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ellowship

Title 2017년도 L-fellowship 브라질학과 박정아 5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8-28 16:24 Read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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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인턴, 그 미래

 

 보고서 초반에도 이야기했듯 이번 인턴은 나에게 있어서 두 번째 인턴 경험이다. 사실 이 전 인턴은 기간도 짧았던데다가 회사가 바쁘지 않을 시기였고 작은 규모의 회사여서 `회사 생활이 이런 거구나` 라는 느낌만 받았을 뿐 조직 생활, 문제 해결, 보고서 작성 등 여러 업무를 경험해 보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MSB에서 인턴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아직 인턴 기간이 끝나려면 한 달 정도 남았지만 지금까지 느낀 점을 공유하고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말하며 이 보고서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지금은 품질 5스타를 맡아 모든 부서 회의에 참여하고 번역 외에도 일이 많지만 처음 인턴을 시작하고 두 달 동안은 회사에서의 애매한 위치 때문에 혼란이 오는 순간이 비일재했다. ·번역과 관련된 업무를 위해 선발된 인턴이라 번역할 문서나 회의가 없다면 10시간의 업무 시간 동안 할 일 없이 멍하니 있어야 할 때가 많았는데 남들은 바쁘게 일 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여기 왜 있는건가`, `나는 회사에서 중요하지 않은 존재구나` 라는 고민을 수도 없이 했다. 회사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주변의 인생 선배들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을때 `원래 인턴이란게 그래`라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전문적인 일을 맡기자니 곧 회사를 떠날 직원이고, 아무 일도 안 시키자니 인력이 아까운,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중간에 애매하게 있는 것이 인턴이었다.

 

 몇 년 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인턴을 하면서 깨달았다. 힘들게 노력해서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딱히 시키는 일이 없어서 공부를 하고 개인 업무를 보는데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상황부터 시작해서 직장 상사와외 관계까지, 회사 전반적인 분위기를 너무나 잘 묘사했다는 생각을했다. 몇 년 전까지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교포 언니를 만나서 이러한 고민들을 털어놓았었다.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개인공부를 하고싶지만 그러기엔 눈치보이고, 그냥 모든게 눈치보이는 이 생활을 어떻게 견뎌야 좋을지 조언을 구했었다. 언니는 인턴이 아닌 정직원으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입사 후 초반 3개월동안 같은 고민을 했다고 답했다. 그 시간동안 기사를 읽거나 개인적으로 할 일을 했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당연히 인턴만의 고민일 줄 알았는데 신입사원도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에 놀랐고 실제로 나중에 정직원으로 회사에 취직을 해도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 내에서 애매한 위치 때문에 힘든 것도 있지만 제일 힘든 것은 단연 통역을 하면서 생기는 정신적인 압박감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이다. 간단하게 업무 지시를 하는 통역에서는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데 회의의 중요도에 따라 소모되는 에너지와 압박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시간 이상 길어지는 회의나 중요한 안건을 다룬 회의를 끝내고나면 하루 종일 멍하니 하루를 보내게 된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한국인 Diretor들이 현지 직원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것을 통역할 때는 내가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중간에서 모든 불만사항들을 들어야하고 그것을 또 포르투갈어로 통역을 해야 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두 배로 쌓인다.

 

 인턴을 하면서 모든 통역이 힘들고 중요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뽑으라면 `첫 통역` `SINDICATO(노조)의 통역`일 것이다. 첫 출근을 하고 약 한 달 동안은 모든 회의에 참여했지만 내용 파악, 용어 파악 등이 주된 목표였고 통역은 다른 후배가 했었다. 3주 정도 되었을 때 당연히 내가 통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회의를 참여했다가 `오늘은 정아가 통역해보자~`라고 하셔서 굉장히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품질 관리 기준과 관련된 서류에 대한 회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회의 참여는 많이 했지만 직접 통역을 하는건 처음이라 정말 떨렸다. 회사 공장 라인이 뭐가 있는지도 확실히 모르고 부품들의 이름이 아직 어색한 상황에 더군다나 긴장을 하니까 아는 단어도 생각이 안나는 백지 상태가 되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있었다.

 

 그리고 내 생애 가장 힘든 통역으로 남을 순간은 SINDICATO와 회사 간의 통역일 것이다. SINDICATOPiracicaba 시 노조를 칭하는 말로 브라질에서는 노동법 상 노조 설립 권리가 보장된다. 모든 직업인은 노조를 설립할 수 있고 단수노조만 허용하는데 이 말은 같은 지역 단위에서 2개 이상의 노조설립은 불가능하며 최소 지역단위는 시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산업별로 단위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 안에 여러 산업별 노조가 존재할 수 있다.

 

 3월 중순 현대 자동차의 PLR(업무 성과금, 보너스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이 확정되면서 협력사들과 현대 계열사들도 PLR을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결정을 해야했다. 노조와의 협상이 있던 날 오전 업무 중 이사님이 나를 부르셨고 PLR, 각 협력사들의 협상 옵션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 많은 것들을 설명해주셨다. 왜 나에게 이런 설명을 해주시는지 의아했지만 종종 품질팀 업무 외에도 다른 부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시기 때문에 이번에도 같은 경우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일을 경험한다는 생각에 살짝은 들뜬 마음으로 노조 사무실에 도착한 후 대회의실에 들어갔을때 나는 그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현대 자동차의 협력사 및 계열사의 임원진들과 인사팀 팀장들이 앉아있었고 방은 중요한 회의임을 나타내는 듯 조명도 어두웠다.

 

 얼마 후 노조 대표단이 들어왔고 약간은 흥분한 상태로 많은 말을 쏟아내었다. 나는 정말 그 순간까지도 내가 통역을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듣고 있었다. 노조 대표의 긴 말이 끝나고 당연히 통역가가 말을 할거라고 생각한 그 순간 한국인 임원진들과 인사팀 현지 직원들이 일제히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수십 개의 눈이 동시에 나만 바라보는 그 순간의 느낌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제서야 내가 이 엄청난 회의에 `유일한`통역가라는 것을 깨달았고 2시간이 넘는 회의동안 새하얀 얼굴과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겨우 회의를 끝마쳤다. 회의가 끝나고 툭 치면 울 것 같은 얼굴로 회사를 복귀했고 금요일이었는데 하루종일 우울했었던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포르투갈어과에 입학을 하고 흔하지 않은 언어를 배운다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한창 넘칠 새내기시절 한 때 통역가의 꿈을 꿨었다. 어렸을 적 부터 외국어를 배우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왠지 통역가라는 직업이 멋있어보여서 종종 수업시간에 `저는 나중에 통역가가 될 거에요!` 라고 말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외국어를 배우면서 통역가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되었고 단순히 언어를 유창하게 잘 하는 것 만으로는 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오랜 꿈을 접고 다른 진로를 찾던 중 우연히 통번역이라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통번역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 뿐만이 아니라 주변에서 향후 직업을 통번역가로 삼는 것을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점점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나오고있고 그 정확성은 가히 놀라울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2-3년 후면 더이상 통역가가 필요없는 세상이 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직업은 매력이 있다. 내 말 한마디에 회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결정이 달라지는 것에 대한 압박감과 책임감이 따르지만 일상적인 회화가 아닌 전문적인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경험은 흔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부담도 많이 되었지만 잘 한다며 격려해주는 현지 직원들이나 스스로도 뿌듯한 통역을 끝내고 났을 때의 성취감은 굉장하다.

 

 통번역에 대한 경험 외에도 `자동차 부품`이라는 세계에 대해 알게 된 것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한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2만 개의 부품이 필요하고 최근 자동차 생산 확대와 보유대수의 중가에 따른 1차 및 2차 부품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덧붙여 브라질의 자동차 부품 시장에 대해 말하자면 시장 내 경쟁이 매우 치열한데 2012년 판매대수 기준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규모가 큰 자동차 시장이다. Volkswagen, FIAT, GM, FORD 등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 최근 현대, 기아, Honda, Nissan, BMW등이 진출해 각축을 벌이고 있어 세계 거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이 현지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브라질 정부가 수입자동차에 대해 세금을 인상하는 등 지속적인 수입 억제 및 자국내 생산 우대조치를 펴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부품 산업은 특정 완성차 메이커에 종속된 전속적인 납품거래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사업안정성 측면에서는 부품사들에게 긍정적이지만 대부분 업체의 수익성이 완성차업체의 수익성에 종속되는 형태로 부품업체의 자유로운 경쟁 및 영업행위를 제한하여 부품업체 독자 성장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규모의 경제 효율성을 달성하기 어려운 점도 수익성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여러 요인이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최근 부품업체들은 국내를 벗어나 완성차업체의 해외 생산 기지동반 진출이나, 국내 완성차업체에 대한 납품 실적을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 차업체와의 거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을 토대로 앞으로 브라질 뿐만이 아니라 인도, 중국, 신흥국가로의 자동차 부품 업체의 진출이 활발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또한 자동차 시장 뿐만이 아니라 제조업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인턴을 계기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브라질에서 진행중인 새로운 프로젝트 때문에 한국에서 온 출장자 한 분이 해주신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자동차가 등장한다고해도 자동차 부품 시장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개발된다고 가정을 하면 엔진이나 바퀴는 그 형태나 소재가 변할 수 있지만 차체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일을 시작한 초반에는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라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되고 단순히 업무적인 지식 외에도 스스로 내 언어 실력에 대한 의문을 가졌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이 있는 분야든 없는 분야든 인턴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생각 이상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평소 아무렇지않게 말하던 습관이나 행동들이 회사 생활에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도 큰 소득이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곧 졸업을하고 진짜로 취직전선에 뛰어들어야해서 복합적인 고민이 많았는데 그럴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 선배`로서 같이 고민해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 분들의 경험이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왠지 모르게 이야기를 듣는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앞으로 나의 미래 설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인턴이 끝난 후 많은 것들이 기억에 남겠지만 제일 내 기억속에 남는 것은 같이 일했던 친구들일 것이다. 흔히 한국문화는 ``이라고 표현하지만 내게 있어서 브라질도 그에 못지 않게 정이 많고 사람들을 좋아한다. 매일 아침마다 웃으면서 `Bom dia (좋은 아침)` 이라고 서로 인사를 건네고 말도 안되는 장난을 치고 웃고 떠들었던 것은 아마 기억에 평생 남을 것이다. 회사 일이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옆에서 다독여주었던 친구들과 처음부터 가르치느라 힘드셨을 차장님께 감사 말씀을 드리며 이 보고서를 마친다.  

 

# 출처


[사진]

- Hyundai em Piracicaba 사진 : 본인촬영

- Piracicaba 지도: Google 캡쳐

- MSB (브라질 법인) 사진 : https://www.ms-global.com/

- 브라질 공장 통계 사진 : 현대 자동차 브라질 홈페이지http://tour.hyundai.com/#/h_plant/brazil

- HB 20 : Google Image

- 5스타 인증제도 : 회사 자료 발췌

- 휴가통계 : http://www.travel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49

- CIPA : Google Image

- Special Meal : 본인촬영

- Man of the month : 본인촬영

- MSB전경 : 본인촬영

 

[기사 기타 자료]

- 자동차 공정

http://tour.hyundai.com/#/h_story/production_process

http://m.blog.naver.com/m_carfe/110185694181      

- HB20

http://m.mt.co.kr/renew/view.html?no=2012110805261828536

 http://skencar.tistory.com/326

- 품질5스타      

: 내용 참조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omputermate&logNo=220601064202

: 사진 참조 품질5스타 평가체계.pdf (회사 자료)

- 한국 기업 문화
http://news.kbiz.or.kr/news/articleView.html?idxno=39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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