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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기사] '부정선거 몸살' 키르기스스탄, 한국 IT로 투표혁명
Writer 관리자 Date 15-09-23 13:11 Read 3,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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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韓國'을 꿈꾸는 나라들]

한국, 제3국에 선거 원조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2년전 朴대통령에 요청

한국의 광학 판독 개표기 투표소 2300곳에 배치

그동안 정치 불신 만연 "이제야 민주주의 길 찾아"

지난 5월 17일 지방의회 보궐선거를 치른 중앙아시아 국가 키르기스스탄. 이날 저녁 수도 비슈케크가 있는 추이주(州) 개표소 참관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5만2487표를 개표하는 작업이 10분 만에 끝났기 때문이다. 금세 개표와 집계를 끝낸 비결은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원한 광학 판독 개표기에 있었다. 광선을 이용해 어떤 후보를 찍었는지 전자식으로 투표용지를 판독하는 기계다.

 

 

순식간에 끝난 개표 결과는 즉각 무선으로 전송돼 결과가 인터넷에 공개됐다. 예전에는 수작업으로 개표했기 때문에 5만여 표를 확인하려면 꼬박 사흘은 걸렸다. 키르기스스탄 중앙선관위는 이튿날 양 한 마리를 잡아 비슈케크에 있는 한국 중앙선관위 사무실에 갖고 와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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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이 5월 지방의회 보궐선거에서 시범적으로 한국의 광학 판독 개표기를 가동해 본 데 이어, 오는 10월 총선부터 모든 전국 단위 공직 선거를 자동화된 한국식 선거 관리 시스템으로 치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 중앙선관위는 광학 판독 개표기를 키르기스스탄 전역 투표소 2300곳에 보급한다. 투표에서 개표에 이르는 관리 시스템도 구축해준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제3국에 '선거 원조'를 하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총선 때마다 개표에만 일주일이 걸렸지만 올해 총선부터는 하루 만에 개표를 끝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국 중앙선관위는 한국 중소기업 20여 곳의 노력이 집약된 개표 관련 모든 기술을 전수한다. 선거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1100만달러 중 600만달러도 지원한다. 키르기스스탄의 선거 관리 시스템을 한국이 지원하게 된 것은 2013년 방한한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사리예프 테미르 총리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선거 경험과 기술력을 신뢰하기 때문에 한국 시스템을 들여오게 됐다"고 말했다.

 

 

사흘 걸리던 개표,

 10분만에대리투표가 흔했던 나라…

투표용지 부족 황당한 일도

 

 

키르기스스탄에서는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20년 넘게 투·개표가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투표소(2300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55개)를 거쳐 중앙선관위에 개표 결과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하위 기관 직원들이 정치인들의 사주를 받아 결과를 조작한다는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됐다.

 

 

신분증 검사도 소홀했고 대리투표·다중투표도 흔했다.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며 투표소를 찾아온 유권자들을 돌려보내는 일도 잦았다. 그 결과 선거 불신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총선 투표율은 30%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10월 4일 총선에서 한국 선거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전망이다. 개표 결과를 투표구위원회·지역선관위를 거치지 않고 무선으로 중앙선관위에 바로 전송하므로 개표 결과를 조작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키르기스스탄 국민은 한국 덕분에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게 됐다며 기대가 크다. 시민 단체인 '깨끗한 선거'의 바마타쿨로바 아이지자(33)씨는 "올해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선거관리위원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로비가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광학 판독 투표기를 사용해본 세르카지에바 부루라인(37)씨는 "비가 오는 날 젖은 손으로 만져 흐물흐물해진 투표용지를 광학 판독 개표기가 문제없이 인식하는 것을 보고 한국의 기술력이 대단하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용희(58) 사무총장은 "이 나라가 외교 관계가 긴밀한 러시아·터키·일본 대신 한국의 선거관리 시스템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우리의 선거 시스템이 앞서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세운 학교 10여곳, 명문 '코리아 교육벨트'로

키르기스스탄에는 '코리아 교육 벨트'가 있다. 수도 비슈케크부터 시작해 동쪽으로 50㎞ 떨어진 이바놉카 사이에 한국의 정부출자기관과 비정부기구(NGO)들이 세운 각급 학교 10여개가 줄지어 있다. 유치원부터 중등학교는 물론 기술학교·전문대학까지 다양하다. 모두 손꼽히는 명문이다.

지난달 한국기아대책과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2004년 세운 기술학교인 '추이주(州) 미래지도자학교'에 졸업생들이 찾아왔다. 졸업생 멜리스(33)와 달라이(33)는 재학생 후배들에게 "여기서 익힌 한국어가 우리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둘은 2011년부터 한국에서 중고(中古) 중장비를 들여와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비슈케크에서 셋째로 큰 중장비업체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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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이주 미래지도자학교 유종호 교장은 "한국이 세운 학교를 나온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이 한국어와 컴퓨터에 능해 엘리트로 발돋움하는 경우가 많아져 입학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이 학교 지원자는 벌써 정원의 두 배를 넘었다.

 

 

'코리아 교육 벨트'에서 공부한 현지인들이 교사로 일자리를 잡기도 한다. 900명의 키르기스 초·중·고교생이 매주 영어·한국어·컴퓨터를 배우는 '어린이개발센터'의 교사 아지니아(23)는 추이주 미래지도자학교를 거쳐 한국계 미국인이 세운 케인전문대학을 졸업했다. 추이주 미래지도자학교를 졸업하고 케인전문대학 교수가 된 젱이시(32)는 "한국이 세운 학교를 다닌 덕에 절반은 한국인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전문대학인 키르기스―한국대학 미나라(41) 총장은 "예전에는 터키가 범투르크주의에 입각해 키르기스스탄에 많은 학교를 지어줬지만 최근에는 한국이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교육 원조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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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어떤 나라?

중국(동쪽), 우즈베키스탄(서쪽), 카자흐스탄(북쪽)에 둘러싸인 인구 590만명의 중앙아시아 국가로 국민의 75%는 이슬람교를 믿는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하면서 민주주의를 선택했다

 

하지만 대선·총선 때마다 부정선거가 계속되면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심각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1280달러로 제조업 기반이 약해 많은 젊은이가 해외에 나가 일자리를 찾는다. 아름다운 산이 많아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리지만, 관광산업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정치인들은 "현재 우리는 1960년대 한국과 비슷하다"며 한국의 경제 성장 과정을 이상적인 발전 모델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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