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ity Challenge

해외탐사 프로그램 ‘Locality Challenge’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 알고 계십니까? ‘Locality Challenge’는 자신이 공부하는 지역을 직접 탐사하는 해외탐사 프로그램입니다.

참여하는 학생들은 탐사지역에 관해 인문·지역학적 탐구과정을 실시해 계획을 수립·발전시키고, 각 지역의 지역학적 효용가치를 재발견하며 도전정신을 배양하게 됩니다.

‘Locality Challenge’를 통해 학생들은 인터넷과 책에서만 보던 지역을 눈으로 직접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으며, 광역특화전공 내 4가지 트랙의 오지성 지역을 팀원들과 함께 구석구석 탐사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됩니다.

Title [2기] [브라질 중남미] - 꽃보다 소녀 팀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6-03-25 14:32 Read 2,600

본문

탐사테마

 

대관식, 승전식, 성찬식, 결혼식, 혹은 이 외에도 그 어떠한 자리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료는 무엇일까? 바로 와인이다. 와인은 인류 역사의 장면마다 빠짐없이 등장해왔다. 본래 유럽의 음식 문화의 일부였지만, 곧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현재는 예외 없이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도 불리는 와인은 세계인이 사랑하는 주류이다. 그렇다면 왜 와인이 다른 술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열정을 불러일으킬까?

 

그 이유는 한 마디로 ‘다양성’이라 할 수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포도품종은 1만 여종이 넘으며 그 중에서 약 300여 품종이 와인을 주조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여러 품종을 조합해서 와인을 주조하니 가능한 조합의 수가 만만치 않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품종의 포도라 해도 재배지역마다 토질, 기후, 지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포도품종의 성질과 특성 즉, 당도, 산도, 향이 다르며 지역마다, 와인 생산자마다 주조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세상 아래 같은 와인이 존재하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으로 다양성과 더불어 와인은 생산지역의 문화와 경제생활 전반에도 밀접하고 큰 영향을 미치는 산물이다. 모든 와인 생산지역에는 그 지역 나름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어있고 전통 음식들 역시 오랜 세월 와인과 상관관계를 유지하며 발전해 왔다. 다양성을 가지고 인간의 문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산물이기에 호기심을 자극하고 열정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현재 남미의 와인산업은 주류뿐만 아니라 농업 6차산업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와이너리 산업의 성장으로 나날이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와이너리란 ‘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을 의미한다. 와이너리 산업이란 단순히 와인을 가공, 판매하는 것을 넘어, 와인의 원료인 포도재배로부터 시작하여 와인이 양조되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현재 한국은 농촌지역발전을 위해 농촌진흥정책을 구상하고 다양한 사업을 농가에 적용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농업 6차 산업으로 한국의 와인을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양조기술, 마케팅 전략 등과 같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사실 큰 성공은 거두지 못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사례인 남미의 최대 와인 생산국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와인농장을 직접 방문하여 농업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 요인을 직접 알아보고자 위 테마를 선정했다.

 

그렇다면 왜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가기로 결정했나? 사실 와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프랑스와 스페인과 같은 유럽국가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와인산업의 빠른 성장속도와 한국에서 와인시장 점유율이 1위인 국가가 칠레인 것을 미루어본다면 남미의 와인산업이 절대 유럽에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번 탐사테마 설정에 있어서는 브라질과 남미를 이미 다녀온 두 팀원의 제안이 그 시발점이라 볼 수 있다. 작년 본 팀의 팀원 중 두 명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했었다. 여행기간동안 그 둘은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해도 값싸고 질 좋은 와인을 맛 볼 수 있었고, 이미 와인이 현지인들의 삶에 깊이 녹아들어있는 모습을 확인했었다. 여행에서 느꼈던 것뿐만 아니라 그들과 브라질에서 어학연수를 함께 했던 칠레 친구들 역시 칠레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고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수시로 해주었다고 한다.

 

처음엔 탐사주제를 와인으로 잡자는 한 팀원의 제안에 그 누구도 선뜻 YES를 외치지 못했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와인이 아무리 한국에서도 열풍을 몰고 떠오르는 주류문화를 성립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학생들에게는 또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는 분명히 어려운 주제로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챌린지’라는 탐사 프로그램의 명칭에 걸맞게 ‘도전하자!’라는 생각이 팀원 모두에게 들었고 그렇게 우리는 ‘남미의 와인’으로 탐사 테마를 설정하게 되었다.

 

 

탐사목표

 

현재 한국과 중남미간의 교역은 한국의 산업과 기술을 중남미에 수출하고, 중남미의 농산물을 수입하는 양상을 보인다. 반대로 중남미의 산업인프라나 기술을 들여오고자 하는 교역은 찾아보기 힘들다. 작년 4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또한 한국의 전자정부기술, 의료기술 수출관련 등 양해각서(MOU)체결을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런 추세와는 반대로, 본 팀은 이번 탐사 프로그램을 통해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 대표적 산업으로 손꼽히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와인 산업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느끼고 돌아오는 것에 그 1차적인 목표를 두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와인농장을 직접 방문하고, 와이너리 투어 프로그램 체험과 농가 사람들과 와인산업 종사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남미의 와인이 어떻게 그 본고장인 유럽을 위협할 수 있는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와 해당 산업의 특성화 방법과 마케팅, 나아가 고부가가치 창출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를 바탕으로 더 나아가 한국의 농업이, 좀 더 세분해 얘기하자면 한국의 와인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 창출을 이뤄낼 수 있고 또 성공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에 2차 목표를 둔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와인산업은 단순하게 와인의 제조, 상품 생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고 또 지역사회와 연계함으로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러한 점은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와인산업이 국가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 정부와 농촌 지자체에서 힘쓰고 있는 농촌부흥정책들, 그리고 농업의 부가가치 창출 노력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생각한다. 탐사테마에서 언급했듯이 한국에서는 이미 농촌진흥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의 와인산업 개발을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탐사를 통해 각 국가별로 다양한 와이너리 답사를 통해 농업 관광의 형태에 대해 조사하고, 각국의 와인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들을 탐구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와인산업의 부족한 점을 찾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한국 농업의 고부가가치화의 전망을 예측하고, 나아가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와인산업 성공사례를 통해 한국에서 와인산업뿐 만 아니라 더 다양한 농촌사업 분야에 그들의 방식을 접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농촌진흥정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탐사내용

 

INTRO

본격적인 탐사내용 소개에 앞서 중남미 트랙 유일의 팀 ‘치카 보니따’는 4명의 여학생으로 구성된 당찬 여성 탐사 팀이라 소개하고 싶다. 본 팀은 1월 16일 인천을 출발해 칠레의 산티아고로 들어간 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2월 1일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스케줄로서 60시간에 가까운 비행시간을 포함, 총 16박 17일의 탐사를 기획했었고 1월 5일 최종 승인을 받아 이번 탐사를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산사태로 인해 우리의 최종 탐사 여정은 19박 21일 약 3주에 가까운 여정이 되었다. 다사다난했던 3주간의 시간 동안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마신 매력적인 남미 와인 이야기를 한 번 풀어보고자 한다.

앞서 탐사 테마와 목표에서 밝혔듯이 우리 팀은 이번 로컬리티 챌린지를 통해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와이너리 산업 현장을 탐사하였다. 약 2주간의 탐사기간 동안 한국의 와인 산업, 더 큰 의미에서는 한국의 농업이 두 국가의 와인 산업처럼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6차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어떠한 점을 배워볼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조원들과 토론하였다. 해당 탐사 내용에서는 먼저 와인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포도들 그 중 남미에서 재배되는 종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남미식 와인제조 과정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그 다음으론 당초에 계획되었던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대규모, 소규모 와이너리 방문에 대해 정리하고, 그곳에서 직접 보고, 마셔보았던 와인들에 대해서도 잠시 언급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칠레 국민들의 와인문화에 대해 알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가 시행해보았던 거리조사에 대한 결과와 각 팀원들의 에필로그로 글을 마무리할 것이다. 

 

어렵지만 매력적인 너, 와인!

 

1. 와인의 기본, 포도

*300가지가 넘는 와인 양조용 포도 중 탐사 기간 동안 와이너리들을 다니며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와인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쓰이는 포도들만 간추렸다.

화이트와인을 만드는데 주로 쓰이는 품종들

1)샤르도네 Chardonnay

샤드로네는 화이트와인의 여왕이라고 부를만큼 화이트와인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청포도 품종이다. 세계적으로 14만 헥타르의 포도원에서 경작되고 있다. 워낙 많은 곳에서 재배를 하다보니 가장 흔한 화이트와인이 되었다. 산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며 신선한 과일 향이 풍부하다. 호도, 바닐라, 포도, 꽃, 망고 향이 난다. 색은 엷은 노란색에서 꿀빛이 나는 노란색에 까지, 밝은 노란색을 띤다.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2)소비뇽 블랑 Sauvignon Blanc

샤르도네 다음으로 화이트와인를 만들 때 사용되는 주 품종이다. 풀과 메론과 같은 과일 냄새 등 향이 상당히 자극적이고 산도가 높은 편이다. 드라이한 맛에 톡 쏘는 듯한 자극을 준다. 색은 금빛이 돈다. 생선과 초밥, 아스파라거스와 같이 마시면 향이 더 풍부해져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칠레에서는 본 조가 탐사한 카사블랑카 지역과 마이포밸리 지역이 유명하다.

3)리슬링 Riesling

리슬링 또한 샤르도네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화이트와인에 많이 사용되는 품종이다. 샤르도네와 달리 서늘한 곳에서 잘 자라며 다른 화이트와인보다 산도가 높은 편이라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 투명에 가까운 연한 노란색이다. 사과와 복숭아의 상큼한 과일향을 풍긴다. 간단한 디저트와 아시아 음식이 잘 어울린다. 

 

레드와인을 만드는데 주로 쓰이는 품종들

1)카베르네 소비뇽 Cabernet Sauvignon

화이트와인계에 샤르도네가 여왕이라면 레드와인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왕이다. 전세계의 15만 헥타르에서 재배할만큼 가장 많이 쓰이는 포도 품종이다. 서늘하고 뜨거운 지역에서도 잘 자라며 여러 토질에도 적응력이 높으며 병충해에도 강해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 타닌이 풍부해 떫고 맛이 무거운 편이다. 색은 매우 진해 갈색에 가까운 편이다. 블랙베리, 피망과 같은 스파이시한 향이 난다.

2)피노 누아 Pinot Noir

카베르네 소비뇽과 반대로 재배하기 매우 까다로운 품종이다. 하지만 그만큼 매우 부드럽고 우아하며 고급스럽다. 상당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색은 투명하며 맑은 앵두색이다. 하지만 산도가 높고 알코올 함량도 높으며 와인용어로 full body라 칭하는 묵직한 편이다. 타닌은 적은 편이다. 향은 자두, 라즈베리의 과일 향이 난다..

3)시라 Syrah

21세기에 들어와 계속 떠오르는 포도 품종이다. 서리와 추위에 강하며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산도가 꽤 높고 타닌도 풍부해 자극적인 품종이다. 색은 검은색에 가까운 잉크빛 자주색이다. 시나몬, 월넛 허브, 피망와 같은 맵고 스모키한 향이난다. 이처럼 시라는 맛과 향이 모두 묵직하고 강렬하다.

4)카르미네르 Carmenere

카르미네르는 유럽에서 유명하던 포도 품종이었지만 포도 질병 필록세라가 나돌아 전멸되었다 하지만 필록세라도 안데스산맥은 넘지 못했다. 유일하게 칠레만 영향을 받지 않아 칠레를 대표하는 품종이 되었다. 색은 어두운 편이나 시라(Syrah) 보다는 연하다. 향은 계피, 흙과 같은 진하고 스파이시한 향이 난다. Medium body 와인이라 처음 향은 스파이시해 강하지만 목 넘김은 부드러운 편이다. 

 

2. 와인양조과정

포도의 품종과 지역의 기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경우 대부분2월 말에서 3월경 포도를 수확한다. 수확한 포도를 와이너리에 옮겨온 후 본격적인 와인 제조과정이 시작된다.

운반된 포도는 파쇄기에 넣어져 줄기가 먼저 제거된다. 포도의 알맹이들만 남겨졌을 때,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만들기 위해 방식이 분리된다. 레드와인을 만들 경우, 포도를 으깨 껍질과 씨까지 모두 발효탱크로 보내지만 화이트와인일 경우 으깨지 않고 압착기를 사용하여 즙만 짜낸다. 화이트와인은 줄기를 제거하고 으깬 포도즙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2가지 종류로 나뉜다. 과육, 껍질, 씨가 함께 있는 즙을 체로 걸러 자연스럽게 즙만 얻는 경우의 ‘프리 런 주스’와 , 껍질과 씨를 강하게 눌러 짠 즙인 ‘프레스드 주스’ 가 있다.

껍질, 씨, 포도즙이 함께 있는 레드 와인과, 포도즙만 있는 화이트와인은 각각 나무 또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발효탱크로 옮겨져 10~20일 정도 1차적으로 발효된다. 1차 발효 과정에서 발효탱크 안의 와인은 발효할 때 생기는 탄산가스와 열로 인해 부글거리며 끓게 된다. 이때 온도가 너무 높으면 와인이 상하기 때문에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해주어야 한다. 현대 와이너리들은 발효탱크의 온도를 맞춰주는 자동시스템을 통해 온도를 관리한다. 레드와인은 온도가 30도 이상이 되지 않게 유지하고, 화이트와인의 경우 포도 품종에 따라 리슬링은 10도, 샤르도네는 15도에서 21도 사이에서 온도를 유지한다.

적정 온도에서 발효가 잘된 포도즙은 당분이 100%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변한다. 레드와인은 발효할 때 생기는 탄산가스와 열에 의해 포도껍질이 위로 떠올라 두꺼운 막을 형성한다. 이때 포도 껍질이 발효 중인 즙과 산소의 접촉을 막지 못하도록 긴 막대기로 저어주어야 한다.

발효를 촉진하기 위해 효모를 첨가하기도 한다. 포도껍질에 묻어 있는 천연효모도 발효에 도움이 되지만, 일반적으로 발효능력이 뛰어난 이스트를 인공적으로 배양한 효모를 사용한다. 이 효모는 각 와이너리마다 그들만의 특색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와이너리들마다의 맛의 차이가 생긴다. 또한 발효가 시작되기 전 날씨 때문에 포도의 당도가 기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당도 보충을 위해 설탕을 첨가하기도 하지만 칠레,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발효 전 설탕 첨가가 금지되어 있다

1차 발효가 끝난 후 알코올로 변한 포도즙을 걸러 순수한 즙만 흘려내면 프리 런 주스가 되며, 나머지 즙을 머금고 있는 껍질과 씨를 한번 더 강하게 눌러 짠 것이 프레스드 주스이다. 이는 위의 1차 발효탱크에 넣기 전 화이트와인의 포도즙을 걸러낼 때와 같은 원리이다.

1차발효는 또 다른 말로 ‘주발효’라 불리운다. 주발효가 끝난 레드와인은 오크통이나 스테인리스탱크로 옮겨 후발효 과정에 투입된다. 주발효가 당분을 알코올로 변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후발효는 변한 알코올의 향과 맛을 깊고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숙성하는 과정이다. 이 후발효 과정이 와인의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레드와인의 경우 주로 바리크(barrique)라 불리는 오크통 즉 참나무통에서 1~2년간 후발효 과정을 거친다. 이 바리크가 와인의 향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바리크의 질도 매우 중요하다. 최상의 질을 가진 바리크는 한 개에 60만원 정도로 값어치가 나갈 정도로 고급 수제품이다. 와인이 숙성되는 바리크가 새 것일수록 고급와인에 가까워진다. 새 것일수록 참나무 본연의 향이 알코올에 잘 스며들어 더 세련된 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바리크에서 1~2년간 숙성되면서 맛과 향이 더 풍부해진 와인은 유리병에 다시 담아진다. 와인은 병에 담길 때까지도 맛과 향이 절정에 충분히 오르지 않기 때문에 병에 담은 뒤 또다시 3~6개월간 어둡고 습기찬 지하창고에서 3차 발효라고도 불리는 병 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때 병은 병 입구 부분이 아래로 가게 하여 놔두어야 한다. 코르크 마개가 와인을 충분히 머금어 코르크가 팽창해 외부의 공기가 들어가지 않고 와인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후발효의 와인은 주발효 때 생긴 탄산가스가 사라지고 사과산이 젖산으로 변하면서 시큼한 맛이 부드럽게 바뀐다. 후발효가 잘 진행된 와인은 거칠고 떫고 쓴맛이 덜해지며 맛은 부드러우며 향은 바리크의 참나무향이 더해져 더욱 풍부해진다. 레드와인은 포도의 껍질에 타닌이 많기 때문에 쓴맛을 부드럽게 하기위해 2차 발효가 필수적이지만 화이트와인은 껍질을 1차 발효과정 때 넣지 않아 타닌이 적기 때문에 대부분 1차 발효만으로 발효과정을 마친다.

와인 양조 과정은 이처럼 기본적으로 포도재배 이후 압착, 3번의 발효과정을 거친다. 앞으로 소개될 7개의 각각 와이너리들의 와인 양조 방법에 있어서의 다른 점과 특별한 점은 추가적을 설명을 덧붙이도록 하겠다. 

 

칠레의 와이너리

*산사태로인한 갑작스런 일정변동 때문에 칠레 쪽 일정이 대폭 늘어나 칠레에서 우리가 방문했던 와이너리는 총 다섯 곳으로 아르헨티나(두 곳)에 비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밸리’별로 와이너리들을 분류하였다.

 

- 카사블랑카 밸리 : 산티아고 도심에서 1시간 떨어진 밸리로서 화이트 와인이 유명한 곳. 산티아고에서 항구 도시 발파라이소로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해있으며 Terminal Sur에서 Casablanca행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요금은 인당 1200페소.

a. 카사델보스키 (Casa del Bosque)

산티아고 버스 터미널에서 카사블랑카(Casablanca)행 버스에 몸을 싣고 약 한 시간쯤 달려 카사블랑카 시내에 도착했다. 그러나 카사델보스키까지 가는 버스는 없어서, 가기 위해서는 택시를 타야 했다. 시내에서 또 다시 택시를 잡아 15분쯤 달렸을까, 카사델보스키에 도착했다.

앞서 타고 왔던 버스가 산티아고에서 제 시간에 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예약했던 와이너리 투어 프로그램 시간에 제대로 도착하지 못해 와이너리 투어 프로그램은 참여할 수가 없었다. 다만 투어가 끝난 관광객들과 함께 카사델보스키의 대표적인 와인 제품을 시음하기로 결정했다. 사람들은 늘 어린 동양 여자 네 명이 와이너리에 와 있는 모습을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카사델보스키의 가이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탐사를 위해 와인과 와이너리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 우리의 말투 속에서 그는 포르투갈어 억양을 찾아냈고, 그가 사실 브라질 출신이라고 했다. 그는 브라질식 포어를 구사하는 우리가 반가웠는지 우리가 놓친 투어 프로그램을 직접 제공해주겠다고 말했다. 물론 추가금액도 없이 말이다! 그렇게 우린 와인 시음이 끝나고 친절한 가이드님과 함께 카사델보스키 내부를 구석구석 구경했다.

사실 관광객의 입장에서, 특히 해외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카사델보스키를 방문하기는 어려웠다. 산티아고 중심지에서 카사델보스키까지 약 한 시간 삼십 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지만, 관광객 방문을 용이하게 할 픽업 버스나 찾아오는 방법에 대한 설명은 부재한 점이 아쉬웠다. 물론, 찾아가기는 어려웠으나 도착해서 보이는 와이너리 전경은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 고생을 잊게 했다. 특히 다른 와이너리들과는 다르게 와인 시음을 위한 장소(Aroma bar)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인테리어 또한 관광객을 위해 정돈되어 있고 깨끗한 느낌이 들어 인상 깊었다. 우리와 함께 시음을 했던 미국인 관광객들의 반응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 카사 델 보스키의 와인!

카사델보스키의 와인은 따로 이름이 있는 것이 아니라 포도품종과 숙성 기간에 따른 분류로 대체한다. 숙성 기간에 따른 분류는 크게 Reserva, Gran reserva로 할 수 있다. Reserva 는 1년 오크통 숙성, 2년 지하 저장고 숙성을 포함해 3년 이상 숙성을 시킨 와인임을 뜻한다. Gran reserva라는 용어가 붙을 경우 레드 와인은 최소한 5년 이상 숙성, 화이트 와인의 경우 4년 이상 숙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 Gran Reserva 2012 (소비뇽 블랑)

향이 굉장히 달고 풋사과처럼 상큼하다. 맛 또한 달며 목 넘김이 굉장히 부드러워 와인을 처음 접하는 여자들도 큰 거리낌 없이 마실 수 있다. 색은 투명에 가까운 굉장히 옅은 노란색을 띤다.

- Reserva 2014 (샤르도네)

이 곳의 샤르도네는 매우 오래 숙성을 시키는 편이고 화이트 와인 중 full-body를 자랑한다. 향은 카라멜, 복숭아, 사과향이 나 달고 프루티하다. 색은 앞의 소비뇽블랑 보다는 진한 노란색이다.

- Pequenas produciones 2012 (피노 누아)

향이 굉장히 스파이시하고 차게 먹으면 해산물 요리와 제일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고 한다.

- Gran estate selection 2011 (시라)

바비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서 조금 무거운 육류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한다. 이 시라 와인 같은 경우 10년까지도 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b. 킹스톤 (Kingstone)

카사 델 보스키에서 거의 무료에 가까운 화이트와인 집중 클래스를 수강한 뒤, 킹스톤 와이너리로 갈 방법을 카사 델 보스키 직원에게 추천해달라고 하였다. 리셉션에서 근무하던 그녀는 택시를 부르려는 우리에게 환한 미소와 함께 걸어서 10분이면 간다며 걸어가는 것을 추천했다. 그렇게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카사 델 보스키를 빠져 나와 킹스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1시간 30분 뒤 킹스톤 와이너리 대문 앞에 섰다. 걸어가는 내내 우리는 우리가 그녀에게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었던 것일까에 대해 토론해보았지만 답을 찾지는 못했다.

이때부터 우리의 이번 탐사 주요 모토가 만들어졌던 것 같다. 바로 ‘긍정’이다. 그 시간 동안 지도도 없이 차도, 택시도 지나가지 않는 시골의 차도를 행군하며 아무도 없는 걸 다행이라 여길 만큼 큰 소리로 괴상한 노래를 불러댔고, 우리끼리 정말 신나게 재잘거렸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 날씨는 꽤 쌀쌀했으나 한 시간 반을 걸은 우리는 전혀 추위를 느낄 수 없었고 길을 잃은 것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우연히 지나가던 할아버님의 자전거를 붙잡고 대체 KINGSTON이 어디에 있는지 재차 다섯 번은 더 확답을 들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와이너리 간다고 나름 예쁘게 꼬까옷도 차려입고 그랬는데 정말 열심히 행군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걷다 보니 드디어 (10분만에 도착할 줄 알았던) KINGSTON 와이너리의 표지판이 보였다. 표지판을 본 후에도 야자나무로 만들어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20분 동안 더 걸어서야 킹스톤 와이너리에 드디어 입성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킹스톤 와이너리는 1시간 30분의 값어치를 톡톡히 했다. 포도밭 안 깊숙이 조금 높은 지대에 위치한 양조장 건물에 들어서자, 걷느라 바빠 제대로 보지 못했던 풍경이 그제서야 보였다. 300헥타르의 넓은 대지를 자랑하는 와이너리인만큼, 정말 크고 넓은 초록 물결이었다. 킹스톤의 드넓은 포도농장은 사실 원래부터 포도농장이 아니었다고 한다. 미국의 Carl John Kingston은 1918 년에 이 지역에 금이 많다는 것을 듣고 금을 캐기 위해 이 땅을 샀으나 금이 없어 농장으로 전향하였고, 이후로 5대째 가족농가를 이어오고 있다.

킹스톤 와이너리는 추운 지역인 카사블랑카에서 자라지 못하는 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와 시라를 처음으로 재배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족 농장이라고는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최신 고급 기술을 사용하여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고 킹스톤의 소믈리에가 당당하게 얘기했었다. 킹스톤의 자체 포도 농장에서 생산되는 포도의 8%만이 킹스톤 와인에 사용되고 92%의 포도는 모두 다른 대규모 와이너리에 판다. 따라서 킹스톤은 매년 3000~5000병의 와인만 생산하는 소규모 와이너리이다. 그 중에서도 50%는 킹스톤 가족이 있는 미국의 킹스톤 와인클럽으로 수출한다. 이곳 카사블랑카 킹스톤 와이너리를 오는 방문객들 중 75%가 미국인과 캐나다인 일만큼 북아메리카에서 마니아 층이 많은 와인 브랜드이다.

킹스톤 와이너리의 가장 큰 장점은 후에 소개될 마이푸 밸리의 아키타니아와 마찬가지로 소규모 투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해당 팀이 와이너리에 도착하고 와인 시음이 시작되기 전에도 5명으로 구성된 미국인 팀이 투어를 진행하고 있었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가이드는 자리를 제공해주며 4명만을 위한 와이너리 안내와 와인설명을 진행하였다. 킹스톤 와이너리는 교통이 택시나 자가용 혹은 투어사의 차량대절 이외에는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소믈리에의 친절한 설명과 사방의 언덕이 모두 포도밭인 절경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 킹스톤의 와인!

킹스톤은 매년 3000~5000병의 와인만을 생산한다. 따라서 매우 소량이고, 킹스톤 가의 와인들은 킹스톤 가족이 키우는 말들의 이름을 딴 것이다.

- Cariblanco Sauvignon 2013 (소비뇽 블랑)

흰색 말의 이름을 딴 것이다. 마시면 이름을 왜 백마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다. 색도 매우 옅고 향과 맛이 매우 부드럽다. 카리플랑코 소비뇽은 프랑스 오크 배럴와 같은 크기의 작은 스테인레스 스틸 통에서 발효시켜 맛이 더 부드럽다.

- Tobiano 2011( 피노 노아 )

검은색, 흰색이 섞인 말의 이름이다. 색이 매우 맑으며 향은 달고 과일로 비유하자면 산딸기 향이 났다. 쿠지노마쿨의 마지막 와인이었던 Finis terrae와 향이 비슷하였고 카사 델 보스키의 피노 노아로 만든 Gran reserve 보다는 덜 스파이시 하고 부드러웠다.

- Lucero 2011 (시라)

2011년에 재배하여 13개월 숙성하였다. 색이 검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짙다. 향과 맛이 스파이시 하며 타닌이 많으며 굉장히 무거운 느낌의 풀 바디 와인이다. 와인 입문자들에게는 많이 무거울 와인.

 

- 마이푸 밸리: 칠레의 도시 산티아고 바로 옆에 위치한 밸리로 가장 가깝고 또 지하철로 접근이 가능한 와이너리들이 많다. 칠레 와인이 주로 생산되는 가장 큰 3대 밸리 중 하나로 꼽히며 이곳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세계 제일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a. 콘차이토로 (Concha y Toro)

콘차이토로는 우리가 칠레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방문한 와이너리이다. 1883년에 설립된 이후 현재 남아메리카 와인 산업을 이끌고 있는 콘차이토로의 와인들은 한국의 와인샵 어느 곳을 방문하더라도 꼭 있을 정도로 한국에도 대량으로 수입되고 있고, 이미 높은 인지도가 쌓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기대가 매우 컸다. 콘차이토로를 방문하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 4호선 남쪽 마지막 종착역인 Puento Alto 역에 갔다. 워낙 유명한 와이너리이기 때문에 역에서 내려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콘차이토로! 콘차이토로!” 외치며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관련 직원이 따로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 관광객도 많이 방문하는 와이너리이기 때문에 인터넷에 검색하면 가는 방법은 자세히 찾아볼 수 있었고, 콘차이토로행 버스를 타고 10분쯤 후 와이너리에 도착했다.

역시 세계적인 와이너리답게 입구부터 거대했다. 마치 놀이공원 입장하듯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콘차이토로가 새겨진 주황색의 종이 팔찌를 채워준다. 또한 투어 진행 언어도 다른 곳보다 다양한 편이었다. 다른 와이너리의 경우 투어는 대게 영어 혹은 스페인어 두 개 언어로 이루어지지만, 콘차이토로는 대규모 상업 와이너리인 만큼 영어와 스페인어 이 외에도 포르투갈어 투어를 제공한다. 우리는 포르투갈어를 선택했고, 꽤나 많은 인원의 브라질 관광객들과 함께 투어를 했다.

투어는 깔끔했다. 직원은 한 장소에서 3분에서 5분정도 설명을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 찍을 시간을 준다.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하면 다시 설명을 하고 사진 찍을 시간을 준다. 뜨거운 햇볕 아래를 거닌 후 야외에서 1차 화이트 와인 시음을 한 뒤 와인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와인창고가 바로 그 유명한 'Casillero del Diablo'였다. 계란 흰자와 석회를 섞어 만든 지하창고는 시원하다 못해 한기가 느껴지는 곳이었고, 악마를 가두는 곳이라는 뜻의 창고 이름처럼 어두운 조명이 유지되었었다. 콘차 이 토로의 가이드에 의하면 계란 흰자로 와인 창고를 만드는 것은 매우 전통적인 방식이며 중세 유럽뿐만 아니라 근대의 남미에서도 사용되었던 건축방식이라고 한다.

와인 보관소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불 꺼진 와인 창고에서, 문을 닫고 나간 투어 직원 없이, 빔프로젝터로 창고 벽돌 벽에 쏴주는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다. 콘차이토로의 역사와 Casillero del Diablo의 의미를 간결히, 그러나 강렬할 정도로 오싹하게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은 투어의 재미를 높였다. 또한 시청각 자료를 통해 투어 직원의 설명으로는 이해되지 않은 부분들을 채울 수 있었다. 확실히 다른 와이너리와 다르게 더 체계적이고 신식의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악마마저도 욕심을 낸 와인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둡고 추운 공간에서 오싹한 영상을 보며 모두 소리를 내지른 우리를 비롯한 관광객들은 프로그램이 끝난 뒤 다정하게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며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투어를 마치고 2차 와인 시음을 한 후, 시음을 위해 제공되었던 와인잔을 관광객에게 선물로 주며 모든 투어는 끝났다.

산티아고 중심지에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고 쉽게 도착한 콘차이토로는 듣던 대로 ‘대기업’이었다. 잘 관리된 정원부터 온갖 고풍스러운 건물들, 그리고 재미있는 투어를 위한 시청각 자료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투어 직원의 설명 또한 책을 읽듯 깔끔했다. 그러나 관광객의 질문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가이드의 성격일 수 있으나, 아무래도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투어인 만큼 개개인의 질문보다는 단체의 관광 흐름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대규모 투어가 이루어지다 보니 기계처럼 진행되는 관광에, 상업적이라는 느낌을 머리에서 지울 수 없었다. 성격이 다른 것이지만 해당 와이너리 방문을 통해 대규모 와이너리 투어의 한계를 직접 보고 경험하였다

 

b. 쿠지노마쿨 (Cousino macul)

산티아고 지하철 4호선 Quillin 역에서 택시를 타고 몇 분이 채 안 되어 쿠지노마쿨에 도착했다. 콘차이토로를 가는 것보다 15분 정도 덜 걸렸다. 사실 쿠지노 가문은 1850년대 칠레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했던 가문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와이너리를 지키고 있다. 그만큼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가문이다. 그런 사실을 미리 알고 갔기 때문일까, 깨끗한 신식 건물의 다른 와이너리들과 달리 쿠지노마쿨은 입구부터 고즈넉한 느낌이었다. 입구에서부터 100미터쯤 걸어 들어가자 투어를 접수하는 곳이 나왔는데 건물 내부 인테리어 또한 억지로 꾸민 것 같지 않고 자연스럽게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정원을 거닐며 투어 시작을 기다렸다.

안데스 산맥이 멀리 보이는 포도밭에서 투어가 시작되었다. 가이드는 쿠지노마쿨이 재배하는 포도 나무의 면적, 포도 종류, 와이너리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같이 투어하는 관광객 중에 와인에 관심이 매우 많으신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께서 쿠지노 마쿨의 수확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질문하셨는데, 덕분에 쿠지노마쿨은 수확철에 포도를 일일이 손으로 수확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른 와이너리들이 그러하듯 기계로 수확을 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약 1000 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을 기계로 수확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할 뿐만 아니라 농약없이 유기농으로 재배를 한다고 하니 쿠지노마쿨이 얼마나 포도 그 원료 자체에 신경을 많이 쓰는지 알 수 있었다. 와인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포도의 질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은 와인을 만드는 비법이기 때문이다.

쿠지노마쿨은 과거 와인 제조 과정을 소개하는 것 또한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었다. 신식 기계가 생기기 이전, 스테인레스로 된 와인 제조 기계가 생기기 이전에 쓰던 기계들과 사람 키의 세 배쯤 되는 커다란 오크 통을 보며 전통을 간직하는 와이너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옛날의 와인 제조 과정대로 옛 기계들을 순서대로 배치해둔 곳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것은 쿠지노마쿨이라는 와인 브랜드를 고급스럽고 고풍스러운 전통적인 와이너리라는 이미지로 각인시키게 만든다.

산티아고 시내에서 쿠지노마쿨까지 가기 위한 간단한 교통 수단과 짧은 소요 시간, 그리고 투어 프로그램의 질이 상당히 좋았다. 비록 관광객 픽업을 위한 와이너리 자체의 교통 수단 제공은 없었으나, 역에서도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어 어렵게 찾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리했었다. 그 오랜 역사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또 박물관 형태로 만들어 관광을 유치하는데 힘쓰는 이 와이너리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부터 현재의 와인 제조 공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의 신생 와이너리들 혹은 양조장들이 앞으로 발전해 나간 후에도 과거를 간직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 아키타니아 (Vina Aquitania)

아키타니아 와이너리 또한 마이포밸리 중심에 있는 쿠지노 마쿨 와이너리에서 차로 3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다. 본격적으로 아키타니아 와이너리에 대해 소개하기 앞서 이들의 역사를 먼저 들어보자. 1984년 프랑스의 유명한 농업학자와 와인업자 Bruno Prats 와 Paul Pontallier는 칠레에 고품질의 포도를 재배하기 위한 비옥한 땅을 찾아 나섰다. 그들은 칠레의 와인업자인 Felipe와 파트너쉽을 맺어 이곳 마이푸 밸리 지역의 안데스 산맥 끝자락에 포도농장과 소규모 와이너리를 세웠다. 아키타니아는 옆에 위치한 쿠지노 마쿨과 같은 큰 와이너리보다는 규모적으로 매우 작고 신생 와인 브랜드이지만, 소규모 와이너리의 장점을 내세워 전 과정 수작업을 통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여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아키타니아 와이너리는 보통 와인을 제조할 때 숙성과정에서 조금 다르다. 보통 발효탱크의 적정온도 유지를 위해 에어컨과 같은 기계의 힘을 빌리지만 아키타니아는 산맥 아래에 위치하여 기온이 서늘하기 때문에 에어컨 설치를 하지 않았다. 또한 밤이 되면 저장소 문을 활짝 열어둬 발효탱크가 차가운 밤공기를 접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 발효탱크가 있는 저장고에 들어가니 지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늘하였다. 지리적인 이점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였다.

또한 아키타니아는 탐사한 와이너리들 중 소규모 와이너리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 그 중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고 한다면 라벨링 (lavelling) 수작업과 소규모 투어이다. 라벨링은 와인이 담긴 병을 시장에 출하하기 전 코르크 마개부분에 포장을 한 번 더 하고 상표와 와인의 정보가 적힌 라벨을 붙이는 작업이다. 아키타니아에서는 세 명의 고수분들이 분업을 하고 계셨다. 한 분은 병입구 포장을, 한 분은 병을 라벨을 붙이기, 마지막 한 분은 모든 작업이 끝난 병들을 박스 안에 담고 계셨다. 그녀들의 손놀림을 보고 왜 자동화 기계가 필요 없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아키타니아의 경우 와인이 완성되면 바로 출하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마다 수출하며 수출 국가의 언어에 맞는 라벨을 붙여 주문량만큼만 내보내는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시간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고 세심한 수작업을 통해 고품질의 제품을 수출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소규모의 와이너리 투어였다. 콘차이토로, 쿠지노마쿨과 같은 대규모 와이너리들은 10명에서 20명정도의 인원이 모아져야 투어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하지만 아키타니아는 달랐다. 본조가 예약한 3시에 투어가 시작되어도 모인 인원이라곤 가이드와 캐나다에서 오신 두 쌍의 노부부뿐 이었다. 따라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궁금했던 점을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었다. 와인을 시음할 때에도 가이드가 한 명 한 명 와인의 맛이 어떤지 의견을 물어보며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 주었다. 투어를 하면서 계속해서 느낀 점은 상업적이고 형식적으로 하는 투어가 아니라 시골 삼촌 집에 놀러와 농장 구경도 하고 궁금한 것도 묻고 그런 편안한 분위기라는 것이다.

드디어 아키타니아 와이너리의 최고 장점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택시에서 내려 와이너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투어를 끝내고 다시 나오는 순간까지 팀원들이 아키타니아 와이너리에 대한 느낀 감정은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였다. 우리가 다닌 7곳의 와이너리들 중 최고로 아름다웠던 곳이라 다들 입을 모아 말한다. 덧붙이자면 팀원 중 한 명은 결혼식을 이 곳에서 올리고 말 것이라는 다짐도 하였다. 우리는 모두 청첩장을 꼭 달라고 이 곳에서 하는 결혼식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오겠다고 약속하였다. 모두 웃으며 말했지만 진심이 느껴졌다. 잘 가꿔놓은 꽃 정원부터 안데스 산맥에 아래 펼쳐진 포도밭의 전경이란 정말 글을 쓰며 다시 떠올려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절경이다. 정말이지 팀원이 청첩장을 준다면 꼭 다시 와 나무그늘 아래서 와인을 즐기고픈 와이너리였다.

 

아르헨티나의 와이너리

- 멘도사

a. 도미시아노 (Domiciano de Barrancas)

멘도사 마이푸 계곡에 위치한 도미시아노는 우리가 아르헨티나 멘도사에 도착해서 처음 방문한 와이너리이다. 도미시아노는 역시 말벡으로 유명한 와이너리였다. 아르헨티나에 도착하기 이전에 칠레의 와이너리를 충분히 방문하였고, 이미 여러 종류의 와인들을 맛보며 ‘아르헨티나 와인은 어떤 차이점을 띄고 있을까’ 하는 많은 궁금증이 있었다. 그 호기심과 기대감이 너무 커서였을까, 팀원들 모두에게 있어 이 도미시아노 투어는 실망이 컸던 프로그램이었다.

기본적으로 와이너리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또 해당 와이너리만의 특징을 알고자 신청했던 투어였는데, 도미시아노의 투어는 마음 급한 대리의 일 처리를 보는 듯 했다. 우리가 투어 회사를 통해 방문한 단체 관광객이기 때문인지, 충분한 설명을 듣고 소통하는 투어이기보다는 시간에 맞추기 급급하고, 그저 빨리 빨리 진행하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투어는 특별한 점 없이 빠른 시간 안에 끝이 났고, 곧바로 시음을 위해 테이스팅 룸에 들어갔다. 약 스무 명쯤 되는 사람들이 비좁게 테이블을 감싼 상태로 시음은 시작되었다. 소규모 와이너리가 한 번에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려다 보니 어수룩함을 감출 수 없었다.

투어는 영어와 스페인어 두 가지 언어가 제공됬는데, 단체 여행사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동시간에 두 팀이 시작하게 됐다. 그 때문에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야 했고, 영어 가이드도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영어와 스페인어를 번갈아 가며 설명을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점은 현지 와이너리가 관광에는 적합하지 않은 모습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인원이 많은 경우에는 투어 시간을 조정하거나 가이드의 수를 늘려야 할 텐데, 두 명의 가이드는 대규모 인원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콘차이토로보다 더 많은 인원을 한 번에 이끌어야 했다. 관광 명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사전 인프라가 더 구축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이 와이너리에 대한 설명을 끝내버리기에는 너무 악평만 적고 끝내는 것 같아 해당 와이너리의 몇 가지 특징을 적어볼까 한다. 우리 눈에 제일 띠었던 특징은 다름아닌 콘크리트 탱크이다. 칠레에서 크고 작은 5곳의 와이너리를 돌아보았을 때에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콘크리트 탱크의 등장에 모든 팀원들이 투어 중간에 살짝 당황했었다. 물론 콘크리트에 와인을 붓는 것은 아니고 콘크리트 탱크 내부에 여러 수지를 두껍게 코팅하여 사용하는 것이지만 옆의 사진처럼 벽에 숫자만 박혀있는 것이 와인을 담는 ‘탱크’라니 조금 충격이었다. 해당 와이너리에 스테인레스가 아닌 콘크리트 탱크 사용이유를 물어보니 가격적인 측면에서 훨씬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한다고 했다.

두 번째는 다름아닌 코르크이다. 와인 병의 입구를 막고 있지만 서도 와인이 병에서 숨을 쉬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코르크. 와인의 품질 유지에 있어 중요한 만큼 이 코르크를 얼만큼 좋은 것을 썼는지도 와인의 질과 가격을 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미시아노에서는 보통의 다른 와이너리들이 천연 코르크를 쓰는 것과는 달리 기둥 모양의 실리콘 코르크를 사용하는데 이 또한 원가 절감을 위한 한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도미시아노의 와인!

도이시아노는 1년에 225000리터의 와인을 생산해낸다. 병으로 계산한다면 30만병에 가까운 숫자이다. 이 곳은 콘크리트 탱크를 이용해 2차 숙성을 하지만 1차 숙성은 오크를 이용한다. 프랑스산 오크와 미국산 오크를 반반 섞어 가지고 있고 미국산 오크에서 10개월 숙성, 프랑스산 오크에서 8개월 숙성한 뒤 제품으로 만든다고 한다.

- Estelar 2013 (Malbec)

도미시아노가 요즘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는 라인이라고 한다. 젊은 와인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가격대도 낮추고 패키지도 주황색으로 밝게 만들어 좀 더 젊은 와인의 느낌을 살렸다고 한다. 이 와인에 바로 그 실리콘 코르크가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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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플로리우 (Florio)

도미시아노와 마찬가지로 마이푸 계곡에 위치한 플로리우는 작은 규모의 공장형 와이너리였다. 우리가 투어 회사를 통해서 방문한 탓인지 대기 시간 없이 버스에서 내린 곳에서 곧바로 투어를 시작했다. 함께 간 관광객들은 모두 스페인어권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우리 조원 네 명끼리만 따로 영어 투어를 제공받았다. 미모의 여자 가이드와 함께 투어를 시작했다. 사실 투어 자체는 특별한 점이 없었다. 여느 와이너리처럼 역사부터 설명해주었다.

플로리우는 Antonio Florio에 의해 1912년에 세워졌으며, 가족 농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을 시작으로 함께 와인 공장을 살펴봤다. 플로리우 공장을 돌아보며 느낀점은 정말 와인 ‘공장’이라는 것이다. 플로리우는 도미시아노와 마찬가지로 와인 발효 탱크를 스테인레스 기계가 아닌 콘크리트로 이용한다. 그렇다보니 공장에 들어서면 키보다 큰 수영장들 사이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여지껏 봐왔던 커다란 스테인레스 발효 탱크가 보이지 않으니 와이너리에 온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르헨티나 와이너리가 칠레의 와이너리와 어떻게 다른지 확실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곳은 아르헨티나 멘도사에 위치한 수 많은 와이너리들 중에서도 소규모에 해당하는 와이너리로 1년에 500000병 정도를 생산하는데 그 중에서도 300000병은 주정강화 와인인 ‘마르셀라’이다. 일단 생산량 자체가 작기 때문에 수출을 하지 않고 모든 와인은 국내에서만 소비된다고 한다. 이 와이너리의 특징을 몇 가지 꼽자면 먼저 또론떼스라는 아르헨티나 고유의 백포도를 현재까지도 재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종으로 와인도 생산한다. 뿐만 아니라 플로리우는 와인에 설탕을 집어넣는다. 단, 스위트 와인의 경우에만. 설탕은 총 3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순수한 형태의 버진 멀쉬와 마멀레이드 형태의 컨센트레이드 멀쉬 그리고 시럽이다.

+ 플로리우의 와인!

위에서도 말했듯이 플로리우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와인은 달달한 스위트와인과 주정강화 와인이다. 그 중 버진 멀쉬와 와인을 섞어서 만든 매우 단 와인은 의식이나 종교행사용으로 납품을 한다. 이 곳의 ‘감바디베르니체’라는 와인은 18세기에 유행하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만든 로제 스파클링와인으로서 말벡과 토론테스를 섞은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마르살라는 포트와인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 대신 시럽을 첨가한 것이다. 시음했을 때 모든 팀원들이 그 단 맛에 몸서리 쳤었다.

 

 

갑작스런 산사태 그리고 거리조사!

갑작스러운 산사태로 인해 국경이 막혀 버스에서 34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이로 인해 부에노스아이레스 행 비행기를 놓친 본 조는 남은 탐사기간 동안 산티아고에서 머물게 되었다. 옆의 이 사진은 국경에서 몇 백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각자의 차에서 밤을 새고 아침부터 나와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행 비행기를 놓쳤기 때문에 한국을 돌아가는 항공권마저 취소가 된 상황이 벌어졌지만 센터의 도움으로 항공권을 재 구매했고 이로 인해 본 여정에 비해 3일을 더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지출로 남은 탐사활동비가 턱 없이 부족하여 다른 와이너리를 방문하거나 지역을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적은 비용으로 탐사목표에 부합하는 창의적인 탐사활동을 진행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조원들과 의논하게 되었다. ‘예산 확보를 위해 거리에 나가 가져온 한국 물건을 판매하자’, ‘k-pop에 맞춰 춤을 연습해 거리에 나가 모금활동을 하자’와 같은 이야기로 무거워진 분위기를 띄웠고 방법을 모색하던 중 거리에 나가 설문조사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현지인들과 직접 소통해 그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고 ‘와인산업이 발달한 나라에서 과연 국민들은 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궁금증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여 이를 토대로 설문조사를 준비를 시작했다. 현지인들의 와인에 대한 의견이 설문조사의 주제로 결정되었고 이에 따라 4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첫 번째 질문은 “나에게 와인은 ( ) 이다.” 였다. 자신에게 와인이 의미하는 바를 포스트잇에 적어 준비해간 판넬에 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한국 유명 예능프로그램의 단골 질문 형태에서 착안했다. 두 번째 질문은 “칠레 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였다. 칠레 국민들은 과연 그들의 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솔직한 의견을 듣고자 하였고 첫 번째 질문과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세 번째 질문은 “한 달에 와인을 몇 번 마시나요?” 이었으며 선지는 총 4가지로 마시지 않는다, 1~4번, 5~8번, 매일 이었다. 자신이 해당하는 선지에 스티커를 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마지막 질문은 “자신이 선호하는 와인은(국가)?” 이었고 선지는 칠레, 아르헨티나, 프랑스, 기타 였으며 방식은 세 번째 질문과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Plaza del Armas를 설문조사를 실행할 장소로 선정했고 드디어 설문조사 당일 출근시간 및 점심시간대를 공략하여 설문조사를 실행했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서툰 스페인어로 “por favor" 을 외치며 설문조사를 진행하였지만 이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모여들었고 왜 이 설문조사를 실행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제법 능숙하게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동양 여자 애들 4명이 판넬을 들고 스페인어를 하며 서있는 모습이 신기해 보였는지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가는 사람들도 많았고 덕분에 설문조사는 한 층 수월해졌다. 한창 설문조사를 진행하던 중 칠레 방송국의 앵커와 카메라맨이 우리에게 다가왔고 설문조사를 해주며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왔다. 흔쾌히 인터뷰에 승낙했고 성심성의껏 질문에 답변해 주었다. 칠레에서 방송국 인터뷰라니! 기대하지 못 했던 뜻밖의 성과였다.

 

한 자 한 자 그들의 생각을 적어주는 참여에 놀랐던 첫 번째, 두 번째 질문에 대해 간략하게 요약해보겠다. 자신에게 와인이 의미하는 바를 기술하는 첫 번째 질문의 답변은 다양했다. 좋은 것, 가족과 즐기는 것, 맛있는 음식과 곁들여 먹는 것, 친구와 즐기는 것, 즐거움의 원천, 건강함 등 여러 의견이 나왔으며 모두 긍정적인 답변이었다. 특이했던 답변으로는 심장의 액기스, 완벽한 조화 등이 있었다. 칠레국민들이 와인을 매우 사랑함을 느낄 수 있는 딥변들이었다. 두 번째 질문의 답변은 첫 번째 답변에 비해 많이 획일 적이었다. 칠레 와인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보다는 ‘칠레 와인은 칠레 산이기 때문에 최고이다.’ 라는 형식적인 답변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자면 칠레 사람들에게 칠레 와인이란 다른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 없는 존재임을 의미한다. 국제 시장에서 성공한 칠레 와인은 그들에게 자부심을 가져다주며 여러 설명 없이 칠레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랑받는 그들의 삶의 일부임을 느꼈다.

 

 

 

No bebo

1~4 veces

5~8 veces

todos los dias

응답자 수

37

42

16

22

 

                                                 <표 1> “한 달에 와인을 몇 번 마시나요” 조사 결과

 

 

 

칠레

아르헨티나

프랑스

기타

응답자 수

56

12

14

9

 

                                                 ​<표 2> “자신이 선호하는 와인은(국가)?” 조사 결과

 

위 <표 1>과 <표 2>는 스티커를 이용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한 달에 와인을 몇 번 마시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안 마신다’에 투표했다는 점이 예상을 깨는 결과였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1~4번 정도 한 번에 한 잔씩 건강을 위해 먹는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위 질문에 대답하며 주로 했던 말은 ‘매일’에 투표하며 자신이 술주정뱅이가 아니라고 걱정하였고 ‘안 마신다’에 투표한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라는 말이었다. 자신이 선호하는 와인에 대한 답변은 칠레 사람들이 그들의 와인에 대해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졌는지를 알 수 있는 질문이었다. 압도적으로 칠레산 와인에 투표한 사람이 많았지만 아르헨티나 말벡이 최고지!, 와인은 프랑스가 원조지 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다른 곳에 투표한 사람들도 보였다. 기타에 해당하는 국가는 페루, 스페인, 독일 등 다양한 나라가 속해있었다.

예정에 없던 갑작스럽게 진행된 설문조사였기 때문에 설문조사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 했고 여러 부분에서 부족한 설문조사였지만 칠레 국민들과 소통하며 솔직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의의가 큰 활동이라 생각한다. 비단 설문조사 뿐 만 아니라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들의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고 이 때, 본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진행하려던 현지와인문화체험을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위복’ 이라는 표현은 이번 설문조사 활동에 가장 어울리는 표현일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였고 능동적으로 행동하여 예상했던 성과보다 더 큰 성과를 얻게 되었기 때문에 조원 모두에게 인상 깊고 뿌듯한 탐사활동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 농촌 진흥책으로서의 와인

초반 사전탐사계획서를 작성할 때 한국농촌진흥정책, 농업 6차 산업 개발 이라는 목표를 잡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칠레, 아르헨티나의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그들에게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탐사결과 칠레, 아르헨티나 와인의 강점은 바로 ‘포도’였다. 뻔한 대답일지도 모르지만, 지중해성 기후와 척박한 땅, 안데스 산맥에서부터 흘러나온 청정수는 칠레가 최상급 포도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완벽한 떼루아를 형성하는데 기여했다. 그런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와인의 고향인 유럽으로부터 넘어온 이민자들과 함께 넘어온 전통적인 양조법이 더해지며 남미 와인이 탄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와인산업은 앞으로 질 좋은 포도생산에 주력해야 할까? 본 조는 꼭 그것이 정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은 와인을 양조하기 위한 포도품종을 재배하기에는 너무 춥고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기후조건상 질 좋은 와인 포도품종을 재배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연구와 포도 품종 개량이 필요하므로 그것을 주요 해답이라고 내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판단했다. 따라서 다른 측면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힌트는 의외로 가까운데 있었다. 바로 윗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투어 만족도는 다소 떨어졌었던 아르헨티나 와이너리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 멘도사에서 탐사를 하던 중 발견한 아르헨티나 와이너리들의 주목할 만 한 점은 바로 와인의 대중화전략이었다. 고품격 와인을 제조하기보단 주정강화로 대중에 입맛에 맞는 다양한 와인을 개발하고 생산하였으며, 와인 양조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여 판매가격 역시 낮추었다. 포도품종이 칠레에 비해 한정적이었지만 그들 나름대로 와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구축한 것이었다. 소비자들의 식생활에 맞게 그냥 술처럼 즐기는 와인에서부터, 요리용 와인, 디저트용 와인 등 다양하게 세분화하고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모습이 돋보였던 와이너리 농가들의 노력이었다. 와이너리 소개 부분에서도 언급했던 새로운 와인 소비층을 겨냥해 제품을 출시한 domiciano의 예와 다양한 용도의 와인으로 와인소비의 폭 자체를 넓힌 Florio를 보고 느꼈던 부분이다.

우리는 한국의 와이너리들이 그들의 경영전략을 벤치마킹 하는 것을 한국 와인산업 발전 의 첫 번째 방안이라 생각한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위에서 등장했던 ‘플로리우’의 주정강화를 위한 캬라멜 개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양조과정에서 캬라멜을 첨가하여 술의 도수를 조절하고 색다른 맛의 와인을 개발한 ‘플로리우’는 와인농장에 직접 찾아와 와인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와인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와인 제조 과정에 첨가하는 그 캬라멜 또한 와이너리의 새로운 인기상품이 되었다.

두 번째 방안은 실버 관광상품 개발을 통한 와인산업 활성화 방안이다. 와이너리를 다니는 동안 특이했던 점은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참 많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서양권 문화에서는 와인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친근하고 또 생활에 자연스레 들어와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은 그들 문화에서도 중장년층이 많이 소비하는 주류임은 틀림없다. 젊은 소비자들의 경우 갈증을 해소시키는 가벼운 맥주나 다양한 칵테일과 혼합가능한 보드카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와인의 본고장은 유럽, 신흥 와인 강국 남미와 미국에서도 와인을 주로 소비하는 층은 중.장년층이고, 2주간의 탐사기간동안 우리가 와이너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대부분의 관광객도 나이대가 4,50대 혹은 60대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한국의 와이너리 투어를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다면 한국의 와인의 인지도 상승과 이미지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실버산업의 한편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물론,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와이너리 투어는 상품의 원가가 다소 높아지더라도 소규모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와인 시음 공간도 와인농장의 컨셉에 맞게 꾸며지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소백산맥 자락 아래 자리한 영주의 와이너리는 산맥과 함께 어우러진 포도밭을 풍경으로 한 공간을 연출한다면 와인의 풍미는 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차원의 영농지원이다. 칠레에서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동안 알 수 있었던 점은 칠레 정부 차원에서의 영농지원이 매우 활발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칠레는 와인을 국가 주력산업 중 하나로 밀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비해 정부차원의 지원이 상당한 점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와인산업은 단순히 와인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닌 관광 상품과 연계하여 부가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판단한 칠레 정부는 10년 전부터 아주 본격적으로 와인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칠레정부는 칠레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영농업자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이 협력하여 포도를 연구하는 기관들을 각지에 설립하고 엄격한 품질 검사를 주도한다.

비록 한국은 와인의 가장 주된 요소인 ‘포도’를 재배하기에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크고 작은 와이너리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만의 부가적인 요소들을 개발하고 전략을 강화하는 방안들처럼 다양한 변화와 시도를 통해 한국 와인산업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 꼭 와인산업뿐만이 아니더라도 농업의 경계를 넘어 서비스업 관광업과 연계할 수 있는 산업을 선정하여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실행된다면 주춤하고 있는 한국 농업시장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소감

1. 이번 탐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동현 -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34시간 버스감옥이 아닌 LAN항공사 방문 후 귀국하는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것을 통보 받았던 순간이었다. 아직도 생각하면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듯 어안이 벙벙했고 도대체 올 한 해가 얼마나 잘 풀리려고 이렇게 액땜을 하는걸까 라며 애써 서로를 위로했던 장면이 눈 앞에 생생하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치 긴급작전처럼 여행사며 대사관이며 센터에 바쁘게 연락하고 초조하게 이를 기다렸으며 나중에는 현지에 적응하여 이 곳에서 사는 것이 어떻겠냐고 웃으면서 조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던 그 때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사건이 잘 해결되어 지금 무사히 한국에 돌아와 그 때를 회상하며 보고서를 쓰고 있는 조원들을 보면 그냥 웃음이 나온다. 끈끈했던 팀워크가 없었다면 아직,,, 칠레에 있을지도 모른다.

 

혜원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멘도사에서 산티아고로 넘어오는 10시 30분 출발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국경이 막혀 버스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다. 국경이 폐쇄되었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 처음에는 내 스페인어 청취능력이 잘못 되어 플랫폼을 잘못 알아 들어서 나 때문에 다른 팀원들까지 피해보는 건 아닌가 싶어서 버스를 찾느라고 터미널 전체를 그 배낭을 매고 미친 사람처럼 뛰어다녔었다. 그러다 결국 국경이 봉쇄되어서 버스가 취소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정말 패닉아닌 패닉이 왔었다. 두 번째 남미 방문이었던 만큼 2주간의 탐사 수월하게 금방 끝내고 다시 돌아와 인턴을 위한 출국 준비를 해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모든 일정들이 엉켜버리는 순간이었다. 안 좋은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서 좀 슬프다.

 

예경 - 멘도사에서 산티아고로 넘어가기 전, 국경심사가 막 끝난 순간. 이번 여행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행 비행기를 놓친 것 다음으로 절망적인 순간이 국경에 갇혀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해가 뜨고 국경 심사를 받고 버스에 다시 타기 직전, 모든 일이 해결된 듯한 해방감과 안도감, 동시에 눈 앞에 펼쳐진 안데스 산맥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전경은 가장 상반되는 두 감정의 조화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우정 - 순간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길었던 것 같다. 어떻게 버스에서의 34시간을 순간으로 압축할 수 있을까. 그래도 집어 내자면 국경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다 밤 12시가 넘어 결국 다음날 아침까지 국경에서 밤을 새워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 12시다. 착잡했다. 정말로 결국 버스에서 자게 되는구나. 이미 10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와서 몸이 많이 지쳐있었다. 다리는 부을 대로 부어 어느 자세를 취해도 불편했다. 결국 그 날 버스에서 꼴딱 밤을 새웠다. 국경에서 본 것이라곤 산과 계곡이었지만 남미라는 곳을 확실하게 가르쳐줬다. 그들의 느린 일 처리, 버스기사의 미숙한 일 처리로 국경이동이 6시간이 지연됐지만 그래도 박수를 쳐주는 사람들을 보며 정말 한국과 다른 느긋한 문화를 가진 나라임을 실감했다.

 

 

2. 탐사를 통해 개인적으로 깨달은 점

동현 - ‘긍정의 힘’ 이란 참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이번 탐사는 고난과 역경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 때 마다 팀원들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를 이겨내었다. 34시간 버스에 갇혀있을 때도 바깥풍경이 너무 예쁘다며 추운 바깥으로 뛰쳐나가 사진을 찍었고 항공권이 취소되었을 때도 농담을 주고 받고 웃으며 무거운 분위기를 띄워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었고 덕분에 침체 되지 않아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었다. 매일매일 식탁에 둘러앉아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며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웠고 덕분에 항상 즐거운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칠레 탐사를 생각하며 추억 할 수 있는 이유는 모두 긍정의 힘 덕분이라 생각한다.

 

혜원 – 브라질에서 1년 동안 생활을 했었고 또 원 없이 남미 여행을 다니며 나 이제 남미 좀 안다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오만이었다. 남미는 정말 항상 상상 그 이상인 곳이다. 이번 탐사를 통해서 뼈저리게 느꼈었다. 하필 13년만의 큰 비가, 하필 우리가 국경 이동을 하기 전 날 내려, 하필 우리가 지날 국경을 막은 이 기막힌 상황과 그 상황을 빠져 나오자마자 닥쳐온 lan 칠레 항공사의 말도 안 되는 대응은 정말 멘탈을 붕괴시키는데 충분했다. 중남미 전문가가 되려면 아직 한참은 남았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예경 - '남미는 모든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 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와인 탐사를 위해 방문한 국가이고 지역이지만, 길거리에 나가서 행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지나가던 케이팝을 좋아하는 학생과 사진도 찍고, 한국이라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들을 남미라는 공간에서는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정 - 백문이불여일견’. 이번 탐사활동을 하며 제일 많이 공감했던 고사성어이다. 탐사를 떠나기 전, 공부를 시작하면서 인터넷 검색 창은 와인 관련 단어로 채워져 갔고, 영어, 책상에는 와인관련 서적들이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보고서도 적고 아무리 공부를 해도 와인은 알지 못하고 와인병만 겉핥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도무지 와 닿지가 않았다. 그러나 칠레에 도착해 와인 코르크가 하나씩 따지면서 나의 무지도 ‘뽕’하고 뽑혀갔다. 처음 콘차이토르에 가서는 와인을 만드는 법을, 쿠지노마쿨에 가서야 타닌이 무엇을 말하는 것이였는지, 하나하나 와이너리를 다니면서 몸소 깨닫게 되었다. 책에서만 보던 타닌, 드라이, 풀바디, 스파이시 이런 와인 용어들을 드디어 깨달은 것이다. 처음 쿠지노마쿨에서 타닌이라는 것을 느꼈을 때의 쾌감이란 정말 짜릿했다.

 

 

3. 내년 로컬리티 챌린지 중남미트랙에게 하고 싶은 말은?

동현 - 내년 로컬리티 챌린지 남미팀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준비 또 준비’ 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곳이 바로 남미이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을 보여주는 곳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플랜A만 세워 남미에 덤벼든다면 큰 코 다칠 것이다. 언제나 플랜B, 플랜C를 세워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이 말은 무조건 조심하라는 뜻이 아님을 강조하는 바이다. 인생에 단 한 번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주어진 기회에 충실해야 한다. 알아보기도 전에 되려 겁을 먹고 하지 않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혜원 – 내년까지 중남미 트랙이 잘 유지되어야 할텐데…라는 바람이 먼저 앞선다. 지난 1기에는 강도 당하고 이번에는 산사태라니 정말 항상 스펙터클한 중남미 트랙이기 때문에 센터 측에서 항상 걱정이 많을 트랙이라 생각된다. 일단 남미로 떠날 팀에 하고 싶은 말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이다. 우리가 남미 땅에 있는 한 우리는 그들의 룰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빨리 빨리를 외쳐도 우리 속만 터질 뿐이고, 조급하게 생각한다면 화병만 얻을 수 있으니 남미에 온 잠깐의 시간 동안은 그들의 리듬에 맞춰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을 추천한다. 남미와 한국이 다른 것은 누구보다도 학교에서 배운 사람들이니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것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또 다른 이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질감을 극복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진짜 남미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경 - 모든 일에 플랜B를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개인 안전이야 남미에 관심이 있는 학우들일 것이니 잘 신경 쓰겠지만, 생각도 못한 것에서 착오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해야 할 것이다. 본 팀의 경우에도 비가 와서 산사태가 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다행히 비공식적으로 팀원들끼리 모아둔 자금이 있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교통비에 대한 부담이 덜했지만, 예비비가 없었다던가 예산 분배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면 우리 네 명은 국경이 아닌 아르헨티나에 갇혀있었을 수도 있었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 하되, 길거리 설문조사처럼 생각지도 못한 일을 스스로 벌일 수도 있으니 용기를 내어 좋은 추억 많이 쌓아 오길 바란다.

 

우정 - 안녕하세요 남미팀… 존재하긴 하시죠? 저희 때문에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 많이 했어요...^^ 지금 너무 걱정하시고 계시다면 걱정마세요! 곧 그 걱정이 행복과 보람으로 바뀌실거에요! ㅎㅎ 남미는 정말 여러모로 놀라운 곳인 것 같아요! 정말 순탄했던 저희 팀이 산사태 하나로 이렇게 힘들게 되었을지 누가 알았겠어요! 자연재해도 규모가 굉장하고 남미 사람들의 일처리 능력은 속이 터졌지만..ㅎㅎ 그 만큼의 수고를 잊게 해주는 아름다운 자연, 정 많은 사람들 덕분에 절대 후회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들이 가셔서 순탄 하시기만을 바라지만 혹시나 고난이 찾아오신다면 저희처럼 훌륭한 팀워크로 이겨내시길 바랍니다!ㅎㅎ 로컬리티 사업단분들도 항상 든든하게 지켜주시니 걱정 붙들어 매시고 남미에서 탐사 잘 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4. 탐사 중 가장 아쉬웠던 점

동현 - 가장 아쉬웠던 점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지 못 한 점이었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유명한 ‘bife del chorizo’를 먹고 싶었다. 숟가락으로 썰리는 소고기 스테이크에 말벡 와인을 그리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지친 몸을 달래며 일정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산사태로 인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지 못 했고 나의 ‘bife del chorizo’도 날아갔다.

 

혜원 – 탐사 중 아쉬웠던 점은 국경이 무너져서 일정이 꼬인 것 빼고는 없다. 하지만!! 칠레 음식은 너무 아쉬웠다. 탐사를 진행한 20일 중 14일을 칠레에 있었는데 그 중 딱 6번만 외식을 했다. 나머지는 정말 전부 다 숙소에서 직접 해먹었었다. 예산이 조금 부족했던 터라 돈을 아끼려고 그랬던 이유도 컸지만, 칠레 음식에 대한 실망이 더 컸다. 물론 돈을 많~이 낸다면 좋은 식당을 갔겠지만 그게 아니었던 우리 입장에서는 칠레 음식은 비싼 물가 때문에 비싸고, 심지어 맛도 별로 였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아르헨티나는 소고기도 질이 정말 좋고 싼데, 칠레는 하다 못해 빵도 맛이 없었다. 여행은 좀 잘 먹어야 즐거운 법인데 먹는 면에서는 많이 아쉬웠던 칠레다.

 

예경 -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웠던 점은 와인에 대한 경험 전무이다. 평소 한국에서 와인을 잘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리 관련 서적을 읽고 공부를 했어도 와인은 계속 어려운 음식이었다.

일곱 개의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동안 와인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었던 곳은 세 곳, 네 곳 정도인 듯 하다. 덕분에 많이 배워왔지만, 지금처럼 와인 맛에 대해 알고 있는 상태로 다시 탐사를 한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많은 것을 배우고 왔기에 뿌듯한 탐사였다.

 

우정 - 아쉬웠던 점이라곤 당연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행 비행기를 타지 못한 것이다. 사실 본조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계획을 가장 기대했었다. 정열적인 탱고와 함께 하는 와인의 문화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아직도 국경이 미울 정도로 아쉽지는 않다. 위기가 있었기에 우리는 환상의 팀워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팀원들과 더 돈독해지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만약 혼자 하는 탐사에서 비행기를 놓쳤다면 기억하고 싶지않은 탐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4명에서 함께 했기에 오히려 더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비행기 놓쳐 경위서를 쓰며 바빴던 그 밤은 잊지 못한다. 최악의 밤이 되겠다라는 우려와 달리 내겐 최고의 밤이었다. 다들 상심도 했겠지만 파이팅을 먼저 크게 외치고 한없이 긍정적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었던 언니들과 옆에서 미니언 흉내를 내주며 우울한 틈도 없이 힘을 내게 해주었던 동기에게 정말 정말 감사하다. 이 좋은 사람들과 했었던 탐사는 아쉬웠던 순간도 내겐 전화위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걱정을 덜 수 있었던 건 우리를 안심시켜주셨던 오영민, 이혜원선생님과 로컬리티 사업단분들의 빠른 대처 덕분이었다. 정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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