락 등의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실제 프랑스인과의 연락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개인 스케줄 또한 맞지 않아 진행 할 수 없었다. 장애인 스포츠 센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메일로 5번의 메일을 보냈지만 답이 없었고 전화를 해도 응답이 없었다. 우리는 탐사의 목표를 ‘장애인을 위한 프랑스의 복지시설로 축소해야 하나’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복지시설과 그에 따른 결과만 탐사한다면 인터넷으로 조사하면 되기에 우리가 직접 프랑스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따라서 우리는 미리 선정한 (연락이 없던)센터와 직접 현지에 가서 장애인들을 만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변경된 우리의 계획은 다소 불안정하고 위험부담이 컸지만 어떤 계획을 세우든 변경될 수 있고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며 밀고 나갔다. 그 때문인지 다음 2주 동안 우리는 탐사에 더욱 몰두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프랑스의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에 대해 두 단어로 정리하자면 당연함과 진정함이다. 물론 루브르 박물관의 ‘촉각 갤러리’, 메리아덱 도서관의 ‘점자 책’, ‘오디오 파일’, ‘영화 해설의 색깔 자막’, 인증제 업체들의 ‘휠체어 이용자들을 위한 도움 서비스’ 과 같이 창의적이고 특정 장애인들을 위한 독특하고 효과적인 시설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우리에게 와닿은 것은 승강기와 화장실이었다. 어딜가나 화장실은 남/여로만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남/여/장애인으로 나뉘어져 있었다(물론 프랑스의 모든 상점과 시설에서는 아니겠지만). 공항, 박물관, 음식점 심지어 보르도의 그 작은 맥도날드에도 장애인 화장실이 큼지막하게 마련되어있었다. 장애인들의 거동이 불편한 점을 위하여 장애인 전용 승강기도 대부분 마련되어 있었다. 장애인을 위하여 다른 특별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화장실, 승강기를 꼭 존재하게 하는 것이다. 일반 화장실에 장애인 화장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장애인 화장실도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대중교통 버스를 보며 우리는 얼마나 장애인들을 위해 진정성있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관광지와 파리 거리의 수많은 장애인들을 보며 복지시설이 그들을 위해 진정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프랑스의 모든 버스가 거동 불편자를 위해 저상버스로 운영되었다는 점과 장애인 전용 좌석에 더 해 휠체어 이용객을 위한 장애인 전용 공간을 보며 겉으로만 보이는 장애인 복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용 가능한 장애인 복지를 느꼈다. 그러한 복지 환경을 배경으로 눈에 띄게 많은 장애인 관광객, 보행자는 그러한 복지제도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알려주었다.
프랑스의 장애인, 그들에 대해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는 직접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며 삶이 어떠한지를 탐사하기 위해 장애인 시설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관광지, 시설에서 직접 장애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애인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그들을 위한 프랑스의 복지시설과 서비스에 대해 만족했다. 단지 그들이 아쉬워했던 점은 장애인이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만난 존, 보르도 도서관에서 만난 도미닉, 비컴 캠페인의 카림과 지에드. 그들은 모두 복지시설과 서비스에 대해 진심으로 만족하고 기뻐하는 것이 직접 느껴졌다. 그들은 어느 정도 불편한 사항과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자신이 특정 신체에 불편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불만족은 감수했다. 지에드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 이렇다. 그는 전반적인 파리의 대중교통과 저상버스, 휠체어 공간에 대해서 만족하고 자주 이용하지만 ‘내리기 위해서 벨을 눌리기가 어렵다’, ‘어디에서 내려야할지 모르겠다’ 는 불편한 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불편함을 가지고 있기에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장애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우리는 장애인 센터, 도서관, 캠페인 등에서 많은 종사자들과 관계자를 만났다. 그들의 첫 인상은 매우 활기차고 친절했다. 보르도의 스포츠 센터에서는 안내데스크 직원이 직접 나서서 모든 것을 설명해줄 정도로 친절했고 장애인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비컴 캠페인의 매니저 바티스트 또한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탐사하려는 우리를 보고 매우 자세하고 친절하게 프로그램과 관계자들을 소개시켜주었다. 무엇보다 우리의 기억에 가장 남는 종사자는 비컴 캠페인에서 만난 16살 소녀였다. 그 소녀는 친절한 눈을 가지고 진심을 다해 장애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빵을 수시로 입에 먹여주었다. 그녀는 장애인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자신이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이 장애인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차별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그녀는 ‘어떤 사람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바뀌다보면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요?’ 라는 대답을 했고 그 대답은 우리의 생각과 너무나 닮아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모든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친절했고 장애인을 위해 일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이들과 같이 장애인을 진심으로 대하고 하루를 뿌듯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봤다는 것에 우리는 안도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변화되었으면.... 이라는 큰 기대를 가졌다.
우리는 또한 장애인도 아니고 관련 종사자도 아닌 사람들도 만났다. 모든 곳에서 그들을 마주쳤고 그곳에서 우연치 않게 마음 따뜻한 장면들을 목격했다. 콩나물 같이 빽빽한 만원 버스에서 한 지체 장애인이 타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동시에 길을 조금씩 터주며 자리를 내주었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한 휠체어 이용객이 이동에 불편을 겪자 낯선 사람이 다가와 휠체어를 밀어 이동시켜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짧은 기간동안 일부분만 보았을 뿐이다. 우리가 본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고 경험하지 못한 일들도 있다. 파리에 거주하는 한 장애아의 부모이자 ‘Centre de Ressources de multihandicap’ (파리 스포츠 센터) 직원은 우리의 ‘프랑스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나 시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과거엔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이나 불편한 시선이 많았어요. 하지만 현재는 그때처럼 차별을 찾아볼 수는 없어요. 정부도, 사람들도 장애인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차별과 불편한 시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절반 쯤 되는 것 같아요. 차별과 불편한 시선을 주는 사람과 아닌 사람들이요.”
현지 장애인들의 속마음과 프랑스 실제의 장애인 복지시설,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을 목표로 한 우리의 탐사는 직접 그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완성되었다. 약간의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떠난 탐사였지만 탐사기간 동안 더욱 더 견고해지고 틀을 갖추어 나갔다. 우리는 장애인을 위한 프랑스의 세심하고 실질적인 복지시설과 서비스를 직접 경험했고 그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종사자들의 솔직한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비교하게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우리의 근처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당연함과 진정성이 부족한 것 같다. 큰 변화가 아닌 당연한 대우와 진심어린 마음이 장애인을 위한 진정한 도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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