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ity Challenge

해외탐사 프로그램 ‘Locality Challenge’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 알고 계십니까? ‘Locality Challenge’는 자신이 공부하는 지역을 직접 탐사하는 해외탐사 프로그램입니다.

참여하는 학생들은 탐사지역에 관해 인문·지역학적 탐구과정을 실시해 계획을 수립·발전시키고, 각 지역의 지역학적 효용가치를 재발견하며 도전정신을 배양하게 됩니다.

‘Locality Challenge’를 통해 학생들은 인터넷과 책에서만 보던 지역을 눈으로 직접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으며, 광역특화전공 내 4가지 트랙의 오지성 지역을 팀원들과 함께 구석구석 탐사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됩니다.

Title [4기] [유라시아] - 티타임 팀 (2)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11-06 11:42 Read 1,279

본문

철수 바자르 입구에는 미로보드 바자르에서와 마찬가지로 군인이 배치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별도의 검사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철수 바자르 입구에 들어서자 엄청난 규모의 시장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철수 바자르에 오기 전에는 우리가 앞서 방문했던 미로보드 시장보다 크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규모의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철수 바자르는 차의 원재료부터 찻잔과 같은 차와 관련된 용품뿐만 아니라 일상용품과 식재료 등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물건들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상인 중 한 명은 철수 바자르에서 팔지 않는 것은 우즈베키스탄에 없다며 농담 섞인 말과 함께 우리에게 호객행위를 하기도 하였다. 실로 엄청난 규모였다.

 

본격적으로 철수 바자르에 들어서자 엄청난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향신료에 크게 거부감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양의 향신료들에서 풍기는 향신료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우리는 차 재료를 파는 곳으로 이동하여 상인들로부터 인터뷰를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들은 우리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데에만 관심이 컸고 시장이 워낙 시끄러웠기 때문에 의사소통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와 동시에 우리의 뒤로는 어린 아이들이 우리에게 와서 옷깃을 잡고 구걸을 했다. 여권과 지갑이 들어있는 작은 가방을 앞으로 고쳐 매고 우리는 더 이상 여기에서 정보를 얻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시장 중앙에서 조금 떨어진 매대로 이동하였다.

 

그러자 매우 조용한 판매점이 나타났다. 이곳은 찻잔과 주전자 외에도 화려한 문양이 들어간 접시 등을 전통방식인 수공예로 만들어서 팔고 있는 곳이었다. 웬만한 성인 남성만한 크기의 주전자도 있었다. 우리는 내부로 들어가 천천히 이곳을 둘러보았다. 우즈베키스탄의 문화가 이 작은 공간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수공예로 만들어진 각종 기념품 또한 팔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찻잔과 주전자를 사고 싶었지만 여행 초반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이동해야할 곳이 많았다. 짐이 추가됨과 동시에 파손의 우려가 있어서 구매하진 못했다. 아쉽지만 눈과 카메라로만 공예품들을 담아올 수밖에 없었다.

 

점심 식사를 늦게 한 편이지만 우리는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밥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자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걸어가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택시를 타기에는 너무나도 낭비였다. 시간도 많았기 때문에 우리는 식당까지 걸어갔다. 휴대폰 속 지도가 가르키는 방향이 맞기를 바라며 20분 정도를 걸었을까 길 한복판에 철봉과 평행봉이 설치되어 있었다. 너무도 뜬금없었지만 재미삼아 우리는 턱걸이와 딥스에 도전을했다. 우리들만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때 모르는 흰색 차량이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에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다 차에서 덩치 큰 남자가 내려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는 우리에게 같이 턱걸이를 하자며 제안해왔다. 턱걸이를 통해 우리는 친해졌고 그는 차안에 있던 자신의 아내도 불러 소개를 해주었다. 우리 또한 우리에 대한 소개와 탐사 주제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그러자 그들 역시 차와 관련된 문화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차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노보트를 넣어 먹는 방법이 있어요.”

- 샤프캇 막시무도프 -

 

특히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홍차를 선호하는데 쓴맛을 잡아주기 위해 노보트라는 것을 넣어 먹는다고 했다. 우리는 노보트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이것을 이해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이해를 못하자 그들은 노보트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노보트는 달콤하고 노란색지만 그렇다고 꿀은 아니고 동시에 설탕도 아닌 것이 지인들끼리 선물로 주고받기도 하며 마트나 시장에서 차 재료와 함께 반드시 판매한다고 하였다. 그래도 이해가 안돼서 우리는 인터넷에 검색을 했고 이미지를 보고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앞서 방문한 시장에서 정말 많이 보았던 바로 그것이었다. 다함께 사진촬영을 한 뒤 샤프캇씨는 내일 시간되면 같이 수영장에 놀러가자고 하였다. 마침 이 날의 최고기온이 42도에 육박했었다. 우리는 마음 같아선 바로 워터파크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우리의 탐사계획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됐기 때문에 우리는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일찍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예정에 없던 샤프캇씨와의 만남 때문에 우리는 조금 허기진 상태로 카라반이라는 식당에 도착하였다. 식당 안에는 작은 공연장이 마련되어 있었고 밴드가 악기를 조율하고 있었다. 주문을 하면서 우리는 날도 더웠고 운동까지 하고 대화도 많이 했기 때문에 목마름의 절정에 있었다. 가장 먼저 물을 달라고 했으나 음식은커녕 물이 2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세 번째 요청이 있고 나서야 물이 나왔다. 우리가 빨리빨리 문화에 지나치게 길들여있었던 건지 아니면 이들이 너무 느긋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주문한 음식도 한 개가 결국 나오지 않았다.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받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영수증을 받는 데는 더 긴 시간이 걸렸다. 초심자의 행운은 여기까지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앞으로 있을 여행의 액땜인 셈 치고 식사를 마쳤다. 본래 여기서도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막 공연이 시작될 즈음이라서 인터뷰를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거실에 앉아 하루 동안 얻은 정보를 정리했다. 전반적으로 우리가 던진 질문에 대해 그들은 어떤 차를 선호하고 어떻게 차를 즐겨 마시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그리고 많이 알려주었다. 그러나 차와 관련된 문화와 왜 그런 문화가 자리 잡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그들은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그렇기 때문에 명확하게 대답하는 사람 자체도 드물었다. 그들에게 차라는 문화는 예로부터 그래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모하메드의 말처럼 예로부터 그래왔고 당연하게 즐기고 있는 차 문화에 대해서 우리가 던진 질문은 그들은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한 가지 수정하기로 했다. 우리는 차 문화에 대한 상대방의 생각을 묻기로 했다. 이전 질문은 현지인들에게 우리가 질문하는 것이 마치 왜 그런 문화가 자리 잡았는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답변을 주기 어려워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지인들 모두가 차를 공부하고 차의 역사와 기원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단지 그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을 뿐이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정확한 답변이나 사실적인 근거를 말해야하는 부담이 있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 답이 정해져있지 않은 그들의 생각을 듣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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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숙소 내 조식을 먹으며 오늘 탐사일정을 재점검했다. 식사가 얼추 끝나자 숙소 주인인 앙바르씨께서 차를 내주었다. 특이하게도 주전자를 가스레인지에 직접 끓이지 않고 차를 담아 주었는데 주전자는 손잡이를 제외하고 매우 뜨거운 상태였다. 차를 오랫동안 따뜻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차를 담기 전 주전자 자체를 미리 데운 것이라고 말했다. 차를 우려낼 물은 커피포트를 이용해 빠르게 데웠지만 그만큼 빨리 식기 때문에 주전자를 데운 것이다. 차에 대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배도 채웠겠다. 우리는 바로 우즈베키스탄에서의 두 번째 여정을 떠났다. 오늘 첫 방문 장소는 B&B카페였다. B&B카페는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식 카페 그 자체였다. 주 고객층은 젊은 계층이었고 카페에서 판매하는 메뉴들 또한 그에 맞게 다양하고 화려했다. 우리는 주문에 앞서 B&B카페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차를 추천받았다. 녹차나 홍차 또한 판매는 하고 있었지만 주류 상품은 아닌 듯 했다. 하지만 녹차를 기반으로 사과와 같은 과일즙과 민트를 섞어 만드는 칵테일 차가 인기가 많았다. 우리는 그걸 주문했고 매장에 양해를 구하고 카페 직원에게 간단한 인터뷰를 요청했다. 카페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알렉세이씨가 흔쾌히 우리의 요청에 응해주었다. 그는 러시아어 밖에 할 줄 몰랐기 때문에 그의 대답을 완벽히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자 그는 잠시만 기다려보라며 잠시 후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차를 선호하는 이유에는 차가 물보다 갈증해소에 마시기 편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차 마시는 것을 매우 소중히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차라는 것은 문화이며 하나의 규범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차를 마시죠.”

- B&B카페 매니저 알렉세이 -


알렉세이씨 역시 어제의 모하메드와 마찬가지로 커피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 또한 커피도 차에 속하기 때문에 자신은 차를 좋아한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마신 칵테일 차에는 기본으로 녹차나 홍차가 들어가고 이전에는 레몬과 설탕을 넣어먹었다면 그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과일즙과 허브 등을 혼합한 일종의 퓨전 차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는 현재 아무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으며 카페 내부에 다른 손님들이 마시고 있는 차들이 이를 방증해주었다. B&B카페에서의 인터뷰는 비록 번역기를 통한 것이긴 했지만 그들이 왜 차를 즐기고 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음으로 우리는 아무르 티무르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을 조금 돌아다니다 보니 점심시간 즈음이 되었다. 태양은 순식간에 강렬해졌다. 간단히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식당 종업원에게 근처에 있는 찻집을 추천해달라고 말하자 마침 종업원이 퇴근할 시간이어서 친절히 우리를 직접 안내해주었다. 이곳은 골목길을 지나야 했기 때문에 현지인이 아니라면 우리가 찾기에는 어려웠을법한 장소에 위치해있었다. NAVAT라는 식당 겸 찻집이었다.

 

우리를 입구에서부터 반갑게 맞이했던 지요르씨는 마침 NAVAT의 매니저였다. 카페에서 인기 있는 음료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지요르씨는 자신 있게 몇 가지 차를 추천해주었다. 주문과 동시에 실례가 안 된다면 간단한 인터뷰가 가능한지 묻자 지요르씨는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바쁜 일을 끝내놓고 우리에게 돌아왔다. 우리의 탐사주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 지요르씨는 우리에게 친절히 대답해주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어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고 우리가 이해하는데 조금 어려워하자 영어로 다시 말해주었다.


홍차나 녹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여전히 인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는 차와 과일즙을 섞어서 시원하게 마시는 새로운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친구가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이렇게 우리도 차를 통해서 친구가 된 것처럼 말이죠.”

- NAVAT카페 매니저 지요르 -

 

지요르씨와의 인터뷰 후 우리는 중앙아시아에서는 차라는 매개체를 통해 낯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기도 한다는 것을 인지했다. 바로 우리의 경우처럼 말이다. 이는 우리가 직접 겪은 사실이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갔다.


지요르씨는 떠나는 우리에게 근처에 대형 마트가 있으니 차 코너에 방문해보기를 추천했다. 우리의 사전 계획과도 일치했기 때문에 우리는 인근 대형 마트로 이동했다. 우리 숙소 근처에도 마트가 있긴 했지만 차만을 파는 코너가 따로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방문한 SHEDEVR마트에는 차를 위한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정말 많은 종류의 차가 진열되어 있었고 바로 옆에는 차와 함께 즐겨 먹는 다과와 노보트도 있었다. 일반 노보트도 있었고 가격이 조금 비싼 선물용 노보트도 함께 있었다. 많은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노보트를 선물하기도 받기도 한다고 마트 매니저는 설명해주었다.


마트에서 간단한 식료품과 차를 구매하고 저녁 식사를 한 뒤 숙소로 돌아왔다. 식당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던 중 우연히 같은 숙소에 머무르고 있던 남성과 함께 식당을 쓰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 대화하며 우리 탐사주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은 세르게이이며 이탈리아 출신의 은퇴한 요리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중앙아시아 5개국을 여행 중이며 자신도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차를 많이 마시고 대접받기도 했다며 여러 가지 일화들을 얘기해주었다. 관심 있게 얘기했던 대화는 바로 왜 중앙아시아 지역에 차 문화가 발달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세르게이는 현지인이 아닌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대답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생각을 얘기했다. 세르게이는 중앙아시아의 물이 석회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물을 마시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게다가 실크로드를 통해 상대적으로 일찍이 그리고 쉽게 차가 전파되었을 것이라고 자신은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 또한 이에 동의했다. 사전 조사에서 우리 역시 이런 생각을 염두 해두고 출발을 했다. 그러나 어떠한 우즈베키스탄 사람도 이에 대해 얘기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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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식당에 방문해 점심 식사를 했다. 한국식 중화 요리점이었는데 아쉽게도 한국인 종업원은 없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짬뽕 국물은 더할 나위 없이 매콤하고 얼큰했다. 식사를 마치자 따로 주문하지 않았지만 종업원은 어떤 차를 드시겠냐고 물어봤다.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뒤에 찬물 말고 뜨거운 차를 마시니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이후 우리는 원어민 교수님과의 만남이 약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우리는 사마르칸트 쇼핑몰까지 택시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한식당 종업원 분께서 분명히 택시를 타면 요금을 많이 받을 테니 자신이 직접 택시를 잡아주겠다고 했다. 그결과 우리는 정말 저렴한 가격에 사마르칸트 쇼핑몰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친절함과 정은 마치 과거의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는 듯 했다.


저녁시간이 되어서 원어민 교수님을 만났다. 원어민 교수님은 우리를 보며 너무도 반가워하시며 꽤나 고급 음식점에 우리를 데려가주셨다. 식사를 하며 안부를 묻고 차와 그 문화에 얽힌 이야기 등을 말씀해 주셨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원어민 교수님은 수업 시간에도 차에 얽힌 이야기를 가끔 학생들에게 들려주곤 한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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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로 이동하기 위해 타슈켄트 공항으로 다시 움직였다. 수속 절차를 마치고 간단히 점심 식사를 빵으로 때웠다. 그리고 공항 내에 캐리어를 운반하는 카트 뒤에는 차 광고가 붙어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빵과 함께 마신 차 또한 그 브랜드의 차라고 종업원은 얘기해 주었다.

 

이후 우리는 알마티에 도착하여 숙소로 이동했다. 호텔 매니져는 우리에게 체크인까지 조금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는 차 한 잔 하며 기다리지 않겠냐고 권유하였다. 체크인 기념으로 차는 무료로 제공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차를 마시며 기다리겠다고 하여 1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이동해서 차를 마셨다. 우즈베키스탄에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설탕이 없었다. 따로 주문을 하면 나오는 것이었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그냥 테이블에 설탕이 놓여있어서 차에 넣어먹는 방식이었다. 바로 옆 국가이지만 차를 마시는 방식에 조금의 차이가 있었다. 체크인 준비가 완료되어 계산을 마치고 우리는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여독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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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점심시간에 카자흐스탄 원어민 교수님을 만나기로 했다. 독립성과 키맵대학교 중간 지점에서 우리는 만났다. 근처 카페로 이동하여 우리 탐사 주제가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도울 것은 없는지 얘기를 나누었고 근처에서 가장 오래된 찻집을 소개시켜 주시기도 했다. 그 밖에도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차 문화와 그 문화에 얽힌 생각들 또한 말씀해주셨다. 이후 우리는 카자흐스탄 현지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마르포스라는 친구였는데 그녀는 매우 흥미로운 얘기를 해주었다.

카자흐스탄 농담 중에는 우리 민족의 피 속에는 차가 섞여있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차를 즐겨 마시고 좋아한다. 특히 카자흐스탄에서는 손님이 집에 방문했을 때 아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시어머니와 같이 사는 집의 경우 더욱 심하다. 또한 할머니들이 주로 하는 농담에는 차를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아파온다 라는 말도 있다. 이것은 농담이지만 한편으로는 사실일 수도 있다.”

바깥 온도가 40도를 육박하더라도 우리는 실내에서 뜨거운 차를 마신다. 이것은 배탈이 나지 않도록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웃이나 가족이 축하해야할 일이 생기면 전통 악기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차를 마신다.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우리의 전통이며 문화이다.”

-마르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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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우리는 가장 처음으로 그린 바자르로 이동하였다. 그린 바자르의 분위기는 우즈베키스탄의 철수 바자르와 비슷했다. 철수 바자르가 큰 돔 안의 시장이라면 그린 바자르는 사각형 건물 안의 시장 같았다. 우즈베키스탄과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시장에 돌아다니니 굉장히 신기하게 보았다. 우즈베크스탄의 시장에서는 화내듯이 이리 와보라며 소리를 치거나 조롱(?) 섞인 웃음을 많이 보았는데 그린 바자르의 사람들은 우리를 이방인 보듯 쳐다보기만 했다. 그린 바자르의 내부는 육류, 과일, 채소 등 식품 위주였고 외부는 의류 위주의 다양한 상품이 많았다. 우리는 탐사 전, 각 도시의 주요 시장을 탐사지역을 정했다. 유동인구가 많고 다양한 연령의 사람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시장을 택한 중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시장을 가면 장도 보고 떡고물 하나라도 얻어먹을 수 있었다. 떡볶이, 빈대떡, 식혜 등등.. 우리가 장도 보고 시장 들른 김에 먹거리도 먹고 가듯 카자흐스탄 역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떡볶이, 식혜를 먹는다면 카자흐스탄에선 차를 마시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쉬면서 차 마시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먼저, 카자흐스탄의 시장은 한국의 시장처럼 한 가게에 앉아 먹거나 마시거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사고 바로 다음 목적지를 향했다. 쥬스를 만들어 파는 가게도 모두 테이크 아웃을 해갈뿐 앉아 쉬면서 마시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근처에서 “Choy~”를 외치는 목소리를 들었다. 한국의 요구르트 아줌마처럼 카트에 여러 차를 담아 돌아다니며 차를 팔고 있었다.

우리가 못 찾은 것인지 진짜 없는 것 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시장에 찻집은 없어도 이동식찻집은 있었다. 마침 한 여성이 차를 사려 했고 우리는 재빨리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차처럼 이동하며 판매하는 것이 또 있었는데 삼사였다. 시장엔 차 보다는 삼사를 움직이며 파는 이들이 많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는데 우리는 이를 보고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떠올랐다. 카자흐스탄의 중앙아시아 북부의 유목민족 이었고 우즈베키스탄은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한 정주민의 나라였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없고 카자흐스탄에만 있는 것이 유목민족과 정주민의 차이, 유목민족의 습성이 계속 남아 시장에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연결 지어 보았다.


다음으로 우리는 강남카페에 갔다. 강남카페는 알마티의 LG 거리라 불리는 Arbat Street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은 나름 알마티에서 번화가인데 LG거리라 불려서 그런지 많은 한인 여행자들이 찾는 장소이다. 알마티 여행을 치면 블로그 포스팅에서 쉽게 후기를 찾아 볼 수 있는 카페이다. 그런데 우리가 Arbat Street를 갔을 때 거리는 공사 먼지로 가득했다. 문화의 거리 조성을 위해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공사 때문에 거리의 풍경과 분위기는 느끼지 못하고 바로 목적지로 향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Arbat Street 내 한국인이 운영하는 강남 카페였다.

 

강남 카페 역시 커피만 파는 카페는 아니었다. , 커피, 식사 모두 파는 카페였는데 이 카페는 한식에 일식까지 파는 하이브리드 다국적 카페였다. 2층으로 이루어진 카페였는데 2층은 보드게임과 야외 테라스가 있어 한국적인 느낌이 강했다. 메뉴판을 열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차였다. 카페지만 커피보다 차를 먼저 배치한 것을 보고 마시는 것에 있어 이 나라 사람들의 우선순위를 알 수 있었다. 전공 교수님과 현지 한국인들은 타슈켄트나 알마티처럼 발전한 도시에서는 전통 찻집은 고사하고 찻집도 찾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나라가 발전하면서 전통 찻집은 사라지고 시골이나 마을 외곽에 가야 찻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실제로 탐사하며 중앙아시에도 서구적인 카페가 많이 들어섰음을 느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 카페를 가보며 찻집은 사라졌지만 카페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름은 카페지만 실제로 차를 많이 마시러 오기 때문에 찻집이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느꼈다.

종업원은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고 살갑게 대해 주었다. 신기하게도 중앙아시아의 한인 식당, 카페의 현지인 종업원들은 한국말을 할 줄 안다. 강남 카페에서 만난 종업원은 다른 식당 종업원에 비해 한국말을 꽤 잘했다. 음료를 준비하며 준비한 질문을 물었다. 종업원의 대답 역시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자신들은 차를 많이 마시며 본인은 커피보다 차를 더 선호한다고 했다. 음식점의 느낌이 강한데 음료만 마시러 손님들이 많이 오냐고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다고 말했다. 종업원을 계속 붙잡고 물어 볼 수 없어 질문을 마치고 음료를 마셨다.


다음으로 우리는 인근 백화점으로 이동하였다. 백화점의 구조는 어느 나라이건 비슷한 것 같다. 한국과 비교하면 중앙아시아의 백화점은 비교적 저층이었다. 그리고 올라갈수록 가게수가 줄어들었다. 가게가 적으니 사람 역시 없었다. 백화점을 탐사지역으로 선택한 이유는 시장과 비슷하다. 한국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엔 대부분 카페가 있다. 백화점 내 카페는 휴식과 대화의 공간인데 카자흐스탄의 백화점에는 찻집은 없어도 휴식을 제공하는 카페 정도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층을 올라가도 카페는 찾을 수 없었다. 예상했던 부분을 찾을 수 없어 당황했었다. 백화점에서 탐사하는 것은 포기하고 다른 카페를 가기로 했다. 거리로 나와 카페를 찾던 중 비가 거칠게 왔다. 우산이 없어 계속 걸어갈 수 없어 고민하다 다시 강남 카페를 가기로 했다. 한국어가 되는 종업원이 있고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강남 카페로 갔다.


다시 강남카페로 가자 종업원이 궁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밥 먹으러 왔다고 하며 자리를 잡았다. 마침 손님이 별로 없었고 많은 것을 물어볼 수 있었다. 한국말을 잘하는 종업원은 23살의 대학생이었다. 그녀는 중앙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했고 대학원 진학을 위해 내년에 한국에 다시 간다고 했다. 그녀는 알마티가 어떠냐고 물으며 오히려 우리에게 질문했다. 질문을 주고 받으며 우리는 본격적으로 차에 대해 물었다. 이때까지 탐사한 것으로만 보면 카페에는 젊은 사람들, 20~30대가 주요 손님이었는데 이들은 차보단 커피를 더 마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비교적 젊은 손님이 많은데 젊은 손님들은 주로 무엇을 마시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잠깐의 고민도 없이 !” 라고 대답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료이지만 적어도 카자흐스탄에서는 아니였다. 카페가 많이 생기는 추세이지만 아직 커피가 차를 앞지르기엔 한참 남았음을 느꼈다. 우리는 또한 그녀의 대답에서 우리가 조사한 것은 극히 일부분이었음을, 일반화하기에 부족한 자료라고 느꼈다. 카페 강남에서의 시간은 차에 대한 정보도 얻었지만 앞으로 더 분발해야 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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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티의 사이란 터미널에서 비슈켁까지 자동차로 4시간 걸렸다. 비슈켁으로 넘어가기 전 학과 선배에게 연락했고 저녁 약속을 잡았다. 약속장소 근처에 도착해 선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번도 못 본 06학번 선배인데 우리를 보자마자 오라고 손짓 하셨다. 선배는 손님이 오면 꼭 데려가는, 비슈켁에서 괜찮은 식당이라며 한 식당으로 안내했다. 식당은 중앙아시아의 거의 모든 음식을 파는 가게였다. 선배는 식사와 함께 식당에서 가장 잘 팔리는 핸드메이드 차를 주문했다. 비주얼은 레몬주스였는데 한국에서 먹어보지 못 한 맛이었다.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은 차인데 굉장히 달았다. 선배는 키르기스스탄은 꿀로 유명하다고 우리가 마신 것은 꿀을 많이 넣은 차라고 하셨다. 알마티에서 원어민 교수님과 마신 차와는 다른 부류의 차 같았다. 우리는 차보다는 음료에 가까웠다고 생각했는데 메뉴판에는 차 카테고리에 있었다. 이 나라 사람들에겐 그것 역시 차였다. 중앙아시아의 차라 하면 녹차, 홍차뿐 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깨준 계기였다. 선배와 식사를 하며 중앙아시아에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차의 범주에 속하는지 생각했다. 하나의 재료만 사용한 녹차, 홍차, 허브차를 포함하여 여러 재료가 섞인, 달달한 음료에 가까운 것 까지 그들이 즐겨 마시는 모든 것이 차일 것이라 생각하며 식사를 마무리 했다.


715


715일은 바로 대망의 이스쿨 호수를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비슈켁에서 이스쿨로 넘어가는 것은 처음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속 120km로 밟아도 4시간을 가야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스쿨 호수로 가는 밴 안에서 운전사는 페트병에 시원하게 만든 차를 담아 다니며 마셨고 이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휴게소에 내려 간인 찻집을 통해 갈증을 달랬다. 어떻게 보면 정말 물보다 차를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분주하게 움직였는데도 이스쿨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실제로 본 이스쿨은 명성만큼 대단했다. 마치 해운대 해수욕장에 놀이기구, 시설이 있는데 물은 제주도의 오염되지 않은 해변처럼 맑았다. 너나 할 것 없이 파라솔 아래에서 과일을 먹으며 피서를 즐겼다. 이스쿨에서 그간의 더위와 피로를 풀며 쉬었다. 중앙아시아 사람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도 많았는데 이런 이스쿨에선 어떤 차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탐사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최고의 관광지라 그런지 사격, 다트, 트램펄린과 같은 놀이시설과 기념품 가게가 지배적이었다. 찻집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최소한 카페는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카페보다는 음료, 술 가게 혹은 스탠딩 바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식사도 할 겸 식당에 들어가 분위기를 살펴보기로 했다. 식당 앞에서 쁠롭(중앙아시아식 볶음밥)을 팔던 식당에 들어갔다. 우리가 들어가고 얼마 후 노인 분들이 오셨다. 식사를 하러 오신 줄 알았는데 이분들은 차를 주문했다. 이스쿨 간 날 햇빛이 굉장히 강해 더웠는데 그 더위에도 뜨거운 차를 드셨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아무리 더워도 뜨거운 차를 마신다는 것은 익히 들었다. 한국 역시 이열치열이란 말이 있다. 뜨거운 차를 마시는 그들을 보며 이열치열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국가는 중앙아시아 국가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들은 뜨거운 차와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간 적지 않은 카페와 음식점을 갔지만 차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그 동안 말로만 듣던 우리가 상상했던 풍경을 처음 본 것이었다. 그것을 보며 우리는 이것 역시 세대차이지 않을까 짐작했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요즘 음료보다 차가 익숙하기 때문에 차를 매개로 이야기를 하고 젊은 사람들은 커피와 차를 매개로 만나는 것이라 생각했다.


중앙아시아는 예로부터 실크로드의 중심지였으며 실질적인 행위자였다. 터키와 영국, 러시아에 차를 중국으로부터 전해준 역할도 바로 중앙아시아인들이라는 가설도 있다. 그렇다보니 중국 다음으로 차를 받아들였고 그렇다보니 차는 중앙아시아문화 전반에 상대적으로 일찍이 뿌리내렸을 것이다. 우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결과 그것은 사실이었고 차는 중앙아시아 문화 전반에 걸쳐 조화롭게 잘 녹아내려있었다. 오늘날의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터키나 영국 또는 러시아처럼 대외적으로 차의 소비량이 높거나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해서 그들이 차를 좋아하고 차의 문화가 그들 생활 전반에 가지는 의미까지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직접 확인한 결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차를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들 중앙아시아인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차를 좋아하고 즐길 줄 안다는 것이다.


탐사 종료 후 우리는 이번 탐사 주제를 정리하며 우리가 맨 처음 가져간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해야만 했다. 그러나 각자 생각하는 차의 의미가 큰 틀에서 보면 같았지만 세부적으로는 달랐기 때문에 의견 조율이 필요했다. 어떻게 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중앙아시아에서의 차의 의미는 생활에서의 의미, 음식에서의 역할, 문화로써의 역할 등 모든 방면에 걸쳐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본 의미는 우리 모두가 동의했기 때문에 우리의 최종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할 수 있었다.

 

Q.중앙아시아에서의 차의 의미란 무엇인가?

 

A.중앙아시아에서의 차란 친구이다.

 

답이 정해져있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에게 차 문화에 관한 다양한 생각과 대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물어보는 사람마다 각자의 대답이 비슷할지언정 모두 달랐다. 몇 가지 예컨대, 누군가에겐 차를 마시는 것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을 만큼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었고, 또 누군가에겐 건강과 관련한 것이었고, 다른 누군가에겐 이를 통해 인간관계를 맺는 것으로, 누군가에겐 생계수단의 일부로 여겨지고 있었다. 이렇게 대답이 모두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만큼은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언제든지 원하면 차를 마실 수 있고 일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한다. 결혼식에서도, 장례식 자리에서도, 밥을 먹을 때도, 운전을 하면서도, 여행을 가면서도, 잠시 쉬면서도, 일을 하면서도 그들은 차와 함께 그 시간을 보낸다. 중앙아시아인들에게는 항상 곁에 차가 있다. 그들은 일생을 차와 함께한다. 그런 측면에서 차는 중앙아시아인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친구와도 같은 의미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탐사기간을 통해 얻은 경험과 성과는 매우 값진 것이었다. 탐사주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부가적으로 얻는 정보와 지식들은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우리가 전공 관련 공부를 할 때 도움이 될 것은 당연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현지인들이 직접 차를 마시는 모습과 그 문화 전반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탐사는 차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나 학술적 공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차에 대한 가설을 증명 한다던가 차의 유래나 제배 방식과 유통과정 등을 들여다 본 것은 아니었다. 단지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만지며 귀로 듣고 코로 맡으며 입으로 음미한 게 다였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는 차와 그 문화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만지며 귀로 듣고 코로 맡으로 입으로 음미하였다. 절대 책과 인터넷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이었다. 직접 사람들의 의견도 묻고 대답을 들으며 탐사가 진행될수록 우리는 그들 문화에서 차가 가지는 의미에 용감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러한 시간은 우리 티타임 구성원 전부에게 매우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역시 차와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하였다. 로컬리티 탐사를 마무리하며 앞으로도 우리와 같은 중앙아시아에서의 차의 핵심적은 문화적 정수를 알기 위해 더 많은 친구들이 더 깊은 연구를 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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